사법, 검경, 공권력, 공공 비리

‘기소 논쟁’과 검찰의 공멸

道雨 2020. 1. 30. 09:58




 ‘기소 논쟁’과 검찰의 공멸




최근 검찰 안에서 벌어지는 ‘기소 논쟁’을 지켜보면서, 문득 조선 시대의 ‘예송논쟁’을 떠올렸다. 효종이 숨진 뒤, 효종의 계모인 자의대비가 상복을 1년 입어야 할지 3년 입어야 할지 갑론을박한 사건 말이다.


사실 두 논쟁 모두 백성들의 삶과는 관련이 없는 ‘그들만의 전쟁’이요 치열한 권력투쟁이다. 예송논쟁이 예법 문제로 포장돼 있었을 뿐, 실제 알맹이는 왕의 정통성에 관한 사건이었듯, 지금의 기소 논쟁도 청와대에 대한 정면 조준-방어가 핵심이다.

1년 상복이 맞는지 3년 상복이 맞는지, ‘날치기 기소’가 옳은지 ‘항명’이 옳은지, 일반 국민은 역시 알쏭달쏭하고 헷갈린다.


그런데 싸움의 품격은 옛날보다 더 떨어졌다. 과거 선비들은 치열한 논쟁을 벌이면서도 최소한의 명분과 의리는 지켰다.

반면에 검찰은 ‘상갓집 소동’에서도 드러났듯이, 예의도, 체면도, 체통도 모두 헌신짝처럼 내던졌다.

사실 그 살벌한 전제 왕정 시대에도 예송논쟁은 죽임을 당한 사람이 한 명도 없이 끝났으나, 지금의 검찰 막장 드라마는 피비린내 나는 하드코어로 막을 내릴 조짐이다.


이번 기소 논쟁을 지켜보면서 드는 가장 큰 의문은, ‘법이 직업인 사람들의 싸움 수준이 고작 이 정도인가’다. 법조인들이 늘 입에 달고 사는 게 법과 원칙, 정확성, 엄밀성 따위의 단어들이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 검찰청법을 비롯해 관련 법들은 가지런하지 않고, 원칙은 들쑥날쑥하며, 절차는 부정확하고 애매하다. 법과 원칙이라는 게 귀에 걸면 귀걸이요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법으로 밥벌이하는 사람들이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기소의 적절성 문제를 놓고도 고개가 계속 갸웃거려진다.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 간에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을, 법원으로 가져가면 과연 제대로 유죄판결을 받아낼 수 있을까.

윤석열 총장은 전적으로 정의롭고 옳으며, 이성윤 지검장은 ‘청와대 방탄벽’이 되기 위해 검사로서의 양심과 소신을 모두 내팽개친 인물일까.

아니면, 수사 검사들이 수사 결과가 미흡한데도 오기를 부려 기소를 강행하려는 걸까. 의문은 끝없이 이어진다.

정확한 수사 내용을 알 수 없으니 판단할 길은 없다. 다만 그동안의 검찰 수사 흐름을 보면, 기소 요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 숱하다.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만 해도, 10개월이라는 긴 세월 동안 한번도 직접 대면수사를 하지 않고 기소를 하는 게 정상적인지 의문이다.


이성윤 지검장은 어차피 위아래의 협공에 당해낼 재간이 없는 상태다. 실제로 윤석열 총장과 그를 따르는 검사들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혐의로 13명을 무더기 기소했다. 수사 결과에 자신이 있으니 기소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히 해둘 것은 있다.

기소파 검사들은 결과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이다. 무리한 기소를 해놓고, 나중에 나 몰라라 해서는 곤란하다.

더욱이 사안 자체가 국가의 근본을 뒤흔들 정도로 위중한 사안이다. 앞으로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지고 무리한 기소라는 결론이 나오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을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 수사 검사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실명으로 말이다.


검찰이 이 지경까지 간 것은 결국은 청와대의 책임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검찰의 전횡에 속수무책 당해온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인사를 비롯해 검찰을 다루는 실력과 솜씨가 너무 부족하고 투박하다. 총선을 앞두고 여론의 풍향이 가장 중요한 시기에, ‘힘으로 수사를 막는 청와대’ ‘권력한테 핍박받는 윤석열 총장’의 프레임에 스스로를 가두어버린 것이 과연 바람직한 행보인지도 의심스럽다.


그런데 뭐니 뭐니 해도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은 검찰이다. 단지 윤석열 사단이나 이성윤 지검장만이 아니라 검찰 조직 전체가 그렇다.


지금 검찰의 갈등은 훗날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까.

정의와 불의의 싸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전대미문의 검찰 내부의 권력투쟁, 그리고 검찰이 정치에 직접 뛰어들었을 때 어떤 비극적 결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통렬한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지난해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수사에 착수했을 때, 이 칼럼에서 “작두 위에 올라탄 검찰”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런데 검찰은 작두에 발을 베이는 정도가 아니라, 온몸에 피멍이 들고 뼛속까지 그 후유증이 남게 됐다.

너무나 씁쓸한 현실이며 국가적 불행이다.

     

김종구 ㅣ 편집인

kjg@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26127.html?_fr=mt0#csidx06ab8b6d15840d0a004b19cc35c8a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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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속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기소, 법정에서 가려지길

 




검찰이 29일 ‘청와대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송철호 울산시장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13명을 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2017년 울산경찰청의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주변 수사가 청탁에 의한 것이고, 청와대가 이를 위해 경찰에 첩보를 넘기는 등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공약까지 조율해주고 후보자를 매수하는 등, 그간 언론에 거론된 혐의 내용이 대부분 기소 사실에 포함됐다.


기소 내용대로라면 청와대 인사들이 직접 선거에 개입했다는 것이니 심각한 범죄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구속영장을 심리한 판사가 ‘혐의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밝힌데다, 기소 과정에서의 논란 등을 고려하면, 기소 내용을 곧바로 사실로 예단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재판을 통해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


검찰은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서는, 송 시장을 비롯해 당시 청와대에 있던 백원우·박형철 비서관,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 등 6명에게 선거법 위반죄를 적용했다.

산재모병원 예비타당성 조사 발표 연기 등 송 시장의 선거공약 조율에 관여한 송병기 전 부시장 등 3명과,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게 공기업 사장 자리를 제시하며 출마 포기를 권유한 한병도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도 선거법 위반죄를 물었다.


‘조국 수사’와 관련한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기소에 이어, 이번 기소 과정에서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수사팀 사이 이견이 적잖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관련자 소환 조사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서둘러 기소가 이뤄진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무엇보다 검찰 인사 이후 이른바 ‘윤석열 사단’과 새 지휘부 사이에 잇따라 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특히 청와대·법무부와 윤석열 사단 사이 갈등에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정치싸움으로 비화하는 것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6개월 전 ‘조국 수사’ 이래 ‘하명 의혹 수사’까지 청와대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이어지면서, 현 정권과 ‘윤석열 검찰’ 사이 쌓여온 불신이 심각한 단계로 치닫는 모양새였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에 대한 추가 기소와 법무부가 시사한 감찰 착수 여부 등 뇌관도 여럿이다.

검찰이 임 전 비서실장 등 다른 이들의 기소 여부는 총선 이후로 미루기로 함으로써, 일단 격돌 위기를 벗어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 2020. 1. 30  한겨레 사설 ]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926103.html#csidx067607fb7fc48bf8212edb4f52f3f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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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운하 "검찰 무리한 기소...'고래고기 사건' 보복" 주장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으로 기소
선거법 위반 및 직권남용 등 혐의
황운하 "검찰, 고래고기 사건 보복"


[대전=뉴시스]강종민 기자 =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이 지난 2019년 12월9일 오후 대전시 중구 대전시민대학에서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라는 제목의 저서 출간을 기념하는 북 콘서트를 열고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을 둘러싼 자신의 입장 생각 등을 밝히며 물을 마시고 있다. 2019.12.09. ppkjm@newsis.com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이 "내 죄명에는 '하명수사'가 없다"며 "무리한 기소에 보복 감정이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황 전 청장은 30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린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검찰이 조사 한 번 없이 제게 덮어씌운 죄명에 정작 하명수사는 없었다"면서 "애초부터 없었으니 없는 사실을 만드는 데도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면서도 재판을 통해 무죄를 받든 말든 우리는 일단 기소하겠다는 무책임한 공소권 남용을 감행했다"며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는 보복 감정이 숨어 있다. 그 시작은 고래고기 사건이다"고 설명했다.


황 전 청장은 '고래고기 사건'으로 인해 울산 지역 검찰과 경찰 간 갈등이 커졌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측근 비위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 방해로 이어졌다는 한 언론사의 보도 내용을 인용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전날 황 전 청장 등 1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황 전 청장이 지난 2017년 9월 송철호 울산시장으로부터 김 전 시장 관련 수사 청탁을 받았으며, 같은해 10월 수사에 미온적인 경찰관에 대해 인사 조치를 하고 실제 수사를 진행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이에 황 전 청장은 전날에도 자신의 SNS에서 "고발된 지 1년8개월 넘게 연락 한 번 없다가, 총선 출마 선언 이후 바쁜 일정이 시작되니 출석 요구를 하면서 불응 운운했다"며 "출석 의사를 밝혔음에도 조사를 건너뛰고 기소를 강행한 것은,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이라는 헌법상 기본권조차 무시하는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검찰 측은 황 전 청장이 여러 차례 소환에 불응했고, 언론 등을 통해 입장을 충분히 개진해 소환 조사 없이 기소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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