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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볼턴, 오로지 폭격만 원하는 미치광이였다"

道雨 2020. 6. 26. 16:33

트럼프 "볼턴, 오로지 폭격만 원하는 미치광이였다"

 

"웃는 거 본 적 없어...'리비아 모델' 언급은 아주 나쁜 실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겨냥해 '폭격만 원하는 미치광이'라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오후 녹화 방송된 폭스뉴스 주최 타운홀미팅에서, 최근 백악관 재직 시절 회고록을 펴낸 볼턴 전 보좌관에 대해 "볼턴 같은 바보, 그가 하고 싶었던 건 모두에게 폭탄을 떨어뜨리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모두에게 그럴 필요는 없다. 사람들을 죽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볼턴은 아픈 사람(sick guy)이다. 그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걸 난 일찌감치 알아차렸다"면서 그가 백악관 재직 시절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리비아 모델'을 언급한 사실을 "아주 나쁜 실수" 가운데 하나로 꼽기도 했다.

 

볼턴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취임 직후인 지난 2018년 4월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의 비핵화 방식으로) 우린 2003~4년의 '리비아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혀, 미국과의 관련 협상을 앞두고 있던 북한 측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이른바 리비아 모델은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선(先) 핵포기-후(後) 보상' 원칙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나 2003년 당시 리비아의 국가원수였던 무아마르 카다피는, 자발적 핵포기 선언 뒤 미국으로부터 경제제재 해제 등 보상을 받긴 했으나, 2011년 반(反)정부 시위로 권좌에서 축출됐고, 이후 미국의 지원을 받던 반군에게 사살되는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북한 측이 앞서 '리비아 모델' 언급한 볼턴에 대해 "사이비 우국지사" 등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으며 수용 불가 입장을 천명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18일에도 "미친 볼턴이 아주 멍청하게도 '리비아 모델'을 얘기해 난리가 났었다. 우리와 잘 지내던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볼턴 때문에) 미사일처럼 분통을 터뜨렸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번 타운홀미팅에서 "진지하게 말하자면 볼턴은 일을 잘하지 못했다. 그는 영리하지도 예리하지도 않았다"면서 "1년 간 그를 봐왔지만 한 번도 웃는 걸 보지 못했다. '존, 넌 웃을 때가 있냐'고 물은 적이 있을 정도"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모두가 볼턴이 미쳤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협상장에 그를 데리고 들어가면 상대편에선 항상 내가 원하는 것을 내줬다. 볼턴을 보고 '트럼프가 우리에게 폭탄을 떨어뜨리려 하나보다. 저 사람은 미치광이(maniac)을 데리고 있다'고 생각해서"라며 "그것 하나는 좋았다. 협상에 도움이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은 '러시아와 싸우자. 중국과 싸우자. 한꺼번에 그들과 싸우자'고도 했다"며 "그는 미쳤다(crazy)"고 거듭 비난했다.

 

미 외교가에서 '매파 중 매파'로 꼽히는 볼턴은, 2018년 4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발탁돼 트럼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으나, 북한·이란 등 미국의 대외정책을 놓고 마찰을 빚으면서 작년 9월 해임됐다.

 

이런 가운데 볼턴 전 보좌관은 23일 펴낸 회고록 '그 일이 벌어졌던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 등에서 미국의 국익과 동떨어진 대외정책을 폈다'고 주장, 국내외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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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에게 묻다. "당신 얼굴이 얼마나 두꺼운거야?"

[현지 리포트] 1급 외교정보 다룬 회고록 냈지만, 그를 옹호하는 사람이 없다

 

 

'The Room Where It Happens(그 일이 일어난 방)'는 미국 브로드웨이 인기 뮤지컬 <해밀턴>에 나오는 넘버 제목이다. 극 중에서 미국 초대 재무부 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에게 그의 정적이자 부통령인 에런 버는 "그 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고 다그치며 노래한다.

"아무도 몰라, 게임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그 거래의 기술을. 소시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19세기 독일 초대 총리 비스마르크는 충고했다. "소시지와 법률 만드는 과정은 절대 보여줘선 안 된다."

비스마르크의 말은 지금 21세기 미국에서도 유효한 듯 보인다. 453일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곁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이 백악관 '그 방'에서 벌어진 '더러운 거래'를 말해주겠다며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걸 보면 말이다.



미 언론이 주목한 볼턴 회고록 쟁점 넷

 

▲ 23일(현지시간)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신간 회고록이 미국 뉴욕 주의 한 서점에 진열돼 있다. ⓒ EPA=연합뉴스

 


미국 시간으로 6월 23일 화요일, 존 볼턴의 책 <그 일이 일어났던 방: 백악관 회고록>(THE ROOM WHERE IT HAPPENED : A White House Memoir)이 정식 발간됐다. 선인세로만 200만 달러를 받았다는 이 책은 현 정부의 1급 외교정보를 다루던 대통령 측근이 쓴 '회고록(Memoir)'이라는 사실만으로 메가톤급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우던 대표적 인물이기에, 기밀 폭로의 기대감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최고의 마케팅 효과가 났다.



예상대로 출간 전부터 ABC, NPR, CBS 등 미국 주요 언론의 볼턴 인터뷰가 줄을 이었다. 인터뷰의 내용을 살펴보면 미국 언론이 주목하는 부분은 크게 네 가지다.



① 트럼프 정부의 빌런(악당)인 중국과의 관계



트럼프 정부 들어 미중관계는 험악해졌다. '중국 바이러스(Chinese virus)' '쿵 플루(Kung flu)' 같은 트럼프의 비하 발언은 중국이 미국의 주적이란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볼턴의 생각은 달랐다. 트럼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미국 농산물을 더 많이 사달라 요청했다. 대신 중국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인권 문제에 침묵해주고 곤란한 정치·경제적 문제들을 해결해줬다고 주장한다. 미국 농부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트럼프의 이러한 중국 전략은 사실상 재선을 대비해 스윙 스테이트(경합주) 유권자들을 끌어모으려는 수순이었다고 볼턴은 해석했다.



② 지난 대선 때 큰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푸틴의 영향력



볼턴은 ABC 방송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똑똑하고 터프한 사람"이고 평한다. 그는 푸틴이 트럼프를 "바이올린처럼 연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냉전 이후 계속 그랬던 것처럼, 볼턴은 러시아가 미국 민주주의에 간섭하려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고, 이를 위해 푸틴은 악역을 잘 연기하고 있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③ 급격히 진전되던 북한과의 협상 과정



<뉴스위크>는 볼턴이 백악관 보좌관 재직 시 가장 골치 아파했던 문제로 트럼프의 대북정책을 꼽는다. 적성국엔 자비를 베풀어선 안 된다고 믿는 '강경 매파'인 볼턴으로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 차례나 만나 비핵화와 대북제재 완화를 논의한 트럼프의 행동이 '순진한 발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로 회고록에는 그런 시각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 리비아식 핵포기 모델을 고집하며 대북압박과 제재를 주장해온 그는, 김정은의 친서에 흡족해 하며 북한과 대화하려는 트럼프의 행동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나는 트럼프에게 '하찮은 작은 나라의 독재자가 보낸 편지다, 폼페이오(국무장관)를 만날 때까지 그는 당신과 회담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당신은 왜 그렇게 적대감이 크냐'며 폼페이오에게 '11월 중간선거 이후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테니 전화를 걸어 요청하라'고 지시했다."

 


북미 대화의 중요성과 의미를 전혀 이해 못한 볼턴은 트럼프의 동기를 단지 '사진촬영용' '재선용'으로 폄하했다. 그는 "사진 촬영과 언론 반응만 강조돼, 세 번에 걸친 북미정상회담이 미국 이익에 무슨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다"라고 ABC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재선에만 치중한 까닭에 장기적 고려가 없었다"라고.

 

▲ 2018년 5월 17일(현지시간) 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 EPA=연합뉴스

 


④ 최측근이 본 대통령 트럼프



볼턴에게 언론이 던진 질문 중 빠지지 않는 건 '가까이 서 본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견해다. 볼턴은 NPR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절대 멈추지 않고 갈팡질팡하는" 사고의 소유자라고 정의했다. 복잡한 국제 정세나 외교 이슈에 부적합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ABC 인터뷰에서는 '역사가 대통령 트럼프를 어떻게 기록할까'라는 질문에 "그가 재선되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트럼프가 단임 대통령이 되길 바라지만,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찍을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는 5년 전 선거 때와 달리 올해 대선 투표용지엔 자신이 지지하는 보수 인물의 이름을 "적겠다"고도 덧붙였다.



토크쇼 사회자의 '팩폭'



책의 정체가 드러나고 내용이 거의 다 공개된 이후, 그를 대하는 미국 언론의 태도는 매우 달라진 느낌이다. 대통령의 치부가 낱낱이 드러나 트럼프의 재선 가도에 최대 악재가 될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극우 매파의 전쟁광적인 자기 합리화가 사람들을 질리게 한다는 분위기다.



오히려 일각에선 볼턴의 기록 속 트럼프가 다소 인간적인 사람으로 보이기까지 한다는 평도 나온다. 볼턴의 자기확신 넘치는 강경론을 듣다 보면, "볼턴 말대로 했으면 우리는 지금 제6차 세계대전을 맞이했을 것"이라고 한 트럼프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당신, 얼굴이 얼마나 두꺼운 거야?"



회고록이 출판된 날 저녁, 토크쇼에 출연한 볼턴에게 사회자 스티븐 콜버트가 던진 첫 질문이었다. 이 물음의 함의를 이해하려면 달력을 2019년 겨울로 되돌려야 한다.



책 내용이 사실이라면, 볼턴은 지난해 말 트럼프 대통령 탄핵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서 재선 가능성을 충분히 차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볼턴은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 정보위원장의 삼고초려를 거절했고,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선 아예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도록 배려받았다.



청문회 증언 대신 그는 회고록을 쓰기 시작했고, 책의 몸값은 그만큼 높아졌다. ABC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하원에서 벌어진 일련의 과정을 민주당의 '정치적 플레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정치적 이해도, 능력도, 세상을 변화할 힘도 없는 정당이라면서. 더불어 지금 자신이 받는 비난은 워싱턴에서 일하며 무수히 들어와 익숙하다고 했다.

 

▲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019년 5월 1일 취재진과 만나는 모습 ⓒ EPA=연합뉴스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프레드 캐플런이 <슬레이트>에 쓴 칼럼은 더 예리하다. "존 볼턴의 책은 존 볼턴에 대한 통렬한 기소장이다 - 그 누구도 이 남자를 다시 '그 일이 일어난 방'에 들여보내선 안 된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캐플런은 회고록을 근거로 볼턴의 지난날을 다음과 같이 압축했다.



"백악관에서 볼턴의 최우선 과제는 트럼프가 김정은과 합의하지 못하게 하거나, 이란과의 핵협정 파기 방침을 철회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볼턴은 이란이 2015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을 비롯한 5개국 정상과 체결한 핵협정을 경멸한다. 그는 그것을 '지독한' 거래라고 반복해서 말한다."



캐플런은 볼턴이 이란과 북한 정권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오랫동안 경제 제재로 고통받고 있는 주민들을 향한 약간의 동정심도, 화해·공존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인물이라는 의미다.



보수 논객인 데이비드 프렌치도 <타임>에 게재한 칼럼 "왜 볼턴의 책은 다른 폭로들과 차이가 없는가"에서 회고록을 혹평했다. 현 정권의 1급 외교기밀을 폭로하는 내용임에도 대선 정국에 지진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트럼프가 나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애쓰는 공화당원들조차 트럼프 문제에 둔감해지게 만드는 책이라는 것이다.



볼턴의 역설... 한반도의 지난 4년이 더욱 경이롭다



볼턴의 회고록은 그동안 미국이 어떻게 다른 나라의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평화를 방해해 왔는지 보여주는 교과서다. 전쟁광이 설계한 세계 질서보다 차라리 천박한 장사꾼이 더 인간적이란 생각마저 들게 할 정도로 난맥상에 빠진, 미국 외교의 자기 고백서다. 볼턴은 일본 아베 정권과 함께 보조를 맞춘 기록도 부끄럼 없이 기록했다.



그래서일까. 이런 인물들의 무수한 훼방을 뚫고 '종전선언' 근처까지 달려갔던 한반도의 지난 4년이 더욱 경이롭다. 그의 회고록이 북한을 둘러싼 오해와 최근의 경색 정국을 풀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존 볼턴의 역설이다.



트럼프 청문회를 보이콧하고 집필에 들어간 일에 대해 볼턴은 변명한다. "때를 기다렸다"고. 달려드는 언론과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세력, 트럼프를 지지하는 자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볼턴은 책 제목처럼 다시 한번 뮤지컬 <해밀턴> 속 대사를 인용한다. "나는 한 방을 버리지 않았어(I am not throwing away my shot)"라고. 미국 건국 영웅 해밀턴이 극 중에서 좌우명으로 되뇌던 말로 자신의 비겁함을 변명한 것.



뮤지컬 <해밀턴>의 크리에이터 린-마누엘 미란다는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무단도용한 볼턴을 비난했다. "의회에서 증언할 수 있었음에도, 당신은 내 노래 제목을 빌려서 '현금 인출' 책을 썼지"라고.

 

▲ 미국 백악관을 배경으로 18일(현지시간) 촬영된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났던 방'의 표지. ⓒ AP=연합뉴스

 


책을 출간한 사이먼앤슈스터(Simon&Schuster) 출판사를 제외하고 그를 옹호하는 이는 잘 보이지 않는다. 국가 기밀에 관련된 내용 출판 시 허가를 받아야 하는 연방법에 따라, 백악관은 '볼턴 회고록 415군데를 수정하거나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수도 워싱턴의 연방지방법원은 백악관이 제기한 출판금지 소송을 기각하면서도 "책의 기밀 누설 여부에 따라 볼턴은 수익을 잃을 수도 있으며, 국가 안보를 위협한 형사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볼턴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1948년생, 올해 71세인 존 볼턴을 두고 누군가 남긴 한 마디가 인상 깊다.

"볼턴은 권력에 취한 전형적인 백악관 고위 관리였다. 그는 자신이 선출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 부디 전쟁광의 시대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길 바란다. 평화와 공존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국 외교가 시작되길 간절히 바란다.

 

[ 최현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