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자료, 기사 사진

일본 정부에 ‘위안부’ 배상 책임 물은 역사적 판결 "일본, 위안부 피해자 12명에게 1억씩 배상해라"

道雨 2021. 1. 8. 13:22

이용수 할머니 "살다 보니 이런 일이...사죄를 받아야 하는데"

 

위안부 피해자 손배소 가운데 첫 승소 판결에 "너무 좋다"며 흐느껴
이 할머니 등 20명이 제기한 소송 1심 선고는 13일..."서울중앙지법에 간다"

 

중앙지법 나서는 이용수 할머니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020년 11월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일본 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마지막 변론기일에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kane@yna.co.kr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네요. 다 여러분들이 힘써주신 덕이에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1심 재판에서 승소했다는 소식을 들은 이용수 할머니는, 8일 연합뉴스와 통화 말미에 국민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이 할머니는 "너무 좋습니다"라고 입을 연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채 흐느꼈다.

그는 "10시쯤 뜬 속보를 보고 알았다. 이 소식만 기다렸다"며 "13일 서울중앙지법에 간다. 전날 먼저 올라가서 따뜻한 온돌방에서 (같은 취지로 제기한 다른 손해배상 소송 1심 선고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정곤 부장판사)는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1인당 1억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우리나라 법원에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여러 건 가운데 판결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취지로 이 할머니 등 20명이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1심 판결은 오는 13일 나온다.

이 할머니는 "법원에서 처음으로 상징적으로 내린 거다"라며 "배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죄를 받아야 하는데…"라고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그는 "내가 왜 위안부여야 하냐"며 "일본이 언제까지 저럴지 모르겠다. 피해자가 있을 때 진정 어린 사죄를 해야 한다. 저는 돈(손해배상액)이 아니라 사죄를 받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일본 정부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데, 내가 있을 적에 사죄하지 않으면 영원히 사죄를 안 하는 거다"며 "영원히 나쁜 나라가 되는 거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소송은 배 할머니 등이 2013년 8월 위자료를 청구하는 조정 신청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배 할머니 등은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점기에 자신들을 속이거나 강제로 위안부로 차출했다며, 1인당 1억원 위자료를 청구했다.

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피해 할머니 12명 중 7명이 세상을 떠났다.

그동안 재판을 거부해온 일본 정부는 이날도 출석하지 않았다.

 

(대구=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sunhyung@yna.co.kr

 

************************************************************************************************************

 

법원 "일본, 위안부 피해자 12명에게 1억씩 배상해라"

 

5년 만에 나온 법원 첫 판단... "일본 반인도적 범행, 국가면제 적용 안 된다"

 

[기사 보강 : 8일 11시 19분]

법원이 일본 정부에게 위안부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1억 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소를 제기한 지 꼬박 5년 만에 나온 법원의 첫 판단이다.  

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재판장 김정곤)는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의 1심 결론을 내렸다. 이날 재판부는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인용했다. 재판부는 "피고(일본 정부)의 불법행위가 모두 인정되고,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들은) 상상하기 힘든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어야 했다"라며 "피고로부터 사과와 배상을 제대로 받지 못한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위자료는 적어도 원고들이 청구한 각 1억 원 이상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국가면제론, 반인륜적 범죄에 적용되지 않는다"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김강원 변호사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법원이 '국가(주권)면제론'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가면제론은 국가의 주권행위에 대해 다른 국가에서 재판받는 것을 면제한다는 논리인데, 그간 일본정부는 이 점을 방패로 삼아 소송에 무대응해왔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피고의 범죄 행위는) 계획적, 조직적으로 자행된 반인도적 행위로서, 국제 강행규범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이런 부분까지 국가면제를 인정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 우리 법원은 피고가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일본 정부의 반인륜적 범죄행위의 경우, 국가면제론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 피해 할머니들의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다. 

재판부는 판결 말미에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효력이 이번 소송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피고가 직접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과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내용을 보면,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 내용이 포함됐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청구권이 소멸하는 것은 없다"고 명시했다.

5년 만의 첫 판단... 위안부 손배 선고 13일에도 예정

한편, 이날 판단은 소가 제기된 지 꼬박 7년, 사건이 법원에 오른 지 5년 만의 결과다. 2013년 8월 피해 할머니 12명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1인당 1억 원씩 12억 원을 배상하라"는 민사조정 신청서를 처음으로 제출한 바 있다. 조정이란 당사자 간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절차다. 하지만 당시 일본 정부는 이 사건이 헤이그송달협약 13조 상의 "자국의 안보 또는 주권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대응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후 피해 할머니들은 2015년 10월 이 사건을 정식 재판에 넘겨달라고 요청했고, 사건은 이듬해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부로 넘어갔다. 그럼에도 재판은 일본 정부의 계속된 재판 참여 거부 문제로 인해 4년간 공전됐다. 결국 재판부는 2020년 1월, 이 사건을 '공시송달'로 처리한 뒤, 재판을 진행했다.

공시송달이란 피고의 주소를 알 수 없거나 피고가 서류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계속 재판에 불응할 경우, 법원이 송달 서류를 보관한 뒤 당사자가 나타나면 향후 교부할 뜻을 법원 게시판에 게시하는 방법이다.

한편, 오는 13일에도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길원옥, 고 곽예남 할머니 등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배소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원고가 다를 뿐,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이라는 점은 같다. 

"역사적인 승소 판결"

선고 직후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새로운 지평을 연 역사적인 승소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나영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법원에서 정의기억연대 등 여러 단체 이름으로 낸 성명서를 낭독했다. 그는 "이번 판결은 대한민국의 헌법 질서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국제인권법의 인권존중원칙을 앞장서 확인한 선구적인 판결"이라면서 "피해자들의 절박한 호소에 성심껏 귀 기울여,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책무를 다한 대한민국 법원의 판결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와 같이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당한 경우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재판청구권과 보편적 인권존중의 원칙을 국가면제의 항변보다 앞세워야 한다는 명쾌한 선언이다"라고 평가했다.

이나영 이사장은 일본을 향해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원고 중 상당수가 운명을 달리해, 현재 피해생존자는 5명에 불과하다. 시간이 없다. 일본 정부는 지체없이 판결에 따라 배상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글: 강연주(play224)

사진: 이희훈(lhh)

 

*****************************************************************************************************************

 

일본 정부에 ‘위안부’ 배상 책임 물은 역사적 판결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처음으로 승소한 8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에 고 배춘희 할머니를 비롯해 돌아가신 할머니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12명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위안부’ 피해에 대해 일본 정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로, 국제적인 반인도 범죄의 책임 소재를 법적으로 못박고, 피해자에게 실질적 정의 회복의 길을 튼 역사적 의미가 크다.

 

재판의 쟁점은 우리 법원이 일본 정부의 행위에 재판권을 갖느냐는 것이었다. 일본 정부는 한 국가의 주권적 행위를 다른 나라에서 사법 판단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국가면제’ 이론을 내세웠다. 하지만 재판부는 “(‘위안부’는) 당시 일본제국이 비준한 조약 및 국제법규를 위반한 것일 뿐만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도쿄재판소 헌장에서 처벌하기로 정한 ‘인도에 반한 범죄’에 해당한다”며 “국가면제 이론은 국제 강행규범을 위반해 타국의 개인에게 큰 손해를 입힌 국가가 그 이론 뒤에 숨어 배상과 보상을 회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 위해 형성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인류 보편의 인권을 규정한 세계인권선언을 비롯한 현대의 국제법적 근거에서 도출한 지극히 상식적인 법 해석이다.

 

국제법 질서는 강자의 논리를 반영하는 측면이 크다. 2004년 이탈리아 대법원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게 끌려가 강제노역을 한 자국민에 대해 독일 정부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이후 국제사법재판소는 독일의 손을 들어주는 보수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국제법은 고정불변이 아니며, 인류가 성취한 인권·정의의 가치에 발맞춰 변화해야 한다. 게다가 전범국으로서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 배상 노력을 기울여온 독일과, 아무런 사과도 공식 배상도 하지 않은 일본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이나 2015년 한-일 외교장관 합의로 해결된 사안이라는 기존 주장을 고수하며, 판결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항소조차 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대로 판결 내용이 확정되면 집행 단계로 넘어가는데, 이는 더 큰 외교적 갈등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는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해야 하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는 과거의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 역사적·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태도 전환 없이는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 2021. 1. 9  한겨레 사설 ]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977986.html?_fr=mt5#csidxedc376699c28d42886c2bb62fef664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