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교육감의 특별채용’과 감사원이 답해야 할 것
법에도 눈물이 있다는 말은, 굶주림에 지쳐 빵 한조각을 훔친 죄로 삶의 대부분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던, 장 발장의 비극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이 담긴, 문명화된 현대의 집단적 반성문이 아닐까 싶다. 이런 이유로 어떤 상황에 대한 판단은 절차적 측면과 실체적 측면을 동시에 고려하게 된다. 절차와 실체는 많은 경우 일치하여 판단에 혼선이 없지만, 때때로 불일치하거나 충돌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세심하게 살펴 균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감사원이 2018년에 있었던 서울시교육청의 특별채용을 문제 삼아 조희연 교육감을 경찰에 고발했다고 한다. 교육감이 교육청 직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독단적으로 특채를 강행했다는 식으로 보도되니, 교육감이 무엇인가 업무를 무리하게 처리한 것처럼 들린다.
감사원은 고발장에서 조희연 교육감이 특별채용 과정에서 해직교사 5명을 특정했고, 관련 공무원들이 채용 결재라인에서 빠지고 심사위원단이 부당하게 구성되었다고 지적하는 등, 특별채용의 절차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교육청의 보도자료와 조희연 교육감의 기자회견 보도 내용은 감사원의 주장과 상충되는 것이어서, 감사원의 조치를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이 논란은 특별채용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지금은 감사원의 뒤늦은 조치에 대한 것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감사원에 세가지 질문을 하고 싶다.
감사원은 왜 3년이나 지난 사건을 문제 삼는 것인가?
감사원은 특별채용이 서울시교육청의 규정과 절차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나?
감사원은 서울시교육청은 물론 다른 교육청에서도 유사한 특별채용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우리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말하면, 과거 노태우 대통령 시기에 이어 최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시기에도 교육운동을 둘러싸고 정부와 교사들 사이에 상당한 갈등이 있었다. 교사들이 시국선언을 하는가 하면, 정부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들어버리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해직 사건이 발생했고,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었다. 정부가 바뀌거나 교육감이 바뀌면 해직된 교사들을 구제해야 한다는 요구가 줄을 이었다.
바로 이 맥락에서 과거에도 여러차례 그랬던 것처럼, 서울시교육청은 교사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지만 특정한 상황 때문에 해직된 교사들을 구제해야 한다는 요구를 수용하여 특별채용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그러므로 서울시교육청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면, 특별채용은 해직된 교사를 복직시켜 교사 본인과 교직 모두를 안정시킴으로써 사회적 정의를 실천한다는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는 과정이었다. 이것은 그 자체로 매우 아름다운 일이고, 사회적으로도 널리 권장할 만한 일이다.
그렇다면 해직교사 5명의 복직이 교직을 지망하는 수많은 젊은 사람들의 기회를 박탈한 것이기에 공정하지 않다는 주장은 어떤가?
다수의 신규채용과 소수의 복직은 전혀 별개의 과정이다. 더구나 이 주장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부당해고에 대한 복직은 법률에 의해 불법으로 봉쇄되어야 한다. 그래서 억측이자 궤변에 불과한 주장이다.
역사는 기억 속의 상처를 회복하는 과정이다. 우리 사회에서 교육운동은 역사가 있는 운동이다. 문제가 된 특별채용은 교육운동의 역사에서 발생했던 하나의 상처를 보듬는 과정이었다. 보듬어지지 못한 더 많은 상처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
절차에 부합하는 역사적인 문제를 마주할 때는 사회적 정의가 판단의 기준이 되도록 지혜가 발휘되어야 할 것이다. 감사원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절차의 규정집에도 정의와 지혜의 정신이 깃들기를 바란다.
정대화 ㅣ 상지대 총장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993717.html#csidx63813441f3959049888e85662a6ac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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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의 편견을 고발한다
감사원이 전교조 해직교사 5명을 부당하게 특별채용했다는 이유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고 공수처에도 자료를 넘겼다. 이로 교육계는 물론, 언론과 정치판이 함께 들끓고 있다.
조 교육감의 말을 빌리면 “특별채용 시 대상을 특정하지 않았으며, 동일 요건을 갖춘 다수인을 대상으로 공개경쟁을 진행하도록 했다”.
수년 전부터 교육단체와 시의회가 교육 양극화와 특권교육 폐지에 공적이 있는 교사들을 특별채용하라고 요청했던 것을, 조 교육감이 시대정신에 부합한다고 생각하여 뒤늦게 수용한 것이다. 채용 담당자와 부교육감을 업무에서 배제한 채 불공정하고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과거에 해직교사 특채와 관련하여 소송이 진행되고 이로 담당자들이 수사를 받은 전례 때문에 우려와 부담을 표현한 것이고, 이에 조 교육감이 7명의 변호사로부터 유권해석을 받아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면서 특별채용제의 방법과 절차에 따라 진행한 것이다. 무엇보다 특별채용은 교육감의 재량권이며, 전임 교육감 재직 시에도 이루어졌던 일이다.
시비를 걸 일조차 아닌데, 민주당 정권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여기에는 보수 관료들의 시대착오적인 네가지 편견이 자리한다.
첫째, 이들은 전교조를 과격한 좌파 교사들의 집단으로 간주한다. 수십조원을 들여 외려 창의력을 억압하고 인성을 파괴하며, 교실을 경쟁과 폭력과 자살 충동의 장으로 바꾸는 곳이 우리 교육 현장이다. 이런 교육에 맞서서 참교육을 실천하자는 곳이 전교조다. 그들 중 대다수가 지식보다 지혜를 가르치고, 외우기보다 생각하게 하고, 경쟁하기보다 함께 어깨동무하고 험한 길을 가라고 권한다.
둘째, 이들은 머리로 하는 것은 노동이 아니라며, 교사들의 노동조합 결성 자체를 부정한다. 이들은 21세기에도 “마음을 쓰는 자는 남을 다스리고, 힘을 쓰는 자는 남의 다스림을 받는다”(勞心者治人 勞力者治於人)라는 중세의 노동관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은 인간이 자신의 목적대로 도구를 매개로 자연과 타자와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가치를 생산하는 실천 행위다. 육체노동자도 머리를 쓰며 일하고, 교사들도 몸을 움직이며 수업을 준비하고 가르친다. 또 산업사회와 자본주의의 맥락에서 노동자가 열악한 환경에서 착취와 억압을 당하기에 근대 국가는 헌법으로 노동3권을 보장한다.
셋째, 이들은 교사들의 정치 행위를 부정한다. 정치가 작동하지 않는 장(場)이 없기에, 이를 부정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적이다. 이미 2019년에 ‘국제노동기구(ILO) 협약·권고 적용에 관한 전문가위원회’는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 활동을 일체 금지하는 국가공무원법 65조가 아이엘오 111호 협약을 위반한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넷째, 이들은 해직교사의 복직이나 노조 활동을 부당한 것으로 간주한다. 박근혜 정권이 이를 꼬투리로 삼아 전교조를 법외노조화할 때, 대법원은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하였고, 아이엘오는 이를 즉각 중지하고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 관련 법령을 권고에 따라 수정하라고 강력히 요청한 바 있다. 오히려 부당하게 해고된 노동자의 복직이 사회 정의를 세우는 길이다.
이번 일에 유대인에 대한 편견 때문에 무고한 한 장교를 간첩으로, 사형으로 몰고 가며 프랑스를 양분하였던 드레퓌스 사건이 겹쳐진다. 에밀 졸라는 ‘나는 고발한다’는 글을 실어 이에 맞섰고, 결국 진실은 승리했다. 그중 한 대목으로 마무리한다.
“한쪽에는 햇빛이 비치기를 원치 않는 범죄자들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햇빛이 비칠 때까지 목숨마저도 바칠 정의의 수호자들이 있다. (…) 진실이 땅속에 묻히면 그것은 조금씩 자라나 엄청난 폭발력을 획득하며, 마침내 그것이 터지는 날 세상 모든 것을 날려버릴 것이다.”
이도흠ㅣ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993987.html#csidx118801018ab44aa8af12edc9828522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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