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판 기브 미 초콜릿" 황교안의 나라망신
[하성태의 인사이드아웃] 야당의 '백신 정치' 언제까지 계속할 건가
▲ 5월 말부터 코로나19 백신을 맞게 될 70세 이상 어르신의 사전 접종 예약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14일 서울 동대문구 체육관에 마련된 코로나19 동대문구 예방접종센터. 2021.5.14
당연히 예방접종을 꼭 하셔야 된다. 사실 지금 개발된 코로나19 백신들은 금기가 되는 기저질환이 없다고 보시면 될 것 같다(...). 정말로 꼭 (백신을) 맞으셔야 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코로나19에 감염이 돼서 예후가 안 좋은 분들 중에 상당수가 당뇨병이 있는 분들이다. (엄중식 가천의대 감염내과 교수)
13일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전문가 초청 '안전한 예방접종' 설명회에 참석한 엄중식 가천의대 감염내과 교수의 신신당부다. 고혈압‧당뇨‧뇌출혈 등 기저질환 환자들도 꼭 백신을 맞으라는 당부가 이어졌고,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또한 "(백신 접종은) 단순히 사망을 막아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감염을 막아주고 전파를 차단을 해서 내 주변도 안전하게 만들어준다"고 강조했다.
13일부터 60∼64세 대상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이 시작된 가운데,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질병관리청)은 60세 이상 고령층의 접종을 적극 독려하는 모양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체 코로나19 확진자 중 60세 이상이 26% 이상이고, 코로나19 사망자 10명 중 9.5명이 60세 이상이었다. 60세 이상의 백신 접종 2주 후 감염 예방효과는 89.5%, 사망 예방효과는 100%였다. 정부가 고령층 백신 접종에 사활을 걸 만한 수치였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앞서 언급한 기저질환 관련 사항을 포함해, 백신과 관련한 갖가지 부정확한 정보들에 대한 '교정'이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이 치매를 유발한다는 가짜뉴스는 전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단언했다. 유럽발 희귀 혈전증 부작용 또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200만 회 이상 접종됐지만 국내에선 아직 발견조차 되지 않았고, 인종적 차이를 고려해도 (희귀 혈전증) 발생률은 좀 더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자, 그렇다면 누구를 믿고 누구를 불신할 것인가. 코로나19가 창궐한 이후 1년 반 가까이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해 매진하는 동시에, WHO를 비롯한 해외 정책이나 연구 및 사례들을 부지런히 참고하고 적용해온 질병관리청이나 관련 전문가들을 불신한다면 과연 누구를 믿을 것인가.
신뢰와 불신 사이
이와 관련 지난 11일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정례브리핑에서 "인터넷에서 근거가 없고 과도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허위정보가 돌아다니고 있다. 이런 가짜뉴스를 믿고 예방접종을 기피하는 확증편향 경향이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한다"며, 대표적인 가짜뉴스 세 가지로 다음을 꼽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수십 명이 숨졌다',
'백신 부작용을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선진국은 맞지 않고 우리나라와 아프리카 국가들만 접종한다'.
질병관리청이 홈페이지에 매일 업데이트하는 정보들만 체크해도 걸러낼 수 있는 정보들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정부와 전문가들이 백신 접종에 매진하며 바이러스와 싸워도 모자랄 시간에, 가짜뉴스, 허위정보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백신 확보 및 수급 상황만 봐도 그렇다. 13일 질병관리청은 "12일 화이자 백신 43.8만 회분, 13일 코백스(COVAX)를 통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83.5만 회분이 추가로 공급, 이날 기준 583만 회분이 도입됐다"며, 5~6월 백신 예방접종 계획에 차질이 없을 것이란 설명을 내놨다.
또 향후 공급 계획 또한 상반기 아스트라제네카(14일까지 59.7만 회분, 6월 첫째 주까지 723만 회분 공급)나 화이자 백신(412.6만 회분 순차 공급) 모두 수급에 이상이 없을 것이라고 한다. 아울러 현재까지 정부가 확보한 백신은 모두 9900백만 명 분이다. 이미 전체 인구가 2번 가까이 맞을 수 있는 양을 확보했고, 올 4분기까지 3번 맞을 수 있는 총 1억9천만 회 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기본적으로 해외 제약회사들이 정부가 밝힌 계약 내용대로 제때 공급만 해준다면, 물량이나 수급 상황 자체는 문제가 없다. 정부가 강대국의 백신이기주의에 맞서 국내 기업들과 백신의 직접 및 위탁 생산을 추진하고, 궁극적으로 '백신 독립'을 이루려는 것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 정책 방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보수 경제지를 등에 업은 보수야당은 '백신대란', '백신 정책 완패' 등 여전히 백신 공포를 창궐시키는 데 매진 중이다. 유일한 근거 수치는 접종률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0일 질병관리청이 밝힌 1차 접종 완료자는 367만 명을 넘겼다(전체 인구 대비 7%대). 5월 초까지 50%에 근접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접종률 7%대라는 단순 수치가 비난의 근거다. 사망자 숫자나 확진자 수, 확진자 증가 추세나 코로나19를 둘러싼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할 생각은 추호도 없어 보인다.
급기야 미국까지 가서 "21세기판 '기브 미 초콜렛'" 운운한 정치인까지 등장했다. 지난 5일 방미해 '백신외교'를 자처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그 장본인이다.
▲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 장관과 화상 대화를 했다며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린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무한 정쟁
국민의힘 소속의 지자체장들이 있는 서울, 부산, 제주 등이라도 굳건한 한-미 동맹의 상징적 차원에서라도 백신 1000만회분에 대한 지원을 부탁했다.
12일까지 미 워싱턴을 방문한 황 전 대표가 지난 11일 특파원 간담회와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백신 외교' 성과 중 일부다. 황 전 대표는 "미 주요업체 백신 1000만 개를 한-미 동맹 혈맹 차원에서 대한민국 쪽에 전달해줄 것을 정·재계 및 각종 기관 등에 공식 요청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미 백악관 안팎에서 인도 등 코로나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국가에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잔여 백신을 먼저 넘겨줄 것이란 관측이 파다했다. '황교안 백신 외교'의 실효성 자체에 의문이 제기됐던 대목이다.
정부의 백신 정책을 조롱하듯 황 전 대표가 10일 페이스북에 쓴 글의 제목은 "21세기판 '기브 미 초콜렛'". 본인이 그 '기브 미 초콜릿'을 실천(?)했다고는 생각지 못하는 걸까?
같은 당의 장제원 의원은 즉각 "나라 망신"이라고 비판했고, <동아일보>조차 14일 사설을 통해 황 대표의 발언을 소개한 뒤 "백신 지원 협조를 요청하며, 난데없이 국민을 편 가르는 듯한 황당한 발언을 한 것"이라며 "이번 백신 설화(舌禍)만 보더라도 조급하게 정치 일선에 나서기보다는 좀 더 자숙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일침을 놨다.
이처럼 황 전 대표의 이번 방미가 '자기 정치'의 일환이라는 사실은 자명해 보인다. 국민의힘이 이에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다. 공교롭게도 황 전 대표가 워싱턴을 출국한 12일(현지시간) 국민의힘은 기어코 코로나19 백신 대표단을 미 워싱턴에 파견했다. 이 역시도 오는 21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 앞선 국민의힘의 자기 정치의 일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대표단이 부디 더 이상의 '기브 미 초콜릿'만큼은 멈춰줬으면 하는 바람은 과한 욕심일까.
그러거나 말거나, 국민의힘의 가짜뉴스 살포는 연일 수위를 높여가는 중이다. 김기현 신임 원내대표는 "우리 정부의 백신 확보는 꼴찌, 호언장담은 세계 최고"(4일) 발언으로 언론의 팩트 체크 대상이 됐다. 11일 조경태 의원 역시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이미 임상실험에서 아스트라제네카는 60%의 효능이, 모더나나 화이자는 95%의 효능이 있는 걸로 드러나 있다"는 기존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한 불신을 증폭하는 주장을 이어나갔다.
국민 생명과 직결된 백신 문제를 지속적으로 정쟁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 국민의힘의 이러한 백신 정치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적어도 불과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차기 대선 전까지, 심지어 집단 면역이 현실화된 이후까지 지속되지 않을까.
황교안의 노오력
백신 접종이 우리의 삶을 안전하게 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기가 너무 힘든 세상이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것도 싸움의 대상이 비과학적인 '안아키'나 안티백신 정도가 아니라 언론과 정치인이 될 줄은 몰랐다.
지난 11일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페이스북에 적은 한탄이다. 그렇다. 2년째 계속되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고통을 감내 중인 상황을 정쟁과 정치적 공세의 수단으로만 활용하는 이들이야말로 '공공의 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수십 명이 숨졌다'거나, '백신 부작용을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다'는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이들보다 더 큰 싸움의 대상이란 얘기다.
KBS가 서울대 보건대학원과 함께 백신 인식조사를 했더니 '백신을 맞겠다'는 답, 59.2%였습니다. 두 달 만에 6%p 줄어 처음 60%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백신 접종을 안 하겠다는 사람 중에 36%는 원래는 접종할 의사가 있었는데 생각을 바꾼 경웁니다. 백신이 안전한지 불신이 커졌기 때문인데 특히, 지금 60살에서 75살까지 예약중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안전성을 신뢰한다는 응답이 30% 정도에 그쳤습니다. (13일 KBS <뉴스9> 보도 중)
누가 이런 불안과 불신을 키웠는가. 두 달 만에 무려 6%P나 되는 국민들의 백신 접종 의지를 돌려세운 것이 누구인가. 미국까지 가서 '기브 미 초콜릿'을 떠올린 황 전 대표와 같은 이들의 '노오력'이 반영된 결과 아니겠는가.
하성태(wood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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