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윤석열의 아킬레스건, 윤우진 전성시대

道雨 2021. 8. 20. 09:56

윤석열의 아킬레스건, 윤우진 전성시대

 

국세청 고위직이었던 윤우진씨는 수사 도중 해외로 도주해놓고도 구속되지 않았고, 무혐의 처분을 받아 복직했다. 윤씨는 윤대진 검사장과 형제이고, 윤 검사장은 윤석열 전 총장과 의형제다.

 

세무공무원 뇌물수수 의혹. 경찰 소환조사. 도피성 해외 출국. 무단결근. 파면. 8개월간 해외 떠돌이. 인터폴 수배. 강제송환. 경찰 신병 확보. 구속영장 신청. 검찰 반려. 검찰 무혐의 처분. 복직. 정년퇴직.’

 

‘윤우진 사건’을 압축하는 열쇠말이다. 2012년부터 2015년 사이 일어난 이 사건이 2021년 다시 소환됐다. 대선에 출마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검증 때문이다. 경찰과 검찰을 취재한 기자들 사이에서 이 사건은 ‘윤석열 아킬레스건’으로 통한다. 왜 그럴까?

 

서울 성동구 마장동 마장축산물시장. 서문 입구에서 100m쯤 걸어 들어가면 연건평 1384.61㎡(약 419평)짜리 3층 건물이 나온다. 육류 수입업체 ㅌ트레이드 사무실도 이 건물에 있다. 이 회사 대표가 건물주인 김 아무개씨(65)다. ㅌ트레이드 직원은 “사장님이 요즘 사무실에 나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축산업자 사이에 ‘마장동 재벌’로 통한다. 한 축산업자는 “김 사장은 전남 무안이 고향인데 마장동에서 밑바닥부터 시작해 돼지고기 수입으로 돈을 엄청 벌었다. 요즘은 건물 등 부동산을 사러 다니는 걸로 안다. 마장동 일대에 김 사장이 소유한 부동산이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방탄소년단(BTS) 멤버 등 스타들이 많이 살아 ‘연예인 아파트’로 알려진 성동구 소재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 6월까지 새마을운동 성동구지회장을 지냈다. 마장동 일대 몇몇 축산업자들은 10여 년 전 김씨가 경찰조사를 받은 사건을 기억하고 있었다. 바로 윤우진 사건의 시작이다.

 

김씨는 2010년 아들을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 부정 입학시킨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국내 유일한 콘트라베이스 전공 교수였던 이 아무개 한예종 교수로부터 고가의 악기(콘트라베이스)를 구입하고, 아들 합격 뒤 사례비를 건넨 혐의였다.

 

* 2013년 4월25일, 타이로 도주했다가 송환된 윤우진씨가 서울청 광역수사대로 압송되고 있다.ⓒ연합뉴스

 

입시비리 수사 과정에서 김씨의 조세포탈 혐의가 포착됐다. 경찰은 김씨가 육류 수입업체를 일부러 폐업하고 다른 회사를 차리는 방식으로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를 잡았다. 또 원가를 부풀려 거래처에 고기를 넘긴 뒤 차액을 되돌려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찾아냈다. 뭉칫돈의 흐름을 쫓다 보니 김씨와 국세청 간부 사이의 수상한 돈거래가 나왔다. 이 국세청 간부가 용산세무서장이었던 윤우진씨(66)다.

 

윤우진씨는 2010년 1월4일부터 12월29일까지 성동세무서장을 지냈다. 마장동 축산물시장은 성동세무서 관할이다. 경찰은 윤씨가 이때 지역 유지인 ‘마장동 재벌’ 김씨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보고 있다. 둘은 나이도 비슷하고 입지전적 인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윤우진씨는 충남 청양 출신이다. 1974년 9급 일반 공채로 세무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2006년 서기관(4급)에 올랐다. 서기관은 국세청 전체 직원 가운데 상위 2%에 해당하는 간부급이다. 행정고시 출신이나 세무대학 출신도 아닌 일반직 9급에서 사무관까지 오른 것이다.

현직 시절 그에게는 ‘너른발’ ‘정보통’ 등 수식어가 붙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윤우진 서장은 부임하면 어디를 가든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기자 등 인맥을 넓혔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맥이 두터워 정보에 밝기도 했지만, 잘나가는 특수통 검사인 동생 덕도 보지 않았겠느냐”라고 귀띔했다.

 

“다이어리 메모가 있고 동선이 일치했다”

 

윤우진씨의 친동생은 윤대진 검사장(사법연수원 25기·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이다. 윤대진 검사장이 검찰에서 의형제를 맺은 인물이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사법연수원 23기)이다. 두 사람은 특수통 계보를 잇는 검사로, 성이 같고 수사 스타일도 비슷해 ‘대윤(윤석열)’ ‘소윤(윤대진)’으로 불렸다(〈시사IN〉 제320호 ‘대윤:국정원을 삼킨 검사’ 기사 참조).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직후 단행된 인사에서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 요직을 차지했는데, 이 인사를 주도한 장본인이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012년 2월 말부터 윤우진 사건 내사에 들어갔다. 그해 6월 말 성동세무서 직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당시 용산세무서장이던 윤우진씨는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7월2~5일, 우울증 등을 이유로 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당시 대검 중앙수사부 윤석열 중수1과장에게 SOS를 쳤다.

 

이와 관련된 윤 전 총장의 육성은 다음과 같다. “윤우진씨가 어디 병원에 이틀인가 사흘인가 입원을 했다. 그래서 갔더니 애들(경찰)이 자기를 노린다. 이렇게 얘기하더라고.” 2019년 7월8일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당시 청문회장에서 공개되기도 했는데, 2012년 12월 윤석열 검사는 〈뉴스타파〉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차피 이게 분위기를 딱 보니까, 아, 대진이(윤대진)가 이철규(전 경기경찰청장)를 집어넣었다고, 얘들(경찰)이 지금 형(윤우진)을 걸은 거구나 하는 생각이 딱 스치더라고. 그래서 이 사람한테 변호사가 일단 필요하겠다. 그리고 지금부터 내가 이 양반하고 사건 갖고 상담을 하면 안 되겠다 싶어가지고. 내가 중수부 연구관 하다가 막 나간 이남석(당시 변호사)이 보고 일단 네가 대진이한테는 얘기하지 말고, 대진이 한참 일하니까, 형 문제 가지고 괜히 머리 쓰면 안 되니까, 네가 그러면 윤우진 서장 한번 만나봐라.”

 

2019년 7월8일의 인사청문회 오전까지만 해도 ‘윤우진씨에게 변호사를 소개한 적이 없다’고 했던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의 거짓말 논란이 불거졌다. 이 인터뷰에서 거짓말 논란보다 더 주목해야 할 대목이 있다. 윤우진 사건을 바라보는 검사 윤석열의 시각이다. 그는 윤우진 사건을 경찰의 보복 수사로 예단했다.

 

당시 경찰 수사팀의 말은 다르다. “육류 수입업자 김씨가 윤우진 서장을 접대한 ㅅ골프장을 확인하려고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에 요청했는데 안 나왔다. 처음에는 그럴 수 있다고 보고 한 번 더 신청했다. 근데 계속 안 내주는 거다. 검찰이 기를 쓰고 기각하더라. 이게 뭐냐. 이상한 거다. 알아보니까 윤우진 서장이 검사들 데리고 골프 치고 게임비 주고 그런 거였다.”

 

경찰은 2012년 7월25일 윤우진 서장이 자주 이용한 영종도 ㅅ골프장 등 5곳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이 ‘포괄적’이라며 영장을 반려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가 이 사건을 지휘했다. 7월26일에 검찰 인사가 났는데, 형사3부 부장검사는 이형택 검사(사법연수원 24기)였다. 이 부장검사는 이남석 변호사(사법연수원 29기)와 대학 선후배 사이다. 윤석열 대검 중수1과장은 이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신청은 검찰 단계에서 두 차례 기각되었다. 세 번째 신청한 영장은 검찰을 거쳐 법원에서 발부되었다. 8월8일에야 경찰은 영종도에 있는 ㅅ골프장을 압수수색할 수 있었다. 골프장 이용자 명단에 ‘윤우진’이란 이름이 없었다. 윤우진 서장은 영종도에서 낚시터를 운영하는 최 아무개씨 이름으로 골프를 친 것으로 확인됐다.

 

* ‘윤우진 사건’ 당시 경찰은 ㅅ골프장(사진)으로 가는 톨게이트 하이패스 기록을 뒤져 윤우진씨와 윤석열 검사의 동선이 일치한다는 것을 밝혔다. 윤 전 총장은 “그전이라고 기억된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신선영

 

 

경찰은 압수물을 분석하고 다시 ㅅ골프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그때부터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네 번 연속으로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기각한다. 결과적으로 7번의 신청 중 1회만 발부된 셈이다.

검찰은 경찰 측에, 육류 수입업자 김씨와 제보자(김씨의 조세포탈 혐의를 제보)를 대질신문하거나 혹은 김씨가 윤우진씨에게 골프 접대한 날짜를 특정한 뒤 영장을 신청하라고 ‘지휘’했다.

당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팀장이었던 장우성 총경은 2019년 7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 “(제보자와 김씨) 대질은 말이 안 되는 수사 지휘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장 팀장은 사법고시 출신으로 사법연수원 수료 뒤 경찰에 임관했다(지난해 12월 경찰을 떠나 현재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압수수색 영장이 잇달아 반려되자, 경찰 수사팀은 우회로를 택했다. 윤 서장이 육류 수입업자 김씨뿐 아니라 검사들과 골프를 친 정황증거를 확인한 것이다. 윤우진 서장은 본인 명의 휴대전화 외에 대포폰(차명 전화)을 두 개나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세무법인 ㄷ 안 아무개 대표(윤우진 서장은 정년퇴직 뒤 이 세무법인에 1년 정도 몸담았다), 또 다른 휴대전화는 다른 중소기업 사장 명의였다. ‘너른발’답게 검사, 경찰, 기자들과 통화 내역이 나왔다. 윤석열 검사와 통화 기록도 발견되었다.

 

이와 함께 뇌물 제공 혐의를 받고 있는 육류업자 김씨의 다이어리에서 ‘윤석열 라운딩’ 메모가 나왔다. 이 사건을 지휘하고 있는 형사3부와 이웃한 서울중앙지검 형사부 부장검사 이름까지 발견되었다.

 

경찰은 ㅅ골프장으로 가는 길목인 신공항하이웨이 톨게이트에 주목했다. 이 고속도로에는 톨게이트가 하나다. 하이패스 기록을 뒤졌다. 휴대전화 기지국 위치를 중심으로 위치추적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하이패스와 휴대전화 위치추적 내역을 보면, 윤우진씨와 윤석열 검사 동선이 일치했다. 다이어리 메모가 있고 두 사람 동선이 일치해서 우리는 골프를 함께 친 것으로 보았다”라고 말했다.

 

당시 장제원 의원, “검찰의 봐주기 수사다”

 

검사나 세무서장이 골프를 친 것은 범죄가 아니다. 경찰이 주목한 이유가 있었다. 윤우진 사건 수사에 관여한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골프장 직원 통장에 골프 비용을 미리 예치해놓으면, 골프장 직원이 사인하고 카드 결제를 하는 방식이었다”라고 말했다. 이른바 골프비 대납이다.

윤우진씨는 예치된 골프비를 ‘카드깡’으로 현금화해, 함께 골프를 친 사람들에게 게임비로 나눠주기도 했다. 경찰은 윤우진씨가 카드깡으로 현금화할 때 돈 심부름을 한 골프장 직원까지 특정해서 조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윤우진 서장이 일종의 브로커로, 그가 뇌물의 ‘종착지’가 아니고 ‘정류장’일 가능성이 있었다. 그를 통해 검사들이 골프 접대와 돈을 받은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와 관련된 의미 있는 진술도 확보했다. 각 세무서에는 지역 내 세무사와 사업가들이 참여하는 세정협의회가 있다. 경찰에 따르면, 성동세무서장 시절 윤우진 서장은 세정협의회 회원들에게 “경찰이나 검찰에 일이 있으면 나한테 얘기하라”며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녔다.

윤우진 서장의 경찰 인맥과 관련해 당시 경찰 수사팀이 당황한 적도 있다. 휴대전화 통화 목록에서 윤우진 사건 보고 라인의 경찰 지휘부 중 한 명이 윤 서장과 빈번하게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찰은 ‘김씨→윤우진→검사(또는 경찰)’로 접대가 이뤄지고 뇌물이 건네진 것으로 의심했다.

 

* 윤우진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는 육류 수입업자 김 아무개씨 소유의 빌딩(서울 성동구). ⓒ시사IN 고제규

 

인사청문회 때 야당 국회의원들도 골프 접대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이 때문에 검찰이 경찰 수사를 방해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는 윤우진씨와 영종도 소재 ㅅ골프장에서 골프를 함께 친 적은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시기를 못 박아 반박했다.

“2010년에 중수2과장 온 이후로는 골프를 거의 치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 그전이라고 기억이 된다.” 윤우진 사건 당시 경찰이 주목한 골프 접대 시기와 겹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골프 비용 역시 윤우진씨와 각자 부담했다고 해명했다. 윤 후보자는 육류 수입업자 김씨를 알지 못한다고 했다.

경찰은 김씨의 다이어리에 ‘윤석열-라운딩’이란 메모가 적힌 날짜를 2010년 이후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2011년 가을과 2012년 여름 사이 기록된 것으로 기억한다. 이 메모의 의미는 김씨와 윤우진, 윤석열이 골프 라운딩을 함께했을 수도 있고, 윤우진이 김씨가 예치한 돈을 사용하면서 ‘윤석열과 골프를 쳤다’고 과시하며 김씨에게 알려준 것일 수도 있다. 어찌 됐든 윤석열 후보자의 해명과 달랐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 방해에 가까운 압수수색 영장 기각으로 검사들 접대와 관련한 의혹은 더 나아가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반려는 윤우진 사건의 서막이었다. 경찰은 윤우진 서장에게 소환을 통보하고, 2012년 8월20일 소환조사했다. 8월22~25일 윤우진 서장은 또다시 우울증 등을 이유로 병원에 입원했다. 8월30일 윤 서장은 홍콩을 경유해 타이로 도피성 출국을 했다. 당시 경찰은 국세청 고위 간부가 수사 도중에 출국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출국금지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9월10일 경찰은 용산세무서를 압수수색했다. 9월18일 육류 수입업자 김 아무개씨를 소환조사했다. 김씨는 윤우진 서장과 골프 라운딩을 7번 했고, 4100여만 원에 이르는 골프비를 대납했다고 인정했다.

경찰은 그해 11월20일 윤우진 서장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내렸다. 당시 윤우진 서장은 골프장을 이용할 때 이름을 빌렸던 낚시터 사장 최 아무개씨와 해외에 머물고 있었다.

 

2013년 2월27일 검찰은 윤우진씨 소재 파악이 되지 않는다며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경찰은 다음 날 여권 무효 조치를 신청했다. 국세청은 무단결근 상태였던 윤우진 서장에게 복귀명령을 내렸다. 3월5일 국세청은 무단결근과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한 해외 도피 등 이유로 그에게 파면 처분을 내렸다.

 

그해 4월18일 검찰 인사가 났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 여주지청장으로 발령되었다. 동시에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다. 윤우진 사건을 지휘했던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도 장영수 부장검사(사법연수원 24기)로 교체되었다. 윤우진씨는 4월19일 타이에서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되어 4월25일엔 국내로 압송됐다. 경찰은 인천공항에서 윤우진씨의 신병을 확보했다. 체포 48시간 이내인 4월27일 경찰은 검찰에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보통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기준은 ‘사안의 중대성’ ‘증거인멸’ ‘도주 우려’ 등이다. 윤우진씨는 도피성 출국을 했고, 해외에 머물며 국내 관련자들과 입을 맞췄을 가능성이 높았다. 경찰은 당연히 검찰이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이번에도 검찰 단계에서 구속영장이 반려됐다. 인터폴 수배로 강제송환된 윤우진씨를 검찰이 풀어준 것이다.

 

경찰은 보강수사를 거쳐 7월22일 윤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했다. 윤우진씨 뇌물수수 혐의는 다섯 가지였다. 2010년 3월과 9월 윤씨가 성동세무서장 재직 당시 탈세 묵인과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육류 수입업자 김씨한테 현금 2000만원을 받았고, 2011년 2월 영등포세무서장 재직 당시 김씨한테 10만원짜리 갈비세트 100개를 받았으며, 2010년 1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4100만원 골프비 대납을 받은 혐의였다. 또 윤우진씨가 내연녀 통장을 통해 김씨에게 1000만원, 세무법인 ㄷ의 안 아무개 대표로부터 5000만원을 받았고, 차명폰 사용요금 800만원 등을 받은 혐의였다.

 

이때는 검찰도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었다. 7월29일 법원은 “범죄혐의에 관한 소명이 충분치 않고 수사 진행 상황 등에 비춰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라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윤우진씨가 출국한 동안 육류업자 김씨는 골프비 대납 이외의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윤우진씨도 골프 접대만 인정하고 나머지 돈은 김씨와 안 아무개 대표한테 빌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2013년 8월7일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윤우진씨는 뇌물수수 혐의로, 육류 수입업자 김 아무개씨와 세무법인 ㄷ 안 아무개 대표는 뇌물공여 혐의로 송치한 것이다.

 

경찰이 송치하면 검찰은 3~4개월 안에 보강수사를 통해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윤우진 사건에선 무려 18개월 동안이나 처리를 미뤘다. 비슷한 시기에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김학의 사건’에 견줘보더라도 ‘검찰의 시간’이 너무 길었다. 2013년 7월 경찰이 송치한 김학의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은 4개월 뒤 무혐의 처분을 했다.

 

                * 2019년 7월8일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온 장우성 총경(오른쪽).ⓒ연합뉴스

 

2013년 8월에 사건을 넘겨받았던 검찰은, 2015년 2월23일 윤우진씨를 무혐의 처분한다. 뇌물을 준 혐의를 받은 김 아무개씨, 안 아무개 대표도 무혐의 처분한다. 뇌물 전달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거나, 직무 관련성 또는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였다.

무혐의 처분을 내릴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은 조기룡 부장검사(사법연수원 26기)였다. 윤우진씨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은 당시 언론에 보도되지도 않았다.

현재 윤석열 캠프 총괄실장을 맡고 있는 장제원 의원은, 2019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 사건의 본질을 이렇게 말했다. “합리적으로 의심할 때 경찰은 봐주기 수사를 안 했다. 검찰의 봐주기 수사다.”

 

검찰의 무혐의 처분은 윤우진씨에게 국세청 복귀 길도 열어주었다. 2015년 4월16일 윤씨는 국세청을 상대로 낸 파면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 국세청은 항소하지 않았다. 윤씨는 그해 6월25일 정년퇴임식을 갖고, 6월30일자로 정년퇴직했다. 퇴임식에서 그는 “국세청 조직에 누를 끼치지 않고 떠나게 되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고위직 공무원이 수사를 받다가 해외로 도주해놓고도 구속되지 않고, 무혐의 처분을 받아 복직해 정년퇴직까지 마친 첫 사례였다. 그는 퇴임 뒤 세무법인 ㄷ에 몸담았다. ㅇ사 사외이사, 세무법인 ㅈ 회장 등을 지냈다. 검찰이 무혐의 처분으로 사건을 종결하면서, 2012년 경찰이 확보한 김 아무개씨 다이어리 등 수사 자료는 검찰청 창고에 방치됐다.

 

“제 식구 감싸기 아니라 윤석열 자기 일이다”

 

2019년 윤우진 사건 수사 자료를 검찰청 창고에서 다시 꺼내게 한 주인공이 검찰총장 인사청문 위원이었던 주광덕 의원(당시 자유한국당)이다. 검사 출신인 주 의원은 2019년 7월5일 윤우진씨를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뒤 수사가 더뎠다.

2020년 10월19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이 사건 지휘에서 배제시켰다. 열흘 뒤인 10월29일 검찰은 영등포세무서, 중부지방국세청을 압수수색했다. 11월13일에는 국세청, 11월19일에는 영종도 ㅅ골프장을 압수수색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13부가 이 사건을 다시 수사하고 있다.

 

4년 만에 재개된 윤우진 사건 수사 방향은 세 갈래다.

첫째, 윤우진씨 뇌물수수 의혹이다.

둘째, 2012년 검찰의 수사 방해, 2015년 검찰의 무혐의 처분 등 검찰의 봐주기 의혹이다.

셋째는 윤우진씨한테 접대를 받은 검찰이나 경찰 등 고위 인사들의 뇌물수수 의혹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2019년 김학의 사건 재수사에 나섰던 검찰 수사와 비슷한 경로를 밟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당시 검찰 수사팀은 2013년과 2014년 검찰 수사 단계에서 김학의 사건이 왜 묻혔는지, 윤중천씨와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해 처벌이 가능한지, 김 전 차관 외 윤중천씨로부터 성접대나 뇌물을 받은 공직자들은 누구인지 등 의혹을 밝혀야 했다.

김학의 3차 수사팀은 윤중천·김학의 두 사람만 구속기소하고 끝냈다. 세 가지 의혹 중 두 가지는 끝내 풀리지 않았다. 검사 징계의 시효 3년, 직무유기 공소시효 5년을 이유로, 김학의 사건을 암장시킨 검사들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았다(〈시사IN〉 제723호 ‘누가, 왜, 어떻게 김학의 사건을 덮었나’ 기사 참조).

 

윤우진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역시 윤씨 뇌물수수 의혹만 수사하고 마무리할 가능성이 있다. 봐주기 수사 의혹이나 검찰 고위 간부 수수 의혹은 검찰 내부를 수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윤우진 사건 수사 당시 경찰청 수사기획관을 맡았던 황운하 의원(민주당)은 “검찰은 그동안 어떤 비난을 받더라도 제 식구를 감싸며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윤우진 사건도 그렇게 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렇게 수사가 마무리되더라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 처지에서 ‘뇌관’이 모두 제거되는 것은 아니다. ‘윤석열 라운딩’이 적힌 김씨의 다이어리, 통화 기록, 하이패스 기록 등이 빛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9년 인사청문회 때 윤석열 후보자의 해명과 다른 정황증거가 확인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인사청문회 당시 김진태 당시 의원은 윤석열 후보자의 해명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이 사건이 제 식구 감싸기, 대표적인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라고 처음에는 생각을 했다. 친한 후배 검사의 친형이 이렇게 (조사를) 받으니까, 이것 좀 어떻게 잘 처리해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자기(윤석열) 일이다. 자기 일. 자기가 같이 골프를 치니까, 경찰이 골프 누구하고 쳤냐 이것을 골프장에다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는데, 그게 여섯 번 기각된 거다.

김진태 전 의원은 현재 국민의힘 대선후보 검증단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고제규 기자 unjusa@sis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