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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 역주행’ 윤석열, 기댈 게 ‘반문재인’뿐인가

道雨 2021. 11. 18. 09:52

‘공약 역주행’ 윤석열, 기댈 게 ‘반문재인’뿐인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원전 건설 재개,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등의 약속을 쏟아냈다. 대통령이 되면 에너지·남북관계·부동산 등의 정책 기조를 ‘문재인 정부와 반대로’ 잡아나가겠다는 것이다. 국정에 대한 깊은 고민 끝에 내놓은 정책 공약이라기보다, 정권 말기 ‘반문재인 정서’에 기대 표를 얻어보겠다는 정치적 계산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17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설계 비용도 다 들어갔고, 건설도 시작됐다가 중단된 원자력발전소는 다시 추진하겠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방침과 함께 건설이 중단된 경북 울진의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겠다는 얘기다. 윤 후보가 “재검토를 한다고 해서 원전을 신규로 막 계획하고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지만, 그가 정치권에 들어온 뒤 보여온 ‘친원전’ 행보를 떠올린다면, 그가 집권할 경우 세계적 탈원전 흐름에 어렵게 보조를 맞춰온 에너지 정책이 역주행할 것이라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윤 후보는 부동산 대출 규제와 관련해 “엘티브이(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디에스아르(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을 유연하게 풀어줄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 14일 페이스북에서 밝힌 ‘종합부동산세 재검토’ 약속처럼, 가까스로 급등세가 진정되고 있는 집값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는 발언이다. 증가 규모와 속도 모두 세계 1위인 가계부채 상황도 윤 후보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윤 후보의 ‘공약 역주행’은 남북관계 분야에서도 뚜렷하다. 그는 인터뷰에서 남북 간 상호 적대행위 중지, 무력 사용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9·19 남북 군사합의’도 파기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윤 후보의 발언과 약속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정책 기조를 뒤집는 것이다. 윤 후보로선 이런 선택이 대선 구도를 유리하게 끌고 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안보·부동산 분야는 상황 변화에 따른 탄력적 대응 못지않게 정책 일관성이 중요하다. 제1야당의 대선 후보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대선에서, 현 정부에 대한 거부감에 편승해 무원칙하고 퇴행적인 약속만 쏟아내선 곤란하지 않은가.

현 정부가 잘못한 것은 엄정히 바로잡되 그 접근은 세밀하고 정교해야 한다. ‘문재인 뒤집기’만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는 없다.

 

[ 2021. 11. 18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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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019750.html#csidx2aedf01f121e71582c03e5dbbf2cab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