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불신시대... 길바닥 저널리스트의 충고
[인터뷰] 박훈규 PD "정작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는 사람 없어"
"기자는 때로는 질문에 공격성을 가져야 한다. 기자는 시민을 대신하기 위해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었기 때문이다."
- '길바닥 저널리스트' 박훈규 PD와의 인터뷰 中
기자협회보가 2020년 1월 1일부터 10월 19일까지 네이버의 '많이 본 뉴스' PV 점유율 상위 10개 언론사 뉴스를 10건씩, 총 100여건을 질적 분석한 결과, 연예인이나 셀럽의 근황과 논란, 발언, 사건사고 등을 다루는 뉴스가 많았고, 실제 많이 읽힌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앙일보, 조선일보의 경우, 자극적인 제목을 단 박현 교수와 가수 나훈아의 발언이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다(기자협회보 '네이버 '많이 본 뉴스 PV점유율 상위 3개 언론사별 상위 1~10위 뉴스현황 및 조회수')
하지만 이러한 발언이 독자에게 알려야만 하는 필수적인 정보일까? 또한 저널리즘이 추구하는 '뉴스(News)'로서의 가치가 있을까?
저널리즘의 새 지평(地平)을 열다
사실 저널리즘의 현재는 암울하다. 기성 언론 상당수가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쉬운 흥미 위주의 뉴스를 뜻하는 연성 뉴스만을 내보내며, 언론의 의무와 본질을 외면한다. 진실을 말하지 못해 펜을 내려놓는다는 한 지역 신문의 기자들이 보여준 저널리즘의 정신은 어디로 갔을까.
연성화된 저널리즘에는 무엇이 필요한가.
그 해답을 찾기 위해 1인 미디어로서 SNS에 세월호 천막 시위 등 여러 현장을 생생하게 담는, '길바닥 저널리스트' 박훈규 PD를 지난 11월 26일, 홍대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 박훈규 PD SNS를 통해 취재 현장의 생생한 소식을 전달하는 독립 미디어 "길바닥 저널리스트"
"똑같은 이슈를 가지고도 뉴스를 만드는 사람에 따라 풀어내는 방식이 다른 이유는 '뉴스 퀄리티'가 있기 때문입니다. 유명 광고 후원과 레거시 미디어라는 자부심도 있고요. 또한, 언론이 반드시 다뤄야 할 탐사보도 같은 경우는, 한 번 취재를 시작하면 호흡이 길기 때문에, 인력이 많은 방송사들이 해야 하는데, 운영을 잘 안 합니다. 대선 같은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에만 운영을 하죠. 이 점이 시청자들을 떠나가게 만들어요."
박훈규 PD는 거대 언론사들보다 1인 미디어가 더 시의성 있는 기사를 쓰고 있는 최근의 현상을, 거대 언론사들의 '보여지는 뉴스에 대한 지나친 집착' 때문이라 답했다. 시민들은 훌륭한 그래픽이나 허례허식보다 '정확한 정보와 사실 보도'를 원하지만, 레거시 미디어는 이러한 시민들의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자가 카메라와 마이크를 든 이유, '미디어 연대'
박훈규 PD의 카메라에는 반드시 '알려야 하는' 뉴스들이 담겨 있다. 어떤 기준으로 아이템을 발굴하냐는 질문에 그는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 아무도 직접 가지 않는 곳"이 기준이 된다고 답했다. 오로지 이 목표 하나로, 모두가 멈춘 유럽의 연말 연휴에도 홀로 움직여, '국정농단'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를 찾아냈고, 고 백남기 농민의 청문회 당시 식사 자리에서 폭탄주를 돌리던 국회의원들을 포착해 영상에 담았다.
그는 레거시 미디어가 '미디어 소외자'에게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 소외자'란, 미디어에서 분명히 다뤄야 할 사람들이지만, '클릭 수'와 화제성을 유발하지 못해, 언론이 주목하지 않는 이들을 뜻한다. 박훈규 PD는 레거시 미디어의 역할은 '같은 카메라 프레임 안에서도 누가 소외되었는지 발견하여, 소외자와 피해자를 명확하게 짚어주는 것'이라 말했다.
▲ 홍콩 민주화 시위 현장에서 노란 리본을 나눠주는 사람들
"기자는 따져 물어야 해요. 때로는 질문에 공격성을 가질 필요도 있습니다. 현장 분위기에 위축되면 안 돼요. 기자는 시민을 대신해야 하니까 카메라와 마이크를 든 거잖아요. 말을 옮겨 적기만 하려면 몇 시간씩 기다리고 할 필요가 없죠, 서면으로 하면 되는데. 내 프레임에서 항상 소외되는 사람들을 위해 카메라를 잡고 펜을 든다는 생각을 해야죠. 접근성을 좁혀서 남한테 얘기 안 하는 것을 자신한테만 얘기해 줄 것이라 생각하고 정치인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기자들도 있는데, 착각입니다. 기자는 취재원을 속여야 하는 사람이지, 속임을 당해서는 안 돼요."
시민의 변화와 시민 저널리즘
"TBS보다 앞선 RTV라고 하는 시민방송이 있어요. 시민방송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데, 지원금을 1년에 1억도 못 받았습니다. 활동가들 월급만 해도 1억이 넘는데... 그래서 적자가 났어요. 정부나 지자체에서 시민방송을 키워줘야 하는데, 레거시 미디어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왜 투자를 해야 하는지 이유를 몰라요. 이런 마인드가 시민방송이 크지 못하게 막고 있는 거죠."
박훈규 PD는 현실을 극복하고 시민 저널리즘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과 시민 미디어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널이 활성화되고 시민 미디어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플랫폼이 생긴다면, 시민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선택권도 확대될 수 있다. 그는 이러한 시민 미디어의 활성화는 전폭적인 지원에서 온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주도로 재정적 지원이 이어져, 시민 저널리즘이 확대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누군가는 다뤄줘야 하는데, 항상 유명한 이슈, 대선과 같은 보도는 하면서, 정작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는 사람은 없잖아요. 이를 보여주고 들려주려면, 시민 미디어 활동가들끼리 역량을 더 모으고, 알릴 수 있는 채널이 있어야 해요. 위축되지 말고 계속해서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의 소식을 대형 언론사를 통해 듣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들어야죠."
상당수 언론은 연성 뉴스만을 내보내고, 독자는 언론에 길들여져 타의적으로 재미만을 쫓게 된다. 언론은 또 다시 독자들이 원하는 재미있는 기사거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뉴스를 생산하는 사람의 잘못이 80%라면, 이를 선택하는 사람도 20%의 잘못이 분명히 있다. 뉴스를 올바르게 만들어야 하는 것도 있지만, 올바르게 찾는 것도 각자의 몫이다"라는 박훈규 PD의 말처럼, 소비자들도 책임감을 지니고 이제는 그동안 행해졌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언론 불신의 시대에 시민 저널리즘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시민과 언론이 저널리즘의 회복을 위해 서로 공생(共生)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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