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들 코로나 속 사상 최대 이익, 취약계층 지원 나서야
주요 금융그룹들이 코로나19 재난 속에서도 지난해 사상 최대의 이익을 올렸다. ‘영끌’·‘빚투’라는 말이 상징하듯, 지난해 주택 구입과 주식·가상자산 투자를 위한 대출이 급증한 게, 금융그룹들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또한 경영 어려움에 봉착한 중소기업·자영업자들의 절박한 대출 수요도 금융그룹들이 큰 이익을 내는 데 일조했다.
케이비(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4조542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무려 35.5%나 급증한 것이다. 케이비와 신한은 처음으로 4조원대, 하나는 처음으로 3조원대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금융그룹들의 이런 실적은 무엇보다도 대출자산 급증과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이익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4대 금융그룹의 순이자이익(대출로 벌어들인 이자에서 이자비용을 뺀 값)은 34조7천억원으로, 전년보다 14.5%나 증가했다. 이는 계열 은행들의 대출이 크게 늘어난데다, 대출금리까지 높아진 덕분이다.
은행들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금융당국이 대출규제를 하자, 예금이자보다 대출이자를 더 빨리 올렸다. 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인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말 2.21%포인트로, 2년4개월 만에 최대다. 금융그룹 계열 증권사들의 수수료이익도 상당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유입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금융그룹들은 최근 불어난 이익을 직원 성과급과 주주 배당을 두둑이 지급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4대 은행은 직원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300%가량을 지급했다. 또 주식 배당성향(순이익에서 현금배당이 차지하는 비중)을 25~26%로 높이기로 했다.
경영 실적 향상에 기여한 직원들과 회사를 믿고 투자한 주주들에게 보답을 하는 건 비난할 일이 아니다. 다만, 국가로부터 공식적인 면허를 받아 영위하는 금융업은 일반 사기업과 달리 공공성이 매우 강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경제의 잠재적 시한폭탄인 가계부채 문제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손실흡수 능력을 충분히 확충해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또한 이자율 급등으로 금리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자영업자 대출 만기 연장과 부채 감면 등 채무 구조조정에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11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지난해 민간 금융권의 이익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가능하다면 은행권이 자율적으로 나서 소상공인들의 금융 애로를 조금이라도 덜어드리는 상생·협력의 모습도 기대한다”고 말했는데, 이에 호응하길 바란다.
[ 2022. 2. 12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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