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윤석열의 좌충우돌 언론관, ‘징벌적 손배’ 반대라더니 '언론사 파산' 운운

道雨 2022. 2. 14. 09:04

‘징벌적 손배’ 반대라더니 “언론사 파산” 운운한 윤석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2일 “진실을 왜곡한 기사 하나가 언론사 전체를 파산하게도 할 수 있는 강력한 시스템이 언론 인프라로 자리잡는다면, 공정성이니 이런 문제는 그냥 자유롭게 풀어놔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허위보도를 한 언론사에 대해서는 회사가 망할 정도로 손해배상을 물려 보도의 진실성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뼈대로 한 언론중재법 개정을 추진할 때는 ‘언론 재갈 물리기’라며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언론 자유와 직결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유력 대선 후보가 이처럼 그때그때 다른 말을 한다면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윤 후보의 ‘언론사 파산’ 발언은 정책공약 홍보 열차인 ‘열정열차’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혁 방안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보도가 진실하지 않으면 공정성을 얘기할 필요도 없고, 진실성을 높이려면 허위보도에 대해서는 사법절차를 통해 언론사에 확실한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것이다.

 
 
 
 
 

윤 후보의 발언은 무엇보다 국민의힘이 그동안 한사코 언론중재법 개정을 반대해온 것과 모순된다는 점에서 문제다. 지난해 민주당이 발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악의적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릴 수 있도록 했다. 민주당의 개정안 취지도 현재 법원이 판결하는 피해 배상 금액이 너무 낮아, 이를 높여 언론의 책임을 강화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언론 자유 침해’를 내세워 강하게 반대했다. 윤 후보도 “권력에 대한 비판 보도를 틀어막으려는 ‘언론 재갈법’”이라며 위헌소송 등 반대 투쟁에 나서겠다고 했다.

 

윤 후보의 발언이 징벌적 손배제에 찬성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자, 동석했던 이준석 대표가 황급히 “윤 후보는 언론중재법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윤 후보가 덜컥 ‘문제성 발언’을 내놓으면 당은 주워 담기 바쁜 ‘난맥상’이 되풀이된 것이다.

 

물론 악의적인 허위보도로 인한 시민의 피해를 구제하고 언론의 책임성을 높이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언론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그래서 지난해 말 여야가 언론중재법 개정을 멈추고 언론 전문가들도 참여하는 국회 특위로 논의를 넘긴 것이다.

윤 후보가 이런 과정과 내용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

 

또 윤 후보는 한국신문협회와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7개 단체가 언론중재법 개정에 반대하며 대안으로 제시한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에 대해서도 “그 내용이 뭔지 모르겠지만 올바른 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용도 모른다면서 언론단체들이 합심해 추진하는 일을 반대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윤 후보는 제1 야당 후보답게 현안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진중하게 발언하기를 바란다.

 

[ 2022. 2. 14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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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언론사 파산” 발언 파문…“빈곤한 언론관에 파괴적 편견” 비판

 

 

논란 일자 “판사가 결정하는 것”
전문가들 “언론의 사회적 역할 인식 못하는 사법만능주의” 지적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진실을 왜곡한 기사 하나가 언론사 전체를 파산하게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언론중재법을 반대하며 언론의 자유를 강조했던 그가, 본인과 가족 관련 의혹 보도가 거세지자, 이를 법으로 단죄하겠다는 사법만능주의로 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윤 후보는 지난 12일 순천역에서 여수로 향하는 ‘열정열차’ 안에서 ‘공영방송 지배 구조 개혁 방안’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진실을 왜곡한 기사 하나가 언론사 전체를 파산하게도 할 수 있는 강력한 시스템이 언론 인프라로 자리 잡는다면 공정성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물론 방송의 공정성을 확보해나가는 건 지배구조가 중요하지만, 저는 우리나라 언론의 공정성 문제는 그냥 정치적 공정성이라고 보지 말고, 진실한 보도를 하느냐 안 하느냐가 공정한 것이다. 진실하지 않으면 공정성을 얘기할 필요도 없다”고도 했다.
공영방송의 편향성이 여권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되는 지배구조에서 비롯되므로 이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 것이냐는 질문에, 허위보도를 강하게 규제하면 ‘불공정 언론’의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으로 답한 것이다.
 
 
윤 후보는 13일엔 “저는 언론 자유를 조금이라도 훼손시키려는 시도에 대해선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분명히 말했다”며, (언론에) 책임을 어떻게 묻느냐는 것은 판사의 판결과 결정으로 하는 것이지, 대통령이나 정치 권력자나 이런 정치적·행정적 차원에서 언론에 대한 책임 추궁은 원칙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전날 ‘언론사 파산’ 발언이 언론 통제 우려로 번지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윤 후보의 빈곤한 언론관이 ‘사법만능주의’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윤 후보의 발언은) 언론사의 기사가 사회적으로 갖는 의미, 검증 기능 등 공적인 역할의 관점이 아닌, 법으로 규제하고 징계해야 될 대상으로 보는 관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도 “언론에 대한 대응을 법적 책임부터 일관되게 말하고 있다”며 “언론의 사회적 역할과 공공성에 대한 민감도 낮으며 언론에 대한 파괴적인 편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언론사 파산’ 발언이 자신을 향한 언론의 검증 보도를 ‘경고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는 “이재명 후보 쪽도 마찬가지로 김혜경씨, 대장동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언론에 대한 말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윤 후보도 이런(언론) 부분에 대해 말을 조심하다가 최근 김건희씨 의혹 보도가 이어지니 허위보도를 때려잡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채영길 한국외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도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자기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에 불만을 표시한 발언으로 보인다”며 “언론중재법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반대 입장을 펴왔던 윤 후보가, 갑자기 법을 통한 강력한 처벌에 대해 얘기를 하니까, 마치 180도 입장이 바뀐 듯이 보인다”고 말했다.

 

최 교수도 “이제 와서 강하게 규제하고, 엄벌해야 된다는 반응을 하는 걸 보면, 얼핏보면 원론적인 자유주의자 같이 보이는데, 내용을 보면 좌충우돌”이라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