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마스크 벗습니다"... 한국에서도 이 수치 확인하세요
[이봉렬 in 싱가포르] 속지 마세요, 지난 2년 K방역은 분명 세계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 3월 24일, 위드코로나 결정을 발표하는 싱가포르 리센룽 총리 ⓒ 리센룽 총리 페이스북
싱가포르가 드디어 마스크를 벗습니다. 3월 29일부터 코로나 방역 기준이 대폭 완화되면서,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벗기로 한 겁니다. 이와 함께 기존에 다섯 명까지로 제한되던 식사 모임 인원을 열 명으로 늘렸고, 오후 10시 30분까지였던 술 판매 제한 시간도 없앴습니다. 그동안 완전히 사라졌던 라이브 공연도 가능해졌고, 각종 행사나 공연의 인원 제한도 크게 완화되었습니다. 외국에서 입국할 때 하던 코로나 검사도 없앴습니다.
싱가포르, 마스크를 벗다
싱가포르는 코로나 발생 이후 지금까지 아시아에서 한국과 더불어 최고의 방역모범국가로 여러 번 입길에 올랐던 나라입니다. 2020년 12월 말에 아시아에서는 가장 빠르게 백신을 들여왔고, 부스터샷을 포함하여 세계에서 가장 높은 백신 접종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2021년 4월에는 <블룸버그>가 발표한 코로나 회복성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며 "세계 최고의 방역모범국"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에도 여러 번 소개가 되었습니다.
방역모범국이라는 명예를 얻기 위해 치러야 했던 힘든 일도 많았습니다. 코로나 발생 초기에는 필수사업장을 제외한 모든 기업의 문을 닫는 셧다운을 실시했고, 확진자가 늘어날 때면 외식을 전면 금지시켰으며, 이번 완화 발표 전만 해도 재택근무 의무화와 5인 이상 식사 금지를 시행했습니다. 어디를 가도 반드시 QR코드로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해야 하기도 했습니다.
대신 피해를 입은 기업과 개인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마스크, 산소포화도 측정기, 자가진단키트 무료 배포 등 국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지원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변종이 발생하여 마스크를 다시 쓰게 만들 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지금의 싱가포르는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거의 다 돌아왔습니다.
▲ 싱가포르 대표 관광지 멀라이언 파크의 모습 ⓒ 이봉렬
앞에서 싱가포르를 두고 "아시아에서 한국과 더불어 최고의 방역모범국가로 여러 번 입길에 올랐던 나라"라고 표현을 했습니다. 한국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데 그게 무슨 소리냐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한국, 코로나 사망 하루 429명은 세계 4위... 인구 1억 이하 국가 중엔 1위"라고 한 <조선일보> 보도를 못봤냐고 물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건 2020년 코로나 발생 이후 2년, 그 수많은 날 가운데 그 날 하루 데이터만 가지고 자극적으로 보도한 것일 뿐입니다. 지난 2년 간 싱가포르 코로나 상황을 조사하고 기사화하는 동안, 함께 지켜봐온 한국의 전체적인 코로나 방역 상황은, 분명 아시아 최고, 나아가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를 <아워 월드 인 데이터>의 데이터를 가지고 설명해 보겠습니다.
치명률에 있어 매우 중요한 차이 : 언제 확진자가 늘었는가
▲ OECD 국가를 대상으로 인구 100만명 대비 누적 사망자 수를 확인했습니다. 뉴질랜드 등과 함께 가장 적은 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 Our world in data
한국의 인구 100만명당 누적 확진자 수는 22만4천 명으로 OECD 국가 중 26위이지만, 누적 사망자 수는 284명으로 34위입니다. 미국에 비해서는 10분의 1도 안 되고, 프랑스, 영국, 독일 등 대부분의 유럽 선진국에 비해서는 5분의 1 수준입니다. 치명률은 세계 평균이 1.28%인데, 한국은 0.13%입니다. OECD 국가 중 한국보다 치명률이 낮은 국가는 뉴질랜드와 아이슬란드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백신 접종률은 86.68%, 부스터샷 접종률 63.53%로 전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한국의 치명률이 이렇게 낮은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표적인 건 코로나 확산 시기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나라 가운데 확산 시기가 다른 네 나라를 비교하면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 위) 인구 백만명당 누적 확진자수 / 아래) 인구 백만명당 누적 사망자수 ⓒ 이봉렬
미국과 프랑스는 코로나 발생 초기인 2020년 중반부터 이미 확진자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코로나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도 않고, 백신도 아직 나오지 않았던 때라서 치명률이 높았습니다. 반면에 싱가포르는 2021년 10월부터, 한국은 2022년 들어서야 확진자 수가 크게 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는 이미 백신 접종률이 80%가 넘어서, 확진자가 늘어나는 만큼 사망자 수가 따라 늘지는 않았습니다. 이게 한국과 싱가포르가 미국이나 프랑스 대비 사망자 수가 10분의 1밖에 안 되는 이유입니다.
이제까지는 잘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어쨌든 세계에서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오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럴 거냐 하는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의 결과는 통계가 말해줬지만, 앞으로의 전망은 감염병 전문가도 아닌 제가 감히 말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한국과 가장 비슷한 추세를 보였던 싱가포르의 사례를 참조해서 조심스럽게 전망을 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매우 잘했다, 그런데 앞으로는? : 싱가포르 케이스 통해 전망하는 한국
▲ 한국과 싱가포르의 오미크론 변이 이후 일일 확진자 수 추세. 싱가포르가 먼저 정점에 도달했고, 한국은 이제 정점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 Our world in data
위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한국과 싱가포르 모두 올 해 1월 중순을 기점으로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확진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했습니다. 초기에는 싱가포르의 증가폭이 좀 더 컸습니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2월 말을 정점으로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하여 3월 2일부터는 한국보다 하루 확진자 수가 적게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은 3월 9일의 대통령 선거의 영향이었는지 그 후로도 계속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다, 3월 16일에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후에야 조금씩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2월 초 1.89까지 치솟았던 감염재생산지수도 이제는 1.1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싱가포르는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확진자 확산의 정점을 찍은 지 한달 만에 방역 완화를 발표할 수 있을 만큼 상황이 개선되었습니다. 이에 비춰 본다면 한국의 경우 4월 중순이나 늦어도 4월 말에는 확진자 수가 눈에 띄게 줄어 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이 기대가 현실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 사람들도 거리에서 마스크를 벗고 5월의 햇살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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