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이 사진, ‘빈곤 포르노’와 무엇이 다른가
KCOC ‘아동 권리 보호를 위한 미디어 가이드라인’
아동을 무기력한 수혜자 아닌 능동적 주체로 묘사해야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동행한 김건희 여사의 캄보디아 현지 의료 취약계층 방문 사진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김 여사의 행보를 가리켜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이라고 비판하자, 여당은 “빈곤 포르노 표현 자체가 인격 모욕적이고 반여성적”(주호영 원내대표)이라며 반발했다. 여당은 더 나아가 16일 오후 장 최고위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번 논란의 주요 맥락과 핵심 쟁점을 하나하나 살펴봤다.
먼저 문제가 된 장 최고위원의 발언이다. 그는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한국-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린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을 건너뛰고 별도의 비공개 일정을 진행한 김건희 여사의 행보에 대해 이렇게 비판했다.
앞서 김건희 여사는 순방 첫날인 지난 11일 한국인 의사 김우정 원장이 운영하는 캄보디아 프놈펜의 헤브론 의료원과 앙두엉 병원을 찾아 환자를 만나고 시설을 둘러봤다. 12일에는 프놈펜에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14살 소년의 집을 직접 찾아가 “잘 이겨낼 수 있지? 건강해져서 한국에서 만나자”며 회복을 빌었다. 전날 헤브론 의료원에서 만나려고 했던 소년이 몸이 안 좋아 못 왔다는 소식을 듣고, 정상 배우자들의 앙코르와트 방문 프로그램에 참석하는 대신 개별 일정을 비공개로 소화한 것이다.
캄보디아 정부가 세계 정상 배우자의 앙코르와트 방문 프로그램을 기획한 배경을 헤아리기는 어렵지 않다. 캄보디아에서 관광 산업은 경제를 지탱하는 4대 핵심 산업 중 하나로 통한다.
2019년에는 외국인 관광객의 지출이 국민총생산(GNP)의 20%에 육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2019년 661만명에 이르던 외국인 관광객 규모는 2020년 130만명, 2021년 19만6천명 수준으로 급감했다.(캄보디아 일간 <크메르 타임스> 6월7일치)
올해 들어 지난 3월 방문비자 발급을 다시 시작하는 등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캄보디아로서는, 이번 국제회의가 자국 문화유산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몇몇 국내 언론은 마치 김 여사가 ‘관광 일정’을 포기하고 어려운 이를 찾아 봉사활동을 다녀온 것처럼 이를 ‘미담’의 틀에 담아 전했으나, 캄보디아 정부가 정상회의 개최 기간에 전세계에 보여주고자 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과연 어디였을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장 최고위원의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이 막연한 흠집 내기로만 다가오지는 않는다.
김 여사가 비공개로 진행한 12일 일정과 관련해 대통령실이 언론에 제공한 사진과 영상도 평가의 대상이 되는 것이 마땅하다. 여기서 중요하게 따져봐야 할 지점은, 사진과 영상에 14살 심장질환을 앓는 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장 최고위원이 이를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이라고 비판한 맥락도, 사진 속 주인공이 14살 소년 환자였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좁은 의미의 ‘빈곤 포르노’(Poverty Porn)는 ‘빈곤을 자극적으로 묘사하여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사진이나 영상’을 가리킨다. “고통받는 육체가 찍힌 사진을 보려는 욕망은 나체가 찍힌 사진을 보려는 욕망만큼이나 격렬한 것”(<타인의 고통>, 수전 손택)이라는 비유는, 빈곤 포르노라는 용어가 고발하고자 하는 인간의 어두운 면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빈곤 포르노는 주로 국내외 구호단체가 모금·후원을 이끌어내거나 홍보 효과를 얻고자 할 때 활용한다. 물론 사회적 약자의 불행한 처지를 프레임에 담아 전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하는 모든 시각물이 빈곤 포르노로 간주되지는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이를 기록으로 남겨 알리고자 하는 이의 의도와 태도다. ‘빈곤 포르노냐 아니냐’가 늘 격렬한 논쟁의 대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각종 미디어와 구호단체의 빈곤 포르노 논란이 끊이지 않자,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는 몇해 전 ‘아동 권리 보호를 위한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여기에는 ‘신문·방송 등 언론 매체가 개발도상국의 아동과 관련된 내용을 보도할 때, 보도에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아동 권리를 침해하지 않기 위해 지켜야 할 원칙’이 담겨 있다.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는 국제 구호개발과 인도적 지원 활동을 하는 140여개 엔지오(NGO) 단체의 연합체다.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심장질환을 앓는 14살 소년을 찾아가 함께 사진을 찍은 김 여사의 태도나, 그 모습을 촬영해 공개한 대통령실의 의도까지 넘겨짚어 굳이 ‘빈곤 포르노’라는 등급을 매길 필요까지는 없다 할지라도, 적어도 김 여사와 대통령실의 행위가 이 가이드라인을 충족하고 있는지는 판단할 수 있다.
이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대목은 ‘아동 및 보호자에 대한 능동적 묘사’다. 아동과 보호자를 타인의 지원만 바라는 무기력한 수혜자가 아니라, 삶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능동적 주체로 묘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동의 사생활 보호’의 원칙도 중요하게 취급된다. 단순히 촬영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수준이 아니라, 아동에게 촬영 취지를 충분히 설명했는지, 사진 사용의 위험성을 아동과 보호자에게 사전에 알렸는지, 무리한 재촬영이 없었는지 등까지 세세히 체크해야 한다.
특히 김 여사가 만난 ‘빈곤·질병 상황의 아동’과 관련한 촬영 및 보도 가이드을 보면, ‘질병에 대한 현상만 다루기보다는 원인과 치료 방법도 함께 명시’할 것과 ‘굶주리고 병든 아동의 이미지를 이용해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탈피’할 것, ‘감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더 극심한 상황을 연출하지 말 것’ 등을 권고하고 있다.
역시 개발도상국 아동과 가족이 선진국의 원조에만 수동적으로 의지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지 말라는 취지다.
아동 권리 보호를 위한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비교적 길게 소개한 이유는, 대통령실이 공개한 김 여사의 사진은 대체로 이 가이드라인의 권고 내용과 충돌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먼저 대통령실이 공개한 사진 중 하나는, 김 여사가 ‘굳이’ 어두운 표정의 14살 소년을 안고 있는 모습인데, <와이티엔>(YTN) ‘돌발영상’이 보도한 영상을 보면, 이 소년은 촬영하는 동안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불편함 없이 앉아 있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오히려 사진에 찍힌 ‘어두운 표정의 14살 소년을 안고 있는 김 여사의 모습’이 훨씬 불편하고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무엇보다 ‘건강한 성인이 병든 소년을 안고 있는’ 구도의 사진은, 위 가이드라인에서 소개한 ‘부적절한 사례’와 주인공만 다를 뿐 큰 차이가 없다.
또 김 여사는 앞서 현지 병원에서 병상에 앉은 환아와 주먹 악수를 나눌 때도, 최초 촬영분의 시선 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환아에게 직접 손가락으로 카메라 방향을 바라볼 것을 제안한 뒤 다시 악수 나누는 모습을 연출했다. 굳이 정면 사진을 요구하며 두번씩이나 인사를 나누는 김 여사의 모습은, 부득이 아동의 사진을 쓰더라도 사생활 보호를 위해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거나 정면보다 옆모습, 혹은 대역 사진으로 이를 대체하고자 하는 최근 흐름과는 사뭇 달랐다.
끝으로 이 단체의 가이드라인에서는 ‘촬영으로 인한 사후 피해 예방’ 원칙으로 “아동을 대상으로 한 보도의 정치적·사회적·문화적 파급 영향을 신중히 고려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는 김 여사의 의료취약 계층 방문 사진을 두고 정치·사회적 논란이 번진 상황이다. 그 피해는 다른 누구도 아닌 프놈펜에 있는 14살 소년에게 가장 크게 돌아갈 것으로 우려된다.
이와 관련해 국제개발협력 청년 활동가 커뮤니티인 ‘공적인사적모임’은 15일부터 온라인 플랫폼 캠페인즈에서 ‘김건희 여사와 대통령실의 빈곤 포르노를 규탄합니다’ 제목으로 서명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17일 기준 약 3천명이 서명한 상태다.
이 단체는 규탄문에서 “빈곤 문제 해결의 전후 과정도 없이, 심장질환 아동의 가정에 불쑥 찾아가 취한 김건희 여사와 대통령실의 행동 일체를, 정권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빈곤 포르노’로 규정하고 규탄한다”며 “대통령실이 공개한 ‘마스크를 벗고 환아의 가구에 방문하고, 영부인 자신이 사진의 주 피사체로서 14살이나 된 청소년을 마치 갓난아기 끌어안듯 한 부자연스러운 자세’의 사진은, 가난의 맥락이 부재한 채 어둡고 비극적인 인상을 연출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다행스럽게도 아동의 사연이 알려진 뒤 국내의 후원 문의가 쇄도’하면서 김 여사 등은 ‘마침내 생명의 길이 열렸다며 안도했다’는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은, 가난을 왜곡해 묘사하여 물신주의를 자극하고, 외부의 구원자만이 현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고 있다”며 “이번 김건희 여사의 환아 가구 방문은 빈곤 포르노라 판단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짚었다.
이들은 “김건희 여사와 대통령실이 이번 캄보디아 환아 가구 방문에서, 아동과 가족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살피는 등의 사전 조치를 했는지 묻고 싶다”며 “그리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두 노 함(Do No Harm·해는 끼치지 말 것)’ 원칙을 지키며 국내와 세계 각지에서 열과 성을 다하고 있는 국제개발협력 활동가의 노력을 생각해본 적 있는지도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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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빈곤 포르노’ 논란
“다른 이의 곤궁·취약 이용한 이기적 행위… 인권 감수성 낮아”
김건희 여사 캄보디아 아동 ‘전격 방문’ 일정 누가 만들었을까
사진 한 장은 때로 많은 사실을 드러낸다.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동아시아 정상회의 참석 등을 위해 동남아시아 순방을 나가 공개한 사진이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대통령실은 2022년 11월12일(현지시각)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사는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는 아동(14살)을 방문해 가족을 위로하고 아이를 안아주는 사진을 공개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를 두고 “빈곤 포르노 화보를 찍었다”고 지적했고,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국위선양을 위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고 있는데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역대 대통령 영부인 중에 이렇게 미모가 아름다운 분이 있었느냐”고 두둔하고 나서는 등, 정치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① 이 사진의 문제는 무엇인가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사진에 대해 “김 여사가 전날 헤브론의료원을 방문했을 때 심장병 수술을 받은 아동들을 만나는 자리에 참석하려 했지만, (아동이)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오지 못했다”며 “이 소식을 들은 김 여사가 캄보디아 측이 마련한 각국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앙코르와트 사원 방문)에 참여하는 대신 이 아동의 집을 전격 방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김 여사의 일정은 취재를 허용하지 않은 비공개 행사였다.
대통령실이 따로 찍어 나중에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김 여사는 아이를 안고 있거나 어머니의 손을 꼭 잡아주는 등 이들을 위로하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보여준다. 그동안 국외 순방 때마다 김 여사의 화려한 옷과 장신구 등이 도드라져 보이던 사진이 공개된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 사진은 바로 ‘빈곤 포르노’ 논쟁에 직면했다.
사진이 공개되자, 국제개발협력 활동가들로 이루어진 ‘공적인사적모임’은, 김 여사와 대통령실이 심장질환 아동의 가정에 불쑥 찾아간 것을 ‘빈곤 포르노’라 규정하고, 11월15일부터 이를 규탄하는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빈곤 포르노’란, 다른 사람의 곤궁하고 취약한 상태를 사진·그림·영상 등으로 자극적으로 묘사하고, 동정심을 일으켜, 금전적 이익과 사회적 존경심을 획득하기 위한 이기적 행위를 말한다.
11월17일 현재 1만 명 이상이 서명에 동참했다.
국제구호 경험이 있는 한 사회복지사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5년 전만 해도 구호단체도 이런 형태의 사진을 썼지만, 상대 국가의 이미지를 해칠 수 있고, 인권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이런 형태의 콘텐츠를 줄여온 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실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거나 감수성이 낮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상을 초청한 캄보디아를 존중하는 사진도 아니었다. 최종건 전 외교부 차관은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에 아세안 플러스 회의를 주관하는 의장국인 캄보디아에 매우 중요한 외교적 기회였다. 얼마나 섬세하게 준비했겠나. 그런데 우리 영부인께서 이런저런 독자적인 행동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② 이 사진은 어떻게 나왔나
더 본질적인 문제는 이런 사진이 나오게 된 전후 과정이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이번 일정이 원래 예정된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병원에서 아동을 만나지 못하자 “아동의 집을 전격 방문했다”고 밝혔다. 김 여사는 이를 위해 11월 12일과 13일 연속으로 캄보디아가 주최하는 각국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에 모두 불참했다.
대통령 순방 일정은 여러 단계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먼저 외교부와 현지 문화원 등에서 올라온 보고를 토대로 일정을 짠다. 그리고 대통령실이 순방 전에 현지답사를 나가 대통령에게 적절한 일정인지 확인한다. 이때 논란이 될 수 있는 일정은 취소하거나 상대국과 조율하는 등 신중하게 결정한다. 이를 볼 때 김 여사가 하루 만에 예정된 일정을 바꿔 갑자기 다른 나라 아동의 집을 찾아갔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현재 김 여사를 담당하는 대통령실 제2부속실이 없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내 제2부속실을 없앴고, 제1부속실이 김 여사 일정까지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1부속실이 나선다면 상대국이나 실무자들은 이게 윤 대통령의 뜻인지 김 여사의 뜻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이번 사진을 통해 김 여사가 정해진 일정도 쉽게 바꿀 만큼의 영향력도 가졌음을 확인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실제 대통령실은 2022년 6월 윤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스페인을 방문했을 때,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부인이 민간인 신분임에도 김 여사의 일정을 챙기도록 하고,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귀국하게 한 것이 드러나 문제가 됐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정확한 진상을 밝히지 않고 유야무야 지나갔다.
정상외교에서 개인 이미지만 챙겨
국제구호활동을 홍보한 경험이 많은 한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배포한) 이 사진은 스토리가 있다. 그 스토리를 알고 대상을 섭외해야 하는데, 현지 대사관은 그렇게까지 속속들이 사정을 알지 못한다”며 “캄보디아 입장에선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일 텐데, 이것을 비집고 들어가 아동의 집까지 찾아갈 만큼 (캄보디아 현지 사정을 사전에) 조사한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미리 준비하지 않고선 이같이 일정을 쉽게 바꾸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문이다.
또 사진 전문가인 정주하 전 백제예술대 교수는 김 여사 사진에 대해 “착한 퍼스트레이디(이미지)를 만들려고 하는 느낌이 완연하다”며, 사진의 의도를 먼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에서 (사진) 포즈를 만들어놓은 다음에 그냥 사진사들이 셔터만 누른 것인지, 사진사들이 ‘이렇게 해주세요’라고 요청한 것인지 확인해볼 필요도 있다.”
김 여사는 아동의 집을 방문하기에 앞서 찾은 현지 병원에서 입원한 아이와 인사를 나눌 때, 직접 손가락으로 카메라 쪽을 바라보라고 한 뒤 다시 주먹 악수를 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김 여사는 문화전시기획사인 코바나콘텐츠의 대표를 지냈다.
대통령 외교에 관여한 경험이 많은 전 정부 관계자는 “국고를 들여 대통령 순방에 부인이 함께 나가는 것은 정상 배우자 행사 등 정상외교의 한 축을 맡으라는 의미가 있다. 그런데 거기서 대통령 부인이 개인 이미지만을 챙기고 왔다는 게 이번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국외 순방 때마다 외교 현안 보다 김 여사를 둘러싼 이야기가 부각되는 것에 부정적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의 일정 변경에 대해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그 나라 국민들과 어떻게 소통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여사 행보는 한국과 캄보디아 간에 그 어느 때보다 서로의 국민에 대해서 어떤 마음으로 임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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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포르노” 뭐가 문제란 말인가…우려할 것은 당신들의 반지성
얼마 전 한 인터넷카페의 “심심한 사과” 발언이 뜻하지 않은 ‘공분’을 부르며, 낮아진 문해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모았다. 읽고 쓰기 쉽게 만들어진 한글에 대한 자부심 때문에라도,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 한국인의 문해력에 대해 의심해 본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한 교사는 문해력뿐 아니라 길어진 비대면 상황이나, 간명한 정보만 주고받는 디지털 환경 등이 “대박 죄송”처럼 중2 정도가 쓸법한 표현에만 익숙하게 했을 거라 분석한다.
그러나 내가 주목했던 것은 “심심한 사과” 발언을 이해하지 못했던 일부 사람들의 안하무인 격 태도다. 욕설과 조롱 섞인 일부의 과격한 반응에는, 주어진 정보를 이해하지 못했을 때의 당황스러움이나, 호기심 같은 뭔가 이해하거나 배우려는 태도가 없다.
맘에 들지 않는다면 뭐든 거슬려하고 시비 걸듯 하는 그들의 태도는, 낮아진 문해력만큼이나 걱정스럽다.
대기업 편의점 캠핑 광고와 경찰청 홍보물에 대해 덮어놓고 했던 ‘남혐’ 주장이나, 여대 재학 중인 숏커트 국가대표 선수에 대한 금메달 회수 요구 등에는, ‘도를 넘었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뭔가가 있다.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이번 야당 의원의 “빈곤 포르노” 발언 역시도 난해했던 듯, 그 황당했던 ‘남혐’ 논란 못지않은 여당 정치인들의 격한 반응을 불렀다.
10년 가까이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직을 조용히 수행해 온 배우에 대해 뜬금없이 그가 “포르노 배우냐”고 질타하질 않나, 엉뚱하게도 대한민국 모든 여성에게 사과하라는 호기를 부리질 않나.
이들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크게 성을 내는 상황을 예상했다면, “빈곤 포르노” 대신 “선진국에서였다면 꿈도 못꿨을 봉사활동”, “백인 아동을 대상으로는 생각지도 못했을 봉사활동”, “품 안의 아동이 아니라 아스라이 먼 곳을 응시하며 잿밥에만 관심 보인 봉사활동”, “마스크도 쓰지 않은 코로나 전파 봉사활동” 등으로 말했어야 했나.
<급진의 20대> 저자 김내훈은 이른바 ‘이대남’의 페미니즘에 대한 ‘극혐’에 대해, 페미니즘에 대해 제대로 모르면서 그 이름에만 ‘극불호’의 정서를 갖는 것이라 분석한다.
새롭고 낯선 개념이나 현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그 의미를 차근차근 배우려는 진지한 노력 대신, 혐오, 조롱, 분노의 손가락질부터 한다는 것이다. 의미를 알려고 하지 않으니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가 이번 “빈곤 포르노”에 대한 여당 정치인들의 반응에서 보듯, 논지를 벗어나 전혀 무관한 논리로 자주 변질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본다면 어떤 이론이나 개념에 대해 의미를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분노의 정서부터 표출하며, 권력감과 정치적 효능감을 맛보려는 자들이 다만 20대 일부 남성만은 아니다.
민주화의 주역이라면서 성차별과 성폭력에 무감한 정치인들, 자유와 법치를 말하면서 언론의 자유와 성평등은 안중에 없는 정치인들, 국민만 본다면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은 책임지지 않는 정치인들, 청년 남성을 대변한다면서 페미니스트를 ‘페미나찌’라 멸칭하는 정치인들, 페미니즘이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여긴다는 가짜 뉴스로 남성들을 울분의 정동으로 몰아넣는 정치인들.
이처럼 ‘87 민주화 체제 이후에조차 의미를 모르는 화려한 공언, 빈말들만으로도 정권을 교체하고 권력을 잡고, 호통치며 호가호위하는 것이 가능했던 한국 사회 반지성주의 정치사는, 빈곤 포르노 ‘우화’에서도 예외 없이 반복되었다.
한국보다 가난한 나라이기에 가능했던 비공식 “봉사활동”, 백인들의 인종주의를 한껏 흉내 내며 동남아 아동을 품에 안은 ‘하얀’ 피부의 대통령 배우자, 품 안의 아동이 아니라 자신에게 심취한 시선을 포함한 그 한컷의 사진 모두는 “빈곤 포르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므로 정치인들이여, 대한민국 여성은 물론 난민을 위해 봉사해 온 그 배우의 명예는 한없이 높아 그 어떤 정치인도 감히 훼손할 수 없으니, 생각해주는 척 목소리 높이지 마시라.
대신 뜻도 모르면서 자유, 민주주의, 성평등, 생명, 책임, 성찰 등을 입에 담을 수 있는, ‘무식하니 용감할 수 있는’ 당신들의 반지성은 돌아보시라, 제발.
나임윤경 |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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