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몰린 소상공인들 '노란우산'마저 깬다
폐업 공제금 지급 5월까지 5만 건 가까이 급증
올해 역대 최대 전망…지급액도 1조원 넘을 듯
냉방비 폭탄에 근로기준법 확대 등 '산너머 산'
소상공인들이 '사면초가'에 몰리면서 마지막 보루인 '노란우산' 마저 무너져 내리고 있다.
올해 소기업·소상공인의 생활 안정과 노후 보장을 위한 공적 공제 제도인 '노란우산'의 '폐업에 따른 공제금 지급'이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받은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지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폐업 공제금 지급건수는 4만 8000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51.3%나 늘었다. 지급액도 5549억원으로 66.4% 증가했다.
폐업 공제금 지급건수는 코로나 사태 이전인 지난 2019년 7만 5000건에서 2020년 8만 2000건으로 증가했고, 2021년에는 9만 5000건으로 2007년 노란우산 출범 후 가장 많았다. 지난해에는 9만 1000건으로 조금 감소했다.
올해는 5월까지 4만 8000건이 넘어, 이 추세가 계속되면 올해 연간 지급건수는 10만 건을 훨씬 넘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급액도 지금의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처음으로 1조 원을 상회할 전망이다.
노란우산 소상공인 폐업 공제금 지급 추이
폐업 공제금 지급액은 2019년 6142억 원에서 2020년 7283억 원, 2021년 9040억 원으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 이미 9682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은 사실상 퇴직금이 없는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는 퇴직금이나 마찬가지"라며 "은행 대출 연체, 국세 체납 시에도 압류되지 않아 마지막까지 지키려는 최후의 보루와도 같은데, 이걸 깼다는 것은 한계 상황에 몰렸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소기업·소상공인들은 소비부진과 크게 오른 전기요금, 코로나 대출 상환 유예 종료, 근로기준법 적용 사업장 확대 등 사면초가에 몰려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4월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105.2(2020년=100)로 전월 대비 2.3% 감소했다. 지난해 11월(-2.3%)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올해 2월 증가 폭이 5.1%를 보였다가 3월(0.1%) 대폭 둔화했고, 4월에는 아예 감소세로 돌아섰다.
코로나로 3년간 힘든 시기를 보낸 소상공인들이, 다시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감소로 매출이 제대로 회복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전기요금 인상도 여름 시즌을 준비하는 소상공인에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전기요금이 40% 가까이 인상돼, 음식점, PC방 등 여름 냉방이 필수적인 소상공인 업종은 원가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오는 9월 말 코로나로 유동성 문제를 겪는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에 대한 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되고,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5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되는 것도 소상공인들에게 큰 부담이다.
대출 만기 연장은 오는 2025년 9월 말까지 자율 협약에 의해 연장이 가능하지만, 상환유예는 희망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9월 말까지 추가 연장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지원이 종료된다.
아직 소상공인이 대출 상환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매출·영업이익이 회복되지 않아, 원금 상환 압박이 시작되면 부실이 한꺼번에 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근로기준법이 확대 적용되면, 가산(연장·휴일·야간) 수당과 연차 휴가 등에 따른 비용이 증가하고, 해고 제한 및 서면통지와 부당해고 구제 신청 등으로 인한 행정적 관리 비용까지 소상공인이 모두 부담해야 한다.
추 본부장은 "필요한 경우 소상공인들에게 사업·업종 전환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국가 산업 밸류체인(가치사슬)에 영향을 주는 기업가형 소상공인은 우선적으로 지원해 줄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유상규 에디터skrhe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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