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격노로 국방부 발칵... 이때부터 외압 시작"
군인권센터,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 제기... "국정농단급, 빠른 국정조사 필요"
▲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8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대통령실 수사 외압 의혹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군인권센터가 외압의 정점에 윤석열 대통령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국정조사와 특검을 촉구했다.
군인권센터는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은 채 상병 사망 원인 규명을 방해하기 위해 권력자가 조직적으로 수사에 개입한 권력형 범죄"라며 "수사기관의 정당한 수사에 대통령의 명이 개입돼 수사 결과에 대한 수정 시도가 이뤄진 게 사실이라면, 이는 직무집행상 법률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있으며 국정농단이나 다름 없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군인권센터는 MBC <스트레이트>가 보도한 문건 등을 거론하며, 이종섭 국방부장관이 수사단의 결재를 받고 하루 만에 결정을 뒤집은 배경에 윤 대통령의 외압이 있었다고 밝혔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7월 31일 오전 11시경 비공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관했고 이 장관에게 전화로 '이런 일로 사단장(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고 질책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윤 대통령이 사단장을 처벌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미리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면, 보고를 받자마자 격노할 까닭이 없다"며 "보고받기 전부터 사단장을 수사 선상에 올리면 안 된다는 조언을 누군가로부터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의 격노로 발칵 뒤집힌 국방부는, 같은 날 낮 12시 언론 브리핑과 국회 설명회를 모두 취소시켰다"며 "이 장관은 오후 2시 51분경 차관에게 사건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고,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오후 3시 18분경 박 대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때부터 사건인계서에서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삭제하라고 하는 등 외압이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7월 28~31일' 무슨 일이... "외압 증거"
앞서 채 상병 사망사건을 수사한 해병대 수사단(당시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임 사단장 등 사건 관계자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로 판단했다. 임 사단장이 수해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구명조끼 착용 등 안전조치를 지시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박 대령은 이러한 수사 결과가 담긴 보고서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7월 28일), 이종호 해군참모총장과 이종섭 국방장관(7월 30일)에게 각각 보고하고 결재를 받았다.
그런데 장관 결재 다음 날인 7월 31일 오전 박 대령은 군 당국으로부터 돌연 브리핑 취소를 통보받았다. 군 당국이 법리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경찰 이첩을 보류해야 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날 유 법무관리관은 박 대령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직접 과실 있는 사람으로 (혐의를) 한정하라'거나 '(사건인계서에서)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다 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권센터는 7월 31일 이전에도 국가안보실의 수사 개입 시도가 있었다고 봤다. 임 소장은 "채 상병 장례 기간인 7월 21일 국가안보실 소속 김아무개 대령이 박 대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급기관 수사 이첩을 검토 중이다'라고 알렸다"며 "이미 해병대 수사관 주관으로 수사가 시작된 가운데 수사 주체 변경을 검토한 것인데, 용산에 위치해 있어 컨트롤하기 쉬운 국방조사본부로 사건을 이첩하려고 한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7월 28일 오전 7시 20분경 해병대 사령관이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사령부가 아니라 포항까지 내려와 경찰 이첩에 관한 보고를 받았고, 이후 임 사단장을 만나 사의 표명을 들었다고 한다"며 "사령관은 박 대령과 함께 수사 결과를 해군참모총장, 국방부장관에게 보고했고, 사단장의 보직심사 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결재를 받았다. 이는 장관, 참모총장, 사령관 모두 수사 결과에 이견이 없었고 사단장의 후속 인사 조치를 계획하고 있었음에도, (윤 대통령의) 외압으로 인해 입장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후 박 대령은 8월 2일 최초 수사결과대로 이들의 혐의가 적힌 수사 보고서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 그러나 국방부 검찰단은 박 대령이 경북경찰청에 넘긴 사건 관련 기록을 회수하고, 항명 등의 혐의를 적용해 박 대령을 입건했다. 또한 박 대령은 수사단장 보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박 대령은 지난 9일 입장문을 통해 "그 누구로부터 이첩 대기 명령을 직·간접적으로 들은 사실이 없다. 법무관리관 개인 의견과 차관의 문자 내용만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 박정훈 해병대 전 수사단장이 28일 오후 항명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 출석 하기 위해 변호인과 함께 도착하고 있다. 박 전 수사단장은 지난 7월 경북 예천에서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중 숨진 해병대 채 모 상병 관련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지 말고 보류하라는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혐의(군형법상 항명)로 입건됐다.
임 소장은 "(국정조사가 열려) 박 대령이 국회에 출석해 누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명명백백히 밝혀줘야 한다"며 "빠른 국정조사를 통해 국민들에게 이 문제를 소상하게 알리고, 여당이 국정조사를 거부하면 특검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방부 조사본부는 지난 21일 '해병대 순직사고 재검토 결과'를 발표하면서 수사단이 특정한 8명의 혐의자 가운데 임 사단장을 포함한 4명에 대해선 혐의를 특정하지 않고 사실관계만 적시해 경찰에 송부하기로 했다. 박 대령은 이날 국방부 검찰단의 출석 통지에 따라 "출석은 하겠지만 조사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복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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