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명예회복’ 위해 언론 강제수사하는 검찰
검찰이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을 보도한 뉴스타파와 제이티비시(JTBC), 그리고 보도에 관여한 기자들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대선 때 ‘대장동 사건’과 관련한 ‘허위 보도’로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그 이유다.
언론 보도로 인한 명예훼손은 언론중재나 정정보도청구 소송 등의 절차를 거치는 게 일반적이다. 언론사에 대한 강제수사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극히 예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럼에도 검찰이 강제수사에 나서려면, 최소한 언론사나 기자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 사건과 관련해 지금까지 범죄 단서로 제시한 것은,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의 ‘돈거래’뿐이다.
김씨가 2021년 9월 이뤄진 인터뷰를 대선 직전 보도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신 전 위원장에게 1억6200만원을 건넸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인데, 이것만으로는 뉴스타파가 범죄에 연루된 정황이라고 보긴 어렵다.
14일 언론브리핑에서도 검찰은 김씨와 신 전 위원장의 ‘돈거래’ 외에 구체적 정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이 사건은 대장동 사건 관련자들이 이미 검찰에서 조사를 받아 관련 진술은 다 확보됐고, 언론 보도 ‘취재원’도 다 드러나 있다. 또 뉴스타파는 문제의 녹취파일 등 보도 경위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공개하고 있다.
강제수사는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 안에서만 하여야 한다’고 형사소송법에 규정돼 있다. 그럼에도 검찰이 강제수사를 강행한 것은,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을 압박하려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이 사건은 법무부 장관을 통해 검찰을 지휘하는 대통령이 피해자인 사건이다. 명예훼손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해야 기소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검찰 수사는 윤 대통령의 ‘처벌 의지’가 반영돼 있다고 봐야 한다.
애초 뉴스타파를 비롯해 언론들이 제기한 문제의 본질은,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를 할 때 대장동 일당을 봐준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윤 대통령의 ‘수사 무마’ 의혹은 놔둔 채, “허위 보도를 공모한 배후세력이 있다”는 대통령실의 ‘수사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이 윤 대통령 관련 의혹도 제대로 수사를 해야 이번 수사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대통령 개인의 피해를 ‘대리 보복’하기 위해 검찰권을 동원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 2023. 9. 15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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