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과 박정희의 '어릴 적 다닌 교회 활용법'
지난해 수십 년만에 어릴 적 영암교회 찾은 윤석열
교회 거절에도…이태원 참사 1주기 맞아 또 방문
박정희, 쿠데타 직후 "나도 어릴 때 교회 다녔는데"
'친 불교 정치' 하며 보수 목사들 자문 구한 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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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을 타고 50년 전으로 되돌아간 느낌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5일 49년 만에 서울 성북구에 있는 영암교회를 찾아 교인들 앞에서 한 인사말이다. 윤 대통령은 초등학교 때 이 교회를 다녔다. 중학교 1학년 이후로는 다니지 않았다. 반세기 만에 교회에 나타난 윤 대통령은 예배 뒤에 다시 발길을 끊었다.
그런가 보다 했는데, 윤 대통령은 지난 29일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영암교회에 또다시 나타났다. 뒷말이 무성했다. 무엇보다도 교회 측이 윤 대통령의 방문을 거절했는데도 대통령실이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교인들은 성탄절 때 찾아와 교회를 이용하더니 또다시 똑같은 짓을 하느냐는 불쾌감을 토로했다고 한다. (<윤석열 ‘셀프 예배쇼’ 교인들도 분노…“교회가 만만한가”> 참조)
윤석열 대통령의 ‘어릴 적 다닌 교회 활용법’을 보니 박정희 시대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박정희도 권력을 잡은 직후 ‘어릴 적 다닌 교회 활용법’을 대중 앞에 선보인 적이 있다.
“나도 어렸을 때 주일 학교를 다녔는데 요즘은 잘 다니지 않습니다.”
박정희가 5·16 쿠데타 직후인 1961년 서울 이화여대에서 열린 전국기독교지도자대회를 찾아 내놓은 인사말이다. 그날의 인사말은 자신이 교회와 인연이 있음을 내세우기 위한 치레였을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서로 잘 지내보자는 제스처였을 것이다.
박정희는 실제 어렸을 때 경북 구미의 상모교회를 다닌 적이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박정희는 ‘친기독교’가 아니었다. 박정희는 특히 1972년 ‘10월 유신’을 선포한 뒤 개신교와 가톨릭이 자신과 정권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가자 그들을 눈엣가시로 여겼다.
박정희는 기독교계와 갈등을 빚은 반면 불교계와는 친하게 지냈다. 석굴암과 불국사 도안이 들어간 국내 최초의 1만 원 짜리 지폐가 나온 것은 ‘10월 유신’ 이듬해인 1973년이었다. 석가탄신일이 국가공휴일로 지정된 것은 ‘10월 유신’ 3년 뒤인 1975년이었다. 요즘도 툭하면 이슈가 되고 있는 국·도립 공원 내 사찰 문화재 관람료 징수도 박정희 때 시작됐다.
오는 정이 있으면 가는 정도 있는 법이다. 불교계도 박정희의 ‘친불교’에 화답했다. 일부의 승려, 불교계 인사, 불교학자들은 박정희 정권의 요구와 입맛에 맞게 반공을 내세우는 ‘호국불교’(護國佛敎)를 만들어 갖다 바쳤다. 박정희는 독재 유지를 위한 한 방편으로 ‘호국불교’를 한시절 잘 써 먹었다.
그러면서도 박정희는 몇몇 보수적인 목사들을 선별적으로 만나 ‘국정 자문’을 받았다. 조용기, 김준곤, 김장환 목사 등이다. 특히 박정희는 조용기 목사의 ‘새마음운동’에서 아이디어를 받아 ‘새마을운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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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종교가 무엇인지 아리송하다.
어린 시절 개신교 교회를 다닌 윤 대통령은 가톨릭교회로부터 암브로시오라는 세례명도 받은 사람이다. 지난 2021년 10월 30일에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서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만난 뒤 기자들에게 자신과 어머니가 “모두 독실한 불자”라고 밝힌 적도 있다. 이쯤 되면 윤석열 대통령의 종교가 정확히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대중은 윤 대통령이 부인 김건희 씨와 함께 무속에 빠져 있는 것으로 의심한다. 지난 2021년 10월 5일, 윤석열 후보는 유승민 후보와 TV 토론회에서 격돌했다. 유 후보가 윤석열과 천공의 관계를 따져 물은 것이다. 윤 후보는 토론회가 끝나고 “(천공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정법 유튜브를 보라. 정법은 따르는 사람들이 많다. 정법에게 미신이라고 하면 명예훼손 될 수도 있다”며 유 후보에게 거칠게 항의했다고 한다. 당시 유승민 캠프 측의 주장이다. 후보 시절 손바닥에 왕(王) 자 쓰고 나온 얘기는 덮어두자.
윤석열 대통령은, 박정희가 ‘친불교’ 뒤에서 보수 목사들을 만나 그러했 듯, 무속인들에게 ‘국정 자문’을 받고 있는 게 아니냐는 대중의 의심을 사고 있다. 그런 의심은 천공이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를 용산으로 이전하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러다 어느날 갑자기 윤 대통령이 공산전체주의를 앞세우며 ‘호국무교’(護國巫敎)를 들고 나오지는 않을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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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에디터ilove-mindle@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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