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에겐 이미 5가지 이상의 탄핵 사유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당한 '거부권' 행사는 직권남용
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 <편집자말>
대다수 농민의 염원이었던 '양곡관리법', 코로나19 위기 극복의 일등 공신 간호사들의 소원인 '간호법'에 이어, 2000만 노동자의 헌법상 권리인 노동3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조법 제2조, 제3조 개정법률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는, 일방적으로 기업과 사업주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한 것이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가 노조법개정안을 다시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재적 의원의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한데, 3분의 1 이상의 국회 의석을 가진 여당인 국민의힘이 반대를 하고 있어 재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양곡관리법, 간호법에 이어 노조법개정안 또한 폐기 수순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1.12.27. 선고 90도2800)는 "직권남용죄의 직권남용이란 공무원이 그의 일반적 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그것을 불법하게 행사하는 것, 즉 형식적, 외형적으로는 직무집행으로 보이나 그 실질은 정당한 권한 이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를 의미하고, 따라서 직권남용은 공무원이 그의 일반적 권한에 속하지 않는 행위를 하는 경우인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와는 구별된다"라고 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 견주어 보면 이번 노동조합법 개정안과 같이, 국회가 적법한 절차와 방법을 거쳐 통과시킨 법률안을 정당한 사유 없이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행위는, 비록 법률안거부권이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이라 하더라도 권한 남용에 해당하여 직권남용죄로 의율될 수 있다는 가정도 가능하다.
다만 현직 대통령은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으므로 직접적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기에, 대통령의 법률 위반 행위는 탄핵의 소추와 심판이라는 헌법 절차를 통해 견제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는 시민단체에 의하면 이미 대략 5가지의 탄핵 사유가 있다.
▲ 국가와 국민의 생명안전권을 침해한 사유로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방조'
▲ 해병대 박정훈 전 수사단장에 대한 외압수사로 인한 '군사법원법 위반'
▲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과 관련한 국정농단
▲ 일제 강제징용 문제 해결과 관련 대법원판결을 부정하고 친일적 해법 강행
▲ 평화통일 의무를 저버리고 전쟁위기 조장. 여기에 권한 남용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가 추가될 여지가 있다.
'노란봉투법'은 사법부의 판단 법제화하는 합리적 개정안
노동조합법 2조, 3조 개정안은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고, 야당과 시민단체, 노동조합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비판하고 즉시 공포할 것을 요구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노동조합의 상대방인 사용자의 정의가 확대되었다. 하청업체 노동조합에 대한 원청 사용자의 책임을 강화했다. 이는 최근 법원 판례가 사용자를 근로자와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자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에 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포함된다고 한 것을 근거로 한 입법이다.
둘째, 노동3권이 헌법상 노동자의 권리이고 이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 노동쟁의를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불일치'에서 '근로조건에 관한 불일치'로 개정함으로써 이익분쟁뿐만 아니라 권리분쟁 사항도 교섭과 파업의 대상으로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셋째, 파업과 관련하여 법원이 노동조합 및 조합원들의 공동불법행위자 각각에게 총 손해발생액 전부를 부담시키고 있는바, 이를 악용한 사용자는 노동조합과 조합원에 대한 막대한 금액의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노조 와해, 노조원 길들이기의 도구로 쓰고 있는 불의한 현실이 존재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불법파업시 발생한 손해를 법원이 각 배상의무자별로 각각의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와 같은 노동조합법 개정안의 내용은 대부분 법원 판례로 인정되던 것을 법제화 측면이 큰 것으로,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합법적이고 정당하다.
그러나 노동조합법개정안에 대한 국회 법사위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를 보면 "법원 행정처는 '사용자의 범위' 또는 '노동쟁의의 대상'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여부는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여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제출한 것을 알 수 있다.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는 윤 대통령의 거부 사유를 법원은 애초부터 인정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범위', '노동쟁의의 대상'을 정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국회의 권한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또한 법원행정처는 "법원이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범위를 정하도록 하는 내용은 부진정연대책임을 부정하여 근로자 개인에게 과다한 배상책임이 부과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취지로 입법취지에 공감할 수 있으며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법원이 윤 대통령이 거부권 사유로 밝힌 '형평'과 '정의'에 반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정면으로 면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노동조합의 손해배상책임과 관련 부진정연대책임을 부정하는 취지의 입법에 대해 법원이 공감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근본 이유를 윤석열 정부는 새겨들어야 한다. 법원의 이러한 약자에 대한 배려야말로 진짜 '형평과 정의"이다.
사법부는 노동조합법 개정안과 관련 기본적인 입장이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국회가 가진 헌법이 부여한 입법권한으로 얼마든지 개정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본 것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 사유로 제시한 내용이 얼마나 기업과 사용자 편향적이고 자의적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 '간호법', '노동조합법', '방송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앞으로 쌍특검법으로 불리는 '김건희 여사 주가 조작 의혹', '대장동 50억 클럽 관련' 특검법도 예정되어 있다. 여기에 해병대원 순직 사건과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에 대한 특검도 줄 서 있다. 이 모든 법안에 대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정당성 없는 법률안거부권 행사가 계속된다면, 탄핵이라는 헌법적·국민적 심판에 직면할 수 있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윤 대통령이 감옥에 가둔 많은 사람이 직권남용죄로 처벌되었음을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박영기 기자]
*필자 소개 : 더불어 함께 사는 '사람사는 세상'을 꿈꾸는 성남 사람이다. 노동조합 활동가로,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실행위원으로, 한국공인노무사회 회장을 역임한 공인노무사로, 노동자와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소외되고 힘없는 사람들과 함께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뛰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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