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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반도체업체의 뼈아픈 지적... 윤 대통령이 망치고 있다

道雨 2023. 12. 27. 10:56

외국 반도체업체의 뼈아픈 지적... 윤 대통령이 망치고 있다

 

 

[반도체 열여섯 번째 특별과외]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회사 'ASML'에 가서 대통령이 해야할 일

 

 

대통령님, 11일부터 14일까지 3박 4일간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다는 보도를 봤습니다.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12일 오후에는 빌럼-알렉산더르 국왕과 함께 반도체 장비 기업 ASML 본사를 방문하는 일정이 있더군요. <연합뉴스>는 대통령실 관계자의 말을 빌려 "대통령의 이번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계기로 교역·투자와 반도체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이 더욱 심화하고,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보도했습니다.

3박 4일의 일정을 살펴보니 ASML 본사 방문이 이번 네덜란드 방문에서 가장 중요한 일정인 것 같습니다. 대통령님의 반도체 관련 비공식 과외교사를 자처하는 입장에서 대통령님이 ASML에 가서 보다 많은 성과를 얻어 오고, 혹시나 실수는 하지 말라는 의미로 오늘은 ASML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슈퍼 을' ASML
  

 2022년 ASML 연례보고서에 있는 ASML 소개. ASML은 반도체 제조의 여러 공정 가운데 노광공정에 쓰이는 장비만 생산하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장비업체입니다. ⓒ ASML

 
ASML은 네덜란드 벨트호벤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장비회사입니다. 반도체 장비 중에서도 빛과 마스크를 사용하여 반도체 웨이퍼 위에 회로를 형성하는 '포토-리소그래피(노광)' 장비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회사입니다. 반도체 회사들이 7나노 이하의 최첨단 공정의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ASML 의 극자외선 (EUV)장비가 필수적입니다. 중국 SMIC가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가지고 7나노 반도체 생산에 성공하긴 했지만 이는 경제성이 극히 떨어집니다. 그래서 반도체 회사들이 ASML 장비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고, ASML을 두고 구매자인 갑보다 더 힘이 센 '슈퍼 을'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여기까지는 예전 기사에서 이미 설명을 한 내용인 데다 대통령님이 지난 7월에 ASML의 피터 베닝크 회장과 면담을 한 적이 있으니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럼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겠습니다. ASML은 매년 연례 보고서 (Annual Report)를 발간하고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 보고서를 보면 ASML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들이 꿈꾸는 미래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ASML 2022 연례보고서에 기록된 ASML의 현재. 매출과 직원 수, 주요 사업 등이 요약되어 있습니다. ⓒ ASML

 
보고서에 나와 있는 ASML의 회사 규모를 먼저 보겠습니다. 2022년 순 매출은 212억 유로(약 30조 원)로 2021년 대비 13.8% 증가했습니다. 지난 10년간 반도체 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이 6% 수준인데 비하면 미중 무역 갈등 중에도 높은 성장을 계속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매출 총이익률은 50.5%로 경쟁사인 AMAT나 LAM 보다도 더 높습니다.

어떤 장비를 만들어 팔길래 이렇게 매출이 많고 또 마진도 높을까요? 반도체의 여러 공정 중 핵심은 반도체 회선을 웨이퍼에 그리는 노광 공정입니다. 현재 반도체 회사들이 사용 중인 노광 장비는 EUV와 DUV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ASML의 노광 장비. 최신 EUV 노광장비 한 대 가격은 2천억 원을 넘기도 합니다. ⓒ ASML

 
파장이 짧은 극자외선을 이용하는 EUV 장비가 훨씬 더 정밀한 작업을 수행하는데 이 장비는 ASML이 독점 생산하고 있습니다. DUV 장비는 니콘이나 캐논 등 경쟁업체가 있긴 하지만 시장점유율은 ASML이 크게 앞서고 있습니다. 노광 장비는 가격이 비싸기로도 유명합니다.

ASML의 순 매출 중에서 154억 유로(약 22조 원)가 장비를 팔아서 올린 금액인데, 판매된 장비 대수는 345대입니다. 모델별로 장비 가격이 달라서 비싼 건 대당 2500억 원이 넘는 것도 있다고 하지만 그냥 평균으로만 계산해도 장비 한 대당 가격이 600억 원이 넘습니다. 하지만 ASML이 노광장비만 만드는 회사는 아닙니다. 비중은 적지만 계측 및 검사 장비도 함께 만들고 있으니 여기에 대해 언급을 한다면 회사에 대하여 공부를 하고 왔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 ASML의 장비를 어디서 가장 많이 사는 걸까요? 1위는 전체의 38%를 차지하는 대만입니다. 그 다음이 우리나라 (28.6%)이고, 중국(13.8%), 미국(9.4%), 일본(4.8%)이 그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

ASML 장비를 구입하는 상위 5개 나라에 대한 매출액을 2021년과 비교해 보면 흥미로운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대만은 10%가 늘었고, 미국은 25%, 일본은 119%가 늘었습니다.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도 6%가 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3%가 줄었습니다. 다른 나라의 반도체 기업들이 ASML 장비 구입을 늘리는 동안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만 줄인 겁니다.

ASML 직원 수는 전 세계에 걸쳐 3만 9000명이 넘습니다. 그 중 ASML코리아의 직원 수는 2000명 수준입니다. 대만의 3600명보단 적지만 중국의 1000명, 일본의 350명에 비하면 많은 숫자입니다. ASML은 지난해 11월, 경기도 및 화성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경기도 동탄 지역에 지역수리센터, 글로벌 트레이닝센터, 체험관 등이 들어가는 뉴 캠퍼스를 조성한다고 발표를 했고, 현재 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해야 할 일 
 

 ASML코리아의 현황. 1996년에 설립되어 2000명 넘는 직원이 일하고 있습니다. ⓒ ASML

 
ASML 코리아는 고용노동부로부터 '2023년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으로 선정되었고, 여성가족부로부터 '가족친화기업'으로 인증받기도 했습니다. ASML 연례 보고서에도 해당 내용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대통령님이 ASML 회장과 면담할 때 이 이야기를 하면 분위기가 좋아지지 않을까요?

그 좋은 분위기를 이어서 이제 대통령님이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이 일이 바로 순방에 앞둔 대통령님께 이렇게 ASML에 대해 설명을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앞서 ASML 코리아에 2000명의 직원이 있고, 뉴 캠퍼스를 조성 중이라고 했습니다. 대통령님은 거기에 ASML의 노광장비 생산 시설을 만들자고 제안하는 겁니다. 이유를 설명드리겠습니다.

ASML의 EUV장비를 만들기 위해서는 약 800개의 글로벌 공급업체가 제공하는 수십만 개의 부품이 필요합니다. 이 부품들을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ASML의 지사에서 모듈 형태로 구성한 후 네덜란드 본사로 내고 본사에서 최종 조립과 테스트를 거쳐 하나의 장비가 완성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어렵게 만든 장비를 고객사에 납품하기 위해서는 다시 모듈 단위로 분해하여 배송을 해야 합니다.
  

 ASML의 전세계 생산 기지. 다른 지역에서 만든 부품과 모듈을 네덜란드에서 조립하여 완성합니다. 한국에 완제품 생산 시설을 갖추게 되길 바랍니다. ⓒ ASML

 
문제는 EUV장비 한 대의 무게가 180t이 넘고, 높이만 해도 5m 가까이 되기 때문에 모듈로 나눠서 옮기더라도 비행기로는 세 대, 육상 이동을 위해서는 방진을 위한 특수 장치가 갖춰진 대형 트럭 20대 이상이 필요합니다. 향후 생산 예정인 하이-NA EUV 같은 경우는 장비 길이가 12m에 무게가 200t 이상이 될 거라 예상되기 때문에 장비 생산 후 고객사까지의 이동 과정이 더더욱 중요한 일이 될 것입니다.

세계에서 ASML의 장비를 두 번째로 많이 사는 나라가 우리나라입니다. 그 장비들을 네덜란드에서 만들어 한국으로 어렵게 보내는 것 보다는 한국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한국 기업에 바로 공급한다면 얼마나 수월하겠습니까? 한국, 대만, 중국, 이 세나라가 ASML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입니다. 대만이나 중국에서 필요한 장비를 한국에서 만들어 보내는 게 네덜란드에서 보내는 것보다 훨씬 유리할 것입니다. 모든 제품의 생산을 한국에서 하진 않더라도 EUV는 한국에서, DUV는 네덜란드에서 하거나 그 반대도 가능할 것입니다. DUV 안에도 종류가 많으니 그 중 특정 제품군만 한국에서 생산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입니다.
  

 ASML이 각국에 낸 세금. 전체 금액은 17억 유로, ASML코리아는 1억6천7백만 유로로 ASML 안에서 네번째로 많이 내고 있습니다. ⓒ ASML

 
보고서에 따르면 ASML이 지난해 낸 세금은 17억 유로(약 2조 4천억 원) 입니다. 그 중 ASML코리아가 낸 세금은 1억6700만 유로(약 2370억 원)입니다. ASML이 노광 장비를 한국에서 생산을 하게 된다면 그만큼 세수가 늘 것입니다. 첨단 반도체 장비를 생산하는 양질의 일자리도 많이 늘겠지요. ASML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들도 한국에 들어올 수밖에 없습니다.

꿈같은 이야기처럼 느껴지나요? ASML도 한국에 생산 시설을 짓는 것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작년 11월, 베닝크 회장은 동탄의 뉴 캠퍼스 조성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향후 한국에서 R&D(연구·개발)센터를 늘려나갈 것"이라며 "지식 이전에도 5~10년이 걸리는데 R&D가 추가되면 제조 기반 확장 여지가 생길 수 있고, 한국은 시작점에 있다"고 밝힌 바가 있습니다.

오는 고객도 쫓아내고 있는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
 

 반도체 노광 장비 선두기업인 네덜란드의 ASML의 피터 베닝크 회장이 2022년 11월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화성 '뉴 캠퍼스' 청사진 공개 행사에 참석해 세계 반도체 시장 전망을 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베닝크 회장의 발언은 완제품 생산이 아니라 부품 혹은 모듈 생산을 염두에 둔 발언일 수 있지만, 대통령님은 베닝크 회장을 만나서 한국에 완제품 생산 시설을 만들자고 제안해야 합니다. 여기에 대한 약속만 받아올 수 있다면 그 동안의 해외 순방이 단순한 외유가 아니었음을 증명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에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ASML은 보고서의 사업리스크 항목에 "한국에는 북한과의 긴장이 존재하고 있다. 두 나라의 관계가 악화되거나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당사의 사업, 재무 상태 또는 운영 결과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적어 놓았습니다.

지난 11월 22일, 우리 정부가 9.19 남북군사합의 내용 중 일부를 효력정지하면서 시작된 남북간 군사적 갈등은 북한이 합의내용을 전면 파기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대결국면으로 이어졌습니다. '일체의 적대행위 중지' 및 '서해 해상 평화수역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군사합의서로 인해 낮아졌던 한반도의 긴장상태가 이제 다시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이런 상황은 외국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정부 내 호전적 인사들을 배제하고, 남북간 대화를 통한 긴장완화에 나서야 합니다.

두 번째 문제는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공급 부족입니다. ASML은 2025년까지 회사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0으로 만들겠다며 순 배출 제로화를 선언했습니다. 2030년까지는 자사의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탄소도 0으로 만들겠다(탄소발자국)고 목표를 정했고, 2040년까지는 고객이 ASML장비를 사용하는 과정에서도 탄소 발생을 0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정했습니다.
  

 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들기 위해 만든 ASML의 로드맵. 2025년까지 자사 운영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은 0으로 만들겠다고 정해두었습니다. ⓒ ASML

 
이런 ASML의 목표 달성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 바로 한국입니다. 보고서에 "순배출 제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대만과 한국에서 신뢰할 수 있는 재생 에너지를 조달하는 것이다"라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2025년까지 재생 에너지 조달을 위해 "태양광 패널 사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도 적었습니다.

ASML이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재생 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한국에너지공단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발전량 가운데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7.15%(2021년)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재생에너지에 투자를 해서 크게 늘여야 하는데 윤석열 정부는 태양광 발전 대신 원자력 발전만 키우고 있는 중 아닙니까?

대통령님은 자칭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라고 했습니다. 한국은 반도체 강국이고 반도체 장비 최대 수입국 중 하나이기에, 외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언제라도 들어오고 싶어 하는 나라입니다. 정부가 할 일은 남북평화 분위기 조성과 재생에너지 조달만 해결하면 되는 겁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영업하겠다면서 영업에 방해되는 말과 행동만 골라 하고 있으니 지켜보는 이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는 고객도 쫓아내는 격입니다.

ASML 본사 방문 전에 남북긴장완화와 재생에너지 조달 관련 대책을 마련하십시오. 그 대책을 갖고 가서 세계 최대의 반도체 장비 회사인 ASML에게 한국에 반도체 장비 생산 시설을 지으라고 설득해야 합니다. ASML의 반도체 장비 한국 생산이 성사되기만 한다면 이는 단순히 반도체 장비 업체 유치 차원이 아니라, 반도체 공급망에서 한국이 세계의 핵심이 될 수 있는 역사적인 일이 될 것입니다. 대통령님의 각성과 행동을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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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네덜란드 MOU'의 실체... 부끄럽지 않나요?

 

 

[반도체 열일곱 번째 특별과외] 1주일짜리 단기견학을 '첨단반도체 아카데미'로 포장

 

 

오늘은 반도체 업체에서 이뤄지는 교육에 대해 대통령께 설명하려고 합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제조 회사들은 네덜란드의 ASML, 미국의 AMAT, 일본의 TEL 같은 반도체 장비 제조 회사들로부터 장비를 사오게 됩니다. 반도체 제조공정은 늘 미세화를 향해 발전해 가기 때문에 장비 회사들도 거기에 맞춰 새로운 장비를 개발합니다.

반도체 회사들이 새로 개발된 반도체 장비를 들여와서 운영을 하려면 엔지니어들이 그 장비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반도체 회사가 장비를 구매할 때 반드시 붙이는 조건이 있습니다. 자사 엔지니어에 대한 교육이 바로 그겁니다. 보통의 경우 장비엔지니어와 공정엔지니어를 대상으로 2주에서 4주간의 교육을 반도체장비 회사에서 실시하고, 교육을 받은 엔지니어가 동료들에게 교육을 전파하기 위해 반도체장비 회사로부터 교육자료 및 장비사용설명서 등을 함께 받습니다.
 

 반도체 장비 회사 AMAT에서 교육을 수료한 후 받게 되는 증서. 장비 회사들은 고객사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교육을 실시합니다. ⓒ 이봉렬

 
저의 경험을 예로 들겠습니다. 한국의 한 반도체 회사에 다닐 때입니다. 회사에서 AMAT로부터 장비 한 대를 구매하기로 했는데 이제껏 한 번도 도입하지 않았던 새 장비였습니다. 장비 구매 조건에 두 명의 엔지니어에 대한 교육이 포함되어 있었고, 그 중에 하나로 제가 교육을 받으러 갔습니다. 당시 AMAT의 트레이닝센터는 미국 오스틴에 있었습니다. 가서 2주간 교육을 받았는데 공정에 대한 이론은 물론이고 장비 제작하는 모습을 보고 장비를 실제로 만져 가면서 실무교육도 함께 받았습니다. 컴퓨터 상에서 장비를 실제로 구동시켜 볼 수 있는 시뮬레이터를 이용한 교육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주는 새로 나온 첨단 반도체 장비에 대해 다 익히기에는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에도 천안에 있는 AMAT코리아 트레이닝센터에서 해당 장비에 대해 두 번을 더 교육받았습니다. 이렇게 반도체 장비 엔지니어 하나 양성하는 데 생각보다 돈과 시간이 많이 듭니다.

AMAT를 예로 들었지만 ASML이나 LAM, TEL 같은 회사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고객사 엔지니어들이 자사의 제품에 더 익숙해지게 만들기 위해 반도체 장비 회사에서도 교육에 적극적입니다. 대부분의 메이저 반도체 장비 회사들은 한국에 트레이닝 센터를 만들어 고객사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중입니다. 반도체 관련 교육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감이 오시나요?
 

 ASML이 한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EUV 트레이닝센터. 장비회사마다 적극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 ASML코리아

 
세가지 MOU의 실체

이제 대통령님의 네덜란드 ASML 방문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이번 방문 중에 세가지 MOU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는데 그 중 하나가 "한·네덜란드 첨단 반도체 아카데미 협력"입니다. "첨단 반도체 아카데미"가 뭔지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산업부 보도자료에 이렇게 되어 있었습니다.


"아카데미가 신설되면 한국의 반도체 관련 학생들과 재직자들이 ASML 본사는 물론 에인트호벤 공대가 제공하는 교육 기회를 얻게 되어 EUV 등 첨단 장비 운영 노하우 및 관련 기술개발 역량을 키울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ASML본사와 에인트호벤 공대가 EUV 장비 혹은 최첨단 노광공정에 대한 별도의 교육과정을 만들어 한국 반도체 인재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는 곳이 아닐까 기대하게 됩니다. 그래서 산업부의 발표를 좀 더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한-네 첨단반도체 아카데미」 계획(안)" 이라는 참고자료가 있었습니다. 아카데미의 목적으로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한·네 양국 반도체 기업 협력 기반의 글로벌 첨단반도체고급 인재양성을 위한 정규 전문 교육과정 운영"

일정은 내년 2월에 1차 아카데미를 개최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참여 대상은 "국내·외 대학원생, 재직자 등"으로 되어 있는데 향후 5년간 "양국의 석박사 고급인력을 포함하여 약 500명을 양성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적혀 있는 대로라면 일년에 양국의 석박사 고급인력을 100명씩 양성하는 정규 전문 교육과정이 네덜란드 에이트호벤 공대 혹은 ASML에 만들어지는 겁니다. 이게 맞다면 세 건의 MOU 가운데 "삼성과의 R&D센터", "SK하이닉스와의 수소재생기술개발" 같이 이미 예정되어 있는 일에 정부가 슬쩍 얹혀 가는 것과는 결이 다른 그나마 제대로 된 MOU라고 개인적으로 생각됩니다.

1차 아카데미 일정이 내년 2월로 MOU를 체결한 지 3개월도 안 돼서 진행된다고 해서 세부 프로그램(안)을 살펴봤습니다.
 

 반도체 아카데미의 세부 프로그램 설명입니다. 이 정로로 첨단반도체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 산업부 보도자료

 
프로그램은 "①첨단반도체 공정기술 특강 ②반도체 솔버톤 ③ASML 등 글로벌 기업 현장 방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①첨단반도체 공정기술 특강"은 말 그대로 반도체 관련 명사를 불러서 특강을 듣는 것입니다. 전임자가 정해진 정규교육과정이 아니라 회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특강인 겁니다.

"②반도체 솔버톤"은 "반도체 업계 난제 등 기업 제시 문제를 교육생들이 팀을 이뤄 해결하는 팀 프로젝트 챌린지"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보통의 경우 기업이나 대학에서 2박3일 정도의 단기 일정으로 특정 문제해결을 위한 팀 경진대회 하는 걸 솔버톤이라고 하는데 반도체 전문가 양성과정에 솔버톤이라니 조금 의아합니다.

"③ ASML 등 글로벌 기업 현장 방문"은 네덜란드에 있는 ASML와 반도체 회사 NXP, 에인트호벤 공대 등 첨단 반도체 기업 및 연구 기관을 방문하는 일정이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포스코나 현대자동차 생산현장을 견학하는 것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 일정입니다.

이 세가지 과정을 모두 마치는 전체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단 일주일입니다. 설마 그럴리가 있나 싶어 이 아카데미를 주관할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 문의를 해서 확인했습니다.
 

 


일주일 견학이 첨단반도체 아카데미라고?

한국에는 반도체특성화대학원이 KAIST, UNIST, 성균관대 등 세 군데가 있는데 여기 대학원생 중 일 년에 100명씩 선발해서 일주일동안 네덜란드에 보내는 초단기 일정이었습니다. 대학원생들이 일주일 동안 네덜란드에 가서 특강과 솔버톤, 견학을 통해 무엇을 얼마나 배워올 수 있을까요?

이건 한국과 네덜란드 양국의 석박사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정규 전문 교육과정이 생기는 게 아니라, 사실은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일주일짜리 네덜란드 반도체 산업 단기 견학과정이 생긴 겁니다. 그 비용은 모두 세금으로 지출된다고 합니다. 이걸 대통령님은 네덜란드 방문 3대 성과 중 하나라고 포장했습니다. 너무 심한 것 아닌가요?

한국은 세계적인 반도체 강국입니다. 세계 반도체 장비 업체들에게 우리 기업들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반도체 장비를 사고 있는 핵심 고객입니다.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그런 한국에 장비 한 대라도 더 판매하기 위해 한국에 거점을 만들고 사람을 채용하고 교육을 시키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교육을 시킬 환경이 안 되면 미국이나 네덜란드까지 초청해서 교육을 시키고 있습니다.

한국 반도체학과 대학원생들에게 현장경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한국에 있는 반도체 장비 업체의 트레이닝센터와 연계해서 대학원생들에게 필요한 교육과 체험을 하게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일 것입니다. 대통령님이 네덜란드까지 가서 교육을 시키는 쪽은 번거롭고, 받는 쪽은 실효성 별로 없는 이런 단기견학상품을 만들어야 했습니까?

외국 방문 성과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이런 어이없는 것까지 만들어 발표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행히 이번에 양국이 체결한 건 MOU(양해각서)입니다. 구속력 없는 문서라 굳이 시행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통령님이 다시 검토해서 이건 없던 일로 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