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의 긴 꼬리와 김건희 여사의 두문불출
* 김재욱 화백
동물 생태에 대한 연구가 깊어질수록 오랜 세월 사람들이 품어온 오해가 많이 풀리고 있다.
새가 머리가 아주 나쁘다는 것도 그런 오해 가운데 하나다.
서양 속담에 ‘어리석은 타조는 적이 가까이 다가오면 머리를 모래에 파묻는다’는 게 있다.
미국 클리블랜드 동물원이 2020년 3월11일 블로그에 올린 ‘팩트체크’ 글을 보면, 사실이 아니다.
타조는 모래에 얕은 구멍을 파서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는데, 하루에 여러 번 부리를 이용해 둥지에 있는 알을 뒤집는 것이 사람들에게 착각을 불러일으킨 것이라고 한다.
우리 속담에는 ‘꿩은 머리만 풀에 감춘다’는 게 있다. 사람이나 맹금에게 쫓기는 꿩이 머리만 풀 속에 처박고 안심하고 있다가 잡힌다는 것이다.
정말 꿩이 어리석어서 그런 걸까?
축산기술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꿩은 수컷(장끼)의 경우 몸무게가 평균 1.5㎏에 이르는데, 한쪽 날개의 길이는 25㎝밖에 되지 않는다. 잘 날지 못하고, 오래 나는 건 더 못한다. 위험을 피하기 위해 숨는 쪽을 택하기 쉽다.
꿩은 풀숲을 헤치고 다니기 쉽게 몸이 날씬하고 길쭉하게 진화한데다, 장끼의 화려한 꼬리는 길이가 50㎝가 넘어 감추기가 매우 어렵다.
그렇다면, ‘어리석음’보다는 고사성어 ‘장두노미’(藏頭露尾)처럼 ‘머리는 감추지만 꼬리까지 흔적 없이 감추기의 어려움’에 초점을 맞추는 게 더 적절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15일 네덜란드 순방에서 귀국한 이후 두문불출하고 있다. ‘디오르 백’과 ‘김건희 특검법’ 정국에서 관심을 피해보자는 뜻일 게다.
김 여사는 과거에도 그런 적이 있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허위 경력, 논문 표절 등 의혹이 퍼지자, 2021년 12월26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하고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했다. 그 뒤 선거 때까지 두문분출했다. 말이나 행동, 패션이 입방아에 오르는 걸 한동안 피할 수 있었다.
이번 두문불출은 15일로 한달이 됐다. 그런데 사람들의 관심을 피하는 데는 실패한 것 같다.
김 여사 모녀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이 벌어지던 시기에 주식 거래로 23억원을 벌었다는 검찰 의견서 내용이 공개되고, 주가 조작을 주도한 이의 외장 하드디스크에서 ‘김건희’ 이름이 담긴 엑셀 파일이 나온 사실도 보도됐다.
두문불출 자체에도 관심이 커가는데, 꼬리마저 길어서 계속 삐져나온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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