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고발사주 윤석열 입건' 뉴스는 어디로 갔나

道雨 2024. 2. 26. 09:55

'고발사주 윤석열 입건' 뉴스는 어디로 갔나

 

 

 

주류언론들, 공수처 '재수사' 결정에 '입꾹닫'

고발사주 유죄 판정에 '윗선개입 의혹' 더 커져

야당 의혹엔 대서특필, 대통령 의혹엔 조용

언론, '살권감' 못하면 '기레기' 면치 못할 것

 

지난 21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른바 ‘고발사주’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재수사(추가수사)’ 또는 ‘입건’했다는 기사가 일부 언론에 보도됐다.

올해 1월 손준성 검사가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의 유죄판결을 받은 뒤, 더불어민주당과 시민단체들이 재차 고발하면서, 공수처가 윤·한 두 사람을 재수사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전한 언론은 극히 드물다. 몇몇 언론들만이 “공수처가 윤석열·한동훈을 ‘고발사주’ 사건으로 입건”했으며, “이 사건을 수사3부에 배당했다”고 보도했다.

이른바 ‘주류 언론’ 가운데는 이 내용을 기사화한 매체는 MBC와 한겨레뿐이다. 그 밖에 미디어오늘, 고발뉴스, 뉴스버스, 뉴스토마토, 프레시안, 조세일보, 이데일리 등 소수의 인터넷매체들만 이 소식을 기사로 썼다.

‘주류 언론’이라고 불리는 조선·중앙·동아·한국·서울·매경·한경 등 대형 종이신문 매체와 KBS, SBS, YTN, 종편방송 등에서는 관련 기사를 단 한 줄도 찾아볼 수 없다. 

 

 

* 네이버 2월25일 오후 8시 '윤석열 고발사주' 로 기사 검색한 화면 갈무리

 

 

 

지난 2022년 5월 검찰은 윤 대통령 관련 고발사주 사건을 각하(검토도 하지 않고 돌려보냄)했고, 공수처 역시 손준성 검사를 기소하면서도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에게는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야당과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사주’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불법대출 부실수사’ ‘특활비 140억원 자의적 사용’ ‘나경원 씨 딸 입시부정 부실수사’ 의혹 등 여러 혐의로 수차례 고발당했지만, 검찰과 공수처는 그때마다 ‘각하’나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고발사주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손준성 검사에게 “죄질이 나쁘다”며 유죄판결을 내리면서 위법사실이 확인된 데다, 재판 결과 ‘윗선 개입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윗선’은 현직 대통령인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말한다.

입건이 되면 피고발인은 ‘용의자’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바뀌는데, 공수처가 현직 대통령과 여당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해 재수사키로 한 것으로, 공수처가 재수사키로 한 것은(수사 결과에 상관없이) 그 자체로 중요하고 심각한 사안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고발사주 범죄 개입 가능성은 재판과정에서 더욱 강하게 제기됐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재판과정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고발사주 전날 손 검사가 참여한 단체 카톡 대화방에 관련 자료로 추정되는 사진 60장을 올린 사실도 밝혀졌고, 당일에는 손준성 검사가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실과 연락했다는 증언도 나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1심 재판에서 고발사주 사건에 윗선이 개입한 가능성이 드러났다”면서, 손준성 검사에게 고발사주를 지시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시 검찰총장인 윤석열 대통령뿐이라는 것이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도 지난해 10월 국감 증인으로 출석해 “손 검사 개인이 혼자 했을 리 만무하다는 건 검찰에서는 누구나 동의하는 사안”이라며 “총장(윤석열) 지시하에 검사와 수사관들이 함께 (고발장을) 작성했고, 총장 컨펌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고발사주’의 위법성이 법정에서 인정됐고, 이런 증언과 주장이 나오고 있다면, 언론은 공수처의 이번 재수사 결정을 기사화하고, 재수사를 통해 국민적 의혹을 풀어야 한다는 여론을 이끌어내야 한다. 드러난 사실과 증언, 합리적 논리를 근거로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권력의 구린 비리를 감시하는 것이 언론의 중요하고 당연한 역할이다.

 

언론은 위법사실이 드러난 ‘고발사주’와 윤·한 두 살아있는 권력의 관련성 의혹을 다시 한 번 제기하고, 관련성을 뒷받침할 증언과 정황을 취합·정리해 국민들이 추론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이미 드러난 사실과 주장 이외에 새로운 증거를 찾아내는 일도 해야한다. 사설과 칼럼을 통해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라고 촉구해야 한다. 이런 기사와 칼럼·사설을 다 챙기려면 하루 이틀 지면이 부족할 정도다. 그러나 주류 언론들은 단 한 줄의 기사도 쓰지 않았다.

 

언론이 그동안 야당 대표와 야당 정치인의 불법·비리 의혹을 보도해왔던 태도와 비교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주류 언론들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회의원들의 작은 의혹만으로도 큰 기사를 만들어내고, 검찰의 수사착수 단계부터 대대적으로 보도하는가 하면, 검찰 발표와 온갖 떠도는 소문까지 검증 없이 받아써 보도하지 않았던가.

세상을 떠난 이선균 배우의 경우, 경찰 내사단계에서부터 혐의를 뒤집어씌워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사생활과 주변인물까지 탈탈 털었다.

그랬던 언론이 대통령과 집권여당 대표에게 향한 의혹에는 입을 꾹닫고 있는 것(입꾹닫), 혹은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있는 것(입틀막)이 공정한 언론의 모습인가?

 

공수처가 재수사 결정을 내리기 했지만, 지난번 무혐의 처리했던 공수처가 이번에는 제대로 수사해 진상을 밝혀낼지는 회의적이다.

또 수사를 하더라도 대통령의 ‘임기중 불소추 특권’ 때문에 공수처가 바로 기소할 수도 없다.

언론이 혹시 이렇게 ‘어차피 잘 되지 않을 수사’ ‘기소도 하지 않을 수사’라고 생각해 미리감치 포기하고 자세한 취재·보도에 나서지 않는 것인가? 

 

* 빅카인즈 '고발사주 AND 윤석열' 기사(2월18일~2월25일) 검색 결과 화면 갈무리

 

 

그러나 만일 공수처가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또 부실하게 한다면, 그것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도 언론이 할 일이다.

공수처의 윤 대통령 고발사주 재입건 기사를 보도한 한겨레(2월20일자)는 “대통령 불소추 특권 때문에 수사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임기 중 기소되지는 않더라도, 검찰이나 공수처가 ‘수사하는 것’은 가능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임기 중에 특검 수사를 받았다.

 

기소 여부와 상관없이 수사는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마찬가지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공수처의 이번 재수사 결정을, 언론은 주저 말고 보도해야 한다. 검찰 출신 대통령 아래서 ‘살권수(살아있는 권력 수사)’에 눈치보는 검찰도 문제지만, ‘살권감(살아있는 권력 감시)’에 소홀한 언론은 더 문제다.

 

지금 윤 대통령 본인이 연루된 비리 의혹은, 고발사주 말고도 채 상병 수사은폐, 부산저축은행 부실대출 수사무마, 특활비 남용, 부인의 디올백 수수 관련 김영란법 위반사건, 당무개입·선거개입 의혹 등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살권감’에 ‘입꾹닫’하다가는, 주류언론들이 국민들로부터 ‘기레기’ 멸칭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김성재 에디터seong680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