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장악·탄압, 독재시대로 퇴행
언론자유 추락…'독재화 전환 국가'로 해외 망신
비판 언론사·기자에 무더기 압수수색·고소고발
방통위·방심위 동원 언론장악, 투표로 심판해야
[편집자 주]
4·10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민심이 들끓고 있다. 대한민국을 '눈 떠보니 후진국' '다시 헬조선'으로 만든 범인을 응징하려는 것이다. '이채양명주'라는 조어도 등장했다. 이태원 참사에서 '이',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에서 '채',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에서 '양',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의 명품(디올) 가방 수수 사건에서 '명', 주가조작(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주' 자를 끌어온 것이다. 투표소로 향하면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다섯 가지 죄목이다. 그러나 어디 그뿐이랴. 집권 만 2년도 안 돼 정부의 거버넌스(통치시스템)를 통째로 무너뜨리는 데는 훨씬 더 많은 실정과 비정이 작용했다. 정권의 무도함과 무능, 무책임이 한 덩어리로 뭉쳐져 빚어낸 것들이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그 중에서 12개를 뽑아 선거 전날까지 시리즈로 내보낸다.
* 시민들이 SNS에서 윤석열 정권의 '입틀막'을 풍자한 패러디 사진을 올리고 릴레이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모습. 시민언론민들레 사진.
윤석열 정권 2년간 국내외에서 받은 성적표 가운데 좋은 점수를 받은 분야가 거의 없긴 하지만, 최근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평가 중엔 충격적인 것이 하나 있다. 스웨덴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V-dem)가 한국을 ‘독재화로 전환 중인 나라’로 강등시킨 것이다. 이 연구소가 매긴 한국의 ‘민주주의 지수’ 순위는 문재인 정부 때 179개국 중 17위에서 지난해 무려 30단계나 곤두박질친 47위였다. 윤석열 정권 2년 만에 ‘민주주의 선도국가’에서 ‘독재화로 전환 중인 국가’가 된 것이다. 국제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민주주의 지수’를 구성하는 지표에는 ‘표현의 자유’가 포함된다. 한국의 순위가 추락한 이유에는 윤 정권이 자행하고 있는 비판언론 탄압이 그대로 반영됐다. 윤 정권이 출범 이후 벌인 ‘바이든-날리면’ 논란, MBC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 기자와 언론사 수십 차례 압수수색 · 고소고발 등을 생각하면 한국의 민주주의 지수 추락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윤 정권이 언론을 대하는 모습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비판언론에 대한 검찰식 탄압이고, 둘째는 공영방송 장악이다. 두 가지의 공통점은 정권에 불리한 언론보도를 강제로 막겠다는 ‘입틀막’이며, 박정희 · 전두환 독재정권의 언론자유 탄압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무려 40년이나 시대를 퇴행시키고 있으니 ‘독재화 전환 중’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18개월 간 언론사 압수수색·고소고발 11건…해외 언론도 주목
검찰식 탄압은 주로 기자와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과 고소고발로 이루어졌다. ‘바이든-날리면’ 보도를 한 MBC, 윤석열 검사의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부실수사와 수사무마 의혹을 보도한 경향신문 · JTBC · 뉴스타파 · 뉴스버스 · 리포액트, 김건희 씨의 ‘쥴리’ 의혹을 제기한 뉴탐사 등의 기자 · 대표 · 편집국이 압수수색을 당했다. 시민언론 민들레도 이태원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했다가 압수수색의 대상이 됐다. 대통령 관저에 천공 무속인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뉴스토마토 기자들은 고발당했고 대통령실 출입을 중단당했다.
대통령, 대통령 부인과 가족, 정부에 대해 근거를 갖고 비판하거나 의혹을 제기하는 것만으로 언론사와 언론인을 압수수색 · 고소고발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언론자유를 탄압하는 것이다. 언론의 취재 · 보도 활동을 위축시키는 효과도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보기 어려운 일이다. 해외 언론도 신기하게 생각했는지 이런 내용을 대서특필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소리’(VOA)가 “윤석열 하에서 언론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이 증가했다”는 제목으로 기사를 냈다. 윤석열 정부가 1년 반만에 언론에 대해 무려 11건의 소송을 제기했다는 내용이었다.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뉴스타파의 '윤석열 검사 대장동 대출비리 수사무마 의혹' 보도를 인용보도한 방송사들을 심의하기 위해 가족, 지인을 동원한 '민원사주'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뉴스타파 보도 화면.
올해 3월에는 홍콩에서 발행되는 유력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대통령실 황상무 수석의 ‘회칼 테러’ 발언을 보도했다. SCMP는 기사에서 윤 정부의 언론사 압수수색 사실 등을 보도하면서 “자신의 반대자나 비판자를 공산주의자와 그 추종세력으로 여기고 비판적 보도에 ‘가짜뉴스’ 낙인을 찍어 침묵시키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윤 정부의 비판언론 탄압 사례가 이렇게 여러 차례 외신을 통해 전세계에 알려진 결과가 ‘민주주의 지수’ 폭락과 ‘독재화 전환 중인 국가’라는 부끄러운 오명으로 나타난 것이다. 오는 5월에는 국경없는기자회가 매년 공개하는 세계 각국의 언론자유 지수가 발표된다.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31위로 최상위권이었고, 문재인 정부 때에도 41~43위로 상위권이었다. 윤석열 정부 첫해인 지난해 순위는 47위로 1년 만에 4단계 하락했는데, 올해 발표에서는 얼마나 추락할지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이명박 · 박근혜 정부 때처럼 60~70위 수준까지 폭락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 방송’ KBS는 ‘땡윤방송’ 전락…비판적 보도에 ‘입틀막’ 제재
윤석열 정부는 공영방송 장악에도 마치 폭주기관차처럼 치달았다. 공영방송 장악의 첫 작업은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방송통신위원장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을 내쫓는 일이었다. 사소한 트집을 잡아 임기가 남은 방통위원장·방심위원장을 해임시킨 뒤 곧바로 KBS, MBC, EBS 등의 공영방송 이사진과 사장까지 같은 방식으로 해고 절차에 들어갔다. 이런 무자비하고 퇴행적 방송장악을 위해 방통위의 합의제 결정의 원칙과 과정은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했다.
공영방송 KBS에는 극우성향 석간신문인 문화일보 기자 출신 박민 씨를 사장으로 보내 마침내 ‘땡윤 방송’으로 변모시켰다. KBS는 윤 정권에 비판적인 뉴스앵커, 시사프로진행자를 예고도 없이 한꺼번에 교체하고 프로그램도 폐지했다. 요즘 KBS는 ‘국민의 방송’이 아닌 ‘박민의 방송’ ‘국영 방송’이란 조롱을 받고 있다. 방통위는 MBC에서도 대주주 방문진 이사장과 이사들을 해임시켰지만, 법원의 무효판결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
방송보도를 심의하는 독립기구인 방심위는 또 어떤가?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취임 이후 ‘윤석열 검사 부실대출 수사 무마 의혹’(일명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을 보도한 여러 방송사들에게 전례없는 중징계를 내렸다. 류 위원장은 정부 비판 보도를 골라 심의하고 징계하기 위해 방통위가 그랬던 것처럼 5인 합의제 원칙을 아무렇지 않게 어겼을 뿐 아니라, 가족과 지인을 동원한 기상천외한 ‘민원사주’ 행태까지 동원했다.
* 황상무 대통령 시민사회수석의 언론 테러 위협 발언을 전하는 3월 14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총선을 앞두고 방심위가 벌이고 있는 일은 더욱 기가 막힌다.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틱톡’ 동영상을 두고 ‘사회질서 혼란을 야기한다’며 심의한 뒤 접속차단시켰다. 김건희 씨를 ‘김건희 여사’라고 부르지 않은 방송에 행정지도 처분을 내리는가 하면,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묻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방송 중징계를 내렸다. 기상캐스터가 맑은 날씨를 표시하는 ‘파란색 1’을 크게 띄운 MBC 뉴스가 편향적이라며 심의대상에 올렸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선거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정부 비판 발언을 심의하고 있다. 방송계에서는 이런 코미디를 연일 목격하고 있다.
시민들은 윤석열 정부를 '입틀막 정부'라고 조롱한다. '입틀막'은 윤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에서 말을 크게 하거나 심기를 거스르면 경호원의 억센 손이 입을 틀어막는 것을 줄인 말이다. 야당 국회의원과 졸업식에 참석한 학생이 '입틀막'을 당하면서 유행어처럼 퍼졌다. 그러나 '입틀막'은 개인만 아니라 언론에게도 가해져 왔다. 비판 언론사와 언론인에게 압수수색 · 고소고발로 ‘입틀막’하고, 방통위·방심위를 동원해 또 ‘입틀막’하고, 공영방송을 장악해 비판보도가 방영되지 않도록 재차 ‘입틀막’하고 있는 것이다.
‘입틀막’은 강압적이고 폭력적이며 불법적이다. 헌법이 국민에게 보장한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훼손하고 억압한다. 윤 정부가 언론장악과 언론탄압으로 언론의 입을 틀어막고 언론자유를 무너뜨리는 것은 40년전 군사독재정권이 그랬던 것처럼 국민과 언론을 우습게 보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황상무 수석의 무시무시한 ‘회칼 테러’ 발언은 그런 사고방식에 나온 것이다. 국민이 자신의 권리를 되찾아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국격을 높이는 방법은 이를 투표로 심판하는 것이다.
김성재 에디터seong6806@gmail.com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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