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윤 대통령, 국정운영 기조 바꾸라는 민심에 응답해야

道雨 2024. 4. 12. 09:36

윤 대통령, 국정운영 기조 바꾸라는 민심에 응답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집권여당의 총선 참패와 관련해 국정 쇄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총선 결과로 확인된 민심은, 윤 대통령의 오만하고 독선적인 국정 운영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임기응변식 대처가 아닌 국정 기조 대전환을 통해 민심의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

 

22대 총선 개표 결과,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은 192석을 획득해 국민의힘(108석)을 압도했다. 윤 대통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임기 5년 내내 여소야대 국회에 둘러싸인 대통령이 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2년간 거대 야당의 ‘발목잡기’를 탓해왔지만, 민심은 오히려 윤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을 심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고,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전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수석급 이상 참모진은 이날 일괄 사의 표명을 했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도 물러났다. 윤 대통령이 이날 언급한 ‘국정 쇄신’을 위해 인적 쇄신이 선행되는 것이라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민심의 ‘성적표’가 확인된 만큼, 여권 핵심 인사들이 선거 결과에 책임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집권세력을 심판하며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윤 대통령의 실질적 변화다.

 

22대 총선 결과는 윤 대통령이 지난 2년처럼 남은 임기를 수행해선 안 된다는 단호한 메시지다.

이태원·오송 등 대형 참사 앞에서 보인 무책임, 이종섭 대사 임명과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대처에서 보여준 오만, 공권력을 동원한 비판세력 탄압 등, 민주국가의 지도자로선 상상할 수 없는 행태가 차곡차곡 쌓여왔다.

민생은 내팽개친 채 야권을 ‘반국가세력’으로 매도하며 이념전쟁을 주도하고, 야당의 협조 없이는 국정과제 실현이 사실상 불가능한데도, 야당 대표가 ‘피의자’라며 면담조차 거부해왔다.

 

윤 대통령은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선 민심이 왜 정권에 등을 돌렸는지 겸허히 성찰하고 반성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불통과 퇴행의 리더십에 국민이 경고장을 내민 만큼, 국정 운영 기조를 전면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무엇보다 야당을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소통과 협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 대통령이 주도하는 ‘대결 정치’를 멈추고, 야당과의 협치를 통해 민생안정에 전념하는 것이 국민의 요구임을 유념해야 한다.

 

 

 

[ 2024. 4. 12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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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도 심판받은 것, 민심의 경고 엄중히 받들어야

 

 

집권여당의 참패로 끝난 이번 총선은, ‘검찰 정권’ ‘검찰 공화국’에 대한 심판이기도 했다.

유권자들은 검사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실패 책임을 묻고, 역시 검사 출신으로 정권의 2인자였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도 냉엄한 정치적 평가를 내렸다.

‘검찰독재정권 심판’이라는 구호를 선명하게 내건 조국혁신당이 돌풍을 일으킨 것도 같은 맥락으로 평가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뒤, 한 위원장을 비롯한 ‘윤석열 사단’ 검사 출신들이, 전문성과 무관하게 대통령실과 정부의 각종 요직을 꿰차고, 민심과 동떨어진 ‘불통 국정’을 주도했다. 검찰 시각에 갇혀 국정을 운영한다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검찰은 그런 정치권력과 거리를 두기는커녕, 오히려 대통령의 사병처럼 움직였다.

‘윤석열 사단’ 검사들이 주요 직책을 독점한 검찰은, 지난 2년 내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위시한 야당 및 전 정부 인사들을 겨냥한 수사에만 매달린 반면,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등 정권의 약점이 되는 사건은 아예 건드리지도 않았다. 검찰 출신 대통령과 한몸이 돼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가치는 팽개쳤다.

 

조국혁신당의 약진은 이런 배경 없이는 설명하기 힘들다.

자녀 입시비리 등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상황임에도, 조국 대표는 비례대표 12석(득표율 24.25%)이라는 정치적 성공을 거뒀다.

이른바 ‘조국 사태’로 내로남불의 낙인이 찍힌 조 대표가 이 정도 지지를 얻은 것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검찰이 보여온 불공정 행태가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는 평가가 폭넓은 공감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11일 총선 뒤 첫 기자회견을 대검찰청 앞에서 열고 “검찰도 이번 총선에서 확인된 뜨거운 심판이 자신과 무관하지 않은 것을 알 것”이라며,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및 명품백 수수 사건 수사를 촉구했다.

 

총선을 통해 검찰을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다는 민심이 확인됐다. 22대 국회에서 검찰개혁은 핵심 과제로 다시 떠오를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은 검찰권 남용을 막고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수사·기소 분리 등 더욱 근본적인 개혁안을 총선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제라도 검찰은 민심의 경고를 엄중히 받아들여, 정권이 아닌 국민을 섬기는 검찰로 탈바꿈해야 한다.

생명과도 같은 정치적 중립과 공정의 원칙을 저버린 검찰은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없다.

 

 

 

[ 2024. 4. 12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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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회복에 중점 두고 경제 정책기조 전면 전환해야

 

 

 

집권 2년이 돼가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운용 실패는, 4·10 총선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한 핵심 원인 가운데 하나다.

선거 기간 내내 ‘대파’는 고물가로 인한 민생고의 상징으로 떠올랐는데, 윤 대통령은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문제해결 능력도 갖추지 못했다는 이미지만 키웠다.

총선 결과가 나온 11일 윤 대통령은 “경제와 민생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빈말로 끝날 수도 있겠지만, 우선은 그런 지향점을 내비친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긴다.

 

윤석열 정부 2년간 물가가 큰 폭으로 올랐고, 지금도 12개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에 이를 정도로 상승세가 가파르다. 그런 가운데 대다수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2022년부터 2년 연속 감소했다. 물가 상승세는 고금리를 불가피하게 했고, 부채 부담이 큰 가계의 가처분 소득도 떨어뜨리고 있다.

 

이런 고물가·고금리를 윤석열 정부가 초래한 것은 물론 아니다. 문제는 그로 인한 민생고에 별 관심이 없고, 해결 능력도 보이지 못했다는 데 있다.

정부는 ‘집 사서 돈 벌게 해주겠다’ ‘부동산 개발을 지원하겠다’ ‘주식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데 치중했다. 부자 감세에 쉼 없이 매달리고, 세수가 감소하는 가운데 건전재정을 강조하며 정부 지출을 줄이기에 바빴다. 연구·개발(R&D) 예산까지 마구 삭감하는 판에, 민생을 돌보는 데 재정을 염출할 여지는 거의 없었다.

 

 

총선에서 참패했다고 윤석열 정부가 경제정책 기조를 크게 바꿀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여론조사에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그 이유로 ‘경제·민생·물가’를 최우선으로 꼽은 지 오래됐음에도, 총선 기간 내내 윤 대통령이 이른바 ‘민생토론회’를 24차례나 계속하며 기존 정책기조에 따른 선심성 공약을 남발한 것은 사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제 와서 잘못됐다고 인정하고, 공약을 폐기하고, 정책 방향을 전환할지 의문이다.

 

그러나 그런 대전환의 용기 없이 앞날을 헤쳐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문제 등 총선 뒤로 대응을 미뤄둔 사안이 산적한데다, 국제 유가가 오르고 원-달러 환율이 올라 물가고의 해결 전망이 더 아득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 운용에 대한 신뢰를 되찾으려면, 사태를 엄중히 인식하고, 원점에서 냉정하게 ‘민생회복’ 대책을 마련할 경제팀을 새로 짜는 것에서부터 일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 2024. 4. 12  한겨레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