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영국 ‘브렉시트’ 같은 멍청이 투표는 말자

道雨 2024. 4. 4. 11:03

영국 ‘브렉시트’ 같은 멍청이 투표는 말자

 

 

대통령 가는 곳마다 어마무시 개발공약

대단한 거 같지만 재정 뒷받침 없는 사기

우리 아이들 미래 위해 생각있는 한표를

 

 

 

2016년 6월 23일, 영국은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결정했다.

영국 국민 스스로 유럽 다른 나라들과의 자유로운 무역을 포기하겠다는 결기 있는 선언이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어땠을까?

한 마디로 참혹하기 이를 데 없었다.

경제성장률이 크게 하락하면서 특히 서민 경제가 큰 타격을 받았고, GDP가 2022년 2분기까지 5.5%나 감소했다는 분석이 있었다.

금융회사 430여 개, 금융자산이 무려 1조 파운드(약 1600조 원)가 영국 밖으로 빠져 나갔다. 게다가 자유무역 포기의 대가로 관세는 더 높아졌고, 이주 노동자가 감소하면서 인건비가 크게 증가해, 40년 만에 깨어난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되고 말았다.



‘휴리스틱’’ 작동으로 경제사상 최악의 선택을 한 영국민

결과적으로, ‘브렉시트’와 인플레이션이 만나 영국 경제를 나락으로 끌고 갔다.

지금도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영국 경제사를 통틀어 가장 후회스럽고 바보 같은 결정으로 ‘브렉시트’를 주저 없이 꼽고 있다.

그런데 가장 바보 같은 결정이었다는 브렉시트’ 결정 과정에서 정말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영국 국민 스스로 EU 탈퇴를 결정한 날,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문장이 바로 “What does it mean to leave the EU?(EU 탈퇴가 무슨 뜻이지?)”였다는 것이다.

그러니깐 많은 영국 국민이 EU 탈퇴가 제대로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한 채 찬성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행동경제학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커너먼에 따르면, 사람의 생각 시스템에는 두 가지 시스템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대충 생각하기’ 다른 하나는 ‘깊이 생각하기’ 시스템이다. ‘1+1=?’ 이런 단순한 질문에는 ‘대충 생각하기’ 시스템이 활용되고, ‘2645×2580?’ 같은 복잡한 질문에는 ‘깊이 생각하기’ 시스템이 나선다는 것이다.

 

* 영국에서 브렉시트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끝 난 뒤 런던의 린들리홀, 왕립원예원에서 웨스트민스터 시와 런던 시에서 수거된 투표함의 개표를 준비하고 있다. 2016. 6. 23. epa 연합뉴스 

 

 

그런데 우리 뇌는 ‘대충 생각하기’ 시스템을 훨씬 선호한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그렇지만, 우리 뇌는 본능적으로 뇌의 건강과 생존을 위해 깊이 생각하는 과정을 건너뛰고 대충 찍는 걸 훨씬 더 선호한다고 한다는 것이다. 뇌의 이런 습관을 행동경제학에서는 ‘휴리스틱’이라 부른다.

우리 뇌는 골치 아픈 문제와 대면하게 되면 대충 결정하고 도망가 버리려는 ‘휴리스틱’이 작동한다는 것이다.

영국 국민의 ‘브렉시트’ 결정도 마찬가지였다.

신자유주의로 무장한 보수 정치세력은, 영국 서민들의 삶이 피폐해진 이유를,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난민이 몰려들어와 그들의 일자리를 빼앗았기 때문이라 선동했다.

물론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영국 경제가 침체되고 특히 서민 경제가 어려워진 결정적 이유는, 마가렛 대처 이후 약 40년 간 신자유주의가 영국을 휩쓸면서, 부자들은 더욱 부자가 되었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가난해졌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난민 때문은 아니었다.

하지만, 무엇이 진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EU를 탈퇴하면, 중동과 아프리카 난민의 이주를 막을 수 있고, 그들로부터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선정적 선동은, ‘깊이 생각하기’ 시스템을 차단했다.

 

게다가 당시 영국 언론 환경은 ‘브렉시트’를 옹호하는 매체의 발행 부수가 잔류를 희망하는 매체에 비해 4~5배나 많았다. 자연스레 ‘휴리스틱’이 작동할 수 있는 용이한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반대의 정보는 무시하거나 거부해버리는 확증 편향은 더욱 강화되었고, 난민에 대한 차별과 혐오도 더욱 커져갔다.

영국 경제사에 있어 가장 아둔한 결정이라 일컬어지는 ‘브렉시트’는 그렇게 결정된 것이었다. 영국 국민이 바보라서 그런 결정을 한 것이 아니었다.

 



어마무시한 대통령 약속들, 쓸 돈이나 있는가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를 24차례나 개최했다. 말이 ‘민생토론회’지 민생 토론은 거의 없었고, 주로 여당 열세지역에서 포퓰리즘 정책 남발과 천문학적인 돈을 퍼붓겠다는, 사실상 총선 기획 프로그램이었다. 가는 곳마다 개발 정책, 투자 확대, 규제 완화가 쏟아졌다.

민생토론회에서 내놓은 약속들을 모두 이행하려면, 많게는 1000조 원이 넘고 적어도 수백조 원의 재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있다.

‘대충 생각하기’로 접근하면 이보다 더 좋은 일도 없다. 무조건 엄청난 돈을 퍼붓고 무조건 개발하겠다고 한다. 당장 내 삶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총선의 표를 생각했다면 더없이 좋은 ‘휴리스틱’ 전략이다.

그런데 ‘깊이 생각하기’ 시스템을 작동해서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봐도 금방 사기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체적인 이행 방안이나 관련 예산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아니, 구체적 이행 방안이나 관련 예산이 있을 수가 없다. 쓸 돈이 없기 때문이다.

2023년에 이미 부자 감세로 56조 원이나 세수 펑크가 났다. 부자 감세로 IMF 국가부도에도 줄이지 않았던 R&D 예산을 올해 4조 6천억 원이나 삭감했다. 연구개발에 종사하는 수많은 인재들이 돈이 없어 현장을 떠나고 있다. 이젠 미래 먹거리마저 팔아먹고 있는 셈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나라살림 적자도 약 180조 원에 달한다. 그런데도 올해 국세 감면액은 무려 77조 원이 넘는다. 부자들 세금 줄여줘서 곳간이 텅텅 비어가는 데도 많게는 1000조 원, 적게는 수백조 원의 돈을 퍼붓겠다는 것이다. 몸무게를 늘리기 위해 단식에 들어간다는 말과 같은 ‘농담’이다.

더 기가 차는 일이 있다. 지난 3월 26일 2025년 예산안 편성지침이 국무회의에 보고되었다.

내년 예산안의 기본 방향도 ‘건전재정기조 확립’으로 못 박았다. 부자감세도 계속할 것이며 재정 지출도 최소화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R&D 예산은 다시 늘리겠다고 한다. 백번 양보해서 지금에 와서 R&D 예산을 대폭 늘린다 한들 파괴된 연구개발 생태계가 다시 복원될 리 만무하다. 그리고 민생토론회에서 쏟아낸 정책들을 이행하기 위해선 세수입 증가가 전제조건인데, 눈을 씻고 봐도 그럴 만한 요인은 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각종 부담금까지 줄여놓아 재정 수입은 더욱 줄어들 판이다.

 

 

무능한 자의 사기질에 우리 딸 아들 미래 넘기지 말자

윤석열 정부 들어 우리 경제는 아래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세계 주요 국가 경제성장률은 올라만 가는데, 우리는 반토막이 났다.

2022년 473억 달러, 2023년 약 100억 달러 무역수지 적자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환율방어를 위해 약 100억 달러를 쏟아붓고도, 달러-원 환율은 여전히 1350원을 오르내리고 있다.

실질소득은 줄어들고 있는데, 물가 급등으로 서민들은 그 흔했던 사과조차 제대로 먹을 수 없다.

한 마디로 서민 경제는 파탄지경이다.

더 암울한 것은, 기다린다고 우리 경제가 좋아질 것 같지도 않다는 것이다.

 

곧 총선이다. 민주 선거의 대원칙은 자유투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어느 쪽에 표를 행사하든 그건 민주 시민의 자유라는 얘기다.

하지만 속지는 말자.

‘휴리스틱’에 의해 영국의 ‘브렉시트’와 같은 투표는 하지 말자는 이야기다. 여당의 말이든 야당의 말이든 대충 생각해서 표를 던지지 말고, 깊이 생각해서 표를 던지자는 말이다.

적어도 우리 아들내미, 딸내미들이 살아갈 세상은 오늘보다는 나아야 하지 않겠는가?

 

 

 

주영 경제칼럼니스트mindle@mindlenews.com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