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이승만기념사업회 최종 패소
대법원, 명예훼손 소송 원심 판결 확정... 해당 발언, 각종 사료와 기록으로 남아 있는 내용
▲ 2021년 제 73주년 4.3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건의 발단을 알아보려면,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그해 4.3 추념식이 끝난 8월, 이승만 기념사업회와 경찰관 유족은 '문재인 대통령의 4.3 추념사가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면서, 문 대통령을 상대로 각각 10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기념사업회와 유족은 문 전 대통령이 4.3사건 당시 진압에 동원된 군경을 살인범으로 매도하고 공산 세력을 미화했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각 추념사들은 전체적인 내용을 볼 때 국가 차원에서 제주 4·3의 진상을 규명하고,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명예회복과 배·보상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해 제주 4·3과 관련된 국민의 아픔이 온전히 치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내용"이라며 "기념사업회와 유족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거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2심 재판부는 기념사업회와 유족이 제기한 항소를 기각했고, 대법원도 원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기각 후 지난 4일 판결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히면서 기념사업회와 유족들은 최종 패소했습니다.
"완전한 독립을 꿈꾸며 분단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당시 국가 권력은 제주도민에게 '빨갱이', '폭동', '반란'의 이름을 뒤집어씌워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죽음으로 몰고 갔습니다.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켰고, 군부 독재정권은 탄압과 연좌제를 동원해 피해자들이 목소리조차 낼 수 없게 했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 2021년 73주년 4.3추념식 추념사 중
2021년 당시 문 대통령은 "국가권력이 제주도민을 빨갱이, 폭동, 반란의 이름을 뒤집어씌워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4.3 이후에도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됐고, 연좌제로 피해자들이 목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 2021년 제73주년 4.3추념식에서 4.3 당시 집단 학살 당한 제주지역을 보여준 영상
2020년 발간된 <제주4.3사건 추가진상조사보고서>를 보면, 북촌초등학교에서 자행된 북촌리 주민 학살(299명)과, 함덕백사장·서우봉 학살(281명)은 토벌대에 의한 집단학살의 증거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도 이번 소송에 함덕지서 경찰관의 유족이 참여했다는 점이 다소 아이러니합니다.
제주공항 비행장을 비롯한 제주 지역 곳곳에서는 4.3 당시 학살된 희생자들의 유골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소송이 제기됐던 2021년 제73주년 4.3추념식에서는 제주지역 학살지와 희생자를 보여주는 영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제주 4.3사건을 보여준 대표적인 문학 작품인 <순이 삼촌>을 쓴 현기영 작가는, 1979년 보안사에 끌려가 고문을 당했습니다. 그런데도 국가보안법으로 기소되지 않았습니다. 현기영 작가는 2019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국가보안법으로 걸면 재판정에서 4·3이 뭔지 공개적으로 논쟁을 벌여야 하는데, 그걸 두려워한 거지"라며 "그래서 날 재판에 회부 안 하고, 그냥 구류에 판금 조치만 한 거예요"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 문재인 전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23년 4월 3일 오후 제주 4.3평화공원을 찾아 참배했다
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뿐만 아니라, 퇴임 이후인 2023년에도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추념식 오후에 4.3 평화공원 위령제단을 찾아 참배했습니다. 역대 대통령 중 최초입니다.
제주에서 4.3 추념식은 매우 중요한 행사입니다. 대통령의 4.3 추념식 참석 여부는 반드시 도내 방송사와 언론사가 모두 보도할 만큼 중요한 이슈입니다. 그래서 일각에선 이번 4.10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제주지역에서 1석도 얻지 못한 이유가 윤 대통령의 불참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경찰과 군인, 서북청년단의 학살과 만행에 대한 기록과 자료는 많습니다. 그러나 국가 권력이 희생당한 국민을 위로하고 보듬어준 일은 찾기가 어렵습니다. 제주도민들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약속과 말에 위로를 받는 이유입니다.
[임병도 기자]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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