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중징계 남발' 제동 건 법원... 방통위 '소송 폭탄' 불가피
[분석] 방심위, '집행정지' 결정에도 중징계 강행... 본안 소송도 패소 가능성 높아
윤 대통령의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등 정권 비판 보도로 중징계를 받은 방송사들이 법원으로부터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내고 있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아래 방심위)는 방송사 중징계를 계속 강행하고 있다.
법원 판례도 방송사들의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여서, 본안 소송에서도 패소할 경우 소송 상대인 방송통신위원회(아래 방통위)가 막대한 비용과 행정력만 낭비할 수 있다.
방송사 징계 집행정지 결정 잇달아... 법조계 "이례적"
2022년 대선 윤 대통령의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다룬 <뉴스타파>보도를 인용했다는 이유로, 지난 1월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법정제재 최고 수준인 과징금 처분를 받은 MBC, YTN, JTBC , KBS 등 방송사들은, 최근 법원으로부터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3월 21일 KBS에 대한 과징금(3000만 원) 행정처분의 집행을 정지했다. 앞서 법원은 MBC '뉴스데스크'와 'PD수첩'에 내려진 과징금 총 6000만 원과 JTBC '뉴스룸'에 대한 과징금 총 3000만 원, YTN '뉴스가 있는 저녁'에 대한 과징금 2000만 원 처분도 집행정지했다.
이는 본안소송(징계 취소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과징금 처분의 유효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행정기관의 처분을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법원 기조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김성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행정처분의 효력정지는 행정기관의 재량과 권한에 대해 법원이 직접 제동을 거는 형태이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받아들이지 않는다"면서 "집행정지 결정이 이렇게 연이어 나오는 것은 상당히 보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이 결정을 내리면서 "효력정지 처분으로 인해 달리 공공 복리에 중대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행정처분을 당장 집행하지 않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고 본 것.
해당 보도를 '긴급심의' 안건으로 상정해 신속하게 징계한 방심위 입장과도 상반되는 내용이다.
김 변호사는 "법원 입장에선 행정처분 집행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라며 "이번 집행정지 결정을 비롯해 방송사 징계와 관련해 그동안 방송사 표현의 자유와 권력 감시 기능을 폭넓게 인정해온 그간의 판례로 볼 때, 본안 소송에서도 방송사들이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방심위는 '청부민원 사주' 의혹을 받는 류희림 위원장 체제 아래, 정권 비판 보도에 대한 중징계를 연이어 강행하고 있다.
방심위 방송소위는 지난 16일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을 보도한 YTN에 대해 경고(중징계)를 의결했고, 지난 15일 전체회의에서는 '바이든/날리면'(윤석열 대통령 욕설) 보도를 한 MBC에 대해 징계 최고 수위인 과징금(3000만 원)을 결정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방심위로부터 받은 의결 현황(2023년 9월~12월)을 보면, 류희림 위원장 출범한 직후인 2023년 9월부터 12월 4일까지 방송사(지상파 및 종편) 법정제재 결정은 27건이었다. 최고수위인 '과징금'이 6건,' 관계자 징계' 1건, '경고' 1건, '주의' 19건이었다.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용산 대통령실 이전, 화물연대 파업 정부 비판 등 대부분 윤 대통령이나 정권을 비판한 방송이었다.
올해도 중징계 남발은 계속되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올해 1~7차 방심위 전체 회의록을 통해 징계 현황을 집계한 결과, 방송사(지상파 및 종편) 법정제재는 과징금 1건, 관계자 징계 1건, 경고 4건, 주의 6건이었다.
'바이든/날리면' 보도와 관련해 MBC가 과징금, YTN이 관계자 징계를 받았고, 후쿠시마 오염수 보도와 관련해서도 MBC가 경고를 받았다.
현재 '민간기구'인 방심위가 결정하는 법정제재는 '행정기관'인 방통위에서 최종 확정된다. 방통위의 최종 의결 과정에서 방송사는 재심 청구를 하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행정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박민 KBS 사장이 지난해 11월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면서 '방심위 과징금 징계'와 관련해 "결정을 겸허하게 수용한다"고 했지만, 결국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방송사 법정제재는 방송사 재승인 심사에서 감점을 받는 경영상 중대한 요소로, 방송사 경영진이 제대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배임'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MBC 등은 법정제재에 대응해 소송전을 공언하는 만큼, 행정제재 주체인 방통위는 대규모 '소송 폭탄'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방통위 관계자는 "방심위 행정제재에 대한 결정에 대해 방통위 차원에서 관여할 수는 없다"면서 "방송사로부터 재심 청구가 들어오면 방심위에 재심을 의뢰하고, 재심 결과를 따르는 형태로 의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소송이 얼마나 들어올지는 예상할 단계가 아니나, 소송이 들어오면 그에 따라 대응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법원, 방송사 징계 관련 소송에서 '표현의 자유' 폭넓게 인정
방통위의 법정제재는 법원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크다. 법원은 그동안 방송사 징계와 관련해,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용인하는 판결을 내려왔다.
법원은 세월호 구조 수색 작업 당시 다이빙벨을 투입해야 한다는 구조사 인터뷰를 내보낸 JTBC에 대한 중징계(관계자 징계), 천안함 사건을 다룬 KBS의 <추적 60분>에 대한 중징계(경고),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청구사건 보도와 관련한 JTBC 중징계(관계자 징계) 취소 소송에서 모두 방송사 손을 들어줬다. '언론은 알 권리를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폭넓게 인정한 판결이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는 "그동안의 법원 판례를 보면, 중징계 결정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충분히 할 수 있다"라면서 "그럼에도 법정제재를 남발하는 류희림 체제 하의 방심위는, 사실상 대통령 심기를 보호하는 정치 행위 기관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막대한 소송에 따른 행정비용 낭비도 심각하고, 방송사도 불필요한 소송에 따른 손해를 감내해야 하는데, 누군가는 분명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대통령이 쇄신을 한다고 했는데, 방심위 인적 쇄신부터 해야 진정성을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상호(lkverit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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