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노' 윤석열 대통령이 진짜 화내야 할 일
일본 6차 핵오염수 해양투기 시작, 중러는 '핵오염수' 비판하는데 정부는 조용
지난 17일부터 일본 정부의 여섯 번째 핵오염수 해양투기가 진행중입니다. 6월 4일까지 7800t이 바다에 투기 되면, 바다에 버려진 오염수 양은 이제 약 4만 7000t에 달한다고 합니다. 삼중수소 7.4조 베크렐(Bq)을 포함해 많은 양의 핵물질이 바다로 들어갑니다. 차수가 하나씩 늘어날수록 어느새 무뎌지고 사안의 충격이 옅어지는 것 같아 답답함이 밀려옵니다.
5월 16일 중국과 러시아의 정상은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바다 방류와 관련해선 '핵 오염수'라고 명시했고, 해양투기 행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오염수 해양투기로 해양 생태계 오염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현실 앞에서 국민과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해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을 보인 셈이지요.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왜 그럴까요. 지난 2년 동안 대통령이 화가 났다, 대노를 했다는 기사들이 쏟아졌는데 유독 이 사안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조용합니다. 21일에는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점쳐지며, 여의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후쿠시마 핵 오염수가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은 그저 남의 일처럼 무심합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취임 초 이후 21개월 만의 기자회견이었지만 반성과 성찰은 없었습니다. '답정너'라고 하지요. 하고 싶은 말만 골라서 하는 동문서답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초저출산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며 새로운 부처를 신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를 묵인한 대목은 언급조차 없었습니다. 제 주변의 많은 분들이 도무지 납득이 어렵다고 이야기 합니다. 어떻게들 보셨나요?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과 앞으로 이 땅에서 살아갈 미래세대를 위해 일하는게 정부의 역할이겠지요. 이러한 정부를 책임지는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어울리는 행보였을까요. 게다가 바다는 우리만의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국민을 넘어 인류와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들을 위한 공동의 자산인데요. 이런 공간에 핵오염수를 버린다는 건 과연 누구를 위한 일일까요.
사실 국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 도쿄전력은 지난 5월 14일에도 후쿠시마 원전 2호기 원자로 내에 남아있는 880톤의 녹아내린 핵연료를 반출할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상황을 타개할 해법이 없다면 앞으로도 오염수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겠죠. 양이 늘어나고 쌓여간다면 해양투기도 언제 끝날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일본 정부가 안전을 고려하면 지금이라도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대형탱크에 보관하거나, 시멘트를 부어 고체화하는 방법이 있겠지요. 하지만 여전히 이는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합니다. 일본 정부가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30년, 50년 이상 고무줄처럼 늘어날 수도 있다는 말일까요. 이 또한 참아야만 할까요. 그리고 그 결과로 영향을 받을 바다의 안전은 누가 장담하고 보증할 수 있을까요?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안전 문제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괴담으로 취급했지요. 그런데 지금 괴담은 누가 유포하고 있는 걸까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핵 오염수 처리시설의 안전성 검증을 보장하지 못함에도, 정부는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일본 정부를 두둔하기 바빴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오염수 해양투기를 용인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형식적으로 진행하던 오염수 일일 브리핑마저 지난 14일 주 1회로 축소한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정부라면, 이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를 중단하라고 촉구해야 하지 않을까요. 일본 정부를 국제해양법 재판소에 제소해야 하지 않을까요. 불행하게도 듣지 않는다면, 결국 국민을 보호하지 못한 과오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될 겁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가슴아픈 사회적참사를 거치며 우리 사회에 각인된 이 말은,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 문제에도 적용됩니다. 부디 윤석열 대통령이 제대로 화를 내야할 곳에, 화를 내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단 한번이라도. '비용 절감'이라는 네 글자는 모든 행위를 정당화 할 수있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닙니다. 바다는 일본 정부의 쓰레기장이 아닙니다.
강홍구(rmsp)
덧붙이는 글 | 강홍구 기자는 환경운동연합 중앙사무처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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