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벌·재벌·토건이 지배하는 언론, 시민위한 언론은?
미디어오늘 분석…10년간 11개 매체 주인 변경
서울신문·YTN·경인일보·헤경, 건설 자본 품으로
SBS 이어 강원방송·울산방송 등 지역민방도
윤 정부, 연합뉴스TV·KBS2 ·MBC도 사영화?
미디어 기업·기관투자자 소유 해외언론과 달리
조중동 족벌, 재벌 이어 건설사 영향력 막강해져
지난 10년간 11개 언론사가 건설회사나 금융투자·유통회사 등 자본 소유로 지배구조가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YTN, 서울신문, 헤럴드경제신문 등 전국 단위 언론사를 비롯해, 경인일보, 전주방송, 광주방송, 울산방송, 강원방송 등 여러 지역 언론사들도 미디어와는 아무 상관 없는 ‘자본’의 먹잇감이 된 것이다.
과거 조중동과 한경·매경 등 주류 언론들이 족벌 지배나 재벌 소유구조였다면, 10여년 전부터는 부동산 투기시장에서 큰 돈을 벌어들인 토건·금융 자본의 언론사 지배가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족벌, 재벌, 투기적 건설·금융자본이 지배하는 언론이 누구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게 될 지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치권력과 자본의 확대재생산만을 추구하는 언론이 보수기득권 정권과 만났을 때, 시민의 이익은 축소되고 훼손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미디어 전문 매체인 미디어오늘이 20일 창간기획으로 보도한 국내 언론사 지배구조 분석 기사 “자본, 오늘도 언론을 노린다”(박서연 기자)를 보면, 10년 전과 비교해 11개 중대형 언론사들의 소유구조가 건설·금융·유통·IT 기업 자본 지배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전국 단위 뉴스보도 전문매체이자 준공영방송인 YTN의 대주주가 올해 2월 정부산하 공기업에서 건설·투자 기업인 유진그룹으로 넘어갔다. 유진그룹이 언론사를 경영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비윤리적 기업으로 언론계의 반대가 심했는데도 윤석열 정부의 방통위는 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밀어붙였다. 이름은 ‘서울 지역신문’이지만 역시 전국 단위 발행 종합 일간지인 서울신문은 20여 년간 아파트 건설로 큰돈을 벌어들인 건설사 순위 10위권의 호반건설에 지난 2021년 넘어갔다. 1999년 이후 특정 대주주가 없었던 경기 지역 일간신문인 경인일보도 올해 3월 레미콘 업체인 흥국산업으로 대주주가 바뀌었다.
* '미디어오늘'이 5월17일 보도한 언론사 지배구조 분석 지면 갈무리
IT업계 전문매체인 전자신문, 경제전문지인 헤럴드경제와 아시아경제, 지역 민방인 G1(강원방송), UBC(울산방송), KBC(광주방송), 지역 일간지인 매일신문 등도 주인이 바뀌었다. 전자신문은 IT기업인 이티네트웍스에서 호반건설로, 다시 2년전 더존비즈온(IT기업)으로 대주주가 두 번이나 변경됐다.
헤럴드경제는 중흥토건, 아시아경제는 키스톤다이내믹제5호(투자회사), G1(강원방송)은 SG건설, KBC(광주방송)는 ㈜케이비씨지주와 특수관계자, UBC(울산방송)는 우방아이유쉘 아파트를 공급하는 ㈜삼라가 대주주로 자리잡았다. 대구지역 극우 편향 매체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매일신문은 애초 천주교 신문이었다가 버스운송업체인 ㈜코리아와이드로, 다시 건물임대업체인 ㈜아스톤에셋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10년 동안 무려 11개 언론사의 주인이 바뀌었을 뿐 아니라, 이들 언론사의 새 주인이 대부분 부동산·건설 관련 회사들이라는 사실은 놀랍다. 유진그룹(YTN), 호반건설(서울신문), 흥국산업(경인일보), 중흥토건(헤럴드경제), SG건설(강원방송), ㈜삼라(울산방송), ㈜아스톤에셋(매일신문) 등 토건 자본이 한국 언론산업의 강자로 떠오른 것이다. 과거 태영건설이 지상파 방송인 SBS를 설립하고, 목재기업인 동화기업이 한 때 국내 4대 일간지 중 하나였던 한국일보를 인수했을 때 언론계가 깜짝 놀랐으나, 이제 토건업체의 언론사 인수는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철근과 시멘트로 아파트를 지어온 기업들이 국민 여론을 좌지우지할 언론사 주인으로 이렇게 갑자기 늘어나는 현상은 한국에서만 볼 수 있다. 해외 유수 언론매체들의 대주주를 보면 대체로 미디어 관련기업이나 그 소유자, 기관투자가, 오랫동안 언론사를 소유·운영해온 가문 등이다. 미국 유력 일간지인 뉴욕타임스의 대주주는 기관투자자자들이고, 워싱턴포스트는 아마존 창립자인 제프 베조스가 주인이다. 미국의 글로벌 뉴스채널인 CNN은 대주주가 여러번 바뀌었으나 타임워너 같은 미디어 관련 기업들이고, 극우 성향 방송사인 폭스뉴스는 미디어재벌 루퍼트 머독 일가와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지배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아예 편집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설립된 유한회사 ‘스코트 트러스트 리미티드’가 창간 이래 지금까지 운영을 맡아왔다. 프랑스 르몽드의 경우 재정 악화를 이겨내기 위해 기업가나 백만장자의 투자를 받았으나, 편집권에는 일절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 사원주주제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신문 천국인 일본에서는 오랫동안 신문사를 소유·운영해온 가문이 여러 매체를 경영하거나 미디어 관련 그룹의 일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 언론 시장은 과거 수십 년 동안 조선·중앙·동아 3개 대형 신문의 독과점 상태가 지속되어 왔으며, 이 3개 신문사는 모두 가족들이 반세기 넘도록 대를 이어 운영하는 족벌 지배구조였다. 3개 족벌 신문은 보수기득권 정부인 이명박 정부 이래 종편방송도 운영하며 영향력을 키워왔다.
족벌 지배가 아닌 언론들도 과도한 재벌 대기업 광고 의존으로 인해 대부분 자본 편향적 기사와 논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과 함께 양대 경제지라고 불리는 한국경제신문은 아예 현대·LG·삼성·SK 등 재벌기업들이 80% 이상 소유한 재벌기업 신문으로, 언제나 자본의 대변자 노릇을 해왔다.
* '미디어오늘'이 5월17일 보도한 언론사 지배구조 분석 지면 갈무리
그런데 대부분의 주류 언론이 족벌, 재벌에 의해 운영되다가, 이제는 부동산·건설 등 토건세력들의 손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언론사 소유구조 분석 기사를 내놓은 미디어오늘의 기사 제목 “자본, 오늘도 언론을 노린다”가 말하는 것처럼, 지금도, 앞으로도 이런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토건자본은 아니지만, 병원을 운영해온 을지재단이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의 뉴스전문채널 연합뉴스TV를 인수하려는 시도가 윤석열 정부에서 진행 중이다. 윤 정부는 공영방송 KBS2와 MBC도 사기업에 팔아넘기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에서 홍성철 교수(경기대 미디어학과)는 “기업들이 황폐화한 언론시장에 들어와 언론사를 이용해 뭔가를 해보려는 게 우려스러운 지점”이라면서 “언론사를 가지면 시장을 만나고 도지사를 만난다는 차원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건강한 여론을 만든다는 뜻을 가진 사람들이 언론사를 인수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런 기대가 이뤄질까? 언감생심이다. 지금까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자본이 언론사를 소유하면서 '편집권 독립을 지켜주겠다'고 한 약속이 지켜졌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조중동 족벌 언론들은 수구기득권 정권 만들기와 지키기에 여념이 없었고, 재벌 언론사들은 재벌대기업 이익 수호에 전력을 기울여왔다. 토건자본이 주인인 언론은 부동산시장 부양에 최선을 다할 것이고, 그런 정책을 펴는 정권을 위해 기사를 쓸 것이다.
2년 전 호반건설로 주인이 바뀐 서울신문의 기사를 보면 알 수 있다. 한 때 사원주주 언론사로 독립언론 수준의 편집권 독립을 누렸던 서울신문은, 호반건설이 지배한 뒤 사주의 편집권 개입이 빈번해졌고, 조선일보 못지 않은 기득권 어용 매체로 전락했다. 올해 유진그룹이 인수한 YTN은 벌써부터 김건희 씨 비판보도를 통제하고 나섰다.
이렇게 족벌·재벌·토건 세력이 언론사 지배권을 계속 넓혀간다면, 앞으로 주권자이며 언론권력의 위임자인 시민의 목소리는 누가 대변할 것인가? 시민의 이익은 도대체 누가 지켜줄 것인가?
김성재 에디터seong6806@gmail.com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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