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날치기 연임’, 방송장악 막을 입법 시급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지난 23일 류희림 위원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류 위원장은 정권 옹위 차원의 편파적 심의와 ‘민원 사주’ 의혹으로 적격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 상태다. 게다가 연임 결정 과정도 여권 추천 위원들만으로 ‘날치기’식으로 진행됐다.
공정하고 중립적인 방송·통신 심의를 이끌어야 할 방심위원장에 부적격자를 무리하게 연임시키는 행태는 야권이 추진하는 방송개혁의 필요성을 거듭 확인시켜준다.
류 위원장의 임기가 끝난 지난 22일, 윤석열 대통령은 류 위원장을 대통령 몫 위원으로 다시 위촉했다. 검사 출신 강경필 변호사와 대선 캠프 출신 김정수 국민대 교수도 함께 위촉했다.
방심위는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해 대통령, 국회의장,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각각 3명씩 추천한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되고, 위원장은 위원 간 호선으로 결정한다.
그런데 이번엔 대통령 추천 몫 3명과 여권 추천 몫 2명 등 5명만으로 류 위원장 연임을 결정했다. 아직 국회의장과 야당이 위원 추천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날치기’ 결정을 한 것이다. 방심위 위원 구성과 운영 취지를 거스른 독단적 행태다.
이유는 충분히 짐작된다. 현 정부 들어 방심위는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논란을 보도한 방송사들에 법정 제재를 내리는 등, 노골적으로 ‘정권 친위부대’와 ‘방송 장악 교두보’ 역할을 자임했다. 특히 류 위원장은 가족과 지인으로 하여금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를 겨냥한 민원을 넣도록 한 뒤 이를 심의해 제재를 가했다는 ‘민원 사주’ 의혹까지 받고 있다. 상상하기도 쉽지 않은 일탈행위다.
그러나 이를 조사한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8일 방심위에 사건을 넘겨 자체 조사하도록 했다. 반면, 해당 의혹을 보도한 언론과 제보자는 수사 필요성이 있다며 경찰에 넘겼다. 결국 방심위가 민원 사주 의혹도 ‘셀프 조사’하고, 그 장본인인 류 위원장도 ‘셀프 연임’시킨 셈이다.
이처럼 원칙과 상식을 한참 벗어난 방심위 운영은, 방송을 ‘정권의 시녀’로 만들겠다는 노골적 시도로, 공정한 방송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의 필요성을 반증하는 사례다.
국회는 25일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정치권뿐 아니라 학계·직능단체까지 넓히고 방송통신위원회 개의·의결 정족수를 강화하는 ‘방송4법’을 처리할 예정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여당이 거부한데다 류 위원장 편법 연임까지 밀어붙인 마당에 방송4법을 더 미룰 수는 없다.
[ 2024. 7. 25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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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림 방심위 시즌2…언론장악 계속하겠다는 것
대통령이 재위촉…극우성향 2인 위원 임명
문 잠그고 기습 회의 열어 류 위원장 호선
총선 이후에도 윤 대통령 언론장악 변화 없어
정권 비판보도 탄압 · 언론 파괴 계속될 것
방심위 존재 이유 무너뜨린 류희림 막아내야
위법적인 ‘청부 심의’와 정권 편향적 방송심의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류희림 전 방심위원장이 퇴임 하루 만인 23일 방심위원에 재위촉돼 방심위원장을 연임하게 됐다. 대통령 추천 몫 방심위원 2인에도 극우 성향 인사가 새로 위촉됐다.
임기 3년에 9명으로 구성된 6기 방심위원에 앞으로 국회의장 추천 3인, 국회 과방위 추천 3인 위촉이 남았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의장과 야당 추천 인사에 대한 위촉을 이번에도 지연시킬 경우 방심위 파행은 불을 보듯 뻔하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극우 성향의 대통령 추천 위원들과 함께 또다시 비판언론 탄압을 위한 심의· 제재 결정을 쏟아낼 것이 확실하다.
류희림 전 위원장은 전임 정연주 위원장 강제 해촉으로 남겨진 임기 동안 5기 방심위 위원장직을 맡아오다 22일 다른 5명의 위원들과 함께 임기를 끝냈다. 대통령 추천 몫으로 새로 위촉된 6기 방심위원 3인은 위촉 즉시 임기가 남은 국민의힘 추천 2인(8월5일 임기종료)과 함께 기습적으로 임시회의를 열어 류희림 위원을 위원장으로 호선했다.
임시회의는 외부에 알리지 않고 문을 걸어잠근 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6기 방심위원장 호선에 임기가 한달도 남지 않은 5기 방심위원을 참석시키고 밀실 회의를 열어 몰래 결정한 것으로, 출발부터 정상적이지 않다. 항의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한 방심위 노조와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법과 규정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몰래 친인척· 지인을 동원해 심의를 사주하고 정부 비판 보도에 집중적으로 심의와 제재를 가해온 류희림 위원장의 편향 · 편법 · 불법 방심위 ‘시즌 2’가 시작된 것이다.
이번에 위촉된 대통령 추천 방심위원 2인의 이력을 보면 ‘류희림 방심위’가 앞으로 어떻게 운영될 것인지 눈에 선하다. 김정수 위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정권에 장악된 김인규 KBS에서 ‘대한민국을 움직인 사람들 – 초대 대통령 이승만’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피디 출신이다. 친일 반공 극우세력이 추앙해마지 않는 이승만 대통령을 미화에 앞장선 것이다.
강경필 위원은 검사 출신 변호사로, 지난 대선 때 윤석열 선대위에서 총괄특보단 상임정무특보라는 이름으로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던 인사다. 국힘당 전신인 새누리당 · 미래통합당 후보로 총선에도 출마한 정치 경력이 있다.
이진숙 씨를 방통위원장에 내정하고 류희림 방심위원장을 연임시킨 데다 이런 극우 성향 인사들을 방심위원에 위촉한 것을 보면,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 이후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 명확해 졌다. 총선 참패 직후 ‘언론을 장악할 생각이 없다’고 한 말은 역시나 헛소리(bullshit)였던 것이다.
윤 대통령이 류희림 위원장을 재위촉해 위원장직을 연임토록 한 이유는 한 가지다. 그가 윤 대통령의 수호천사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른바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정확히는 윤석열 검사의 불법대출 수사무마 의혹 보도)를 ‘가짜뉴스’로 몰아붙이고 이 내용을 보도한 방송에 심의결정 최고 수위인 법정제재를 마구 찍어낸 것이 바로 류희림 위원장이다.
김건희 씨 주가조작 명품백 수수 관련 보도에 줄줄이 중징계를 내리고 총선을 앞두고 MBC 뉴스의 ‘파란색 숫자1 기상예보’ ‘복면가왕 숫자9’에 야당 편향이라는 황당한 심의 제재를 가한 것도 류희림 방심위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신뢰와 보은의 선물을 줄 만하다.
그러나 류희림 위원장이 받은 보은의 선물 탓에 민간독립기구인 방심위의 공정성은 물론이고 존립의 이유까지 송두리째 무너지게 됐다. 오죽했으면 방심위 직원들이 그의 퇴임에 맞춰 "그동안 더러웠다, 다시는 만나지 말자"는 성명을 냈을까? 시민사회, 언론학계, 언론계 그리고 야당이 나서 반드시 류희림 방심위의 언론파괴 ‘시즌2’가 방영되지 못하도록 막아내야 한다.
김성재 에디터seong680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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