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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까지 오기 부리듯 ‘부자감세’, 민심 상처 덧낸다

道雨 2024. 7. 26. 09:30

상속세까지 오기 부리듯 ‘부자감세’, 민심 상처 덧낸다

 

 

 

정부가 25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올해 정기국회에 제출할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 경우, 향후 5년간 감세 규모(누적 총량)가 18조4천억원에 이르는 감세안이다.

윤석열 정부 집권 첫해인 2022년 60조2천억원 규모 감세를 단행했다가, 지난해 3조1천억원으로 규모를 줄이는가 싶더니, 이번에 감세 규모를 다시 키웠다. 올해 세법개정안까지 합치면 5년 누적 감세 규모가 81조원에 이른다.

 

올해 감세 방향은 초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상속세가 핵심이다.

정부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과세표준 10억원 초과)로 낮추고, 5천만원인 상속세 자녀공제한도를 5억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해 상속재산 가치를 20% 높여 평가하는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는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가업상속·승계 공제한도(최대 600억원)도 특정 조건을 갖춘 경우 2배 늘려주거나 공제한도를 아예 없애기로 했다.

상속세 감세분은 이번 세법개정안 세수 효과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그동안 정부는 법인세,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중심으로 대규모 감세를 단행한 바 있다. 상속세를 겨냥한 것은, 고물가·고금리와 실질임금 감소, 내수경기 악화에 고통을 겪는 민심을 달래기보다는, ‘부자감세를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2023년 최고세율(50%)을 적용받아 상속세를 낸 이들은 전체 피상속인의 6.3%(1251명)에 불과한데, 이들이 낸 세금의 비중은 80.7%(9조9158억원)였다. 이들이 상속세 감세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다. 기업 지배권 프리미엄을 없애는 할증평가 폐지도 수혜자가 누구인지 명확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세금을 면제하거나 깎아주는 조세지출 가운데 고소득자와 대기업 수혜 비중이 급증했다. 그런 가운데 국세 수입은 지난해 전년 대비 51조9천억원 감소했고, 올해도 5월까지 9조1천억원이 감소했다.

물가가 오르고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데도 거꾸로 세수가 감소하는 것은 기이한 일이다. 부정적 영향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해 세수가 대규모로 펑크나 정부가 지출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올해 예산안에서 연구개발(R&D) 예산을 마구 삭감해 큰 반발을 샀다.

내수 침체가 오래가는데도, 정부가 소비나 투자 진작도 없이 방관하는 것도 세수에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처지임에도 부자감세를 이렇게 노골적으로 밀고 가는 건, 민심은 아랑곳하지 않는 오만, 오기의 국정이 아닐 수 없다.

 

 

 

 

[ 2024. 7. 26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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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 부자 감세 본색 드러낸 2024년 세법 개정안

 

상속세 최고 세율 50%→40% 하향

다수 국민 부담 소득세 세율보다 낮아

최대주주 할증도 폐지…“재벌 봐주기”

“가업상속공제 확대하면 재벌도 혜택”

상속세 인하분만 세수 결손 4조 넘어

 

윤석열 정부가 25일 발표한 '2024년 세법 개정안'에서, 부자 감세 본색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수십조 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데도, 초부자만을 위한 상속·증여세를 대폭 내리기로 한 것이다.

상속세 완화로 혜택을 보는 사람은, 전체 국민 5000만 명 중에 8만 5000여명에 불과하다. 그중에서 상속세 최고 세율을 하향해 세금을 덜 내는 초부자는 2000여명 뿐이다. 

 

*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 세법 개정안과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정정훈 세제실장. 2024.7.25. 연합뉴스

 

 

정부가 이날 공개한 세법 개정안은, 상속세율 인하를 비롯해 최대 주주 주식 할증평가 폐지와 가업상속공제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백지화대기업과 부자 감세안으로 채워졌다.

역대 어느 정부도 이처럼 대놓고 부자 감세를 추진하지 않았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 대한 논평에서 “건전재정 기조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 정책의 궁극적 목적이, 결국 재벌 등 기업주와 부유층에 대한 세 부담 완화에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은 정부의 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반드시 저지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상속세의 최고 세율을 50%에서 40%로 인하하기로 했다. 현행 상속세의 최고 세율은 과세표준 30억 원 초과 시 초과하는 금액의 50%를 상속세로 부과한다. 이를 과세표준 10억 원 초과 시 초과하는 금액의 40%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 30억 원 초과 50% 세율 구간은 폐지된다.

현행 상속세 최고 세율은 1999년부터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를 갑자기 바꾸면 많은 부작용 발생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극소수 부자가 내는 상속세 최고 세율보다 많은 국민이 부담하는 소득세 최고 세율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지난 2021년부터 소득세법상 소득세 최고 세율은 과표기준 10억 초과 구간에서 45%(지방세 4.5%를 더하면 49.5%)로 인상됐다.

정부가 제시한 내용으로 상속세법이 개정된다면, 불로소득인 상속세 최고 세율보다 소득세 최고 세율이 더 높아지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한다.

경제개혁연대는 “개인의 노력으로 얻은 소득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게, 과연 조세형평과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 2024년 세법 개정안 중 상속세와 증여세율 조정안. 연합뉴스

 

 

 

최대 주주 보유주식 상속 때 할증평가를 폐지한다는 것도, 부자 감세 본능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최대 주주 등이 보유한 주식에 대한 20% 할증 평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는 사실상 할인평가다.

주요국에서는 대주주의 지배권에 대해 일정한 할증평가를 통해 실질과세 원칙을 실현하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는 이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안대로 상속세 최고 세율이 인하되고, 최대 주주 보유주식에 대한 할증평가가 폐지되면, 재벌 총수 일가가 주식을 상속받을 때 부과되는 상속세의 최고 세율은 현행 최대 60%에서 최대 40%로 무려 33% 낮아진다. 가족 간 경영권 승계를 권장하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경제력 집중과 부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게 뻔하다.

 

가업상속공제 대상과 공제 한도 확대도 과도한 부자 감세에 속한다. 정부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스케일업과 기회발전특구 창업·이전 기업은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현행보다 2배 상향하기로 했다.

30년 이상 영위 기업으로서 향후 5년간 밸류업 또는 스케일업 요건을 충족하거나 기회발전특구로 본점이나 주요 사무소를 이전하면 기업주에 대해 최대 1200억 원까지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도록 했다.

이 방안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와 원활한 가업승계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실제 내용은 명백한 초부자 감세다. 특히 가업상속공제가 지나치게 확대돼, 재벌(공시대상기업집단)의 상속세 감면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길마저 열어놓았다.

 

 * 2024년 세법 개정안에 따른 세수 감소 효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폐지하고,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2025년에서 2027년으로 유예하기로 한 것도 문제다.

지난 2020년 12월 법제화된 금투세는, 과거 정부가 10년 넘게 추진했던 주식 양도소득 과세 대상 확대의 최종 결과물이다. 대주주 주식양도세를 대체하고 자산소득에 대해 과세함으로써,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칙을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이다.

금투세는 지난해 시행을 앞두고 이미 한차례 시행을 유예했는데, 이를 폐기하면 국민적 합의와 조세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다. 가상자산 소득도 예정대로 과세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해 정부의 세수 결손액은 56조 원에 달했다. 올해도 세수 결손액이 최소 10조 원이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번 세법 개정으로 향후 4조 3515억 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비과세와 세금 감면 정비로 확보한 세수 규모 1조 2000억 원을 크게 웃도는 액수다. 전체 세수 감소 중 상속세 완화에 따른 감세가 약 4조 원 이상으로 사실상 대부분을 차지한다.

 

윤석열 정부는 건전재정을 지향한다면서, 감세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부의 감세 기조는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올해 세법 개정안까지 고려한 세수 감소액은 81조 원에 달한다.

국내외 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세수 감소는 경제 정책 운용에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경기 변동성이 커질수록 경기 전망은 쉽지 않고, 그만큼 안정적인 재정 기반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세법 개정으로 경제활력 제고를 통한 성장 잠재력 확충과 민생 안정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조세 제도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했다.

하지만 대기업이나 기업주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면 기업 투자와 고용이 늘어나고 그 영향은 기업뿐 아니라 국민경제 전반에 선순환을 가져온다는 '낙수효과'가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부와 소득의 양극화를 심화하고, 정부의 적극적 재정 역할을 축소시킬 게 뻔한 세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저지돼야 한다.  

 

 

 

장박원 에디터jangbak6219@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