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12.3 내란' 경제적 파장, 상상 이상 넓고 깊다

道雨 2024. 12. 30. 12:00

'12.3 내란' 경제적 파장, 상상 이상 넓고 깊다

 

 

 

경제번영 기반 민주주의와 포용적 제도 치명타

여당 지연작전 경제파괴 행위, 외부환경도 최악

한시가 급한 탄핵 완료, 민주주의 헌정질서 회복

 

 

 

2024년 노벨 경제학상은 ‘포용적 제도(inclusive institutions)’를 갖춘 국가가 장기적으로 번영한다는 이론을 제기한 3인의 연구자들(대론 아제모글루·사이먼 존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포용적 제도’는 사유재산권 보장, 공정한 경쟁, 법치주의, 민주주의 등을 포함한다.

반면 대조적인 ‘착취적 제도(extractive institutions)’는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경제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림으로써 경제 발전을 저해한다고 한다.

 

법치와 제도의 안정성은 사회 전체의 혁신 동기를 높여 경제성장과 효율성을 달성하는데 기여한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시민사회가 성숙하게 되면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려는 요구가 늘어나게 되고, 이러한 시민사회의 요구가 실현될 때 포용적 제도는 한층 더 발전하는 선순환을 통해 국가는 발전한다.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을 거치며 이러한 포용적 제도를 확립해서 고속성장을 달성한, 모범국가의 대표적인 사례로 노벨상 수상자들이 지목하는 국가이다.

 

* 29일 서울 명동 환전소의 모습. 원화가치가 한 달 새 5% 추락하면서 환율이 1,500원선에 바짝 다가가고 금융위기 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강세 속에 이달 초 비상계엄으로 시작된 국내 정국 불안까지 더해진 여파다. 2024.12.29. 연합뉴스

 

 

 

‘12.3 내란’은 경제적 번영 일거에 무너뜨리는 폭거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은 충격적인 내란 사태를 당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정치적 혼란을 넘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헌정질서와 포용적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위협이다.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 강조했듯이, 포용적 제도는 국가의 경제적 번영과 안정의 핵심이다. 12.3 내란은 바로 이 포용적 제도를 무너뜨려 한국 경제를 폭망하게 만드는 심각한 자해적 행위이다.

 

내란 사태 이후 한국 경제는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2400선 아래로 떨어졌고, 원화 가치는 급락해 경제 위기 시기 이외에는 겪어보지 못한 수준인 1달러에 1480원을 넘어섰다. 소비자심리지수와 기업심리지수도 코로나 시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는 포용적 제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경제 주체들의 불안이 커졌기 때문이다.

 

 

탄핵을 지연시키는 국힘당의 경제 파괴 행위

 

일각에서는 과거 2004년과 2016년의 탄핵 사태를 들어 정치적 혼란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번 ‘12.3 내란’으로 인한 탄핵사태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 대한민국의 최정예부대가 총동원된 내란이기에 처리가 쉽지 않은데다, 여당이 지연작전까지 펴고 있어 내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신속한 탄핵 절차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금융시장 안정과 대외 신인도 회복을 가능케 할 수 있다. 또한, 경제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소비 심리 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 그런 까닭에 국회의 탄핵 결정으로 시장이 안정을 찾아가다가 여당의 지연 전술에 다시 흔들리고 있다.

 

정당의 이익을 국가 이익보다 우선시하며 탄핵을 지연시키는 국민의힘 때문에 경제가 다시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서민경제는 무너진지 오래이고, 기업들은 신년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으며, 해외 업체와의 거래는 모두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시간이 갈수록 경제 위기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고,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지연작전을 펴는 국민의힘은 경제 위기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외부환경마저 최악이다

 

과거 두 차례의 탄핵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던 것은 우호적인 외부환경 때문이었다. 2004년에는 중국 특수로 인한 수출 호조가 있었고, 2016년에는 반도체 슈퍼사이클 초기의 설비투자 증가가 정치적 충격을 상쇄했다. 무엇보다 탄핵의 여파가 대통령 한 사람의 거취와 관련되어 처리가 단순했지만, 내란에 직간접적으로 관여된 사람들이 많은 현재 상황은 판이하게 다르다.

 

현재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어 수출 전망이 어둡다. 미국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새롭게 출범하며 한국경제에 위협적인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고금리, 고물가로 인한 소비 위축과 부동산 시장 침체가 내수를 압박하고 있다.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신성장 동력 발굴 지연은 구조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 불황에 계엄 여파로 자영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는 가운데 15일 오후 서울 종로 일대 모습. 이날 소상공인엽합회는 입장문을 통해 정치권이 초당적 협력을 통해 경제 살리기에 나설 것을 요청하는 한편 국면이 전환된 만큼 연말을 맞아 소비자들도 안심하고 소상공인 매장을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2024.12.15. 연합뉴스

 

 

 

한시가 급한 민주주의 헌정질서 회복

 

‘12.3 내란’은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위협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은 민주주의가 포용적 제도의 핵심 요소이며, 경제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는 권위주의 체제보다 더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하며, 혁신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민주적 헌정질서로 복귀하기 위해, 헌법적 절차에 따른 신속한 대통령 탄핵이 필요하다. 헌법이 규정한 탄핵 절차를 지연시키는 것은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며, 대통령의 위헌적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으려는 태도는 제도의 장기적 안정성을 심각하게 흔들게 될 것이다.

탄핵 절차라는 헌법적 견제 장치를 무시하는 것은, 민주주의 절차를 무시해서 경제적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탄핵은 단순히 정치인 한 명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무너진 포용적 제도를 복원하고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회복하는 과정이다.

이것이 고통받고 있는 서민 경제를 살리는 길이며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지원하는 최선의 방책이다.

 

‘12.3 내란’ 사태를 통해 우리는 민주주의와 포용적 제도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더 강하고 안정적인 경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치인들은 조속히 탄핵절차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통해, 헌법적 가치와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는데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국가가 무너지고 있는데 당리당략만을 앞세우는 정당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홍종학 경제 스케치북haasim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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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내란' 기업 체감경기 뚝…코로나 사태와 버금

 

 

전산업 CBSI 전월 대비 4.5p 하락한 87.0 기록

소비자심리 이어 기업심리지수도 큰 폭 하락세

불확실성 커지고 환율도 폭등해 조기 회복 난망

내년 1월 전망치 82.4…하락 폭 갈수록 커질 듯

 

 

* 경기 침체 속에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면서 연말을 앞두고 소비심리가 위축된 16일 서울 명동거리의 모습. 2024.12.16. 연합뉴스

 

 

 

12·3 내란 사태의 영향으로 소비심리에 이어 기업심리지수도 꽁꽁 얼어붙었다.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와 원/달러 환율 급등 등으로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27일 내놓은 12월 기업경기 조사(11∼18일) 결과에 따르면, 이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87.0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9월(83.0)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12월 CBSI는 전월 대비 4.5p 하락했다. 이는 2023년 1월(-5.6p)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CB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가운데 주요 지수(제조업 5개·비제조업 4개)를 바탕으로 산출한 심리 지표다. 장기(2003년 1월∼2023년 12월) 평균(100)을 웃돌면 경제 전반에 대한 기업 심리가 낙관적, 100을 밑돌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 기업심리지수 추이

 

 

 

산업별 CBSI는 제조업(86.9)은 구성 5대 지수 가운데 업황(-1.3p)과 자금사정(-1.3p) 중심으로 11월보다 3.7%p 떨어졌다. 서비스업 등 비제조업(87.1)도 채산성(-1.5p), 자금사정(-1.5p)이 나빠져 5p나 하락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낙폭은 각 2022년 9월(-5.6p), 2023년 10월(-7.4p) 이후 가장 컸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기업 체감경기 악화 배경에 대해 "정치 불확실성 확대 등에 환율이 급등하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애로를 겪는 부분이 화학·자동차 업종 관련 기업들의 응답에 반영된 것 같다"며 "미국 새 정부 출범에 따른 보호무역 기조 강화,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나 경쟁 심화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내년 1월 CBSI 전망치도 전산업(82.4), 제조업(85.2), 비제조업(80.3)에서 이달 전망치보다 각 7.3p, 3.7p, 10.0p 떨어졌다. 비제조업 전망치 하락 폭(-10.0p) 도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4월(-23.5p) 이후 4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기록이다.

황 팀장은 "특히 12월초 비상계엄에 따른 정치 불확실성으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비제조업 기업 심리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이번 조사 기간(11∼18일)을 고려할 때 탄핵안 가결 등의 영향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비제조업을 중심으로 불확실성이 다음달 전망에까지 반영됐다"고 덧붙였다.

 

* 기업심리지수 및 구성지수 기여도. 자료 : 한국은행

 

 

 

세부 업종의 BSI 변화를 보면, 제조업 가운데 스포츠용품 등 기타제조업, 이차전지 등 관련 전기장비업, 전자·영상·통신장비업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소비 위축, 수출 둔화, 범용반도체 수요 약세 등이 원인으로 추정됐다. 비제조업 중에서는 도소매업, 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이 고전했다. 모두 소비 심리 악화와 관련이 있는 업종이다.

BSI에 소비자동향지수(CSI)까지 반영한 경제심리지수(ESI)도 12월 83.1로 전월보다 9.6p 급락했다. 2020년 3월(-21.2%) 이후 4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계절적 요인을 제거한 ESI 순환변동치(89.7)도 1.1p 하락했다.

이달 조사는 이달 11∼18일 전국 3524개 법인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중 3292개 기업(제조업 1848개·비제조업 1444개)이 응답했다.

 

 

 

유상규 에디터skrhe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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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사태’ 2년 반 더 끌어가려는 윤석열과 국민의힘

 

 

재판관 임명 거부, 4월까지 버티면 ‘헌재 마비’

헌재 기능 정지, 윤석열에겐 최선의 시나리오

국힘, 대선지연∙수사회피 위해 국가 재앙도 감수

희박한 가능성을 현실화시키는 도구, ‘법기술’

내란 정국 ‘2년 반’ 연장, 절대 있어선 안돼

벼랑 끝에서 지지자 붙잡는 국힘, 뿌리쳐야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총리가 26일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을 끝내 거부했다. 국회가 선출한 3명의 헌법재판관에 대한 임명은 대통령의 실질적 권한이 아닌 형식적 절차일 뿐임에도 임명을 거부한 것이다.

 

다음날인 27일 한덕수는 국회에 의해 탄핵소추가 됐지만, 권한대행의 바통을 넘겨받은 최상목 부총리도 미리부터 한덕수 탄핵에 반대하면서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은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최 부총리 역시 헌법재판관 임명에 나설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당초엔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 같았던 신임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이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12.3 내란으로 인한 국가적 대혼란 사태가 앞으로 2년 반 동안 더 이어질 현실적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이 직무정지된 상태에서 원래의 임기 종료 시점인 2027년 5월 9일까지 이 정국이 계속되는 것이다. 현재의 헌법재판관들 6명 중 2명의 임기가 4월에 끝나기 때문이다.

 

대혼란 정국이 향후 2년 반 동안 이어지는 것, 이는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과 국민의힘 의원들에겐 현실적으로 바랄 수 있는 최고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나머지 모든 국민에게는 그야말로 상상할 수도 없는 대재앙이다.

 

 

재판관 임명 거부, 4월까지 버티면 ‘헌재 마비’

 

헌법재판관들 중 문형배 재판관과 이미선 재판관은 오는 4월 18일에 임기가 종료된다. 두 재판관은 2019년 4월 19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지명과 임명으로 헌법재판관이 됐으므로 2025년 4월에 5년의 임기가 종료되는 것이다. 앞으로 3개월 반 남짓 남았다.

 

이미 신임 재판관 3명의 임명을 거부한 한덕수에 이어 최 부총리도 임명 거부 입장을 내세울 경우, 4월에 두 재판관의 임기가 종료되고 나면 헌법재판소에는 규정된 재판관 인원 9명 중 4명의 재판관만 남게 된다. 이번 3명의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상황에서 다음 2명의 재판관이라고 임명할 리는 당연히 없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법 제23조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심리를 할 수 있고, 탄핵 결정과 위헌 결정, 정당해산 결정에는 6명 이상의 재판관 찬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중 ‘7명 이상 출석으로 심리할 수 있다’ 부분은 지난 10월 14일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효력이 정지됨으로써, 당장 윤석열 탄핵심판 심리는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탄핵과 위헌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부분은 여전히 유효하다. 따라서 만약 탄핵심판이 4월 전에 결정을 내지 못하고 4명의 재판관만 남게 되는 상황에서는 탄핵, 위헌, 정당해산 결정을 할 수 없게 된다. 윤석열 탄핵심판을 포함해 사실상 헌법재판소의 기능들 중 가장 핵심 부분들이 모두 마비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7인 이상 출석으로 심리한다는 부분도 또다시 논란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지난 10월 ‘7명 이상 심리’ 부분에 대한 효력정지 결정 당시, 헌법재판소는 몇 명 이상이면 가능하다는 식으로 변경을 한 것이 아니라 해당 문구의 효력 전체를 정지시켰으므로, 4인 체제가 된다 해도 심리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지만, 외견상, 명목상으로만 그렇다.

‘4인 체제’는 원래 9명으로 구성하게 되어 있는 헌법재판관 구성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4인 체제에서 심리를 강행하려 해도 그에 대한 이의제기를 헌법재판소가 견뎌낼 가능성은 없다. 윤석열은 미리부터 헌재 심리 불복을 선언할 것이 뻔하고 그로 인해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최악의 대혼란이 벌어질 것이다. 헌재가 이런 부담까지 감수하며 4인 체제에서 심리와 결정을 강행할 거라고 보기는 힘들다.

 

더욱이 헌재는 6인 체제에서 선고가 가능한지 여부조차도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6인 체제에서의 대통령 탄핵 선고가 그만큼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6인 체제인 지금도 선고를 망설이고 있는 마당에, 4인 체제로까지 추락하게 되면 선고는 커녕 최소한의 심리 진행도 전면 정지될 것이 분명하다.

 

거꾸로 말하면, 윤석열의 입장에서는 재판관 3명 임명 무산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최대한 탄핵심판을 지연시켜 어떻게든 4월 18일만 넘기는 것이 최선이 된다.

 

 

헌재 기능 정지, 윤석열에겐 최선의 시나리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에 대해 파면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이렇게 헌법재판소 기능의 마비를 가장 반길 것은 당연히 윤석열 본인이다.

대통령직 복귀 가능성이 희박한 이상 윤석열이 바랄 수 있는 최선의 시나리오는, 권한정지 상태에서라도 2027년까지의 임기를 마치는 것이다.

윤석열이 온갖 치사한 방법까지 다 동원하면서 헌법재판소의 통보서 수령을 회피했던 것도 당연히 이 목적 때문이다. 그리고 수령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결정이 내려진 후에야 심판 절차에 응하기 시작했다. 탄핵심판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시간을 끄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 정형식,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하고 있다. 2024.12.27 연합뉴스.

 

 

 

27일 첫 변론준비기일에서부터 윤석열 측은 그런 의도를 여지 없이 드러났다. 시작부터 기일연기 신청서부터 내고 국회의 탄핵소추 적법성과 송달 과정의 적법성도 다투겠다고 했다. 이미선 재판관이 바로 ‘적법하게 송달됐다’면서 기일연기 신청도 거절하기는 했지만, 어떤 작은 틈만 보여도 파고들고 붙잡고 늘어져 최대한 시간을 지연시키는 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언제까지?

4월에 헌법재판관 2명이 퇴임할 때까지다.

어떻게든 그때까지만 지연시키면 탄핵심판은 정지된다. 그 시점의 대통령 권한대행이 여전히 신임 헌법재판관 임명을 막고만 있으면, 직무정지된 상태에서 원래의 대통령 임기를 채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 대통령 권한이 정지된 상태이기는 하지만, 권한정지 상태와 파면 상태는 당연히 완전히 다르다. 윤석열이 임명한 장관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고, 검찰∙경찰∙국정원 등 권력기관 수장들도 윤석열이 임명한 사람들이며, 일부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차관들도 윤석열이 임명했다.

 

27일 탄핵소추된 한덕수 총리와 새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최상목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권한이 정지됐어도 파면 전에는 윤석열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탄핵 심리가 장기화될 전망이 커질수록 그에 비례해서 윤석열의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지게 된다.

 

 

국힘, 대선 지연과 수사 회피 위해 국가 재앙도 감수

 

당연히 국민의힘에게도 이 시나라오가 최선이다. 이미 벌어진 비상계엄을 되돌릴 수도 없고, 현재의 정국에선 패배할 것이 너무나 당연한 대선은 무조건 뒤로 미뤄야 하는 입장이다.

게다가 당장 마땅한 대선 후보도 없다. 당내 확고한 1위였던 한동훈은 국힘 스스로가 힘을 모아 몰아냈고, 홍준표나 오세훈 등의 후보군은 어떤 관점에서 돌아보더라도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았다. 시시각각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대선을 미루자면 탄핵심판 결정 자체를 최대한 미루는 방법 뿐이다.

 

다른 중요한 이유도 있다. 정권이 바뀌고 나면 ‘명태균 게이트’를 비롯해 윤석열을 주범으로 하는 온갖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가 줄을 이을 것이 뻔하다.

그런데 여기에 연루된 국힘 정치인이 하나둘이 아니다. 당장 명태균과 윤석열의 공천 비리에 직접 관여된 윤상현 의원은 가장 먼저, 가장 앞장서서 윤석열 비호에 나섰다. 국힘에 넘쳐나는 윤석열과 명운을 함께하는 의원들로선 탄핵 결정 지연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신임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을 극렬 반대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탄핵된 한덕수가 26일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것도, 본인 의사가 아닌 여당 압박에 등 떠밀린 결과로 봐야 한다. 물론 윤석열의 의사도 어떤 식으로든 전달됐을 것이다.

 

27일 한덕수가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을 수용하겠다 선언했지만, 의결 직후 당사자도 아닌 국민의힘이 나서서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냈다. 국힘 의원들이 한덕수와 대단한 친분이 있다거나 한덕수의 국정 수행 능력이 객관적으로 대단해서가 아니다. 오직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에 국힘의 명운이 걸렸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새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최상목 부총리에게도, 다른 모든 시급한 당면 사안들을 제쳐놓고서 당장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라는 요구부터 내놓았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한덕수든 최상목이든 또 다른 누구든, 누가 권한대행이 되든 국힘이 바라는 것은 단 하나 뿐이다. 헌법재판관 임명을 막고 4월까지 시간을 끌어 헌법재판소를 마비시키는 것이다.

 

 

희박한 가능성을 현실화시키는 도구, ‘법기술’

 

물론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애타게 바라는 이런 시나리오가 실제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 당장 헌법재판소부터 재판관 2명이 퇴임하는 4월 이전에 탄핵심판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또 윤석열과 국민의힘, 소수의 극우 지지자들을 제외하면, 대한민국의 구성원 모두가 이 대혼란 상황이 하루라도 빨리 종결되고 안정을 찾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탄핵 직후 시점에 비하면 이런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이 얼마라도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무시해도 될 만큼 작았던 불씨를 윤석열과 국힘이 사력을 다해 입김을 불어 키우고 있다. 한덕수가 그 노력에 부응해 재판관 임명 거부의 첫 스타트를 끊었다.

 

직무정지된 윤석열이 여전히 대통령이고 그가 임명한 자들이 권한대행과 국무위원들이며 권력기관의 자리를 사수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그들로서는 어떻게 잘 하면 이 현실화되기 어려운 시나리오도 현실화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을 일어나게 만들려 할 때 동원되는 것이 ‘법기술’이다. 법의 적용에서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법의 정신과 취지임에도, 현실 재판에서는 법기술이 더 위력을 발휘한다. 재판 결과가 원칙과 상식을 벗어나게 만들기 위해 구사되는 것이 법기술이다.

 

윤석열로 상징되는 특수부 검사 출신들이 대표적인 법기술 전문가들이다. 실질적 사실관계와 사회적 상식까지 왜곡시키며, 침소봉대와 지록위마, 삼인성호를 끝없이 반복한 끝에, 검찰을 개혁하려던 장관과 그 가족을 끝내 도륙해버리고도, 그걸 대단한 성과로 포장까지 해낸 법기술 달인들이 바로 특수부 검사들, 특히 윤석열이다.

 

윤석열과 국민의힘, 이들에게 훗날의 역사적 평가 같은 것은 애초부터 안중에 없었다. 그런 걸 두려워할 사람들이라면 이 정권의 끝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

헌재의 탄핵심판을 지연시키기 위해 이들은 어떤 상상초월 파렴치한 법기술도 망설이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매우 낮은 가능성이라도, 성공만 한다면 살아남고 다시 집권도 할 수 있다. 그래서 사소한 절차를 문제삼고 사문화되거나 전례도 없는 조문들, 판례들을 발굴해 헌법재판관들 앞에 쳐들 것이며 사사건건 붙잡고 늘어질 것이다.

 

이들은 심판 절차에서 이기는 게 목적이 아니다. 최대한 지연만 시키면 된다. 어떻게든 탄핵심판을 4월 18일까지만 지연시키고 나면, 그 시점부터 헌법재판소의 기능은 마비되고 윤석열은 권한정지 상태에서 임기를 채우게 되며, 그로써 자동으로 윤석열에 대한 탄핵심판 절차는 소멸된다. 탄핵 대상인 윤석열이 임기를 마쳤으니 심판으로 다툴 이익이 없어져 각하되는 것이다.

 

 

내란 정국 ‘2년 반’ 연장, 절대 있어선 안돼

 

하지만 윤석열과 국민의힘에게 유일한 그 희망은, 나머지 모든 국민에게는 재앙이자 지옥이자 고통이다. 윤석열 지지자, 국민의힘 지지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생각해보라. 지금과 같은 대혼란과 날이 갈수록 시시각각 악화되는 모든 것이 앞으로 2년 반 동안 더 이어지는 것이다. 그 사이 경제부터 시작해 모든 사회 분야가 줄줄이 다 무너져 내릴 것이 뻔하다.

 

이미 가장 민감하게 움직이는 환율부터 반응하고 있다. 26일 한덕수가 임명 거부 발표를 한 오후 1시 30분경부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이어 27일에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급등해 오전 11시경 1,480원을 돌파했고 다시 30분 정도만에 1,486원까지 뚫었다.

하지만 탄핵안 본회의가 예정된 오후 3시를 앞두고 1,470원까지 급락했고, 본회의 진행 중에 약간 상승했지만 탄핵안 가결 후엔 안정을 찾기 시작해 28일 0시 시점까지 급등락 없이 1,475원 선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로 인해 현 정국이 기약없이 길어질 가능성이 대두되자 당장 환율부터 들썩이며 급등했다가 한덕수를 탄핵하고 나서야 다소 안정을 찾은 것이다.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는 당장 헌법재판소가 지금처럼 재판관 구성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운영된다는 것이고, 이 상황이 4월까지만 이어지면, 헌법재판소의 기능 대부분이 정지되면서 탄핵심판이 정지된다. 그 상황은 절대 있어서는 안될 대한민국 전체의 ‘외통수’다. 이 대혼란 상황이 앞으로 2년 반 더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상상하기도 싫은 이런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권한대행 자리를 넘겨받은 최상목 부총리가 한시라도 빨리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권한대행이 탄핵되어 부총리까지 권한대행 자리가 넘어간 것이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하지만, 그와 비교도 되지 않게 훨씬 심각한 상황은, 헌법재판소의 기능 마비로 대통령 탄핵 상황이 앞으로 2년 반이나 더 이어지는 것이다.

탄핵심판이 정지되어 2년 반 동안 지금의 혼란이 계속 이어지는 것을 반길 사람은 오직 윤석열과 국힘 의원들 뿐이다. 나머지 모든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이 문제는 대한민국 전체에 너무도 절박한 문제여서, 이런 초유의 비상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총리도 부총리도 장관도, 필요하다면 줄줄이 탄핵할 수밖에 없다. 내각의 장관들 전부를 다 탄핵하고 그 아래의 차관들까지 순서가 돌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총리나 장관 몇 탄핵시키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줄탄핵은 헌정사상 최초 어쩌구 하는 소리도 사태의 심각성을 생각하지 못한 한가한 소리다.

윤석열 탄핵심판의 결론은 무슨 일이 있어도 4월 18일 전에 선고가 나와야 한다. 그게 이루어지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파국이 다가온다.

 

 

벼랑 끝에서 지지자 붙잡는 국힘, 뿌리쳐야

 

국민의힘이 내세우고 있는 ‘이재명은 안된다’ 구호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나름의 설득력이 있게 들리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말에는 국민들에게는 숨긴 중요 부분이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리고 ‘나라가 망해도’다.

물론 정말 나라가 망한다 해도 이재명만은 안된다고 핏대를 세울 초극우파도 아주 소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을 제외하고, 막연하게 ‘이재명’이란 이름에 부정적 어감이 각인된 다수 국민의힘 지지자들에게 묻고 싶다.

여러분도 이재명을 막기 위해서라면 나라가 망해도 되는가. 그 망하는 나라에는 여러분도, 여러분의 가족과 지인들도 모두 포함되어 있는데도 말이다.

 

나라가 망해도 이재명만 막아내면 대한민국의 성공인가. 이재명만 아니면 나라와 가족이 파탄 나도 행복할 수 있을까.

파멸의 벼랑 끝에 몰린 것은 윤석열과 국힘 의원들이지 그들을 지지했던 보수 국민들이 아니다.

자신들이 살겠다고 지지자들을 선동해 국가적 파멸로 몰아가는 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벼랑 끝에서 지지자들을 붙잡고 늘어진 그 더러운 손, 이젠 뿌리쳐야 한다.

우리 모두를 위해서 말이다.

 

 

 

박지훈 IT 전문가jeehoon.imp.par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