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민주당이 친중? ‘거짓 프레임’ 벗어야 할 이유

道雨 2025. 2. 20. 15:38

민주당이 친중? ‘거짓 프레임’ 벗어야 할 이유

 

높아진 '반중 정서' 다가 올 대선의 주요 변수

국힘이 부당하게 씌운 '민주당=친중' 프레임

반중 덧들인 중국의 결자해지도 필요 조건

반일 강조할수록 친중 프레임 강화되는 구조

"당당한 대중 자세로 한중관계를 관리해야"

 

 

불법계엄의 주모자 윤석열에 대한 탄핵 심판의 시간이 다가오면서, 대선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성조기를 앞세운 극우 태극기부대와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중국의 한국선거 개입설을 퍼뜨리고, 윤석열 지지자가 중국대사관 난입을 시도하는 등, 국내에서 반중 현상이 도를 넘고 있다.

과도하고 근거 없는 반중 정서는 중장기적으로 한국 외교에 커다란 부담이 되지만, 당장 오는 대통령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5월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1639만 4815표(48.56%), 이재명 후보가 1614만 7738표(47.83%)를 얻었다. 두 사람의 득표 차는 24만 7077표(0.73%)로 무효표 30만 7542표보다도 적다.

 

 

외교안보 현안과 관련해, 국민의힘 측이 대선 이슈로 독자핵무장론을 들고 세 결집에 나서는 한편, 중도층 표심을 자극하기 위해 민주당에 대한 친중 프레임 씌우기에도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 보수 유튜버 '캡틴 코리아'가 지난 14일 주한 중국대사관 난입을 시도하다가 건조물 침입 미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사진은 지난 10일 국가인권위원회 점거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2025.2.15. 연합뉴스 

 

 

 

반중 정서는 박빙 대선 가를 변수

 

한국을 포함해 국제사회의 반중 여론이 드세다.

2020년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에 따르면, 반중여론(혐오/비우호, very/somewhat unfavorable)은 미국이 73%, 일본이 86%, 한국이 75%였다.

2023년 퓨리서치 조사에서는 미국이 83%, 일본이 87%, 한국이 80%로 일본>미국>한국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한국의 반중여론은, 2002년 31%에서 시작해, 점차 높아지다가 박근혜 정부에 들어와 낮아져, 2015년에는 37%로까지 떨어졌다. 그 뒤 다시 급상승해 코로나-19 대확산을 거치면서 75%를 넘어섰다.

 

2020년 퓨리서치 조사에서 한국의 반중여론(혐오+비우호)은 75%였다. 반중여론이 일본은 87%(혐오 52%, 비우호 34%), 미국은 73%(혐오 42%, 비우호 31%)로 혐오 비중이 높은 반면, 한국은 혐오 29%, 비우호 46%로 혐오의 비율이 낮다.

이는 한국민들의 반중 정서가 일본이나 미국보다 뿌리 깊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향후 한중 관계나 중국의 태도에 따라, 우리 국민의 반중 정서가 약화될 여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소의 조사에서도 우리 국민의 중국에 대한 인식이 점차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을 경계 대상 또는 적대 대상으로 보는 비율이 2018년 58.4%였다가, 점차 개선되어 2019년 56.7%, 2020년 54%로 떨어졌으나, 코로나-19 대확산을 계기로 다시 올라가, 2021년 62.6%, 2022년 60.0%, 2023년 60.7%(2023), 2024년 66.3%로 다소 변동은 있지만 점차 악화되고 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 중국 인식 조사(2020, 2022년)

 

 

 

앞에서 보았듯이, 국제여론이나 한국 내 여론은 대체로 반중적이다.

앞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스라엘 내 가자지구 문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문제를 해결한 뒤에는 본격적으로 중국 때리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때가 되면 국내외의 반중여론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오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반중여론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 국내의 반중여론이 대선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서도, 민주당에 씌워진 부당한 반중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2010년 9월 센카쿠열도 충돌 당시, 일본 정부가 중국인 선장을 체포하자, 중국 정부가 희토류의 대일 수출을 중단했고, 일본은 이에 굴복해 선장을 석방한 사례가 있다.

이로 인해 일본 내 반중여론이 크게 일어났고, 마침 2010년을 기점으로 중국의 경제력이 일본을 추월한 것과 맞물리면서, 2012년 12월 총선에서 일본민주당이 자민당에게 정권을 빼앗겼다.

반중여론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선거에 진 일본민주당의 사례가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중국의 국가 이미지(2007~2024)

* 출처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2024 통일의식 조사' 2024.11.30. 시민언론 민들레

 

 

 

역대 가장 친중이었던 박근혜 정부

 

극우 태극기부대나 국민의힘, 보수언론들이 이재명 대표나 민주당을 친중으로 몰고 있지만, 사실 역대 가장 친중·반일적 정부는 국민의힘의 뿌리인 박근혜 정부였다.

한일 간 최대이슈였던 일본군위안부, 강제동원피해자 문제가 본격화돼,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던 것도 이때다.

반면에 한중 관계는 수교 후 최절정에 달해 있었다. 이 때문에 미일 동맹을 바탕으로 대중 견제를 본격화하려던 미국과의 관계가 오히려 좋지 않았다.

 

한중 관계의 최절정은, 2015년 9월 박근혜 대통령이 세계 항일 반파시트 및 중국인민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한일 관계는 물론, 한미 관계에서 최악의 순간으로 평가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서방 지도자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해,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천안문 문루에 올랐다. 당시 보수언론들은 박근혜 정부의 친중 정책에 대해, ‘친중 외교’가 아닌 ‘대중 밀착외교’ ‘미중 균형외교’라고 평가했다.

 

이 일을 계기로 한중 정상 간에는 핫라인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한중 관계의 리즈 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2016년 1월 북한이 제4차 핵실험을 하자마자, 박 대통령은 바로 시진핑 주석에게 전화했으나 받지 않았다.

이에 박 대통령은 “사드 배치는 우리의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고, 이후 양국 관계는 냉랭해졌다.

2월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의 전면 가동중단을 발표했고, 마침내 7월 사드 배치를 수용했다.

최절정에 달했던 한중 관계는, 순식간에 최악의 상태로 전락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9월 3일 베이징 톈안먼 성루에서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군사퍼레이드를 지켜보며 박수치고 있다. 왼쪽부터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박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2015.9.3. AP 연합뉴스 

 

 

 

이처럼 한때나마 친중 반일 정책의 최정점에 섰던 건, 박근혜 정부와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이다.

그럼에도 친중 프레임을 뒤집어쓴 것은 민주당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직접적인 계기는, 박근혜 정부가 마무리하지 못한 경제 보복 조치인 한한령(限韓令)을 해제하고 한중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사드 3불 방침’이었다.

‘3불 방침’은 물밑에서 한중 양국이 조율한 것으로 보이지만, 공식적으론 한중 합의가 아닌, 문재인 정부의 입장 표명에 불과했다. 3불 방침의 내용이 우리 주권을 훼손했다는 논란은 별도로 하더라도, 중국 측이 우리 정부의 방침 표명을 합의라고 우기며, 한국 정부에 준수하라고 압박하는 태도를 보여 한국민의 반감을 샀다.

 

 

민주당이 친중 프레임을 뒤집어쓴 까닭

 

최근 국내외의 반중여론은, 서방 진영의 왜곡된 반중 캠페인의 탓도 있지만, 일차적으로는 중국의 책임이 크다.

시진핑 체제의 등장 이후 노골화한 중국의 패권 도전 전략과, 이에 따른 전랑(戰狼) 외교로 인해 ,국제적으로 대중 인식이 크게 악화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중국 측의 오만불손한 태도로 인해 국민감정이 많이 상한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중국지도부의 한국 인식이 반중여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2017년 4월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역사적으로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고 망언했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이 아무런 해명도 내놓지 않아, 단순한 실언이 아니라 공식 입장임을 드러냈다.

2020년 10월 한국전쟁 참전 70주년 행사에서는, 시 주석이 한국전쟁에 대해 “(참전이) 정의로운 행위 중에 정의로운 행동” “북한과 손잡고 위대한 승리를 거뒀다”는 그릇된 역사인식을 드러냈다.

 

중국 측의 오만불손한 태도는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 두드러졌다.

2017년 5월 이해찬 대통령 특사의 방중 때, 중국 측은 특사를 하석에 앉혀 시진핑 주석에게 보고하는 모양새를 연출하는 외교적 결례를 저질렀다.

중국의 무례는 같은 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때도 이어졌다. 국빈 방문임에도 공항 영접 때 외교부장이 아닌 차관보급이 나왔고, 시 주석이 안내한 행사가 하나도 없었으며, 10여 차례 식사 중 단 2차례만 중국 측이 주최해 혼밥 논란이 일었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베이징의 인민대회당 푸젠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방문한 이해찬 전 총리(왼쪽)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등한 좌석 배치가 아니었다. 2017.5.19. 연합뉴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두번째)이 인민대회당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특사로 방문한 김무성 전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등한 좌석 배치다. 2013.1.23. AP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촛불 국민혁명을 통해 집권한 지도자였기 때문에, 천안문사태의 트라우마가 있는 중국지도부로서는 환대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왕이 외교부장이 문 대통령과 인사하며 대통령의 팔을 툭툭 친다거나, 중국 측 경호원들이 한국 기자를 폭행한 무도한 행동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중국 측은 이렇다 할 사과가 없었다.

 

문 대통령의 일부 발언이 민주당의 친중 프레임 씌우기에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다.

2017년 12월 중국방문 당시 ‘(한중 양국이) 운명공동체’라는 한중 비즈니스포럼 연설, “중국몽이 중국만의 꿈이 아니라 아시아 모두, 나아가서는 전 인류와 함께 꾸는 꿈이 되길” “한국도 작은 나라지만 책임 있는 중견국으로서 그 꿈에 함께할 것”이라는 내용의 베이징대학 연설이 대표적으로 사대주의 발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 내에 소수나마 친중 인사가 있겠지만, 국민의힘에도 친중 인사가 있기 때문에, 이것만으론 민주당이 친중 프레임을 뒤집어쓴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구조적 원인으로, 미국의 대중 견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대중 교역에서 경제적 실리를 중시하고, 한반도 평화에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인정하는 정책을 취한 데서 친중 프레임이 만들어진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는 민주당이 친중이라기보다, 국익 중시의 실용주의임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대선 공약, 대등하고 당당한 대중 입장을

 

반독재 민주운동 세력이 주축이 된 민주당이, 경제적 실리와 한반도 비핵평화를 위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하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만들려는 노력 자체가 동아시아의 현 세력균형 체제를 변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분단체제의 기득권 세력이 보기엔 도전으로 느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이 민주당을 정치적으로 공격하고 있는 것뿐이다.

 

민주당이 부당한 반중 프레임을 벗어나기 위해선, 이재명 당 대표의 입장이 중요하다. 이 대표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2.14)에서, 윤석열 정부가 취한 대중 강경노선을 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대중 접근법을 빗대 “중국에 대해 적대 또는 협력 일변도 정책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실용주의 외교의 입장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친중과 반일의 상관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제정세상 반중 전선을 미국과 일본이 주로 이끌고 있기에,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일본에 대한 강경 입장을 강화하게 되면, 중도층 유권자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도리어 친중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 다행히 이재명 대표는 같은 인터뷰에서, 한미동맹의 강화와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함께 강조해 균형 잡힌 입장을 취했다.

 

당면한 조기대선 대책뿐 아니라, 집권 이후 신정부가 공존공영의 한중 관계를 정립하기 위해서도 중국을 관리해야 한다.

대중 관계에서 상호존중 정신 위에, 대등하고 당당한 입장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양안문제에 개입할 필요는 없지만, 동아시아 평화와 우리의 국익을 위해, 양안문제의 당사자 해결 및 평화적 해결 원칙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의 생명선인 해상교통로의 자유로운 항행을 보장하기 위해, 동아시아 해양안보협력회의를 창설해 중국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중국의 경제적·군사적 굴기에 따른, 과도한 영향력 행사를 억제하기 위한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안미경중(安美經中)에서 벗어나, 한미동맹을 기본 축으로 하되, 경제는 중국을 넘어 세계로 향하는 안미경세(安美經世)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세계시장과 국제외교에서 비중이 커지고 있는 인도, 아세안, 중남미 등 글로벌사우스(Global South) 국가로 다변화·확대해 나감으로써,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조성렬 전략노트insscs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