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재

[스크랩] 1300년 옛탑 ‘대수술’-다음 주에 모습 드러낸다

道雨 2008. 6. 25. 10:53

1300년 옛탑 ‘대수술’

다음 주에 모습 드러낸다

 

 보수하기 전의 감은사지 서탑

 

 

《통일신라 석탑의 백미인 경북 경주시 소재 국보 112호 감은사지 3층 석탑. 동·서 두 탑 가운데 높이 14m에 이르는 서탑의 기단부 표면에 꽂힌 기다란 튜브 두 개가 석탑의 고색창연한 모습과 어우러져 이질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이태종(보존과학) 국립문화재연구소 경주석탑보수정비사업단 연구원이 튜브 끝에 연결된 주사기를 조심스레 누르자 하얀 약품이 튜브를 따라 탑 안으로 천천히 흘러들어 간다. 침묵 속 몇 분이 흘렀을까. 약품이 다 주입되자 다른 주사기로 바꾼다. 이를 수차례 반복했다.》


 

통일신라 감은사지 3층 석탑 서탑 보수공사 2년 만에 마무리 단계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링거 주사를 맞는 광경과 꼭 닮았다. 2년 전 석탑은 오랜 풍화를 견디지 못해 만신창이가 돼 있었다. 석탑에 주입 중인 액체는 탑 내부를 튼튼하게 해주는 일종의 보약인 셈.

2006년 6월 서탑 해체 보수를 시작한 지 2년 만에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서탑은 10일부터 비계와 가림막을 걷어내 다음 주 '수술' 뒤의 새 모습을 드러낼 예정. 이달 말 자문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9일 막바지 보존처리 작업이 한창인 현장을 찾았다.

3층 옥개석(석탑에 지붕처럼 덮는 돌)의 해체, 재조립 뒤 지난해 10월 시작된 보존처리는 국내서 처음 시도하는 최신 방법을 총동원해 주목된다.

2년 전 탑은 오랜 풍화로 내부 곳곳에 공간이 생긴 탓으로 무게를 견디지 못해 붕괴될 위험에 처했다.

탑 내부에 약품을 주입하는 것은 처음이라 보수단은 고민에 빠졌다. 보수단은 석탑에 미세한 구멍(3mm)을 뚫어 공간에 약품을 채워 넣는 방법을 개발해냈다. 무진동 드릴을 사용하면 손상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강조해
문화재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다.

구멍을 통해 주입할 수 있는 면적은 10∼30mm²에 불과하다. 8개월 동안 석탑 42군데에 구멍을 뚫고 약품을 주입해 왔다. 보수단 단장인 국립문화재연구소 배병선 전통건축연구실장은 "인내심이 필요한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주입한 약품은 석재와 같은 성분인 무기 광물질. 국내 처음으로 사용됐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파르테논 신전(그리스) 보수에 쓰인 최신 약품이지만 고가이고 전량 수입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유기 화학수지가 널리 쓰였다.

"기존 수지는 내부 공간에 스며들기 전 굳어버리는 데다 석재와 수축 팽창 시기와 정도가 달라 바깥쪽 석재가 떨어져 나갈 위험이 있습니다." 이 연구원은 "석탑과 같은 재질인 응회암으로 30여 차례 실험을 거쳐 침투력과 안정성이 가장 뛰어난 약품을 골라냈으며 이 과정만 10개월이 걸렸다"고 말했다.

석탑의 표면 강화 방식도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것. 보수단은 풍화된 표면에 나노펄프 재질 점토로 틀을 만든 뒤 얇은 필름(일명 워터재킷)으로 표면을 코팅하고 표면과의 미세한 공간에 강화제를 주입했다. 이 연구원은 "강화제가 표면에 머물러 막이 형성돼 석재를 손상시키는 기존 도포 방식과 달리 삼투압으로 강화제가 깊숙이 스며든다"고 설명했다.

2008년 6월, 감은사지 3층 석탑에서는 최신 석탑 보존처리 기술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동아일보/경주=윤완준 기자 2008.6.12>

 

 

출처 : 토함산 솔이파리
글쓴이 : 솔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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