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재

[스크랩] 그대는 아십니까? 자연유산 문화재 축양동물을…

道雨 2008. 7. 3. 11:16
월간문화재사랑
그대는 아십니까? 자연유산 문화재 축양동물을…

사립문을 밀치고 들기도 전에 멀리서 예리성의 발소리만 듣고도 꼬리를 살살 흔들며 주인을 반기는 삽살개, 우람한 체구에 멍에를 지고 묵묵히 밭갈이 하는 누런 황소, 꼬끼오하며 여명을 알리는 꼬꼬닭, 광야를 힘차게 내달리는 작은 체구의 조랑말. 이들은 축양동물 중 하나이다. 축양동물은 낱말 그대로 기르는 가축이다. 과연 가축이 어떻게 문화재로써 천연기념물이 되었을까?








2000년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보고에 의하면 척추동물 5만여 종 가운데 40여 종의 포유동물과 조류가 축양동물이 되었다. 하지만 지난 100여 년 동안 800여 품종의 축양동물이 멸종하였으며 현재 약 30%가 멸종위기상태에 있다. 이들 40%는 보호와 보존이 미흡하여 앞으로 20년 안에 지구상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이들 이외에 많은 품종 역시 개체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이들도 멸종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FAO의 축양동물 데이터베이스인 DAD-IS2007년에 등재한 우리나라의 축양동물은 13개 축종 58개 품종이다. 이중 재래종은 6개 축종 9개 품종으로 황소, 흑우, 제주흑우, 칡소, 재래산양, 재래닭, 오골계, 재래돼지, 제주마 등이 등록되어 있다. 하지만 농촌진흥청 축산연구소가 전국 조사를 바탕으로 한 보고2003년에 의하면 이들 재래종 중 칡소, 흑우, 제주흑우, 재래돼지는 멸종위험 가축으로 분류되고 있다.

개량사업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토종동물들
우리나라는 순수 혈통을 유지한 토종동물들이 6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잘 유지되었다. 그러나 이후에는 적은 사료를 먹고도 많은 젖이 나오고 단기간에 성장하며, 알을 많이 낳는 소위 개량종이 외국에서 마구잡이로 들어왔다. 더구나 이를 바탕으로 가축개량사업을 국책사업으로 수행함에 따라 토종이 점차 사라져 이제는 멸종위기에 이르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래종 축양동물은 50~60년 전 봐왔던 그 친근한 축양동물들과는 무언가 좀 다르다. 그 좋은 예가 흔히 말하는 토종닭이다. 이들의 경우 100% 토종닭이 있는가 하면 75% 토종닭이 있고 25% 토종닭이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개인적으로 토종닭이라고 판단되는 것들을 모아 선발과 도태를 거듭하여 소위 토종을 유지한 경우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 공공기관에서 공급한 3원 교배종 실용재래닭을 흔히 토종닭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여 농진청 축산기술연구소에서 품종을 보존하고 있는 원종계 생산용 순수재래닭은 순계로 100% 한국재래닭Korean native chicken이고 이들과 외래 유색겸용종이 교배된 개량재래닭improved native chicken은 50% 종계이며 이들 2원교배종과 교배되어 태어난 것이 3원교배종으로 시중에 널리 보급된 실용재래닭 commercial native chicken으로 25%인 것이다. 이 닭은 알 잘 낳고 빨리 자라도록 개량된 개량종이지 결코 선조대대로 우리가 오랫동안 보아온 진짜 토종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토종이 사라진 가장 큰 이유는 일제 강점기에 이루어진 축산 정책 때문이기도 하다. 한우의 경우 흑우, 칡소, 황소, 적우, 호반우, 회색우 등 많은 종류가 있었지만 당시 황적색 모피를 갖는 소만을 한우로 인정하고자 하는 모색통일 정책을 폈고, 더구나 이를 건국 후에도 그대로 유지한 탓이다. 또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자 일제는 개가죽 털을 방한용 군복을 만드는 자원으로 쓰고자 전국에서 개를 마구잡이로 징발하기도 하여 재래종 개들의 씨가 마르게 되었다.

토종 축양동물들의 문화재적 가치를 논하다
축양동물 중 천연기념물로서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것은 토종이다. 토종이란 일명 재래종으로 오랫동안 한 지역의 기후 풍토와 자연환경에 적응하면서 형질이 고정된 가축으로 외국종과 교잡이 되지 않은 것을 지칭한다. 일반적으로 토종은 체구가 작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열악한 환경에 잘 적응하고 사료 효율이 좋으며,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강한 장점을 갖고 있다. 이는 자국의 바이오산업에서 유용한 생물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세계 모든 나라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문화재보호법 제2조 3항 다 및 동 시행령 별표 1에 의하면 축양동물의 천연기념물 지정기준은 ‘한국 특유의 축양동물’로 단순하게 표기되어 있으나 동물의 경우 각기 종지정, 서식지지정, 도래지지정의 방법을 통하여 천연기념물을 지정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축양동물은 모두가 종지정으로 형태학적 종개념이나, 진화적 종개념 및 계통학적 종개념에 근거하여 희귀성, 고유성, 분포성,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역사적, 문화적, 인문사회적 가치를 평가하여 지정하고 있다. 다시 말하여 축양동물의 문화재로서 가치는 단순히 동물 그 자체의 희소성만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수천년을 우리와 역사를 함께 해온 동물로서의 가치도 평가하는 아주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축양동물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역사는 다른 어떤 천연기념물보다 그 역사가 깊다. 1938년 5월 ‘조선보물고적명승천연기념물보존령’에 의하여 진도개가 천연기념물 제53호로 처음 지정된 것을 효시로 하여 이후 풍산개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1962년 1월 ‘문화재보호법’이 제정 공포됨에 따라 미수복지구인 북한의 풍산개는 천연기념물 지정의 의미가 퇴색하여 지정을 해제하였고, 한국 고유의 특성을 지닌 흰깃털의 경남 동래군 기장면 대나리 오골계가 천연기념물 제135호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기장 대나리 오골계가 질병으로 완전 폐사하여 보존가치를 상실함에 따라 1981년 9월 기장 대나리 오골계는 천연기념물 지정에서 해제되었다. 한편 1980년 4월 검은 깃털의 연산 화악리 오계를 천연기념물 제265호로 지정하였다. 이후 1986년 2월 제주말이 역사성과 함께 우리 고유의 토종말로 인정되어 천연기념물 제347호에 지정되었고 1992년 3월 경산의 삽살개가 역시 역사성과 토종이 인정되어 천연기념물 제368호로 지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들 축양동물 명칭은 우리의 기구한 역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오골계의 경우 일제 강점기에 우리 고유의 명칭인 ‘오계’가 일본식 명칭 오골계로 바뀐 것이다. 우리는 고려시대 이전부터 뼈, 깃털, 피부, 눈 등이 새까만 닭을 ‘오계’라고 써왔다. 따라서 때늦은 감은 있지만 지난 3월 개최된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분과에서는 오골계를 본디 이름인 ‘오계’로 바로 잡았다.
2007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문화재로서 천연기념물인 축양동물은 진도개, 오계, 제주마, 삽살개 4종으로 개 2종, 말 1종, 닭 1종이 전부다. 이는 천연기념물 지정 역사에 비하면 아주 적은 수로 전체 천연기념물 357종의 1%, 천연기념물 중 동물 부문 77종의 5%에 불과이다.
얼마 전에 일본에는 1억원이 넘는 와큐Wagyu라는 소가 있다고 하여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더구나 와큐소고기로 만든 와큐스테이크가 뉴욕스테이크하우스에서 일반 스테이크 값의 4배에 달하는 최고의 값으로 미국 미식가들을 사로잡고 있다고 하여 세간에 큰 뉴스가 된 일도 있다. 그런데 실은 와큐가 육질 좋은 소가 된 시조는 야마구치현 미시마섬에 있는 일본 천연기념물 미시마소Mishima cattle가 원조다. 문화재로서 천연기념물인 축양동물의 역사적 가치나 문화사회적 가치는 감히 금전적으로 헤아릴 수 없지만 경제적 가치도 실은 대단한 것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축양동물을 잘 보존하고 보호하여 이들 값진 자연유산을 후세에 온전히 물려주는 것은 우리 모두가 반드시 지켜야 될 의무다. 그러나 미지정 축양동물 중 하루라도 빨리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이 지구상에서 조차 사라져 버릴지도 모를 재래 축양동물이 무수히 많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황소를 비롯하여 제주도의 제주흑우, 제주흑돼지, 제주개, 제주닭, 충북의 칡소, 흑우, 재래닭, 재래돼지, 영주의 불개, 경주의 동경이, 고양의 긴꼬리닭, 풍산개, 거제개, 오수개, 해남개 등을 포함한 축양동물들이다. 이들에 관한 문화적, 역사적, 사회적 기록은 이조실록, 삼국사기, 삼국유사를 비롯한 각종 역사서나 설화, 회화는 물론 민속화, 구전 등에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남아 있다. 특히 칡소, 흑우, 황소는 2006년 문화재청의 지원으로 남북역사학자들이 안악3호 고구려 고분 벽화를 조사하던 중 생생한 채색 그림으로 확인된 바 있다.
우리 생활 속에서 친숙하게 지내온 가축들이 우리가 지키지 않으면 언젠가는 홀연히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나 버릴 귀중한 자연유산 문화재 축양동물들이다. 하지만 우리 곁에서 사라진 축양동물을 인위적이며 복원할 때는 원래의 축양동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제2, 제3의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글_ 이흥식 서울대 명예교수, 문화재위원
▶사진_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게시일 2008-06-30 14:35:00.0
출처 : 동락재통신
글쓴이 : 동락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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