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림사 약사전 삼존불, 벗겨보니 통일신라 채색 木佛
[서울신문]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삼존불이 천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모습을 감추고 있다가 뒤늦게 자태를 드러냈다. 이 불상은 또한 연주황, 주황색, 녹색이 칠해진 채색 불상이라는 점에서 불교사와 미술사 측면에서 커다란 학술적 가치를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미술사학계에서는 고대에도 불상을 채색했을 가능성은 제기되었지만, 실제로 채색 불상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색깔 입힌 불상 발견은 처음
경주 기림사는 지난해 12월, 약사전 삼존불에 전통 옻으로 새롭게 칠을 하는 개금(改金) 불사에 들어갔다가, 기존 불상에 여러 차례에 걸쳐 5~15㎝ 두께로 덧칠된 사실을 확인했다.
덧칠을 벗겨내는 과정에서, 일제강점기나 조선 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지며 문화재 취급조차 받지 못했던 기존의 불상과 전혀 다른 불상이 나타난 것이다.
또한 불상 내부에서 복장(腹藏·불상 안에 집어넣은 사리나 불경 등) 유물도 무더기로 발견됐다. 고려시대 간행된 천태사교의(天台四敎儀)를 비롯해, 강희 18년(1679년)의 중수기, 17세기말 가사·적삼·저고리 등 중요한 문화재가 함께 나왔다.
이 불상은 얼굴 부분을 제외한 불상 대부분이 나무로 이뤄진 목불(木佛)이라는 점에서 높은 문화재적 가치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불상은 나무를 조각한 위에 흙과 한지·짚 등 다른 재료를 섞어 만들어졌다.
삼존불의 원형을 처음 발견한 권순섭 동방대학원대학 옻칠조형학과 교수는, "불상의 발과 좌대가 붙은 부분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투박한 발 속에 기막히게 아름다운 발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면서, "곧바로 문화재위원들과 함께 불상 탈피작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다섯 차례 보수… 전혀 다른 양식으로
약사불과 보현보살, 문수보살로 이루어진 이 삼존불은, 통일신라 이후 고려, 조선, 일제강점기를 지나는 동안, 다섯 차례 정도 보수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통일 신라 후기 또는 고려 초기에 처음 시행된 보수 작업에서는 한지를 여러겹으로 깔아 채색하는 등, 원형에 충실한 흔적이 뚜렷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중수 기록이 남겨진 1679년부터, 석회·옻칠 등을 사용한 첩금(貼金) 과정을 거치며 기존의 불상 모습이 감춰지기 시작했고, 일제강점기에는 불상 발등 위에 옷자락을 덮어버리는 등, 전혀 다른 양식의 불상으로 탈바꿈했다. 1987년에도 합성수지에 카슈 도료를 사용하여 원형과 무관하게 보수했을 뿐이었다.
불상을 살펴본 정영호 단국대 박물관장은, "채색 불상이라는 점과 신라시대 목불이라는 점에서 문화재적 가치가 대단하다."면서, "잘록한 허리와 유려한 곡선 등이 신라시대 불상의 전형을 띠고 있는 만큼, 향후 통일신라시대 불상으로서 원형을 보존하면서 복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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