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관련

1% 기업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道雨 2011. 11. 8. 11:17

 

 

 

           1% 기업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4만여개 다국적기업의 소유관계를 조사해보니 1318개의 핵심기업이, 다시 147개 초대형기업이 추려졌다

 

 

» 윤석천 경제평론가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는 1%와 99%를 나눈다.

당연하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있다.

실제로 세계를 장악하고 있는 건 1%일까?

 

이게 사실이 아니라면 우리는 과장된 거짓 구호를 외치는 셈이다. 물론 대부분의 구호는 과장되기 마련이다. 그래도 명분은 진실의 토대 위에 세워지는 게 좋다. 자칫 과장이 1%에게 반박의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

1%가 세상을 장악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오히려 1% 이하가 세상의 부를 독식하고 있다.

양극화, 부의 편재에 대한 얘기는 많이 알려져 있으니 생략하자.

 

1%도 안 되는 금융기업이 세계의 기업을 장악하고 있다. 이에 더해 세상을 움직이는 물질도 1% 이하의 상품중개회사가 장악하고 있다.

세계는 이미 자본과 물질을 장악한 극소수 기업의 지배하에 있다. 이제 국가가 지배하는 게 아니다.

 

자본이 어떤 식으로 세계를 장악하고 있는가를 실증적으로 연구한 기사가 <뉴사이언티스트>(2835호)에 실렸다.

연구는 총 3700만개의 기업에서 4만3000개의 다국적기업을 추려 그 소유관계를 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결과는 예상한 대로였다. 이른바 초대형기업(슈퍼엔티티·super-entity)인 대형 금융기관들이 글로벌 경제를 장악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구체적으로 4만3000개 다국적기업의 소유관계를 조사해보니 1318개의 핵심기업이 발견된다. 이들 기업은 최소 2개, 평균 20개씩 상호출자 형식으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수익은 전세계 기업 수익의 20%를 차지한다. 그러나 실제론 60%에 달한다. 세계 유수의 우량기업과 제조업체 주식 대부분도 이들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147개의 초대형기업이 핵심기업 총 부의 40%를 장악하고 있다. 결국 1%도 안 되는 극소수가 글로벌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스와 같은 거대 금융기관이다.

 

이뿐이 아니다. 이른바 상품이라 불리는 식량, 연료, 금속 등도 소수가 독점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로이터>는 최근 상품시장을 쥐락펴락하는 16개 상품중개회사에 관해 보도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이들 16개 회사가 상품시장의 절반을 장악하고 있다. 연수익을 합하면 1조1000억달러에 달하고 상위 5개사의 수익은 상위 5개 금융기관의 수익에 버금간다.

비톨, 트라피구라사는 지난해 하루 810만배럴의 석유를 팔았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베네수엘라 석유 수출량을 합한 양이다. 금속 시장의 큰손 글렌코어사는 세계 아연 거래량의 55%, 구리 거래량의 36%를 장악하고 있다.

 

세계는 이미 극소수의 기업이 점령하고 있다. 자본과 물질 모두를 이들이 관리한다. 소수의 거대 금융기관은 자본을 이용해 세계 유수의 기업을, 극소수의 상품중개회사는 세계를 움직이는 필수 재화를 장악한다.

 

독점의 폐해는 크다. 공급을 임의로 조절해 시장을 통제·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7년과 2008년의 식량, 연료, 금속 등 상품시장 폭등 뒤에는 이들 자본과 상품중개회사가 있다는 의심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이들은 포식동물이다. 이익을 좇아 세계를 유린한다. 1% 이하의 극소수가 정하는 가격에 70억 세계 인민이 끌려가는 세상, 이게 21세기이다.

 

이들의 확장을 막는 건 불가능하다. 그나마 법으로 규제하는 게 최선이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은 금융위기 이후 제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마당에 한국은 거꾸로 가지 못해 안달이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한국 법이 우선이어야 한다. 그래서 국내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한-미 에프티에이는 불가하다. 이들이 한국을 온전히 점령하게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