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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보류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서울시는 어제 외교통상부와 행정안전부에 낸 한-미 자유무역협정 관련 의견서에서 “시민의 삶에 미치는 중대한 영향을 고려해볼 때 깊은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협정의 파장, 대응방안 등을 마련하는 데 지방자치단체의 참여도 보장해줄 것을 요구했다. 당연하면서도 정당한 요구로서, 정부는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
취임 13일째인 박 시장으로서는 협정이 시 행정에 미치는 영향을 자세하게 파악하기 힘들었을 터이다. 하지만 의견서 내용을 보면, 시에는 기초적 정보조차 없는 상황임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는 외교부와 행안부 등 정부 관련부처의 업무 태만 탓이다.
예컨대 협정과 지자체 법규의 충돌 여부와 관련해, 서울시는 외교부에 전수조사 계획을 문의한 적이 있는데 ‘협상 방식을 공개할 수 없으므로 답변 불가’라는 통보만 돌아왔다고 한다. 단 한차례 실시한 사전 서면조사도 한-미 협정이 아니라 엉뚱하게 세계무역기구(WTO) 6개 조문을 적용했다고 한다. 이래 놓고서 정부는 협정이 발효되더라도 지자체의 공공정책에는 별 제약이 없다고 강변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협정이 발효되면 지자체의 각종 법규와 행정조처도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정부는 지자체에는 협정상 의무를 포괄적으로 유보했다고 주장하지만 ‘국제관습법상 최소대우 기준’은 지켜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즉 지자체도 미국 투자자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적 관습에 따른 의무를 져야 하는 것이다. 의무를 저버리거나 게을리하면 협정을 근거로 미국 투자자가 지자체를 국제중재절차에 넘길 수 있다. 박원순 시장은 “만약 국제중재에서 패소하면 금전으로 배상해야 하는데 재정압박을 줄 수 있다”며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관련 조항의 재검토를 주장했다.
정부는 투자자-국가 소송제 대응방안 마련을 위해 민간 전문가까지 참여하는 실무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지자체는 배제했다. 피소 위험이 있는 지자체에 대해선 협정의 파급 영향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채 교육과 홍보 대상으로만 삼고 있다. 지금이라도 전국 지자체가 참여하는 범정부기구를 구성해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놓고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국회의 협정 비준안 처리는 그다음 순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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