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관련

국토연구원 등 “부동산 정책도 ISD 가능성” 경고했다

道雨 2011. 11. 8. 11:55

 

 

 

      국토연구원 등 “부동산 정책도 ISD 가능성” 경고했다
 

 

2007·2008년 대응방안 보고서


그린벨트·도시계획시설 지정땐 분쟁 소지
분양가상한제·재건축이익환수제도 흔들
‘한-미FTA’ 미국식 절대적 보상개념 반영탓

 

 

 

»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대상이 될 수 있는 부동산 정책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나 도시계획시설부지를 새로 지정하는 경우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분쟁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외교통상부는 그동안 “부동산 정책이 중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혀왔다.

 

국토연구원과 옛 대한주택공사 부설 주택도시연구원(현 한국토지주택공사 산하 토지주택연구원)이 2008년 12월과 2007년 12월에 각각 펴낸 ‘투자자-국가 소송에 대비한 투자규제 개선 연구’와 ‘한-미 에프티에이가 한국 주택 및 부동산 정책·제도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안’ 보고서를 보면, “공공복리를 위한 국가의 정당한 규제임에도 불구하고, ‘극히 드문 경우’에 해당한다면 간접수용에 해당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발제한구역이나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어 협정 발효 후 새로 지정하는 경우에 분쟁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돼 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 분쟁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는 한-미 협정이 미국 헌법의 간접수용이라는 절대적인 재산권 보상 개념을 반영한 탓이다.

 

간접수용이란 정부의 규제로 소유권 몰수나 명의이전과 비슷한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을 때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법리로, 우리 법제에는 없는 개념이다. 우리 헌법(제23조)은 개인의 재산권도 공익에 적합한 범위 내에서만 행사하도록 규정한다.

 

최재천 변호사는 2009년 2월 펴낸 <한미에프티에이 청문회>에서 “넓은 땅, 적은 인구라서 개인의 토지 소유권을 절대적으로 인정하는 나라(미국)와 좁은 땅, 많은 인구라서 소유권의 한계를 상대적으로 인정하는 나라(한국)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협정은 간접수용에 대한 보상을 인정하면서 다만 공중보건, 안전·환경 및 부동산 가격 안정화 정책과 같이 공공복리 목적의 규제는 예외로 했다. 그래서 부동산 정책은 일반적으로 간접수용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목적이나 효과에 비추어 극히 심하거나 불균형적일 때와 같은 드문 상황’이라는 예외 조항을 또다시 달아 국제분쟁절차를 밟을 수 있는 길을 살짝 열어뒀다.

 

보고서는 미국 판례와 분쟁사례를 분석한 뒤 개발제한구역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을 ‘극히 드문 상황’의 사례로 꼽았다.

토지의 사용·수익·처분권이 박탈되었거나 실제로 토지를 전혀 사용할 수 없는 규제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매수청구제도(10년 이내에 사업이 시행되지 않으면 지자체에 토지 매수를 청구하는 제도)가 있지만 청구요건이 비현실적이거나 10년 뒤에나 실현 가능해 즉각적인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이 밖에도 토지거래 허가제, 분양가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의 정부 규제가 외국인이 투자를 시작한 뒤에 이뤄지면 ‘합리적인 투자 기대이익’이 침해돼 분쟁절차에 회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간접수용으로 결정해 미국 투자자에게만 보상하더라도 국내법의 적용을 받는 내국민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발생해 부동산 정책을 유지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투자자-국가 소송에 대비하는 방법은 과도한 규제를 개선해 배상청구의 원인을 제거하거나 규제를 유지하되 보상규정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한-미 협정이 발효되면 우리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축소하거나 상당한 국가보상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