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의 ‘독소조항’ 법무부도 지난해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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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펴낸 해설서서 밝혀
미국법·관행 그대로 들여와 ‘최혜국 대우’등 일반성 상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투자 분야 조항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맺은 투자협정(BIT)이나 자유무역협정과 많이 달라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법무부가 지난해에도 공식적으로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외교통상부와 여당이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등이 포함된 한-미 협정의 투자 분야가 우리나라가 그동안 맺은 투자협정 내용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 서로 어긋나는 대목이다. 미국의 법 원칙과 관행, 판례 등을 대폭 수용한 한-미 협정의 ‘특수성’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법무부가 지난해 10월 발간한 <한국의 투자협정 해설서>를 보면, 법무부는 “한-미 협정 발효 이후에는 미래 최혜국 대우(MFN)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상당한 주의를 요망한다”며 “한-미 협정의 특수성”을 강조했다.
미래 최혜국 대우란 한-미 협정 발효 후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좀더 유리한 혜택을 주는 투자협정을 맺을 경우 그 혜택을 미국 투자자에게 자동적으로 부여하는 제도다.
이 해설서는 한-미 협정을 기존에 우리나라가 맺은 투자협정과 각각 구체적으로 비교하며 설명한 것으로, 이귀남 당시 법무부 장관이 직접 발간사를 쓰기도 했다.
법무부는 미국의 판례를 그대로 반영한 또다른 예로 ‘간접수용’을 꼽았다. 간접수용이란 정부의 규제로 소유권 몰수와 비슷한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을 때 국가가 보상할 필요가 있음을 규정하는 법리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재산권을 절대적으로 보장하지 않고 헌법 23조에 따라 재산권 행사를 공익에 적합한 범위로 한정하고 있어 간접수용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미 협정이 발효되면 미국 투자자는 우리 정부로부터 재산권 손실을 보상받을 여지가 대폭 확대된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헌법학)는 “미국에서 형성된 법리를 그대로 도입하면 우리 헌법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투자자-국가 소송제 대상을 투자계약·투자인가 위반으로까지 확대한 것도 한-미 협정의 특징이다. 한-미 협정은 중앙정부가 외국인 투자자와 맺은 투자계약이나 투자인가 약정을 위반하더라도 국제중재를 제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는 “한-미 협정의 투자 조항을 두고 정부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이라며 “정부는 합리적인 문제제기를 ‘괴담’이라고 호도하지 말고 협정의 위험요소를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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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협도 "한미FTA ISD 조항 신중해야"
"투자자 감수 위험 왜 국가가 책임져주나" 비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사회 문제에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변호사들은 이전부터 한미 FTA에 반대하는 입장을 꾸준히 견지해 왔지만, 변호사 사회가 이와 같은 입장을 보인 건 처음이다.
대한변호사협회가 발간하는 <대한변협신문>은 지난 7일 사설 '한미 FTA ISD조항, 신중하게 검토해야'에서 이와 같은 입장을 밝혔다. <대한변협신문> 사설은 사실상 변협의 입장으로 간주된다.
사설은 "투자자가 감수해야 할 위험을 왜 국가가 대신 책임져 줘야 하는지 의아스럽다"며 "기업의 이익 보전을 왜 국가가, 국민의 세금으로 보장하는 구조가 되는지 이해하기 어렵고 국내 기업과 역차별도 염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2007년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한국의 사법주권 전체를 미국에 바친 것"이라는 말을 인용해 "미국 기업의 패소율이 높고 비일비재하게 제소하지는 않는다고 하여 안심하라고 하기엔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사설은 "남미국가들의 사례를 열거하지 않더라도 기업의 선의를 기대하는 것은 순진하다"며 "국가는 자국민의 삶의 질을 담보할 규제와 장치를 할 헌법적 의무가 있고 그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모습으로 국민을 설득하면 된다. 막무가내 국회통과만을 하려 든다면 제2의 쇠고기 파동을 부를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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