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도스 사건’ 진실 놓고 검·경·청 미묘한 갈등
(블로그 ‘사람과 세상 사이’ / 오주르디 / 2011-12-15)
경찰이 밝힌 ‘디도스 사건’ 개요. 내용은 자세히 설명하면서도 누구의 지시에 의한 범행인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범행’만 있고 ‘범인’은 없는 꼴이다. |
경찰이 밝힌 ‘디도스 사건’ 개요.
내용은 자세히 설명하면서도 누구의 지시에 의한 범행인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범행’만 있고 ‘범인’은 없는 꼴이다.
‘디도스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 발표를 보면 의문점이 한둘이 아니다. 사건의 배후와 관련해 4가지 의문점이 있다. 이들이 이번 사건의 전말을 밝혀내는 키포인트다.
첫째, 경찰 수사 발표가 늦어진 이유,
둘째, 청와대가 사건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그 시점은?
셋째, 정권 수호 첨병인 경찰이 극도로 예민한 이번 사건을 공개한 이유
넷째, 경찰이 청와대 행정관(홍준표 비서 출신)이 범인들과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숨긴 이유.
“청와대가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
의문점의 상당 부분을 설명해 낼 수 있는 중요한 보도가 나왔다.
<일요신문 인터넷판>이 청와대가 ‘디도스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부분 세간에서 이미 짐작하고 있던 것과 그대로 맞아떨어진다.
먼저 경찰 수사 발표가 늦어진 이유. 경찰청 사이버대응센터의 기술력은 첨단을 자랑한다. 또 ‘디도스 공격’은 단순한 것이어서 단시간 내 모든 것을 밝혀낼 수 있다. 사이버대응센터의 기술 수준이라면 하루 이틀이면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런데도 수사 발표까지 한 달 이상 걸렸다.
민주주의 ‘꽃’을 무참히 꺾어 버린 ‘디도스 사건’ 청와대가 사건을 은폐할 목적으로 경찰에게 ‘함구령’을 내린 것이 사실이라면 이건 엄청난 사건이다. |
경찰의 수사 착수가 지연됐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경찰은 사건 직후 신속하게 수사에 들어갔다.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선거 당일 오전 11시 선관위에 ‘사이버테러 수사관’을 급파했다. 그리고 사흘 뒤 29일 사건의 개요를 밝혔다. 경찰은 기자들에게 “선관위는 오전 6시부터 두 시간 반 동안, 박원순 후보 홈페이지는 새벽 1시와 5시 각각 두 차례 디도스 공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사건 3일 후 ‘개요’를 설명하던 그 시점까지 최구식 의원 비서가 연루됐다는 사실을 경찰이 파악하지 못했을까? 공씨를 찾느라 한 달 이상 수사 발표가 늦춰진 걸까? 이 부분에 대해 <일요신문>은 경찰이 디도스 공격 사실을 확인하면서 이미 공씨 등의 범행임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IT전문가들이 추측하고 있던 것과 일치한다.
경찰에게 떨어진 ‘디도스 함구령’?
청와대에 보고된 시점을 11월 초라고 주장했다. <일요신문>은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빌어 “이만희 치안비서관이 임태희 대통령실장에게 수사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철저한 보안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청와대의 태도는 ‘보류’, 즉 은폐였다는 얘기다. 10·26선거 패배와 한미 FTA 반대 시위 등 현안이 어려운 판에 ‘사이버테러를 동원한 부정선거’까지 세상에 알려지면 벼랑 끝으로 몰릴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단다.
이런 사연 때문에 수사 발표가 미뤄진 것이다. 청와대 정무관계자는 “사건의 실체를 알았지만 (보류 결정은) 국정 운영상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자칫 사건이 영원히 묻힐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어찌 된 영문일까?
경찰이 청와대의 ‘함구령’을 어기고 수사 발표를 했다. 경찰이 ‘반기’를 든 셈이다. 경찰이 청와대의 ‘명’을 어긴다는 예삿일이 아닌데 왜 그랬을까. 여권 내에서는 ‘함구하기로 해놓고 경찰이 뒤통수를 쳤다’며 경찰을 향한 불만이 적지 않다고 한다.
수사권 조정 불만, 경찰 ‘반기’ 들며 수사 발표
검경 수사권 조정 때문이다.
당시 경찰은 총리실이 발표한 조정안에 크게 격앙돼 있었다. 일선 수사관들이 수갑을 반납하며 ‘수사를 보이콧’했고, 지방의 경찰까지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등 경찰의 분노가 극에 달한 상황이었다. 조현오 경찰청장도 직접 불만을 토로할 정도였다.
그만큼 경찰의 상황은 다급했다. 청와대와 여당을 움직일 수 있는 뭔가가 절실했다.
그때 마침 경찰 손에 들려진 게 ‘디도스 사건’. 훌륭한 압박 카드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거사’ 시점을 저울질하던 경찰이 한미 FTA가 ‘날치기’로 일단락되자 때가 됐다고 판단하고, 청와대의 ‘함구령’을 어기며 수사 발표를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수사권 조정 문제로 대립하던 검찰과 경찰의 골을 더 깊게 만든 ‘디도스 사건’. 검찰이 조현오 청장을 소환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궁지에 몰린 경찰, 어떤 카드를 꺼낼까? |
‘반기’를 들었지만 ‘반역’은 아니었다. 오로지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 검찰의 편을 들어준 청와대와 여당을 곤혹스럽게 만들어 막판 청와대의 태도 변화를 유도해 보겠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증거가 있다.
경찰은 마지막까지 청와대를 감싸려 했다. 사건 전날인 10월 25일 저녁 청와대 3급 행정관이 이번 사건을 주도한 공씨 등과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끝까지 숨기려 했다. ‘청와대 행정관’이 동석했다는 사실을 터뜨리는 것보다 일단 숨겼다가 때를 기다려 청와대와 ‘협상’을 해보겠다는 심산이었을 게다.
1년 4개월 미루던 조현오 검찰 소환, 배신에 대한 보복?
청와대의 심기가 매우 불편한가 보다. 굳게 믿었던 ‘조현오 체제’이기에 더 큰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일요신문>은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다른 곳은 몰라도 경찰이 이럴 줄 몰랐다’며 한탄했다”는 표현으로 이 부분을 언급했다.
검찰에 치이고 청와대 눈총받고… 만신창이가 된 경찰. 지금도 늦지 않았다. 경찰이 설 곳은 바로 국민의 옆이다. |
급기야 행동에 들어갔다. 수사권 조정에 반발하는 경찰이 미울 수밖에 없는 검찰과 믿었던 경찰의 ‘반기’에 심기가 뒤틀린 청와대가 의기투합을 했다.
검찰이 ‘노무현 차명계좌’ 발언 때문에 고소고발 당한 조현오 청장을 소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무려 1년 4개월 미뤄 오던 일을 갑자기 하겠단다. ‘조현오 보호막’을 거두겠다는 얘기이고 일종의 ‘보복’인 셈이다. 수법이 치졸하다.
“노 전 대통령이 뛰어내린 건 차명계좌가 발견됐기 때문”이라는 발언을 해 노무현재단과 노 전 대통령 유가족으로부터 허위사실 공표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고소고발을 당한 조현오 경찰청장에 대한 수사를 무한정 미뤄오던 검찰이 확 태도를 바꿨다.
떳떳하다면 왜 함구령? 은폐 의혹 밝혀야
여기에는 두 가지 노림수가 깔려 있다. ‘디도스 함구령’을 어긴 경찰을 응징하면서 동시에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경찰의 반발을 잠재워 보자는 속셈이다. 또 청와대 행정관을 경찰이 끝까지 보호하지 못해 들통난 이상 경찰과의 타협 여지도 없다는 판단 또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 코너에 몰린 경찰 역시 ‘고양이를 무는 쥐’가 될 가능성이 있다. 경찰에게도 정권의 비리 사실에 대한 정보가 적지 않을 터, 경찰이 정당한 수사를 빙자해 폭로전으로 맞설 수 있다.
아무튼 가장 큰 의혹은 전혀 풀리지 않고 있다.
권력의 어느 선까지 ‘디도스 범행’을 사전에 알고 있었을까?
누구의 지시로 이루어진 테러일까?
청와대가 떳떳하다면 ‘함구령’을 내릴 하등 이유가 없다. 또 엄청난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사건을 덮으려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오주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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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디도스 공격, 은폐시도 없었나?
청와대 11월초, 최구식 의원은 11월 말 인지한 듯...자금 흐름도 수상
선관위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거부) 공격 관련자들 사이에 범행 대가로 의심되는 수상한 자금 1억원이 오간 것으로 밝혀지면서,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전 비서(9급) 공 모 씨 '단독범행'이라는 경찰 수사 결과가 뿌리채 흔들렸다. 또 청와대가 이번 사건을 사전에 인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건을 은폐 또는 축소하려는 시도가 없었는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와대 사전 인지, 수사발표 시점 조율?
'민중의소리' 취재 결과, 청와대는 최구식 의원의 비서 공 씨가 연루된 디도스 공격 수사 내용을 11월 초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11월 초 이 사건을 인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가 사전에 경찰 수사 결과를 보고 받아 내용을 인지한다고 해도 이미 밝혀진 수사 내용 자체를 조율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이 관계자의 전언대로 청와대는 11월 초 이 사건을 인지하고 발표시기를 저울질 한 것으로 보인다.
11월 초는 야당이 한미FTA 비준안 국회 처리를 반대하면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장을 점거하는 등 여야가 대치하던 국면이다. 한나라당 의원 비서가 연루된 디도스 사건이 공개되면 여권의 전열이 흐트러지면서 한미FTA 비준안 처리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 정황상 디도스 사건을 사전에 인지한 청와대가 수사발표 시점을 조율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수사 결과 발표 시기 조율 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선관위 디도스 공격에 한나라당 의원 비서가 연루된 사실을 사전에 인지한 여권이 사건을 은폐 내지는 축소하려는 시도를 했을 가능성이다. 자금 흐름에서도 이런 정황이 발견된다.
ⓒ민중의소리 유동수 디자인실장
[인포그래픽] 선관위 Ddos 공격 여권 인지 시점
자금흐름 보면 은폐 시도 농후
이 사건의 배후를 규명하는 데 핵심고리인 박희태 국회의장 전 비서 김 모(30) 씨는 10월 21일 1천만 원을 공 씨에게 보냈고, 공 씨는 디도스 공격이 끝난 직후인 10월 31일 이 돈을 디도스 공격을 실행한 IT업체 대표 강 모 씨의 비서인 또 다른 강 씨에게 보냈다.
그리고 김 씨는 11월 11일 IT업체 대표 강 씨의 법인계좌에 9천만 원을 송금했다. 이 돈은 이틑날 강 씨 개인계좌로 옮겨졌고 이후 차 씨(공씨의 중고교동창, IT업체 직원, 구속)와 강 씨가 도박으로 탕진했다. 김 씨는 이 돈을 차용증도 쓰지 않고 꿔줬다고 진술했는데, 11월 17일과 26일 각각 5천만원 씩 모두 1억 원을 강 씨가 김 씨에게 돌려줬다.
디도스 공격 전 건넨 1천만 원은 착수금, 11월 중순 건넨 9천만 원은 디도스 공격의 성공보수로 추정할 수 있고, 30살의 8급비서가 1억원을 선뜻 빌려준다는 것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아 자금 출처에 대한 의문과 함께 디도스 공격의 대가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더구나 이 돈을 불과 1주일 여 만에 강 씨가 김 씨에게 다시 돌려줬다는 점에서, 11월 11일과 17일 사이에 김 씨 등이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고 있는 것을 인지하고 자금의 성격을 세탁하기 위해 다시 돌려준 것 아니냐고 유추해 볼 수 있다.
최구식 의원은 11월 말 인지?
최구식 의원이 자신의 비서가 연루된 디도스 공격 사건을 언제 인지했느냐 여부도 은폐 내지는 축소 시도 존재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다. 진주 현지 취재한 결과, 최 의원은 11월 말 디도스 공격 사건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다. 최 의원은 11월 25일 출판기념회, 27일 마라톤 행사 참석 등 지역구 일정이 있어서 11월 말 수행비서 공 씨와 함께 진주에 있었다.
지역관계자는 "27일 오전 마라톤 대회에 귀빈으로 참석한 최구식 의원이 참가자들과 악수를 하며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전화 한통을 받더니 뭔가 다급한 듯 주변 사람들에게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11월 28일 최 의원의 비서 공 씨는 의원실에 사표를 제출했다.
정황상 11월 27일 경찰 수사 발표가 임박했다는 연락을 받은 최 의원이 경찰 수사 대비 차원에서 다음 날 공 씨의 사표를 처리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 의원의 사전 개입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최 의원이 뒤늦게 사건을 인지하고 축소 시도를 했을 가능성은 의심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또 최 의원은 지난 4일 지역구 시의원 등과 점심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홍준표 대표와 김정권 사무총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자신은 억울하다"는 의견을 강력하게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주 한나라당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최구식 의원이 홍준표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형님이 저 한테 이럴 수 있습니까?'라고 말했고, 김정권 사무총장과의 통화에서는 입에 담기 힘든 욕을 한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자리는 최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회의를 마친 후 근처 식당에서 이어진 점식식사 자리로, 배 모(45) 진주시의원 등이 참석했다. 김정권 의원은 '민중의소리'와 통화에서 "최고위에서 (최구식 의원 비서가 연루된) 사건이 터진 마당에 당 홍보기획본부장 자리를 유지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 내용을 최 의원에게 전화해 전달한 것 뿐이다. 당시 최 의원은 억울하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현재 검찰은 디도스 공격을 실행한 강 씨(IT업체대표, 공 씨 후배) - 공격을 의뢰한 공 씨(최구식 의원 전 비서) - 수상한 자금을 준 김 씨(박희태 국회의장 전 비서) 외에 배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전방위적 수사를 벌이고 있다. 과연 경찰에서는 이 사건과 연관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던 김 씨를 넘어 그 윗선의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정웅재 기자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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