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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승권의 건강강좌
외래 진료를 하다 보면 대다수 환자들이 건강을 위해 합성비타민제를 먹고 있다고 말한다.
담배는 피우고 술은 많이 마시나 운동은 할 시간이 없으니 비타민제를 먹으면서 건강을 유지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타민제나 이를 포함한 종합영양제는 전체 인구의 약 20%가 먹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고, 미국은 약 50%가 이를 먹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비타민이 건강에 좋다고 알려지게 된 근거는 무엇일까? 최근 수십년 동안 발표된 200편 이상의 연구 결과를 보면 각종 비타민, 항산화제, 영양물질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하는 경우 심장 및 혈관질환과 소화기암의 발생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화학적으로 합성한 비타민제나 항산화보충제도 과연 건강에 이로울까?
세계적인 의학학술지인 <미국의사협회지>에 발표된 47편의 임상시험들을 종합분석한 연구 결과가 2007년 2월에 발표됐는데, 이를 보면 놀랍게도 비타민 에이(A), 비타민 시(C), 비타민 이(E), 셀레늄, 베타카로틴 보충제를 먹는 사람들은 이를 전혀 먹지 않는 사람들보다 오히려 사망률이 5% 높았다.
필자도 2009년에 국제종양학술지인 <종양학연보>에 22편의 임상시험을 종합해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는데, 비타민 A, 비타민 E, 셀레늄, 베타카로틴 보충제를 먹은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 사이에 암 발생에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먹은 집단에서 방광암 발생이 52% 높았다. 29편의 임상시험을 종합 분석해 2010년 발표된 논문에서도 비타민 C 보충제를 하루에 200㎎ 이상 먹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 사이에 감기 발생에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970년대 노벨상 수상자인 라이너스 폴링이 주장했던 고용량 비타민 C 요법은 우리나라에서도 10여년 전부터 일부 의대 교수 등에 의해 공공연하게 선전돼 왔다. 현재 성인 하루 비타민 C 권장섭취량은 영국의 경우 40㎎, 세계보건기구는 45㎎, 미국은 90㎎, 우리나라는 100㎎이다. 이 요법은 최적의 건강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표준 권장량보다 10~200배 되는 양을 섭취하는 것을 말한다. 이 요법의 옹호자인 한 의대 교수는 일반인들의 경우 1000㎎의 비타민 C를 2알씩 하루 3회, 즉 6000㎎을 먹으라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량 비타민 C 요법은 가설에 지나지 않으며 미국에서도 임상시험 단계에 있다. 오히려 비타민 C를 하루 1000㎎ 이상 먹으면 설사와 같은 위장장애, 결석, 용혈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에서도 권장하지 않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암연구협회와 미국 질병예방서비스위원회(USPSTF)에서는 흡연자가 베타카로틴제를 먹으면 폐암의 발생을 높이기 때문에 먹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또 질병예방서비스위원회에서는 비타민 A, C, E, 종합비타민제 또는 항산화보충제를 먹어도 암이나 심장 및 혈관질환을 예방한다는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분류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비타민을 과일과 채소가 아닌 약으로 먹는 것은 오히려 조기 사망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암 예방의 효과도 없다. 일부 의사나 연구자의 주장에 휩쓸리지 말고, 비타민은 하루 권장량을 섭취하되 약이 아닌 음식을 통해서 섭취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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