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실, 총리실도 ... 다 죽게 생겼다"
청와대 비서관이 불법사찰 증거인멸 '윗선'
<이털남>,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 '육성 대화록'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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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 증거인멸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이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을 회유하면서 이 사건의 '윗선'으로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 등을 지목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오마이뉴스>가 만드는 팟캐스트 방송 <이슈털어주는남자(이털남)>은 최근 '최종석-장진수 대화내용 녹음파일'을 단독으로 입수해 12일 오전 49회 방송분으로 내보냈다. <이털남>에 따르면 최 행정관은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증거인멸 작업에 청와대와 검찰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내용의 발언도 한 것으로 밝혀져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바로가기: 아이튠즈에서 이털남 듣기) .
우선 이 대화록에는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는 장 전 주무관을 회유하기 위한 최 전 행정관의 발언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있다. 특히 최 전 행정관은 "캐시(현금)를 달라고 하면 캐시를 주겠다"며 회유했다.
최 전 행정관은 이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자네를 평생 먹여 살려줄 테니까 극단적인 얘기를 하지 말아 달라"며 "캐시를 달라고 하면 내가 그것도 방법을 찾아주겠다"고 '증거인멸 지시 의혹' 폭로를 적극적으로 말렸다.
증거인멸 지시의 '윗선'을 폭로하겠다는 장 전 주무관을 현금과 취업 등 '보상책'으로 회유한 사실이 최 전 행정관의 육성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이에 따라 '윗선'을 캐기 위한 검찰의 재수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최 전 행정관은 "내가 (내 상관인)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을 원망하는 마음이 좀 있지만 '저 사람 여기서 더 죽이면 안 되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며 "그래서 내가 위험을 무릅쓴 것"이라고 말해 '윗선'이 어디인지를 암시하고 있다.
지난 5일 장 전 주무관은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인 <이털남>에 출연해 "최 전 행정관이 '평생 책임져주겠다'고 했다"며 "업체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도 "최 전 행정관이 '평생을 보장하겠다'며 현대자동차와 포스코에 취직을 시켜주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증거인멸 지시 의혹'의 열쇠를 쥐고 있는 최 전 행정관은 지난해 8월 주미 한국대사관 주재관으로 발령받아 현재 미국 워싱턴에서 살고 있다
"민정수석실도, 총리실도 자유롭지 못해"
최 전 행정관과 장 전 주무관이 만난 시기는 민간인 사찰 증거인멸 의혹 사건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던 2010년 10월 18일. 1심 판결(11월 22일)을 한 달 앞둔 때였다. 이들이 만난 곳은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정문 근처였다.
장 전 주무관은 "제가 이대로 가다가는 아무 정상 참작이 안되고 공무원도 그만둬야 하는데 저로서는 최선의 자구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며 "검찰 단계에서는 그렇게 진술했지만 법원에서는 있는 그대로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은 진경락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뿐만 아니라 최 전 행정관이 시켜서 점검1팀 직원들의 컴퓨터 속 자료들을 지웠다고 법정에서 얘기하겠다는 것이다. 증거인멸을 지시한 '청와대 윗선'을 폭로하겠다는 얘기다.
장 전 주무관은 "(최종석) 과장님이 직접 연관이 있기 때문에 (미리) 말씀 드린다"며 "(최종석) 과장님이 시켜서 한 정도가 아니라 과장님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켰다는 것까지 말씀(폭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웬만하면 저도 지킬 것을 지키려고 했는데 쉽지 않은 것 같다"고도 했다.
이전까지 장 전 주무관은 증거인멸 지시의 윗선으로 진경락 전 과장만 지목했다. 사건의 파장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로 축소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는 이제 증거인멸 지시의 '청와대 윗선'으로서 최종석 전 행정관의 역할을 폭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에 깜짝 놀란 최 전 행정관은 장 전 주무관의 '폭로'를 적극적으로 말리기 시작했다. 그는 "'장진수가 많이 흔들린다'는 얘기가 반복되다 보면 우리가 진수씨 케어(보호)해 주려고 해도 안 될 수 있다"며 "(장 전 주무관이 증거인멸 지시를 폭로하면) 여기에 관련됐던 모든 사람들이 다 수사선상에 다시 오르고 재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 전 행정관은 "겨우 틀어막고 있는데 결론은 뻔하다"면서 "(검찰이 재수사에 들어가면) 민정수석실도 자유롭지 못하고, 총리실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국감에서 (증언)했던 권태신 (국무총리)실장도 위증문제로 다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장 전 주무관은 "정상참작 사유가 충분히 있는데 그걸 얘기 안할 수 있나?"라며 "전 사실에 근거해서 얘기하니까 분명히 통한다고 생각한다"고 '폭로 결심'을 바꾸지 않았다. 그러면서 "제가 충분히 해드릴 만큼 해드렸고 이제는 저도 살아야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최 전 행정관이 "검찰 구형을 벌금형 정도로 낮춰주면 어떤가?"라고 회유하자, 강 전 주무관은 "그것은 낮출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저를 처음부터 기소하지 않았어야 했다"고 서운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는 지난 2010년 7월 7일 최 전 행정관이 장 전 주무관에게 한 얘기를 염두에 둔 것이다. 장 전 주무관에 따르면, 당시 최 전 행정관은 "민정 쪽에서 우리한테 자료를 없애라고 요구하고 있고, 검찰도 문제삼지 않겠다고 민정한테 약속했다"고 말했다.
"내가 보호하고자 했던 사람들이 다 죽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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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전 주무관이 '폭로 결심'을 바꾸지 않자, 최 전 행정관은 "그렇게 얘기하면 다 같이 죽자는 얘기"라며 "지금이라도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달랬다. 그는 "내가 검찰에서 벌금형 이하로 구형을 해주겠다고 약속을 받아주면 (폭로를 안하겠나?)"라고 다시 물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최 전 행정관은 "나로서는 보호해야 할 사람이 자네뿐만 아니다"라며 "보호해야 할 사람"으로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진경락 기획총괄과장, 김충곤 점검1팀장, 원충연 조사관 등을 거론했다. 이어 "자네 방식대로 가면 우리가 여태까지 그어왔던 선들이 무너지고 내가 보호하고자 했던 사람들이 다 죽게 생겼다"고 호소했다.
최 전 행정관은 "(청와대 윗선을 폭로하면) 정상참작을 받을지도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여태까지 검찰수사 결과가 뒤집어지고 그건 재수사가 아니라 특검(으로 간다)"며 "이인규 국장이 진술해왔던 게 다 의심받고 뒤집어진다"고 우려했다.
최 전 행정관의 '회유'는 계속됐다. 그는 "내가 사표를 쓸 테니까 나랑 같이 나가자"라며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자네를 평생 먹여 살려주겠다고 맹세한다"고 말했다.
"이인규 죽건 말건, 정권이 어떻게 되든 간에, 특검으로 가고 이걸로 난리치고…. (그렇게 돼서) 뒤봐줄 사람이 없다손 치더라도 내가 공인노무사 해서 평생 먹고 살테니까 자네를 평생 책임져줄게. 그럼 되겠나?"
최 전 행정관은 "극단적인 얘기를 하지 말고, 나도 패를 까야 할 것 아닌가"라며 "(평생 먹여 살린다는 얘기를) 못 믿겠다고 하면, 캐시를 달라고 하면 내가 그것도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회유했다.
"피해를 최소화해서 나만 죽는다손 치면 위에서 케어(보호)가 된단 말이야. 내가 먹고사는 데 도움이 되면 그 다음 주변 사람들도 먹고사는 것이 해결되는데, 다 죽고나면 아무 것도 해결이 안 되잖아."
최 전 행정관의 회유는 아주 집요했다. 그는 "내가 평생 자네를 먹여 살리겠다는 각오를 한 사람"이라며 "검찰 단계에서 못 빼낸 것은 내 능력의 한계지만 내가 어느 자리까지 보내주겠다고 딜까지 했다는 얘기를 했지 않나?"라고 압박했다.
이어 좀더 구체적인 보상책이 제시됐다. 최 전 행정관은 "최악의 경우에 현대자동차 부사장이 자네를 취업시켜주기로 했다"며 "현대자동차 부사장을 만나서 개런티(보증)해주겠다"고 회유했다. 그는 "(현대차 취업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진척을 해두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장 전 주무관은 "제가 여기서 형을 받고 나가는데 취업이 가능하겠는가"라며 "저도 (최 전 행정관을) 믿고 따랐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응수했다. 결국 '증거인멸 지시 윗선'을 폭로하겠다는 것이다.
"진경락 과장이 증거인멸을 지시한 걸로 하면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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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무개씨라는 인사가 이날 두 사람의 대화에 끼여 들었다. 그는 "진(경락) 과장이 다 뒤집어쓰고 가면 안 되나"라며 "진 과장이 그냥 '내가 다 (증거인멸 지시를) 했습니다'하는 걸로…"라고 말했다.
이에 장 전 주무관은 자신들을 변론하고 있던 법무법인 '바른'과 상담한 얘기를 털어놓았다. 그는 "제가 법무법인에 '진 과장이 이렇게 구체적으로 지시해서 장진수는 그렇게 한 것뿐이라고 진 과장이 (얘기)해주면 걱정을 안할 텐데 왜 그렇게 안해주냐?'고 했더니 (법무법인 쪽에서) '그렇게 해봐야 장진수씨한테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최 전 행정관은 "최악의 경우 여기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나와서 공무원 생활을 못하게 될 경우를 대비해서 내가 안전판을 확실하게 보장해주면 받을래?"라고 거듭 회유하자, 장 전 주무관은 "제 입장은 거의 변동이 없지만 한 번 현실을 더 고민해 보겠다"고 대답했다.
특히 최 전 행정관은 법무법인 '바른'의 한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장진수씨가 (증거인멸을) 제가 시키고, 청와대에서 시켰다고 얘기하면 정상참작 여지가 있어서 과실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고민하고 있는데 어떤가?"라고 문의하기도 했다.
최 전 행정관은 "이게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하고 최후의 방법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법률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인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검찰에서 장진수씨 구형, 형량을 낮추어주는 다른 방법은 전혀 없는가?"라고 상의했다.
한편 이들이 만난 지 한 달 뒤인 2010년 11월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부장판사 정선재)는 민간인 사찰 관련 증거를 없앤 혐의를 인정해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에게 징역 1년, 장 전 주무관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조사에서 최 전 행정관이 장 전 주무관에게 대포폰을 준 사실이 드러났지만 검찰은 '청와대 윗선'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최 전 행정관은 서울의 한 시내 호텔에서 검찰의 '출장조사'만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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