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관련

검찰의 수사 지체, 증거인멸 방조하나

道雨 2012. 4. 9. 11:57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우려했던 대로 지지부진하다. 민주통합당은 최근 “지휘부가 수사 의지가 없으니 밖에서 도와달라는 내부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는 주장까지 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이를 부인했으나 최근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검찰의 부인을 믿기 힘들다.

우선, 사건을 풀 열쇠를 쥐고 있는 진경락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 태도를 보면 전혀 수사 의지를 엿볼 수 없다.

장진수 전 주무관의 변호인인 이재화 변호사에 따르면, 이미 지난달 20일 장 전 주무관이 검찰에 출석해 진 전 과장이 “민간인 사찰 노트북도 빼돌리고 이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매우 중요한 인물”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검찰은 장 전 주무관이 진술한 지 보름도 더 지난 이달 6일에야 진 전 과장의 소환을 통보했다. 그러나 아무 연락도 없이 출석하지 않고 혐의를 부인하는 진술서만 보냈다고 한다. 그럼에도 검찰은 체포 등 강제수사를 할 생각은 않은 채 진술서를 검토해보고 소환 일정을 다시 정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만 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5000만원 관봉 돈다발 수사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장 전 주무관이 돈다발 사진을 찍었다가 삭제한 휴대전화를 검찰에 임의제출한 게 지난달 21일이다. 당시 5000만원 전달자인 류충렬 전 공직복무관리관과의 대화 녹음파일도 함께 넘겨줬다고 한다.

이후 장 전 주무관이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사진을 복구해 언론에 공개하는 동안 검찰은 류 전 관리관을 소환하지 않다가 어제야 불러 조사했다. 그동안 검찰이 사진을 자체 복구해 놓고도 모른척했는지, 아니면 아예 시도도 않았는지 알 수는 없으나 어쨌든 5000만원에 대해서도 20일이 다 되도록 이렇다 할 수사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러니 검찰이 5000만원 전달에 관여했다는 장석명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류충렬 전 관리관이나 사건 전모를 알고 있는 진 전 과장 등이 사건의 배후인물들과 말맞추기를 할 시간을 줘온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사실상 혐의가 드러난 이들 3명에 대해서만이라도 더는 증거인멸이 이뤄지지 못하도록 즉각 강제수사를 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누구라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3일 “공직자들이 책임감을 갖고 일하라”며 권재진 법무장관 사퇴 요구를 거부함으로써 간접적으로 검찰 수뇌부에 수사 지침을 내린 셈이 됐다. 검찰의 수사 지체는 사실상 증거인멸을 방조하는 행위임을 알아야 한다.

 

 

[ 2012. 4. 9  한겨레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