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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가짜편지’ 전달경로 거의 드러나…남은 건 ‘기획자’

道雨 2012. 6. 6.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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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양승덕→은진수→홍준표
지금까지 밝혀진 경로만 봐도 ‘노무현정권 정치공작’ 외친 한나라당 역공작 가능성 커
신씨, 배후인물 최시중 지목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김경준 기획입국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라며 공개했던 이른바 ‘가짜편지’의 실체가 이명박 정부의 임기 말에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홍준표 전 새누리당 의원(당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이 지난 2일 검찰에서 문제의 편지를 은진수 전 감사위원(당시 클린정치위원회 비비케이팀장)에게 받았다고 진술하는 등 관련 당사자들이 그동안의 진술을 번복하면서 ‘가짜 편지’의 실제 작성자인 신명(51·치과의사)씨와 편지를 공개한 홍 전 의원 사이의 인물들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 가짜편지란
문제의 편지는 2007년 대선 일주일 전인 12월13일 홍준표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 ‘클린정치위원장’이 ‘김경준 기획입국설의 증거 ’라며 공개한 편지다. 내용은 2007년 대선 당시 최대 쟁점이었던 비비케이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46·구속)씨의 감방 동료 신경화씨가 김씨에게 보내는 글이었다. 국내에 먼저 송환된 신씨가 국내 송환을 앞두고 있던 김씨에게 보내는 형식의 편지에는 “자네가 큰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고…”라는 대목이 등장한다. 당시 한나라당은 ‘큰집’이 당시 청와대와 여권(대통합민주신당)을 암시하는 것이며, 노무현 정권과 김경준씨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후보의 낙선을 위한 정치 공작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편지의 실제 작성자는 신경화씨의 동생인 치과의사 신명씨였다.

■ 드러나는 한나라당의 정치공작 가능성
<한겨레> 취재와 관련 당사자들의 최근 검찰 진술을 종합하면, ‘가짜편지’는 전달 경로만 보더라도 당시 한나라당의 역 정치공작일 가능성이 커보인다. 가짜편지 사건을 기획하고 지시한 배후가 드러날 경우, 당시 대선의 최대 쟁점이었던 비비케이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이명박 후보의 낙선을 위해 노무현 정권이 정치공작을 벌였다’고 주장하려던 목적도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달 경로부터 살펴보면, 신경화씨의 동생 신명씨가 쓴 가짜편지는 양승덕 경희대 관광대학원 행정실장과 경희대 교수 출신인 김병진 두원공대 총장(당시 이명박 후보 상임특보)을 거쳐 한나라당으로 갔다. 양승덕 실장은 신명씨가 경희대 치대 재학 시절부터 이어진 인연으로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양아버지처럼 여기는 인물이다. 김병진 총장은 양 실장과 친분이 있다. 두 사람은 그간 서로의 관련성을 철저히 부인해 왔는데, 최근 검찰에서 전달 경로를 그대로 진술했다고 한다. 김 총장은 한나라당쪽 인사에게 편지를 건넸는데, 그 인사가 검사 출신인 은진수 당시 비비케이팀장이었는지 다른 제3자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홍준표 전 의원의 검찰 진술을 보면 이 편지는 은진수 당시 팀장을 거쳐 홍준표 전 의원의 손에 들어간다. 홍준표 전 의원도 지난 2일 검찰 진술 이전에는 “누가 갖다놓은지는 모르나 책상 위에 있었다”라고 말해왔다.

<한겨레>는 지난해부터 지난 4월 귀국 직전까지 신명씨를 여러 차례 인터뷰했다. <한겨레>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신명씨는 2007년 11월9일 양승덕 실장에게서 컴퓨터로 에이(A)4용지에 작성된 편지 내용을 받는다. 신씨는 다음날 그 내용을 편지지에 자기 손으로 써 양 실장에게 전달한다. 신씨는 한달 뒤인 12월13일 홍 전 의원이 ‘기획입국설의 증거’라며 언론에 편지를 공개한 것을 보고, 양 실장에게 전화를 했다. 신씨는 “당시 양 선생님이 ‘김경준 입국을 막고 형(경화씨)도 신원회복시켜준다. 한나라당 법률팀이 8번이나 검토했으니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신씨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가짜편지 사건을 기획한 배후 인물로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 멘토’ 출신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구속)을 지목했다.

한나라당은 이 편지를 근거로 기획입국설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의뢰한다.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역시 가짜라며 고발한다. 2008년 6월 검찰은 ‘김경준 입국에 여권이 불법적으로 개입했다고 볼 수 없고, 기획입국설 폭로 역시 불법으로 보기 어렵다’는 모호한 결론을 내면서 사건을 종결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김경준씨와 홍준표 전 의원, 신명씨 등 핵심 당사자들이 서로를 명예훼손, 허위사실유포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가짜편지 사건이 다시 불거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이 당시 상황에 대해 진술을 시작했다. 진실이라는 폭탄이 어디에서 터질지 모른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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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대선 직전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전 새누리당 의원)이 공개한 이른바 ‘비비케이(BBK) 가짜편지’는 당시 비비케이 팀장을 맡았던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전해준 것이라고 홍 전 위원장이 검찰에서 밝혔다고 한다. 그동안 홍 전 위원장은 “클린정치위 사무실 책상에 놓여 있던 편지였고 누가 보낸 것인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으나 이를 뒤집은 것이다. 은 전 감사위원 혼자 가짜편지 사건을 기획·실행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만큼 당시 이명박 후보 대선 캠프에서 조직적으로 이를 기획·지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이 사건을 배후에서 총지휘한 몸통이 누구인지 밝혀내야 한다.

이명박 후보와 동업했던 김경준씨가 2007년 11월 미국에서 국내로 송환된 뒤 홍 전 위원장은 대선 직전인 12월13일 참여정부가 비비케이 의혹을 부풀리기 위해 김씨를 입국시켰다며 문제의 편지를 그 물증으로 언론에 공개했다. 편지는 김씨와 미국에서 함께 수감생활을 하던 신경화씨가 작성한 것이라고 했다. “자네가 ‘큰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니 신중하게 판단하길 바란다”는 내용으로, 당시 한나라당은 큰집이 청와대를 상징한다며 참여정부의 ‘기획입국설’을 제기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 편지의 작성자가 신경화씨가 아니라 동생인 신명씨라는 사실이 필적 조사 등을 통해 확인됐다. 신명씨는 지난 3월 중국에서 특파원들에게 “대학 때부터 절친한 관계였던 경희대 교직원 양아무개씨가 2007년 11월9일 밤 ‘이대로 쓰라’고 해 베껴 쓴 것”이고, “(김)경준이 오지 말”도록 하기 위해 쓰는 것이라고 양씨가 말했다고 한다. 신씨는 양씨가 “이 모든 것을 이상득과 최시중이 핸들링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 형을 미국에 보내 원상복귀하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신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쪽은 비비케이 사건의 파문을 줄이기 위해 김씨의 국내 송환을 저지하고, 참여정부가 김씨를 기획입국시킨 것처럼 날조하기 위해 정치공작을 꾸민 것이 된다. 이 사건은 지금도 의혹으로 남아 있는 비비케이 사건과 동전의 앞뒷면처럼 연결돼 있다. 대국민 사기극에 가까운 가짜편지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면 비비케이 사건의 실체도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가증스럽게도 신씨를 거짓말쟁이로 몰았던 자들이 죄상을 스스로 고백할 리 없다. 검찰은 철저한 수사로 몸통을 밝혀내고 다시는 이런 공작정치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 2012. 6. 6  한겨레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