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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중독자와 원숭이 검사

道雨 2012. 6. 18. 10:39

 

 

 

정연주 언론인

제정신이 아니다. 제 정신줄을 잡고 있다면 어찌 이런 일들이 21세기 대명천지에 일어날 수 있을까 싶다. ‘종북몰이’, 내곡동·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검찰 수사, 방송 파업사태 등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정말이지 ‘우리 사회가 미쳐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종북몰이’는 가히 광풍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이성과 지성을 마비시킨 채 단세포적 사고와 편 가르기, 증오를 부추겨 왔다. ‘종북’의 실체나 내용도 없이 그냥 쏟아 내는 말을 보면 지금이 중세 암흑시대 같다. “종북 의원들을 가려내기 위해 (조선시대 천주교도 박해 때처럼) 천주교 신자들에게 십자가 밟게 하듯 하면 된다”고 한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은 그 시대착오와 맹목성에서 챔피언감이다.

여기에다 새누리당 원내대표인 이한구 의원은 ‘간첩 출신 국회의원’ 운운했다. 간첩 출신 국회의원이 버젓이 활동을 하고 있는데도 이를 알면서 고발하지 않았다면 정청래 민주통합당 의원의 지적대로 이한구 의원은 국가보안법상 불고지죄를 범한 것이고, 그런 활동을 지금껏 방치해온 정보기관과 사법기관은 스스로의 직무를 포기한 것이 된다.

새누리당에서 앞을 다투어 종북몰이로 휘몰아간 결정적 계기는 박근혜 의원의 ‘국가관 발언’이다. 그가 “국가관을 의심받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돼선 안 된다”고 밝히자, 새누리당 의원들을 마치 충성경쟁을 하듯 종북 사냥을 시작했다. ‘종박’ 충성놀이처럼 보였다.

미국에도 이런 광기 서린 빨갱이 사냥이 있었다. 1950년대 초,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은 미국 사회 곳곳에 빨갱이들이 활보하고 다닌다며 이들 사냥에 앞장섰다. 4년 동안 미국 사회를 공포에 몰아넣은 매카시는 알코올 중독으로 마흔아홉살에 죽었다. 매카시 선풍과 알코올 중독은 그 비정상과 맹목성에서 일란성 쌍둥이 같다.

그런데 비정상과 맹목성에서 매카시 선풍과 알코올 중독에 버금가는 집단이 나타났다. 바로 정치검찰이다. 그들이 살아있는 권력의 편에 서서 얼마나 편파적이고 혹독했는지는 그동안 사례로도 충분하다. 노무현, 한명숙, 피디수첩, 미네르바, 나의 배임 사건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그런데 정치검찰은 이번에 또다시 내곡동 사건과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에서 그들 집단의 비정상과 맹목성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이미 드러나 있는 증거와 자료만 해도 차고 넘치는데, 그래서 그것만 제대로 챙겨도 쉽게 규명되는데, 그걸 외면하고 무시했다는 비판이 그치지 않는다. 5000만원 관봉 돈다발은 외면과 무시의 한 예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주요 관련자들은 직접 조사도 않고 서면으로 대충 끝냈으니, 원숭이에게 검사복을 입혀 수사를 했어도, 동네 심부름센터에 맡겼어도, 이보다는 나았을 것이라는 비아냥을 듣는다.

엠비 정권 아래서 가장 ‘황당한 사건’으로 법조계에서 꼽는다는 나의 배임 사건은 고발이 들어오자 바로 수사에 들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직접 조사하겠다며 여섯 차례나 소환 통보를 했다. 그리고 2008년 8월11일 한국방송 사장직에서 해임되자마자 바로 그날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그렇게 민첩하고 혹독했던 검찰이 내곡동 사건,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 배임 등 사건에는 그리도 이해심 많고, 너그럽고, 인자하기까지 하다. 그러니 ‘원숭이 검사’ 소리를 듣는다.

파업 141일째인 문화방송 사태를 보면 할 말을 잃게 된다. 한 달 평균 3000만원어치 법인카드를 펑펑 써대고, 여성 무용인의 27회 특혜성 출연과 20여억원의 출연료에다, 아파트 구매 등 온갖 의혹이 쏟아져 나오는 김재철 사장, 그의 휘하에서 충직한 마름 노릇 하는 수하들의 비굴한 모습, 7명 해고, 106명 징계, 35명 대기발령 등 마구 휘두르는 망나니 칼… 이런 술주정뱅이 같은 모습들을 엠비 정권과 새누리당은 즐기면서 방관하고 있다. 같은 편인데다, 이런 방송 조건이 대선에도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일 터다.

알코올 중독자처럼 비틀대는 이 비정상의 모습들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함석헌 선생의 말을 되새기게 된다. “깨어 있는 백성이라야 나라가 산다.”

정연주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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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변호사

내곡동 사저 관련 의혹과 불법사찰 사건 수사 결과를 놓고 검찰에 대한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정치적 사건의 처리를 놓고 검찰이 비판을 받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 정권 들어서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는 여론이 높다. 속 시원하게 진상을 밝히지 못하는 것도 그렇지만 주요 관련자들-내곡동 사저와 관련해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인 이시형씨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민간인 사찰과 관련해서는 전임 대통령실장 등-을 소환하지 않고 서면 조사한 점에 대해서 특히 문제가 많이 제기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검찰의 정치적 편향성이 이번 정권 들어서 더욱 심해진 것일까. 단순히 그런 이유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우선 원인 분석. 과거 어느 정권에서도 정권 후반기에 접어들면 검찰은 권력의 중심부를 겨누는 수사를 별로 망설이지 않았다. 김영삼 정권 때 김현철씨에 대한 수사, 국민의 정부 당시 김홍업, 김홍걸씨에 대한 수사가 그랬고 참여정부 막판에도 대통령 측근의 비리가 검찰의 공격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이런 현상을 놓고 언론은 살아 있는 권력은 못 건드리고 힘이 빠져가는 대상만 수사한다는 비판을 하기도 했지만 검찰은 정권 말기가 되어야 비리 정보가 드러나서 수사를 할 수 있게 된다고 반박을 하곤 했다. 그런데 이 정부에서는 대선이 6개월 남은 시점에서 관련자들을 부르지도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현재 문제가 되는 사건을 깊이 조사하다 보면 대통령 자신에게까지 의혹이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과거의 사건들은 설사 혐의가 확인되더라도 대통령과 직접 관련이 있기는 어려운 사안들이었다. 가족이나 측근이 전횡을 휘둘렀다고 해도 청와대의 감독 부실이 문제가 될지언정 대통령 자신이 그 실상을 알았다고 볼만한 정황은 없었다. 그런데 사저 관련 의혹이나 불법사찰 사건은 범죄 혐의가 있고 없고를 떠나 대통령과의 관련을 비켜갈 수가 없다.

내곡동 사건에서 국가가 손해를 보고 이시형씨가 경제적 이익을 얻은 것이 배임에 해당한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치자. 그 내용을 시형씨만 알고 이명박 대통령은 몰랐다고 할 수 있을까? 검찰도 “납득 불가능한 주장”이라고 했던 관봉 5000만원의 출처를 비롯해서 사찰 관련자에게 수억원이 지급된 경위를 캐기 위해서 대통령실장을 추궁하면서 그 돈의 지출이 대통령에게 보고되었느냐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정치적 논란이 있는 사건에서 설사 법적인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일단 밝힐 수 있는 데까지 진상을 밝혀놓고 수사 결과를 발표하던 관행과 달리 이번에는 아예 조사를 중간에 멈춘 것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고, 검찰 출신 인사들이 책임 있는 사람이 정리를 하지 않고 검찰에 뒤처리를 맡겨서 법조계까지 망치고 있다는 비판을 하는 것도 그래서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검찰이 책임을 면할 수 있을까. 1995년 검찰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서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며 면죄부를 안겨주었다가 결론을 뒤집고 기소를 해서 사형 구형까지 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검찰 주변에서는 불기소 결정을 했던 검사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청와대의 방침에 따라 움직였던 것인데 검찰이 책임을 질 수는 없다는 방어 논리에 막혔다. 그러나 그 후 그 사건은 대한민국 검찰 사상 최대의 치욕으로 남게 되었다.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소추를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통령이 관련된 사건의 조사를 중간에 멈춘 이번 수사도 검찰의 역사에 대단히 현명하거나 자랑스러운 일로 남지는 않을 것이다.

금태섭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