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영진고, 학생 34명 신청받아 점심·저녁에 현미채식 급식 실시
의사 등 채식전문가 불러 강의도, 체중·체지방 감소 등 건강 좋아져
» ‘채식 급식’을 희망한 대구 영진고 학생들이 별도로 마련된 채식 급식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다. 이 학교는 최근 103일 동안 하루 2회 채식 급식을 제공해 학생 34명의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대구 영진고 제공
“정말 기적 같아요. 16년 동안 아토피로 고생했는데 103일 만에 싹 나았어요. 저는 평생 현미채식할 겁니다.”
대구 영진고 3학년 조민혁(19)군은 확신에 가득 찬 어조로 말했다. 아토피를 앓아 다양한 치료법을 시도했지만 차도가 없어 인생을 자포자기했던 그였다. 가려워 몸을 긁다 온몸이 피범벅이 된 그는 여름에도 긴 바지를 입었다. 초등학교 때는 같은 반 여학생이 “더럽다”고 놀려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그런 그가 이제는 당당히 반바지도 입고, 더 이상 ‘남들이 날 더럽다고 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안 한다. 가려움이 사라지자 집중력도 높아져 성적까지 올랐다. 밤에 잠도 푹 잔다. 조군은 “현미채식 경험을 살려 대학에서 식품영양이나 생명과학 전공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렇게 조군의 인생을 180도로 바꾼 것은 다름 아닌 학교 급식이다.
영진고는 지난 4월2일부터 7월13일까지 채식 희망 학생 34명을 대상으로 하루에 두번(점심, 저녁) 현미채식 급식을 실시했다. 부모들은 아침과 주말 식사를 반드시 채식으로 주겠다는 서약서를 학교에 제출했다. 이 프로젝트는 대구시교육청이 영진고를 채식 급식 시범학교로 지정해 시작됐고, 최근 이 결과가 교육청에 보고됐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가 협조했고, ‘채식 전도사’ 황성수 박사(신경외과 전문의), 이덕희 경북대 의대 교수, 김성희 대구가톨릭대 의대 교수 등 전문가들의 도움도 있었다.
아이들은 현미와 현미찹쌀을 절반씩 섞어 지은 밥을 먹었다. 반찬은 피망버섯잡채, 호두연근조림, 김치, 두부조림, 시금치무침, 버섯깐풍기 등 채소로 구성됐다. 별도의 식당을 준비했고, 교사 22명도 학생들과 함께했다. 10년째 채식을 하고 있는 홍성태 교장의 채식 급식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이 학교는 이미 일주일에 한번 ‘채식 급식’을 하고 있었다. 홍 교장은 “대부분의 학생들은 채식을 시작하면 고기 맛을 그리워한다”며 “그럴 때마다 격려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채식전문 의사부터 채식전문식당 사장 등 지역의 유명 인사들이 학생들과 부모들을 대상으로 채식의 효과와 올바른 채식법에 대한 강의를 했다.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먹고 싶은 걸 100일 이상 참는 것은 어떤 일이든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극기정신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용기를 북돋웠다. 이렇게 해서 학생 34명 모두 103일 동안 채식에 성공했고, 학교에서는 그들에게 채식 과정 수료증을 줬다. 체험소감문 대회도 열고, 학교생활기록부에도 내용을 기재했다. 조군은 “채식하면서 2주까지는 오히려 몸이 더 가려워 포기하고 싶었다”며 “그때마다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함께 있고, 전문가분들이 와서 자신이 직접 겪은 얘기를 해줘 고기나 빵에 대한 유혹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해 11㎏이나 살을 뺀 황정섭(19)군은 “이전까지는 풀만 먹는 게 채식인 줄 알았다”며 “황성수 박사가 채식은 육류와 어패류, 달걀, 우유만 안 먹는 것이라고 했는데 감명받았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었던 셈이다.
이렇게 교육청, 학교, 부모, 교사, 지역사회 전문가들이 똘똘 뭉쳐 채식 급식에 성공한 결과, 참여 학생 34명의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25명이 체중이 줄었고, 27명이 체지방이 감소했다. 23명은 총콜레스테롤이 감소했다. 아토피로 힘들어한 학생 2명, 여드름이 있었던 학생 5명, 소화불량이 있었던 학생 2명, 지방간이 있었던 학생 1명이 모두 문제 증상이 사라졌다. 김성희 대구가톨릭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학생들의 건강이 몰라보게 좋아졌다”며 “현미채식이 그만큼의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식 급식이 끝난 뒤에도 학생 6명은 일반 급식을 하지 않고 부모님이 싸주시는 채식 도시락을 먹고 있다. 홍 교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채식이 학생들의 건강과 집중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소수 수요자의 요구도 존중해주는 급식문화가 우리 사회에 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채식 급식에 적극적인 곳은 광주와 전북·전남 지역이다. 고용석 생명사랑채식실천협회 대표는 “광주에서는 초·중·고 300개교, 전북에서는 30개교, 전남에서는 일부 학교가 주 1회 채식 급식을 운영하고 있다”며 “교육감의 의지가 그만큼 중요하고, 채식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채식은 곡식·채소·과일 자연적 상태로 먹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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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수 박사(신경외과 전문의, 황성수클리닉 원장) |
황성수 박사가 전한 ‘올바른 채식법’
“사람들은 채식이라고 하면 풀만 먹는 걸 떠올리죠. 채식은 식물성 식품을 어떤 상태로, 어떤 종류로 가려 먹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채식 전도사’ 황성수 박사(신경외과 전문의, 황성수클리닉 원장·사진)는 이렇게 강조했다. 가수 이효리씨 등 유명인들이 채식을 하고, 채식의 긍정적 효과가 일반인에게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채식에 도전하지만, 제대로 된 채식을 하지 않거나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그는 지적한다.
그렇다면 그가 주장하는 올바른 채식법은 무엇일까? 황 박사는 “채식은 곡식, 채소, 과일 이 세 가지를 먹는 것이며,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은 자연 상태에 가까운 식품을 먹는 것”이라고 말한다. 곡식은 껍질을 벗기지 않은 현미로, 채소는 자연에 가까운 상태로 먹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현미밥은 현미 멥쌀과 찹쌀을 반반 섞어 8시간 이상 불려놨다 밥을 하면 먹기도 좋고 몸에 좋다. 현미엔 섬유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노폐물이 혈관에 쌓이지 않도록 한다. 밥 한 숟가락을 먹으면서 100번씩 씹도록 하고, 밥 따로 반찬 따로 먹는 것이 좋다. 그리고 반드시 녹색 채소를 풍부하게 먹도록 한다. 칼슘이 풍부하게 든 케일이나 고춧잎, 철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시금치, 무청 등이 좋다. 채식을 하는 사람이 우유나 생선을 먹기도 하는데, 이것은 올바른 채식이 아니다. 가공된 백미와 백밀가루로 만든 식품도 먹지 말아야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미 안에 들어있는 피틴산이라는 성분이 각종 영양소가 흡수되는 것을 방해한다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황 박사는 이에 대해 “우리 몸의 칼슘과 철분은 쌓이면 중독 현상이 생긴다”며 “현미 안의 피틴산이 배설되는 과정에서 칼슘과 철분을 싸잡아 배설하면서, 이런 물질들이 적당한 상태로 일부 몸에 흡수되고 일부 배설돼 오히려 몸에 유익하다”고 주장했다.
양선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