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경찰·국토부까지 ‘관권선거’ 작정했나
대통령 선거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국가정보원과 경찰 등 정부기관들이 일제히 나서 야당 후보에게 불리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등 사실상 선거에 개입하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기관의 이런 행태는 대선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불공정행위로, 심각한 선거 후유증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여야 후보가 초박빙의 접전을 보이고 있는 상태에서 정부기관의 선거 개입은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중앙선관위의 엄정한 조처와 함께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기관과 박근혜 후보 쪽의 맹성을 촉구한다.
우선 국정원이 그동안 법 위반이라며 거부해오다, 갑자기 어제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대화록 관련 자료를 검찰에 제출한 것은 선거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
국정원은 그동안 대통령기록물관리법과 형법상의 공무상비밀누설죄 등에 해당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대화록 제출에 난색을 보여왔다. 그러다 대선을 불과 이틀 앞두고 형사처벌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제출을 강행한 것은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기다렸다는 듯 일부 수구언론들이 당시 대화록이라며 대대적으로 인용 보도에 나선 것은 과거 정보기관이 저지른 북풍공작을 연상케 한다. 시대착오적인 색깔공세에 국정원이 자리를 깔아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원세훈 원장을 비롯한 해당 간부들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경찰이 국정원 댓글팀 의혹 사건에 대해, 그제 밤 11시에 ‘중간수사결과 발표’라는 매우 이례적인 형식과 시간대를 잡아 국정원에 면죄부를 준 것도 선거용이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발표는 상식과 동떨어진 점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애초 1주일 이상 걸린다던 수사를 채 끝마치기도 전에 사흘 만에 중간수사결과 발표라는 형식으로 사실상 무혐의 판정을 내린 것은 정상적인 절차로 보기 어렵다.
또 국정원 직원 김씨의 아이피 주소를 확보해 포털의 언론사 댓글을 조사하거나, 스마트폰 등에 대한 조사 절차가 없었음에도 완벽하게 수사를 마친 듯이 “혐의를 찾을 수 없었다”고 단정한 것은 성급했다.
전문가들도 “디지털 포렌식 조사작업의 특성상 복제작업과 삭제된 영역 복구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토요일 한나절 뒤져보고 결론을 냈다는 건 기술적으로 말이 안 된다”며 경찰 조사 결과에 의구심을 표시했다.
이는 선관위가 적발해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한 윤정훈 새누리당 국정홍보대책위 총괄팀장 등의 불법 댓글 사건 수사가 아직 지지부진한 것과도 비교된다. 명백한 불법 사실이 드러났고 박 후보의 수석보좌관이 도와달라고 했다는 당사자의 증언이 있었는데도 배후에 대한 수사에는 아무런 진전이 없다.
국토해양부까지 전날 문재인 후보의 4대강 발언에 “4대강 보와 녹조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고 반박하고 나선 걸 보면, 수사기관뿐 아니라 정부 부처가 일제히 박 후보 돕기에 나선 모양새다.
관권선거의 후유증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 2012. 12. 18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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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개 넘는 아이디 찾아낸 경찰, 실명여부·포털활동은 확인안해
‘국정원 댓글수사’ 부실투성이
국가정보원 직원의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중인 경찰이 기본적인 수사도 하지 않은 채, 설익은 ‘면죄부성’ 수사 결과를 발표해 오히려 의혹을 키우고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17일 오전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28)씨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비방 댓글 의혹과 관련한 중간 수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대선 후보에 대한 비방·지지 글이나 댓글을 게재한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 결과를 종합하면, 김씨는 10월 이후 74일 동안 자신의 노트북컴퓨터로 40여개의 아이디와 닉네임을 이용해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했다. 특정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여러 개의 아이디를 사용하기도 했다. 김씨는 이 기간에 30여만개의 인터넷 페이지를 검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또 김씨 컴퓨터의 메모리 용량이 초과돼 일부 기록이 자동으로 삭제된 사실도 확인했다. 기업이나 가정에서 일반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컴퓨터에서는 이런 현상이 드물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결국 김씨는 여러 아이디를 이용해 하루 평균 4000여개의 인터넷 페이지를 열어본 것으로, 매우 이례적인 인터넷 이용 행태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김씨 노트북에서 40여개의 아이디와 닉네임을 확보하고도 이 아이디가 모두 김씨의 실명 아이디가 맞는지, 이 아이디를 이용해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경찰이 제한된 증거만을 바탕으로 성급한 결론을 내린 배경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광석 수서경찰서장은 기자회견에서 ‘국정원 직원이 비방 댓글을 단 적이 없다고 결론내렸나’라는 기자 질문에 “일단 그렇게 생각한다. 추가 수사해서 결론이 바뀌는 결과는 없다”고 수사 결론을 예단했다가 거둬들이기도 했다.
앞서 경찰은 16일 밤 11시 대선후보 텔레비전 토론이 끝난 직후 기습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해 중간 수사결과를 언론에 알렸다.
김씨의 비정상적 인터넷 이용 행태와 수사의 한계 등은 보도자료에서 빠졌고, 보도자료 내용을 검증할 시간적 여유도 없어, 대다수 언론이 17일치 지면과 방송에서 부실한 수사결과를 주요하게 보도했다.
정환봉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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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최고 엘리트 ‘댓글알바’…자괴감 느껴”
전직 국가정보원 고위관계자 <한겨레> 인터뷰
“76명 3개팀 활동…MB정부 홍보하다 영역 확장”
국가정보원이 지난해부터 4대강 사업 등 국정홍보와 ‘좌파와의 사상전’을 내세워, 심리정보국(국장 민아무개) 산하에 안보 1, 2, 3팀을 설치해, ’인터넷 댓글 사업’을 전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불법선거 개입 댓글을 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샀던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28)씨도 여기에 소속된 직원이란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한겨레>가 17일 만난 국가정보원 전직 고위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들어 4대강을 비롯한 치적홍보에 열을 올렸는데, 국정원에서도 처음에는 이런 정권홍보를 위해 조직이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치적 홍보에서 정치적인 것으로 (홍보 활동을) 확장하게 되면서, 야당 인사에 대한 비판, 또는 이명박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기사에 반박 댓글을 다는 쪽으로 확장된 것이다”고 전했다.
증언에 따르면, 심리정보국 산하의 3개팀에는 75명의 직원이 근무하는데, 이들은 대부분 전산직군에 속하는 20~30대 직원들이다.
국정원은 그간 대북심리전을 담당하는 ‘대북심리전단‘을 3차장(북한 담당) 산하에 운영해 왔는데, 지난해 심리전단을 심리정보국으로 확대했다고 한다.
대북심리전은 북한의 군인들이나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한 북한 체제비판이나 최고지도자 비판 등을 담당해 왔다.
이 관계자는 “어떤 형식이든지 자국민들을 상대로 그런 심리전을 펼친다면 국가 정보기관이 할 일이 아니다. 최근 국정원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 같다는 생각에 인터뷰에 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심리국 소속 직원들을 만나보면 ‘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 같다’거나, ‘나중에 이런 사실이 드러나면 어떻게 감당할지 모르겠다’고 하곤 했다”고 전했다.
[관련영상] 전직 국가정보원 고위관계자 <한겨레> 인터뷰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국정원에 심리국이 만들어진 연원과 활동 내역에 대해 설명해 달라.
“엠비(MB) 정부 들어서부터 4대강을 비롯한 치적홍보에 혈안이 돼 있었다. 그걸 하기 위해 최초로 만들어 진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치적 홍보만 한없이 할 수 없으니 정치적인 것에도 관심을 갖게 되고, 야당이나 야당 인사에 대해 이념적인 문제, 또는 엠비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기사에 대한 댓글, 이런 걸로 시작했다가 정치적 문제, 이념 문제(까지 다루는 방향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형식으로든지, 심리전을 한다면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심리전은 국가 정보기관이 할 일이 아니다. 대북 심리전에 국한되어야 한다. 엠비 치적 홍보만 해도 담당 부처가 해야 될 일이다. 정보기관 본연의 임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들의 임무가 좌파와의 사상전이었다는 말도 있었다.
“지난해 연말쯤 전산직 요원들을 중심으로 심리전단으로 배치해서 3개 팀을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3개 팀이 다니면서, 그들이 하는 업무가 언론에서 말하는 ‘(댓글)알바’ 수준의 업무를 한다는데 대해 직원들 사이에서 자존심이 상한다는 말이 많았고, 그래서 저도 듣게 됐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올 5, 6월께 자세히 듣게 됐다. 담당 직원들이 ‘나중에 이게 드러나게 되면 어떻게 감당할지 모르겠다’고 말하곤 했다.
물론 직원들에게는 이 문제의 심각성보다 (업무 성격에서 오는) 자존심 문제가 더 컸다.
정말 댓글 달기에 치중한 업무지시를 받아서, 나가서는 아이피(IP·인터넷 주소) 추적을 막기 위해 시내 피시방과 카페를 돌아다녔다고 한다. 이런 와이파이존을 다니다 보면 추적이 전혀 불가능해 진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를 가지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추적 불가능하다. 제가 듣기로는 아이디 10개쯤 가지고 일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국정원 여직원) 문제도, 집에서 근무했다고 해도 문제고, 집이 아니고 안가라고 해도 문제다. 다른 국정원 직원들은 정말 불철주야 열심히 일하는데, 그렇게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형태가 없다. 일반국민이 보면 정말 ‘신의 직장’이 따로 없다고 비아냥 거릴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
그 직원에 대한 보도 내용을 보면 하루에 불과 몇 시간 근무한 것으로 돼 있는데, 그 직원도 열심히 근무했을 것이다. 그런 논란들이 안타깝다.”
-심리국이 만들어진 배경과 과정을 설명해 달라.
“국정원이란 조직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안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나 특이한 행동들, 특별한 목적을 갖고 하는 행동들은 이제는 수면 아래서만 머물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이제는 직원들에게도 위에서 다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불안감이 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심리단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돈다.
특히 이 건은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문제다. 소위 말하는 ‘댓글 팀’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라서. 이게 어떻게 덮어질 것인가.
거기서 일하는 직원이 한 76명 정도 된다. 정말 엄선된 엘리트, 고도로 숙련된 엘리트 76명이 이렇게 움직였다면, 그 자체가 창피하지만 언젠가는 다 백일하에 드러날 것이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논점은 국정원 직원들이 야당 지도자나 유력한 야권 인사에 대해 비판적인 댓글이나 비판 논리를 전파했느냐가 쟁점인데, 그 부분은 어떻게 알고 있는가.
“그런 부분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가령 그 직원이 약간 특수한 업무, 예를 들어 대통령 치적 홍보 정도를 했다면 집안에 있던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즉시 제출하지 않았겠나. 그렇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국민 의혹이 집중됐고, 그걸 자인하는 꼴이 됐다.
저는 야당 인사를 비판하고, 박근혜 후보를 띄우고, 그런 활동이 있었다는 이런 이야기들을 실제로 들었다. 요원 70여명을 모아, 놀기 위해 조직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직원들은 아이디를 어떻게 확보했나?
“지인과 가족들 명의로 쓴다고 알고 있다.“
-문제의 직원이 쓴 노트북이 업무용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외부 반출이 되나?
“반출 승인을 받으면 가능하다. 외부 노트북 들어갈 때도 반입허가를 받아야 한다. 제가 듣기로는 그들에게 노트북과 스마트폰이 지급됐다고 들었다. 또 피시도 이용했다고 하고. 장시간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노트북을 가지고 나오지 않고) 외부저장장치(USB)에 내용을 저장해 나와서 날렸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리고 ‘젊은 느낌이 나게 댓글을 달아라’, ‘사용하는 용어를 젊게 사용하라’는 지시도 있었다고 한다. 거기 근무하는 직원들 대다수가 젊은 세대이기도 하다.”
-저희 취재로는 심리전단 직원에 20~30대 IT 컴퓨터 전공자 많다고 하던데.
“소속직원 직렬이 수사도 있고 정보도 있을 텐데, 전산직렬이 많이 갔다고 알고 있다. 그 직원도 전산요원인 것으로 알고 있다. 원래 심리전에는 전산요원들이 그렇게 필요하지 않다. 그 업무(사이버전)를 위해 특별히 충원된 직원들이다.”
-대북 심리전단은 이전 정부 때도 존재했다는데, 대북심리전은 어떤 일을 했는가.
“군대에서 하는 심리전 있잖나. 적의 사기를 꺾기 위한 여러 활동을 ‘대북 심리전’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대남 심리전’ 개념은 있을 수 없다. 적의 개념이 들어가는 것인데, 전쟁과 적의 개념을 상정한 활동이라면 이건 정치적인 문제도 있고, 국민을 보는 시각이 좀 달라진 것이라고 본다. ”
-일반 국정원들의 업무형태와 문제가 된 직원의 업무 형태를 비교해 달라.
“일률적이지 않지만, 그 여직원과 같은 근무 형태는 없다. 각자 정보활동 목적 위해 출근했다가 사무실에 보고하고 외부 활동 나가고 그런 식이다. 그런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나이로 보면 하위직 직원인데, 3~4시간만 회사에서 일하고 집에 있는다는 것은 비정상적인 근무형태다.”
-그런 조직이 만들어진 것은 원세훈 원장 지시라고 봐야 하나?
“조직이 신편(새로 만들어지거나), 증편되는 것은 담당 부서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기조실 조직과도 있고, 무엇보다 원장 재가를 반드시 받아야 하지, 차장이나 국장이 임의대로 절대 못한다.”
-심리국에 만난 분들을 만나 들으신 이야기인가?
“그렇다. 그래서 제가 들은 거다. 실제 일하는 직원들은 첫번째가 정말 자존심 상한다는 이야기이고, 두번째가 나중에 문제될 수 있다는 그런 내용들이다.
일반적으로 그 두가지 기조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정치개입을 금지하는) 국정원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본인들도 인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지금 하는 일들이 정치적인 일이고, 그러다보니 담당 직원들은 그 부담감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경찰 발표로는 직원 컴퓨터에 댓글 기록 없다고 했는데.
“경찰대 표창원 교수 말이 굉장히 객관적이지 않나 싶다. 증거, 증거하는데 증거는 현장에 있었던 거고, 증거 확보 노력은 경찰이 했어야 하는 것이다.
그 직원이 아무 문제도 없었는데 38시간 집 문을 걸어 잠그고 있었다는 것은 저희로서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수사결과를 발표하려면 복구된 아이디가 무엇, 무엇인데, 그것으로 어떤 내용의 글을 썼는지 확인됐고, 그런 점들을 밝혀야 한다.
그런 절차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삭제됐다면 복원된 게 무엇인지도 경찰이 밝혀야 한다. 국정원과 그 직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밝혀야 한다.
우리끼리는 우스갯소리로 국정원 직원임을 알 수 있는 것이 2가지라고 한다. 하나는 목걸이(국정원직원 신분증)이고, 하나는 휴대폰이다.
왜?
국정원 직원은 스마트폰 못 쓴다. 그런데 그 직원들에게는 스마트폰을 지급했다. 그러면 경찰도 그 직원 핸드폰은 국정원이 지급한 것이니, 객관적으로 제출받아서 수사했어야 한다.
38시간 동안 뭐가 어떻게 삭제됐는지도 모르는데, 발표도 안 해주고 결정적 증거물인 스마트폰마저 개인 프라이버시라고, 그러면 노트북과 피시는 왜 제출받았나 궁금하다.
지금 국정원에서 스마트폰을 쓰는 직원은 없다. 원내에서 보고서 촬영해 어디론가 전송하면 어떻게 하나. 그래서 못쓰게 한다. 심리단 요원들에게는 그걸 지급한 목적이 있을 건데, 그 논란은 어디로 가버렸나.”
-이들에게 제공된 사무실 있는 경우도 있나?
“직원이 있던 곳은 사무실 아닐 것이다. 제가 알기엔 심리국 요원들에게 ‘집에서 근무하지 말라’는 강력한 지시가 있었다. 직원들이 장시간 일해야 하니까 힘드니까 집에서 하는 경우도 꽤 있었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더라.”
-주로 어디에 댓글을 다는 일 을 하는 것인가?
“다음 아고라를 대상으로 맨 처음 시작됐다. 그 뒤로 대부분의 사이트는 다 들어갔다고 이야기하더라.”
-최근에 들은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인가.
“(심리단 일은) 직원들이 많이 알고 있는 사안이었고, 문제가 된 다음날 감찰실 보안조사 과정에서 심리국 소속 직원들 차 트렁크를 뒤졌는데 거기서 ‘작업 지시서’가 몇개 발견됐다는 말을 들었다. 기본적으로 창피하다. 국정원의 처리 과정도 미숙하고. 직원들은 아마 자존심에 많은 상처를 입었을 거다.”
-작업지시서가 뭔가? 감찰이 자체 조사를 했다는 이야기인가?
“저도 몇 장 발견됐다고 들었다. 사회적 물의가 된 사안에 대해서는 감찰이 적극 개입한다. 그 경우는 (오피스텔에서 일하던 직원의 경우에는) 내부 직원의 제보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감찰에서 담당 업무 직원들의 차를 뒤지는 1차적인 보안조사였던 것인데, 엉뚱한 작업지시서 등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된 직원의 대처방식은 어떻게 생각하나.
“그게 감금일 수 없다. 자기가 스스로 잠그고, 못 들어오게 방어막을 친 거지. 감금이라고 할 수가 없죠. 국정원 직원을 불법적으로 감금한 것이라면 정부가 공권력을 동원해서 구출을 했어야 한다. 정보기관원이 불법적으로 감금 당했다면 공권력 투입해 119 사다리로 구출했어야지. 지금은 진실을 은폐해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중에 그 피해는 전체 직원들이 입게 된다. 누가 봐도 은폐인데, 그러면 결국 조직이 죽게 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없으신가
“그 직원이 회사에 있던 시간 이외에 집에서 무슨 일을 했는가, 하는 것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경찰 수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그 직원은 아무 것도 안 한 것이 된다. 그러면 그 직원은 뭐를 했는가. 그러다 보니 신의 직장이라는 식의 비아냥이 나온다.
국정원 직원 명예는 어떻게 되나. 그 직원의 근무형태는 전혀 상식을 벗어난 것이고, 경찰 발표 대로라면 무위도식한 것밖에 더 되냐. 특수업무를 했다면 특수업무가 뭐였는지를 이야기해야 한다. 무엇을 얼마나 감출 게 많길래 국가 공무원이 아무 것도 안했다고 그러는지 이해가 안 된다.”
한겨레 특별취재팀 politi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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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국정원 출신 서울청장, “밤11시에 발표 내가 지시했다”
경찰 내부서도 ‘박근혜 줄서기’ 지적
국가정보원 직원 김아무개(28)씨의 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경찰의 ‘면죄부성’ 수사 결과 기습 발표는 김용판(54·사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주도했다. 대선 막바지에 김 청장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향해 노골적으로 줄을 섰다는 지적이 경찰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김 청장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청장은 내게 (발표를) 하라 마라 하지 않았다. 신속하게 오해 없도록 서울경찰청에서 판단해서 하라고 했다”며 “(보도자료 배포를) 내가 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은 16일 대선 후보 텔레비전 토론이 끝난 직후인 밤 11시였다. 경찰이 공식 수사 발표를 일요일 밤늦게 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대해 김 청장은 “이 사건은 국민적 관심사가 많다. 어떤 분석 결과든 빨리 알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다만 밤이 너무 늦었기 때문에 브리핑은 무리라고 보고 차선으로 11시에 보도자료를 만든 것이다. 대선 후보 방송 토론이 몇시에 끝나는지는 전혀 고려사항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 청장의 이런 말은 김씨가 컴퓨터를 임의제출할 당시 경찰의 태도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서울경찰청은 13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단순히 증거분석을 의뢰받은 것이므로 분석 후 결과를 수서경찰서에 통보하면 수서경찰서가 수사를 진행한 후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의제출받은 컴퓨터 2대에 대한 분석은 수사 과정의 일부일 뿐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도를 자제해달라는 요청이었다. 하지만 김 청장은 “임의제출된 컴퓨터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라며 마치 하드디스크 분석 결과가 이번 수사의 핵심인 양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대선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 기본적인 수사도 하지 않은 채 수사 결과 발표를 감행한 것을 두고 경찰 내부에서는 김 청장의 ‘정치적 줄서기’라는 말이 돌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경찰청의 한 간부는 “대구 출신으로 차기 경찰청장을 노리는 김 청장이 박 후보를 위해 무리했다는 비난이 직원들 사이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김 청장은 대구 출생으로, 박근혜 후보가 이사장을 지낸 영남대를 나왔다. 행시 합격 뒤 국정원에서 근무하다 경찰로 이직한 이력도 이채롭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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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기록도 확인 안 하고 ‘댓글 증거 없다’ 발표
경찰, 포털·언론사에 뒤늦게 자료요청…부실수사 자인?
국정원 직원의 ‘댓글’ 여론조작 의혹 사건에 대한 경찰의 부실수사가 도마에 올랐다. 16일 3차 TV토론 직후 경찰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포털사이트 업체에 자료요청 하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났던 것이다.
경찰은 뒤늦게 미디어오늘을 포함한 각 언론사와 포털사이트에 자료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수사의지에 물음표가 제기되는 것은 물론, ‘졸속’ 브리핑으로 인한 선거개입 논란을 비켜가기 어렵게 됐다.
13일자로 결재된 이 공문에서 경찰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수사”를 위해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의 “웹사이트 가입정보 일체”를 달라고 요청했다. 자료요청 범위는 2012년 1월1일부터 12월13일까지이고, 경찰은 김씨를 “피의자”라고 표현했다.
▲ 서울수서경찰서가 발송한 통신자료제공요청 공문. |
김씨가 댓글을 달았다면, 그 기록은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아니라 각 사이트의 로그 기록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경찰은 컴퓨터만 분석해놓고 ‘혐의 없음’ 결론을 내린 것이다.
표 교수는 “(수사를 통해) 아직까지 뭔가 나온 것은 아니라는 것인데 문제는 왜 그 시점에 그런 발표를 했느냐는 것”이라고 경찰의 ‘의도’에 물음표를 제기하기도 했다.
허완 기자 | nina@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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