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정직해야 신뢰 얻는다
중앙선관위 문병길 대변인이 “단연코, 개표부정은 없다”(12월26일치 <한겨레> ‘왜냐면’)고 하기에 <18대 대선 개표부정을 고발한다> 저자로서 답한다.
그는 수개표 청원 운동이 거세게 일던 2013년 1월에도 이 지면의 기고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우리 선관위는 이번 대선이야말로 1948년 제헌의원 선거 이래 가장 공정하고 정확하게 관리된 선거였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럼에도 개표에 부정이 있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진정 이렇게 생각한다면 1년째 계속되는 개표 부정 의혹 제기에 심히 억울하겠지만, 그것은 시민들도 마찬가지임을 먼저 밝혀둔다.
첫째, 공직선거법에 투표지분류기 사용 근거 규정이 있다는 주장은 온당치 않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 178조 4항의 위임 규정과 공직선거관리규칙 99조 3항의 ‘개표에 있어서 … 기계장치 또는 전산조직을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기기 사용의 근거로 제시한다. 하지만 공직선거법 부칙 5조는 ‘전산조직에 의한 개표’는 ‘보궐선거 등(즉 보궐선거, 재선거, 증원선거, 연기된 선거)’에만 하도록 제한한다. 선관위가 만든 규칙보다는 국회가 공포한 부칙 5조를 우선 따라야 하는 게 맞다.
둘째, 문 대변인은 개표 시연회와 실제 개표 시간의 단순 비교는 불가하다며 수개표에 하자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수개표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았음은 전국 개표상황표나 동영상, 참관인들의 증언으로 두루 확인된 사실이다.
가령 경기 하남시의 경우 수천 표 개표에 20분 이하 걸린 투표구가 전체 37개 투표구 중 33곳에 달한다. 그중 1~9분 걸린 투표구만도 6곳이다. 이런 곳이 전국에 즐비하다.
투표지는 ‘전량 육안으로 2~3번 확인·심사’하게 돼 있다. 수천 표 개표가 이 짧은 시간에 가능하다면 시연해주면 될 일이다.
셋째, 개표 완료 전에 결과가 방송에 전해진 사례가 많았다는 지적에 대해, 문 대변인은 차마 “사실이 아니다”라고는 못하고, “사실과 다르다”고 한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경기 남양주, 경북 경산, 전남 순천 등 여러 지역에서 위원장이 득표 결과를 공표하기 전에 개표 결과가 중앙서버에 이미 보고된 사실이 ‘1분 단위 데이터’와 개표상황표의 대조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투표지분류기 작업이 완료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위원장이 개표 결과를 공표한 사례도 무수히 발견되었다. 이는 투표지 분류도 전에 이미 결과가 나왔다는 이야기가 된다.
넷째, 문 대변인은 6만여명의 개표 사무원, 각 정당의 참관인이 지켜보는데 개표 부정과 조작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열 사람이 지켜도 한 도둑 못 막는다”는 말이 있다. 지난 9개월여 선관위를 취재하며 선관위 사무국장, 관리계장들조차 개표 관리 매뉴얼을 숙지하지 못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았다. 개표사무원이나 참관인인들 오죽하겠는가.
더욱이 투표지분류기는 여태 국가 공인검증 한 번 거치지 않은 기기이다. 지난 대선 개표 때 기준치(오차율 3.37%)를 훨씬 웃도는 미분류표를 쏟아낸 투표구도 매우 많았다. 한데도 개표장에서 어느 누구 하나 문제 제기도 못했다.
중앙선관위는 투표지분류기를 오는 2월까지 교체하고자 새로 제작 중이다. 기존 기기가 노후화해 “성능 저하, 장애빈도 높음, 미분류율 높음, 오적재 발생” 따위의 많은 결함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선관위 내부 문건이 밝힌 사실이다. 그런데도 선관위는 국민들에게는 “투표지분류기는 정확하다”고 강변한다. 이는 정직하지 못한 태도다.
정병진 여수솔샘교회 담임목사·18대 대선부정선거 규명목회자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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