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사건 증거조작, 즉각 특검 도입하라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재판에서 검찰이 제출한 3가지 문건이 모두 위조된 것이라는 중국 대사관의 발표가 있었는데도, 검찰이 엉뚱한 배짱을 부리고 있다.
검찰은 위조된 문서를 법원에 증거로 제출함으로써,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
하지만 검찰은 “위조라고 생각도 못했고, 지금도 위조가 아니라고 믿고 있다”고 우긴다. 심지어 검찰은 공소유지를 담당한 공안1부에서 진상 규명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다.
예를 들어 경찰이 공문서를 위조해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다가 들통이 나자, 위조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스스로 밝히겠다고 한다면, 검찰은 이를 내버려두겠는가.
문서 위조의 주범은 아무래도 국정원 쪽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검찰도 위조를 미리 알고 있었을 법한 정황 증거가 너무 많다.
우선 검찰이 제출한 문서가 너무 조잡하다.
검찰이 제출한 기록에는 문서 발송 주체가 ‘허룽(화룡)시 공안국 출입경관리과’로 돼 있으나, 이런 과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출입경관리대대가 정식 명칭이라고 한다.
또 검찰 문서에는 외교문법에 어긋나게 중요한 조사가 빠져 있어 누가 수신자인지 불분명하다. 공증도장의 위치마저도 제각각이어서 공문서로서 최소한의 요건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항소심 법정에서 오류가 있는 진짜 출입국 기록을 수사 단계에서부터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가 번복한 점도 가짜 서류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간접 증거다.
검찰이 설사 몰랐다 하더라도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한-중 간에는 이미 사법공조조약이 있어서 중국 문서의 진위 여부는 검찰이 중국 쪽에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만약 검찰이 자료를 입수할 당시 중국 쪽에 미리 문서의 진위를 확인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검찰은 수사지휘권, 공소유지권을 갖고 있다. 국정원은 검찰의 지휘를 받는 사법경찰에 불과하다. 모든 권한과 책임이 검찰에게 있다는 뜻이다. 남 탓을 할 처지가 아니다.
수사기관의 증거 위조는 심각한 범죄다.
국가보안법상 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증거를 위조·인멸·은닉한 자는 그 범죄에 정한 형에 처하도록 돼 있을 정도다. 그만큼 국가보안법의 남용 위험이 크기 때문에 증거 위조 행위를 엄하게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즉각 특검을 도입해 하루빨리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국정조사도 가능하나, 조사 과정에서 여야가 번번이 부딪히며 정쟁으로 흘러간다면, 시간만 지체될 뿐 진상 규명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정부·여당의 결단을 촉구한다.
[ 2014. 2. 18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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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문서까지 위조해 간첩사건 조작하나
이른바 ‘탈북 서울시공무원 간첩사건’ 항소심 공판 과정에서, 검찰이 “중국 공문”이라며 낸 문서가 위조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 주재 중국 영사부는 이 사건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7부가 사실 확인을 요청한 데 대해, 최근 회신서를 보내 “한국 검찰이 제출한 3건의 문서는 모두 위조된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엔 중국 길림성 화룡시 공안국 명의의 ‘출입경기록 조회 결과’와 삼합변방검사창(세관)의 ‘유우성씨 출입경기록 정황 설명서에 대한 회신’, 화룡시 공안국이 심양 주재 대한민국총영사관에 발송했다는 공문 등이 포함된다.
1심 때부터 구타와 강압 수사 논란이 제기되더니 급기야 공문서까지 조작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국정원은 여전히 “고등법원에 제출한 자료는 사실과 부합하는 것”이라며,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에 대해 유감”이라고 적반하장의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검찰 역시 위조 사실을 몰랐던 것처럼 주장하고 있으나 믿기 어렵다.
이 사건 경과를 보면 누군가 의도적으로 증거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법에 따라 엄히 처벌해야 한다.
항소심의 쟁점은 화교 출신 탈북자 유우성씨가 어머니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2006년 5월23일부터 27일 사이 북한을 다녀온 뒤, 다시 북한에 들어간 적이 있는지 여부였다.
5월27일 북에 다시 들어갔다가 북한 보위부에 포섭돼 간첩활동을 했다고 주장하는 검찰은 2심에서 유씨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중국 세관이 발급했다는 ‘회신’을 법원에 제출했다.
이에 변호인 쪽이 반박자료를 내자, 이번엔 화룡시 공안국이 한국영사관에 보냈다는 확인서를 추가로 냈다.
그러나 중국 영사부는 검찰이 낸 모든 증거자료가 위조된 것이라며, 오히려 “공문 위조 범죄에 대해 조사를 진행할 것이니 협조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가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유씨 쪽은 지난해 초 국정원이 조사할 때 중국 영사부가 이번에 ‘진짜’라고 밝힌 출입국기록을 보여줬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항소심에서 ‘가짜’로 판명된 다른 출입국기록을 냈다면, 최소한 국정원은 위조 사실을 알았다고 봐야 한다.
검찰 역시 항소심 법정에서, ‘진짜’ 출입국기록을 수사 단계에서부터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가 번복한 적이 있다는 걸 보면, 항소심에 낸 것이 ‘가짜’란 사실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수사기관이 증거까지 위조해가며 사건을 만들었다면 보통 심각한 범죄행위가 아니다.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조작 간첩 사건이 일어난다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당사자들이 주장하는 고문 여부까지 포함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 2014. 2. 17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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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증거 조작 파문…누가, 왜?
박지원 "영사관 IO 소행"…검찰·외교부·국정원 '우왕좌왕'
대검찰청이 결국 진상조사에 나섰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17일 국회 법사위 업무보고를 통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항소심에서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증거가 조작이라는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에 대해, "입수 경위, 확인 과정을 철저하게 다시 확인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전날 "철저한 진상규명"을 주문하며, "위법 행위가 드러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현재 중국 정부가 '위조된 문서'라고 결론을 내린데 대해서는 판단을 하지 않은채, 자료 입수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반박을 내놓은 상태다.
황 장관의 발언에 비춰보면, 검찰은 자체 조사를 통해 증거물 입수 절차상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우선 따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검찰의 자료 입수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거나, 확인 절차가 미흡했다는 경미한 수준의 과실을 인정할 경우, 문서의 원출처로 지목된 국정원과 외교부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수순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절차 문제도 중요하지만, 사건의 핵심에서는 다소 비켜나 있다. 결국 조작 여부와 관련한 의혹의 열쇠는 중국 선양 주재 총영사관에 주재하고 있는 국정원 직원이 쥐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 국정원, 외교부 우왕좌왕…열쇠는 국정원 중국 파견 직원이?
주한 중국 대사관은 지난 13일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사실 조회 신청 답변서를 통해 "검사 측에서 제출한 화룡시 공안국의 '출입경기록조회결과(조회)'와 삼합변방검사참(세관)의 '유가강의 출입경기록 정황설명서에 대한 회신(회신)' 및 화룡시 공안국이 심양 주재 대한민국총영사관에서 발송한 공문(공문) 등 3건의 문서는 모두 위조된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된 문서는 크게 조회 문서, 회신 문서, 공문 문서로 볼 수 있다.
검찰과 외교부, 국정원의 말은 조금씩 다르다. 검찰은 조회 문서와 회신 문서는 국정원 측으로부터, 공문 문서는 외교부 측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공문은 "(출입경 등 자료에 대한) 조회 문서를 발급한 사실이 있다"는 사실만 중국 선양 화룡시 측으로부터 확인받은 문서다.
'공문 문서'만 놓고 보자. 검찰과 외교부의 설명은 대체로 일치한다. 그러나 중국은 이마저 위조라고 보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검찰은 의심받을 만한 행동을 한다. 검찰은 공문 문서를 두 차례 재판부에 제출했는데, 두 건의 공문 문서 팩스 번호는 다르게 찍혀 있다. 즉, 외교부는 단 한 차례만 공문 문서를 발송했는데, 검찰은 팩스 번호가 다른 두 개의 문서를 갖고 있다는 말이 된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이날 검찰이 제출한 공문 두 건을 들고 나와 상세하게 비교하며 "(두 공문은) 검사가 제출한 문건이라도 완전 다르다. (공문에) 두 가지 버전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외교부가 검찰에 제공한 공문은 진짜고,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공문은 가짜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는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문제의 공문이 위조라고 공식 확인했다. "외교 라인을 통해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검찰 역시 조작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황교안 장관은 "검찰이 조작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데,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그에 상응한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두 개의 문서, 조회와 회신 문서는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검찰이 밝혔다. 외교부는 공문을 받은 부분만 사실이고, 그 외에 두 건의 문서는 모른다고 했다.
결국 국정원이 전반적인 조작을 주도했다는 의혹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정원은 조작 여부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지난 14일 공식 해명자료를 통해 "해당 내용(조회와 회신 문건 등 두 건)은 중국 선양 영사관을 통해 입수한 것으로 사실과 부합한다"며, "재판 과정에서 입증해 나갈 것"이라고만 말했다.
그러나 <노컷뉴스>는 이날 외교부 등 관계자 말을 빌려 "선양 영사관에는 (조회와 회신 문건) 문서 수신 기록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영사관에 문서 수신 기록이 없는데, 국정원은 영사관을 통해 입수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결국 조작은 국정원 직원이 한 것…국정조사, 특검으로 규명해야"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이날 법사위 회의에서 "이것(조작)은 영사관에 나가 있는 국정원 직원 IO(정보관)가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양 지역은 북중 접경 지대로 정부는 국정원 직원을 영사관에 파견하고 있다. 이 지역은 민감한 곳이어서 국정원 뿐 아니라 북한, 중국 등의 정보 기관원 활동이 활발한 곳이다.
박 의원은 "검찰이 국정원의 기에 눌려서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다. 이것은 공문을 조작한 것이지만, 어떤 경우에도 (검찰이 조사를 해서 진상이) 밝혀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것은 국회로 넘겨서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과거 일본에서 검찰의 서류 조작 사건으로 관계 검사들이 다 구속됐고, 검찰총장 사퇴한 전례가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국정조사와 특검을 동시에 요구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불법 대선개입 사건에서 드러난 사실조차 최대한 삭제하려던 이들이, 없는 간첩을 만들어내는 데서는 타국 외교문서까지 위조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면서, "외교문건 조작은 유신독재 시절에도 없던 일이다. 도대체 역사를 몇 년이나 후퇴시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국정조사를 통한 사실 규명과 특검을 통한 엄벌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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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간첩' 조작해야 정권 유지되는 나라인가
[편집국에서] 공안기관의 '증거 조작', 그 배경엔…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3년 9월. 독일 뮌스터대학 송두율 교수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다. 북한에 대한 ‘내재적 접근법’이라는 학문적 방법론 때문에 ‘친북 학자’로 낙인찍혀 살아온 그였다. 37년 만에 찾은 조국. 환영에 앞서 국가보안법의 칼이 송 교수를 맞았다. 귀국과 동시에 그는 국가정보원에 의해 구금됐다.
국정원은 변호인 입회조차 허락하지 않은 채 수사를 진행했다. 피의사실이 무차별적으로 흘러나왔다. 송 교수는 북한 권력 서열 23위인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라는 이름으로 보수언론에 대서특필됐다. 희대의 간첩 사건에 나라가 들끓기 시작했다.
대통령이 나섰다. 그해 10월 13일 국회 시정연설. 노무현 대통령은 “송두율 교수에 대한 수사와 처벌의 문제는 분단 시대 극단적인 대결 구도 속에서 만들어진 법과 상황에서 지금 거론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어느 한 쪽의 극단적인 견해가 일방적으로 여론을 지배하는데 대해 상당히 우려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불구속수사 원칙을 당부한 것이다.
시정연설 분위기는 단 한 번의 박수도 없을 정도로 얼어붙었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시정연설을 마치고 본회의장을 나서는 노 대통령과 악수하는 순간조차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그렇게 자세히 말하면 되겠느냐”고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검찰도 대통령의 의중을 거슬렀다. 송 교수를 구속하지 않으면 다른 공안 사건을 수사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결국 검찰은 송 교수를 구속 기소했다. 청와대와 검찰 사이의 긴장이 더욱 가팔라졌다. 수사를 지휘했던 박만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승진 누락을 이유로 사표를 제출했다. 김종빈 검찰총장은 또 다른 시국 사건인 강정구 교수의 구속 여부를 놓고 불구속수사를 지시한 천정배 법무부장관의 지휘권 발동에 즉각적인 사표로 항변했다.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은 김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며 “송두율 교수 사건의 경우 검찰은 엄청난 사건인 것처럼 몰아 구속했으나, 법원 판결로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고 했다.
그랬다. 5년 가까이 이어진 재판 결과, 송 교수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송두율 간첩 사건’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검찰 공안부 사이의 악연을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다.
이전까지 각종 시국 사건, 간첩 사건을 주무르며 정치의 전면에 서왔던 공안부는 노무현 정부 들어 ‘공안부 폐지’가 주요한 검찰 개혁 과제로 제시될 만큼 위축됐다. 대검찰청 공안3과와 전국 15개 지방검찰청의 공안과가 폐지됐다.
승승장구하던 공안검사들은 한직으로 밀려났다. 고문과 조작으로 생사람도 간첩으로 둔갑시키던 국정원과 검찰의 못된 버릇이 잠시 잦아들었다.
얼마 가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임채진 검찰총장은 신년사에서 “우리사회의 친북 좌익 세력을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했다. 곧바로 폐지됐던 대검 공안3과가 부활했다.
2011년 취임한 한상대 검찰총장은 직접 작성한 취임사에 ‘종북 세력 척결’을 못 박았다. 그는 “이 땅에 북한 추종 세력이 있다면 이는 마땅히 응징하고 제거되어야 한다. 공안 역량을 정비하고 일사불란한 수사 체제를 구축해 적극적인 수사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했다.
원세훈의 국정원이 댓글로 야당의 대선후보를 ‘빨갱이’로 몰아붙인 것처럼 검찰도 공안 전성시대로 돌아갔다.
정부의 성격과 공안 당국의 활개는 통계로도 상관관계가 입증된다.
지난해 12월30일 대법원의 공개 자료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경우는 한해 29건(2006년)까지 떨어졌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점차 증가세를 보여 2012년 98건으로 치솟더니, 박근혜 정부 첫 해인 2013년엔 102건을 기록했다. 지난 10년 동안 100건을 넘어선 경우는 처음이었다.
반면 무죄가 선고된 경우는 노무현 정부 때 단 한건도 없었으나, 이명박 정부에선 기소 건수의 증가에 비례해 무죄 판결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맥락에서 국정원과 검찰이 조작한 것으로 드러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도 우연히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
간첩 조작 사건은 이념의 제물을 찾아내 존재가치를 입증하는 공안 당국과, ‘종북 세력’을 상존하는 위협으로 가정해 정권의 기반을 다지려는 나쁜 권력이, 공생을 위해 합작한 경우에만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사건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불씨가 번져가던 지난해 초에 불거졌다.
여동생의 진술로부터 시작된 유우성 씨에 대한 수사는 처음부터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여동생은 “손으로 머리를 때리고 발로 몸을 차는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오빠가 다 자백했다’며 진술서를 가져와 마지못해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앞날이 캄캄해 탁상시계를 깬 뒤 그 유리로 자살을 시도했다”고도 했다.
수사 과정에 폭력과 강압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것도 모자라 국정원은 간첩 혐의를 입증하겠다며, 외국 정부의 공문서를 위조했다. 검찰은 공문서 위조 사실을 몰랐던 것처럼 이제와 발을 빼고 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없다.
국가적 망신을 초래하고, 국제적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는 외교 문서 위조까지 자행하면서까지 유 씨를 간첩으로 만들려 했던 국정원과 검찰의 동기는 무엇이었을까?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 방어를 위해 한없이 대범해진 국정원과 검찰의 공안 본능과 과연 무관할까?
이 사건 이후 국정원과 검찰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내란음모 혐의 수사를 벌였다. 대선개입 사건으로 정권에 불리해진 여론 지형을 한 번에 뒤집어엎는 효과를 봤다.
그러나 이석기 의원 사건의 재판 과정에서도 숱한 조작과 왜곡 의혹이 불거졌다.
마침 이 의원에 대한 1심 판결이 오늘 내려진다. 34년 만의 내란음모 사건이다.
지난해 벌어진 일련의 괴이한 간첩 사건들의 내막을 접하며, 영화 <변호인> 속 고문 경찰 차동영 경감의 대사를 떠올린다.
“우리가 잡아들이는 빨갱이들이 정말 다 빨갱이라면 우리나라는 망해도 벌써 망했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노무현 변호사가 대통령이 된 지 12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우린 아직 빨갱이 사건을 조작해야 정권이 유지되는 나라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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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사건 위조 공문’ 검찰 해명 거짓으로 드러나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이집트 테러사고와 관련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2014.02.18. 【서울=뉴시스】 |
윤병세 장관 “선양총영사관에서 정식 발급 요청 없었다”
검찰·국정원 설명과 달라…증거 조작 의혹 한층 더 커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18일 ‘탈북 화교 출신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항소심 재판에서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피고인 유우성(34)씨의 중국-북한 출입경기록 등 3건의 중국 공문서에 대해 “중국 선양 주재 우리 총영사관이 (중국 쪽에) 3가지 문서를 정식으로 발급 요청한 것은 아니라고 듣고 있다”고 밝혔다.
3건의 공문 모두 공식 외교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뜻으로, 검찰과 국가정보원의 증거 위조 의혹이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공문 2건의 경우 검찰은 국정원이 선양 주재 한국 총영사관으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밝혔고, 국정원도 이를 시인한 바 있으나, 윤 장관이 이를 공식 부인함으로써, 문서 위조 주체를 둘러싸고 국정원으로 쏠리는 의혹이 더욱 짙어지게 됐다.
윤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선양 총영사관에서 중국 쪽에 3건의 기록에 대해 정식 발급 신청을 했느냐”는 박병석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우리 총영사관이 (중국 쪽에) 3가지 문서를 정식으로 발급 요청한 것은 아니라고 듣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주재 중국 대사관 영사부가 유씨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김흥준)에 공식 회신을 하며 공문이 위조됐다고 한 건 3가지다. 화룡시 공안국의 유씨 출입경기록(①)과 출입경기록 발급 확인 조회서(②), 변호인 쪽이 제출한 출입경기록에 대한 화룡시 공안국의 진위 확인 공문(③)이다.
검찰은 지난 16일 언론 브리핑에서 출입경기록(①)과 변호인 쪽 출입경기록에 대한 진위 확인 공문(③)은 국정원이 선양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 요구해 받은 것을 넘겨받았고, 출입경기록 발급 확인 조회서(②)는 검찰이 외교부를 통해 선양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서 전달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설명대로면 공문 3개를 모두 선양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서 제출받은 것인데, 윤 장관은 중국 쪽에 ‘정식’ 발급 요청을 한 적이 없다며, 검찰의 주장을 모두 부인한 것이다.
또 국정원이 ①, ③ 공문을 선양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서 받아 검찰에 넘겼다는 설명도 거짓으로 드러난 셈이다.
이에 따라 국정원이 실제 어떤 경위로 이들 공문을 입수했는지 의문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 14일 이와 관련해 “서울고법에 낸 유씨의 북한 출입 내용은 중국 선양 총영사관을 통해 입수한 것으로 사실과 부합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정필 이승준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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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외교부 "中문서 위조, 외교문제된 것 맞다"
"중국사법당국 조사 받게 된 것 유감스럽게 생각"
외교부가 18일 중국 공문서 위조 파문과 관련, 외교문제가 아니라고 강변하다가 야당 의원들의 질책에 마지못해 외교문제가 됐다고 시인했다.
윤병세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아직까지 중국에서 이 문제를 외교적 문제로 본다는 증좌는 하나도 나타나고 있지 않다"며 "중국 측에서 현재까지 외교부나 중앙정부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 않아 외교적 문제라고 보기는 이르다"고 강변했다.
심재권 민주당 의원은 이에 대해 "대명천지 민주 국가에서 어떻게 이런 조작사건이 일어나는지 개탄스럽다"며, "윤 장관은 이게 외교 문제가 아니라고 하는데 어떻게 외교 문제가 아니냐. 이미 중대한 외교 문제로 대두됐다"고 질타했으나, 윤 장관은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사전에 예정된 그리바우스카이테 리투아니아 대통령 접견을 위해 자리를 떴다.
윤 장관의 뒤를 이어 출석한 조태열 외교부 2차관도 처음에는 마찬가지였다. 조 차관은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이 사안이 외교적 문제냐"고 묻자 "아직 외교채널을 통한 문제제기는 없었다"고 윤 장관과 마찬가지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에 정 의원이 "이 사안이 외교문제로 비화된 거 아닌가. 이미 외교문제다. 그것조차 부인하나"고 목소리를 높이자, 조 차관은 그제서야 "부인하지 않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정 의원은 이에 "외통위에서 이렇게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 사법당국도 지금 이 장면을 다 보고 있다. 장관님, 차관님 발언 하나하나가 중국 사법당국의 수사 단서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고, 조 차관은 "그래서 저희가 조심스럽게 답변 드리고 있다"고 답했다. 지금 중국정부 눈치를 보고 있다는 실토였다.
정 의원은 이에 "이런 처참한 상황이 대한민국 역사에 있었나. (외교부가) 다른 나라의 사법당국에 조사 받는 상황이 있었나"고 추궁했고, 조 차관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의원은 외교부의 계속되는 모르쇠 답변 태도에 대해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 비밀 차관회의에서 외교부는 모르쇠로 가자고 방향을 정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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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언론, 한국의 '中공문서 위조' 대서특필
"국정원 깊게 관여했으나 입수 루트 밝히지 않고 있어"
일본언론이 17일 중국 공문서 위조 파문을 대서특필하는 등, 파문이 본격적으로 국제사회로 번지기 시작했다.
일본 <지지통신>은 이날 오후 <한국당국, 중국 공문서 위조?-북한 간첩사건으로 파문>이라는 서울발 기사를 통해 "한국에서 진행중인 서울시 직원(33)의 북한간첩 의혹 재판에서 검찰이 제출한 중국당국의 출입국 관리기록 등의 증거에 대해, 재한중국대사관이 '위조'라고 지적하는 이례적 사태가 발발했다"며 "자료는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이 입수한 것이나 (입수) 경위가 불투명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우선 사건 경위에 대해 "탈북자 출신의 피고는 2011년 탈북자대책 담당으로 서울시에 채용됐다"며 "그러나 북한에 탈북자 정보를 제공했다며 2013년 2월에 기소됐다"고 상세히 전하기 시작했다.
통신은 "그해 8월 1심 재판은 무죄. 공소했던 검찰은 새로이 중국 길림성 연변 조선족자치주의 허룽시 공안국의 출입국 관리기록 등 중국 공문서 3건을, 피고가 북한에서 공작원 교육을 받은 증거로서 제출했다"며 "이에 대해 변호인측은 검찰의 증거가 날조라고 주장하며, 내용이 다른 자치주 공안국의 출입국 관리기록을 제출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어 "변호인 측에 의하면 조회를 받은 주한중국대사관영사부는 지난 13일 피고측의 제출서류가 정규 서류인 반면, 검찰측 증거는 완조히 날조라고 회신하면서 공문서 위조 의혹에 대한 조사 의향을 드러내며 입수 루트를 밝힐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그후 상황 전개와 관련, "검찰이 제출한 서류에 대해서는 중국 심양의 한국 총영사관에 파견된 국정원이 깊게 관여된 것으로 보이나 입수 루트를 밝히지 않고 있다"며 국정원의 침묵을 강조했다.
통신은 또한 "황교안 법무장관도 17일 국회에서 비공식 루트로 입수한 자료를, 외교 루트를 통해 사실 확인을 했다며 절차상 정당성을 강조하면서도 경위를 재확인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고 덧붙였다.
통신은 "최대 야당인 민주당의 김한길 대표는 이날 '간첩을 만들기 위해 다른 나라의 외교문서까지 날조했다는 것은 믿기 힘들다. (박정희 정권의) 독재시대에도 없었던 일'이라고 지적하며, 국회에서 철저한 추궁을 다짐했다"고 전했다.
아베 정권이 역사왜곡, 영토문제 등을 놓고 극우행보를 계속하는 데 대한, 한국과 중국의 연대전선 구축에 불편한 심기를 보여온 일본 언론 등이 본격적으로 중국 공문서 위조 파문을 타전하기 시작하면서, 한국 국격은 최악의 상황으로 곤두박질치는 양상이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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