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용공(조작) 사건

"검찰 제출 中문서의 팩스번호는 '사기전화 번호'"

道雨 2014. 2. 28. 13:34

 

 

 

 

"검찰 제출 中문서의 팩스번호는 '사기전화 번호'"

"중국 브로커 통해 입수했을 가능성 높아. 100% 위조"

 

 

검찰이 서울시 간첩사건 증거라며 법원에 제출한 중국 허룽시 공안국의 '사실 확인서'에 찍힌 팩스번호가 스팸 및 보이스피싱에 쓰이는 '사기전화 번호'로 드러나, 위조 의혹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27일 <시사저널> 최신호에 따르면, 중국정부가 모두 위조라고 밝힌 3건의 문서 사본들을 모두 입수해 그 내용을 정밀 분석한 결과, 간첩사건 피의자 유우성씨의 출입경 기록 문서가 허룽 시에서 발급한 게 맞음을 증명하는 허룽 시 공안국의 ‘사실 확인서’의 팩스번호가 사기전화 번호로 밝혀졌다.

검찰은 지난해 12월5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이 ‘사실 확인서’를 법원에 각각 증거 자료로 제출했다. 내용은 같은 것이지만 한 가지 차이가 있었다. 문서 위에 작은 글씨로 찍힌 팩스 번호였다. 12월5일 문서에 찍힌 발신자의 팩스 번호는 ‘96802000’번, 13일에 제출한 문서에 적힌 팩스 번호는 ‘043342236××’였다.

확인 결과, 13일에 제출한 문서는 주중 선양총영사관 문서수발신대장에 기록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총영사관 문서수발신대장에 접수된 문서는 ‘96802000’번으로 찍혀 있는 팩스 문건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시사저널>이 복수의 중국 현지인들을 취재해 알아본 결과, 검찰이 처음 제출한 문서에 찍힌 팩스 번호 ‘96802000’번은 중국 현지에서 사기성 전화, 다시 말해 ‘스팸 전화’로 통하는 번호로 드러났다.

중국 현지에서 사업을 하는 등 다양한 직업군을 가지고 활동하는 현지 취재원들은 해당 번호에 대해 묻자 이구동성으로 “이것은 사기 전화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심지어 한 취재원은 “현지에서 한번 전화를 직접 걸어 확인해달라”는 기자의 부탁에 “전화를 걸었다가는 사기를 당할 위험이 있어서 차마 걸지 못하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에 중국 현지에 나가 있는 <시사저널> 취재진이 해당 번호를 중국의 검색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에 넣고 검색해본 결과, 20여 건의 ‘96802000’번에 대한 문의 및 답변, 경고 글이 화면에 연이어 떴다.

특히 우리 포털 사이트의 ‘지식IN’과 같은 기능을 하는 ‘바이두즈다오’나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 및 블로그 게시 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글 등에 해당 번호에 대한 경고 글이 즐비하게 떴다. 모두 이 번호가 스팸 및 보이스 피싱 번호라는 주의였다.

구체적인 피해사례도 기술돼 있었다.

이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면 “받자마자 이상한 음악 소리가 들리는데 받는 사람이 모르는 사이에 초마다 전화 요금이 빠져나간다”고 했다. 또 “받자마자 보이스 피싱처럼 ‘여기는 ○○경찰서 혹은 ○○공공기관인데, 벌금을 내라든지 아니면 상금을 타야 하는데 그 전에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안내 멘트가 나온다”고 했다.

중국 현지 취재원에 따르면 중국은 전화에 각자 요금을 충전해 사용하는 체계다.

이에 대해 중국 현지에서 근무하는 한 국내 언론인은 “총영사관 수발대장에 접수된 문서에 ‘96802000’번의 팩스 번호가 찍혀 있다면, 허룽 시 공안국에서 팩스를 보낼 때 발신번호가 스팸 번호로 찍히는 번호를 달아서 보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곳 현지에서 스팸 번호라며 다들 조심하는 번호가 중국 관공서에서 보내는 팩스 번호로 찍혀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 현지 특파원으로 나가 있는 중견 언론인 ㄴ씨는 사견임을 전제로 “지금 중국에서도 (한국의 문서 위조 논란이) 화제다. 만약 위조문서가 아닌 중국 정부의 공식 문서라고 한다면 누구를 통해 유출됐는지 다 나온다. 중국 정부로서도 그런 자신감이 있으니까 외교 문제를 감수하면서까지 위조라고 공식 발표를 한 것”이라며, “중국에는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통해 입수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이는 100% 위조”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검찰이 두 번째로 제출한 사실 확인서에 찍힌 ‘043342236××’ 번호는 무엇일까. 확인 결과 이 번호는 중국의 바이두에서 ‘허룽 시 공안국’을 검색하면 바로 표지 화면에 뜨는 대표 전화번호였다. 취재 결과 허룽 시 공안국 전화번호는 ‘0433-42236××’이었고, 허룽 시의 공공기관 번호는 대체로 ‘0433-422+뒷자리 4개’ 방식으로 돼 있다.

그렇다면 검찰이 두 번째로 제출한 문서에 찍힌 팩스 번호가 처음 제출한 문서의 번호보다 관공서에서 쓰이는 번호로는 더 적합해 보인다는 해석이 가능하나, 외교부 팩스 수발신 기록에 의하면 검찰이 두 번째로 제출한 ‘04334223××’ 번호가 찍힌 문서는 기록 자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왜 같은 내용의 팩스가 번호만 달리한 채 며칠 간격으로 연이어 법원에 제출된 것일까.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첫 번째 팩스는 허룽 시 공안국이 보낸 것처럼 위조했으나, 미처 팩스 번호까지는 위조하지 못해, 당황한 나머지 인터넷에 공개된 허룽 시 공안국 대표번호로 바꿔서 다시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 두 팩스 내용을 해석해보면 모두 간단한 문법조차 지키지 못한 중국 문장임을 알게 된다. 중국 정부에서 이런 문서를 보냈을 리 없다고 여겨질 정도다. 당연히 위조로 보이며, 중국 정부가 ‘96802000’번을 임대한 사람을 찾아 공개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허룽시 공안국이 팩스 발신 번호를 잘못 찍어 보내, 문제 삼을 수 있어서 허룽시 공안국 공식 팩스 번호로 다시 보내달라고 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며, <시사저널>은 검찰 주장의 허구성을 꼬집었다.

김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