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공수사국 팀장이 증거조작 주도"
팀장, 김사장, 이인철 라인으로 수사대상 좁혀
서울시 간첩 증거조작을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국 A 팀장(3급)이 주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동아일보>가 보도했다.
13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검찰 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검찰청 강력부장)은 국정원 협조자 조선족 김모 씨(61)가 위조해 온 문서 2건을 토대로 국정원 소속 이인철 주선양 총영사관 영사(4급)가 가짜 '영사확인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A 팀장이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중순 대공수사팀 김모 과장(4급)이 김 씨를 만나 "유우성 씨 변호인 측의 출입경 기록을 반박할 자료를 구해달라"고 부탁한 것도 A 팀장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씨 변호인이 "검찰이 제출한 출입경 기록을 발급한 적이 없다"는 허룽(和龍) 시 공안국 직원의 진술이 담긴 동영상을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하자, A 팀장이 김 과장에게 해결책을 찾으라는 지시를 내렸을 것으로 검찰은 추정하고 있다.
검찰은 12일 김 씨를 위조사문서 행사 혐의로 체포해 조사했다. 김 씨는 김 과장의 부탁을 받고 중국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로 건너가 "유 씨가 허위 싼허(三合)변방검사참 서류를 갖고 다닌다"는 내용의 가짜 '신고서'를 만든 혐의다.
그는 이 신고가 접수된 것처럼 꾸며 싼허변방검사참이 '정황설명서에 대한 회신'을 발급한 것처럼 위조한 뒤 김 과장에게 건넸다.
또 이 영사는 '신고서' 내용을 토대로 가짜 '영사확인서'를 만들었다.
검찰은 먼저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이 영사에 대해서도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동시에 김 씨가 "위조 사실을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김 과장을 조사할 방침이다.
만약 김 과장이 위조를 요구했다면 사문서 위조 교사 혐의가, 위조 사실을 알고도 이 영사에게 해당 문서를 건넸다면 위조사문서 행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동아>는 전했다.
검찰은 이처럼 증거조작 사건을 조사하면서 사문서 위조 혐의만 적용하고 있어, 국정원법상 무고·날조 혐의 적용을 주장하는 민변 등과 커다란 시각차를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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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직원 "이 개XX가 이거 진짜"
유우성 무죄 증언할 조선족 여성 찾아가 위협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34)씨의 1심 재판을 앞두고 유씨의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증언하기 위해 국내에 들어온 조선족 여성 A씨를 세 차례 찾아가 회유·협박하려 한 정황이 녹취록을 통해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유씨를 변호하고 있는 민변이 12일 공개한 9분7초 분량의 녹음파일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 3명은 지난해 1~2월 A씨의 사무실 등에 세 차례 찾아가 A씨를 만나려 했다.
A씨는 녹취록에서 "처음에 끌려간 날, 1월 10일 한 번 가고 1월 말인가 설 후에 한 번 보고 (국정원 직원들) 두 번 봤다. 안 만난다고 했는데 또 왔다"고 증언했다.
A씨는 사무실을 찾아온 국정원 직원들에게 "제가 저번에 다 말 했잖아요. 만나고 싶지 않다고. 왜 자꾸 날 만나요"라며 만남을 거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직원들이 "아니 우리가 만난다는데…"라며, A씨에게 다가가려 하자 A씨와 함께 있던 남성이 "가지 말라"며 국정원 직원들을 저지했다.
그러자 국정원 직원은 "반말하지 말라. XX놈아", "아 이 개××가 이거 진짜"라고 먼저 욕설을 퍼부었고, 이에 맞서 A씨측 남성도 "국정원 XX가 욕을 한다. 국정원이면 다냐"고 맞받았다.
소란이 벌어지자 A씨는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고 국정원 직원들은 곧 물러갔다. A씨는 "(국정원 직원들이) 소리를 치면서 난리였다. 내가 업무방해라고 하자 '이게 업무방해냐'고 했다"며 "저번에 조사 끝난 다음에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으니 찾아오지 말라고 했는데 찾아왔다. 할 얘기가 없는데 지금 나오라고 엄청 협박처럼 그렇게 말했다"고 협박을 받았음을 증언했다.
민변에 따르면 A씨는 유씨의 지인으로, 유씨가 북한에 있었다고 국정원이 주장하는 2012년 1월 설에 유씨와 함께 중국에 있었다는 결정적 진술을 법정에서 할 예정이었다.
A씨와 민변 측은 국정원 직원들이 A씨의 증인 출석을 앞두고 증언 내용을 미리 파악하려 하거나 증언을 방해할 목적으로 위협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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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준 국정원장, 경질 아닌 자진사퇴로 비판 여론 덮기? |
[뉴스분석] 박근혜 정부 국정원 위상과 파장 고려 남재준 경질 가능성 낮아...자진사퇴 시기 조율할 듯 |
남재준 국정원장 경질 목소리가 여권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보수 신문에서도 남 원장 책임론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동아일보는 12일자 <靑 “무능한 국정원”… 남재준 경질론 확산> 기사에서 청와대 관계자를 인용해 “인적 쇄신과 시스템 개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검찰 수사가 끝나는 대로 수습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남재준 원장 체제의 국정원 상징성을 감안할 때 쉽사리 경질 카드를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과 관련해서도 언론은 초유의 사태로 규정했지만, 국정원 문서 위조 사건의 파장을 줄이기 위해 정권과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무리 철저한 수사를 주문하고 검찰이 압수수색에 들어가더라도 정권의 의지를 믿지 못할 뿐 아니라 검찰 수사도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여론이 높은 셈이다.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선 남 원장이 국정원장 자리에서 물러나더라도 증거 조작에 대해서는 끝까지 발을 빼면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하는 형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국정원 문서 위조 사건의 본질은 국가기관이 증거도 없이 무고한 사람을 간첩으로 내몰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정부가 이번 사태와 관련, 남재준 원장을 경질하게 되면 사건의 본질을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고 그에 따라 국가기관의 위상과 신뢰가 급격히 무너질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국정원 문서 위조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주문하고 난 뒤 국정원이 발표한 입장문을 보더라도 남재준 원장 경질이 아닌 자진사퇴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정청래 의원은 1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박근혜 정부와 국정원이 출구전략을 세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국가보안법상 문건의 내용과 형식이 위조됐다는 것만으로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위조된 것을 인지한 상태에서 지시했거나 묵인했거나 방조한 것을 입증해야 한다"며 "하지만 국정원이 발표한 입장문을 보면 절차상 미숙한 업무 처리로 인한 사과의 취지가 담겨 있다. ‘우리도 몰랐다. 속았다’라는 명분을 나름대로 쌓아 형사 처벌을 피하고 문서 조작이 드러나면 끝내 속았다라고 하면서 남 원장이 도의적으로 책임을 지는 쪽으로 자진사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 대통령의 수사 엄단 지시를 받고 검찰이 전격 압수수색에 들어가긴 했지만 정권과 날을 세운 결과를 내놓을지도 의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을 한창 수사 중인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을 문제 삼아 낙마시켰고, 결국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의 특별수사팀까지 해체됐다. 정권에 불리한 내용이 불거질 경우 검찰에 철퇴를 가한 형국이 계속됐다. 이 같은 박근혜 정부의 속성을 잘 알고 있는 검찰이 이번 사건에서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유우성씨의 간첩혐의와 간첩증거조작을 분리해 대응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검찰이 공소 유지가 어려워 포기하거나 변경할 경우 증거 조작을 인정한 것이기 때문에 그 책임으로부터 검찰도 자유로울 수 없다. 유씨의 간첩 혐의에 대해서는 끝까지 붙잡아 늘어질 것이고 계속해서 유씨의 간첩 혐의 내용을 언론에 흘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에서 검찰과 국정원이 한 몸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근혜 정부에서 차지하는 국정원의 위상을 고려했을 때 경질을 통해 남 원장을 교체할 가능성은 지금으로선 현저히 낮아 보인다. 남 원장의 국정원은 정권이 위기에 몰릴 때 앞장서 적극 방어하는 역할을 맡았다. 국정원은 정치에 개입한다는 비판까지 무릎 쓰며 남북정상회담록까지 공개한 전례도 가지고 있다. 정권 비호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남재준 원장을 박근혜 정부가 쉽사리 경질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남 원장의 책임을 물었을 경우 사태가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이번 기회에 국정원을 바꿔야 한다는 쪽으로 여론이 흘러갈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 남재준 원장의 경질 목소리가 최고조에 달하는 시점이 되면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고 해놓고 자진사퇴 시기를 조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지난해 7월 28일 국정원 규탄 범국민촛불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국정원 해체하라'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
이번 사건은 검찰이 제출한 문서가 아무런 문제없이 증거로 채택되고 유씨의 간첩 혐의가 입증됐을 경우 서울시장 선거의 핵으로 급부상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 배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유씨의 변호인인 김용민 변호사도 이번 사건이 서울시장 선거를 노린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국정원이 문제다"라는 여론을 어떤 카드로 잠재울 수 있을지가 향후 전개되는 사태의 포인트다. 정부가 국정원의 시스템을 바꾸는 개혁 방안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국정원 문서 위조 사건이 불거지기 전인 지난 2월에 만난 한 국정원 요원은 "각 부처 장관들이 정보를 수집해 업무보고를 하기 전에 국정원이 독대 보고를 하면 대통령이 부처를 먼저 평가해버리고 결국 국정원에만 잘 보이면 된다는 형태로 국정운영이 흘러갈 수밖에 없다"며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장 독대보고부터 차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원 개혁 특위에 내놓은 국정원 요원의 국가기관 출입 제한 방안에 대해서도 "본래 국정원 요원의 직무는 비노출이 기본으로 기관을 출입해서는 안 된다"면서 "국정원이 대공혐의점이 없는데도 국내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걸리면 패가망신할 정도의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이재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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